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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인격살인

운영자 2020.03.09 10:02:35
조회 146 추천 1 댓글 0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할 때의 일이다. 공보이사는 시대의 여러 현상에 대해서 지성인 단체의 담당자로서 소리를 내는 게 임무였다. 술자리에서 만취한 검사가 여기자를 추행했다는 보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검찰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언론을 가지고 노는 현실이었다.

여기자들이 새벽까지 술상 앞에서 추행을 당하면서 정보를 구걸해야 세태 같기도 했다. 미국드라마를 보면 정치인들이 정보를 미끼로 여기자들을 농락하는 장면도 있었다.

기자들은 검사의 술자리까지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하는 말을 그저 베끼는 것 같았다. 자기의 철학을 가지고 묻는 기자들은 없었다. 언론이 제 위치를 차지하려면 일방적으로 듣고 그걸 베끼는 기자가 아니라 자기 철학을 가지고 묻고 따져야 할 것 같았다. 검찰에 대한 비판내용을 논평으로 쓰고 마지막에 여기자들도 술상 머리 취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는 개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 마지막 한 줄이 여기자들을 건드린 것 같았다.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다. 기자협회에서 들고 일어났다. 단체로 대한 변호사 협회를 항의방문해서 나의 해임을 요구했다. 일간지에 나를 욕하는 기사와 사설이 연일 나왔다. 나에 대한 인격 살인적인 칼럼도 나왔다. 한 주요일간지의 논설실장은 나의 블로그에서 신상을 털고 내게 대해 할 수 있는 비난과 욕을 다 하는 것 같았다. 모략성 기사도 나왔다. 언론의 미움을 사면 진실과 관계없이 처절하게 파괴될 수 있었다. 점심을 먹는 식당 벽에 걸려있는 텔레비전 뉴스프로의 자막에서 나에 대한 비난이 흐르고 있는 걸 보기도 했다. 곰곰이 반성해 보았다. 내게는 어떤 악의도 없었다. 술 먹으면 개가 되는 존재들 앞에서 아무리 취재에 목숨을 걸어도 딸 나이의 여기자들이 조심을 해야 한다는 부모 같은 노파심에서 한마디 한 것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보고를 받은 변협회장이 이렇게 말했다.

“다 맞는 말이잖아? 그런데 언론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사과를 하라는 소린데”

원로 언론인 한 사람은 내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당신 생각이 맞아. 걱정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를 해. 그러나 지금 언론풍토에서 여기자들을 잘못 건드린 거야. 초년의 그들은 자기들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해. 신문사 내의 선배들 말도 듣지 않아. 그런 여기자들을 건드린 거야. 사석에서 얼마든지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그런데 공개적으로 그런 뜻을 비치면 죽음인 거지. 우리 사회에서 조심해야 하는 분야가 몇 개 있어. 장애인이나 노조, 종교 분야가 비평을 조심해야 하는 그런 금기 지역이지.”

악의적인 비난 기사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공통의 적이 되어 버렸다. 내가 쓴 논평을 보면 초등학생이라도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은 마음을 꽁꽁 닫아버린 채 나를 파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여기자로 활동 중인 친구의 딸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내 생각이 정말 틀렸다고 생각하니? 술 취한 놈 앞에서 취재할 때는 조심하라는 말이 그렇게 고깝고 증오스런 말이니?”

“내가 보통여자라면 아저씨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저씨를 욕하는 건 여기자의 입장에서죠.”

여기자는 보통여자가 아닌 다른 계급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계속 나의 사과와 변협 이사의 사임을 요구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대한변협이 발표하는 어떤 성명도 논평도 보이코트 하겠다고 통보했다. 언론의 위력을 실감했다. 대한변협이사회가 열렸다. 싸늘한 분위기였다.

“책임을 지셔야죠”

나가라는 소리였다. 집단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분위기였다.

“책임질 일이 없습니다.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입니다.”

“어떻게 기자님에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요?”

여성 변호사가 내게 그렇게 대들었다. 자존감이 의심되는 말이었다.

“대한변협은 사회적이슈에 대해 상대방이 막강한 언론이라고 하더라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단에 가서 공개사과를 하시죠”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야망이 없이 자기 길을 가는 뒷골목의 개인 변호사일 뿐이었다. 언론이 집중포격을 가해도 잃을 게 없었다. 언젠가 원로 언론인 조갑제씨로부터 듣고 마음에 새겨둔 이런 충고 한마디가 떠올랐다.

‘철벽같은 무덤덤함으로 자기 길을 가는 겁니다’

언론의 심한 모략이나 비난도 둔감한 나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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