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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불타고 있다

운영자 2020.08.31 10: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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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에서 서울시장의 아들 연락처를 제보해 주면 상금을 주겠다는 광고판을 봤다. 또 서초동에서도 똑같은 광고문을 쓴 트럭이 정차해 있는 것을 봤다. 그 광고문을 보면서 나는 속이 끓어올랐다.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끓어올랐었다. 서울시장이 대권후보이기 때문에 그 문제는 바로 정치적 논쟁이 됐다. 대통령의 자리가 눈앞에 보이던 이회창씨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때문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누군가에 의한 모략공작이었다. 변호사로서 내가 맡았던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도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공작 같았다. 그런 공작에 대한 최고의 무기는 진실이었다. 나는 바로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공개검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면 서울시장의 직에서 물러서라고 권고할 마음이었다. 달려가는 듯한 나의 행동에 시장의 보좌관들이나 측근들은 주저했다. 그들은 진실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잡고 있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큰 것 같았다. 이백여 명의 기자들이 입회한 옆에서 공개검진이 이루어지고 진실은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의 불을 껐다. 그래도 진실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게 수많은 비난과 욕이 쏟아졌다. 변호사는 누구든지 어떤 일이든지 맡을 수 있는데도 좌파성향의 시장아들을 변호하니까 좌파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돈을 걸고 내기를 하자는 인간들도 있었고 내가 역겹다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고교동창 중에도 내가 상식을 벗어나 오버 한다고 뒤에서 쑥덕거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시장 아들을 직접보고 검사한 의사들보다 보지 않은 의사들이 더 확신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나는 법정에 증인으로까지 소환됐다. 그들은 정말 교활했다.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날 의사인 고교동창이 밤중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그와 아파트 근처의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법정에서였다. 그들은 지난밤 의사인 친구와 나누었던 말들을 꺼내어 하나하나 치밀하게 따지고 들었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그들은 다시 공개검진을 하자고 주장했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공개검진을 하면 믿겠냐고 물었다. 자신들이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진실이라도 눈을 감고 귀를 막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증언을 마치고 나올 때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또 추궁하고 의심했다. 그들과의 사이에는 두껍고 거대한 벽이 가로놓여 대화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서울시장은 아버지인 자신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의 명예와 사생활이 철저히 짓밟히는 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공개검진을 수십 번 해도 그들은 믿지 않을 거라고 했다. 시장은 아들을 영국으로 보내 그 곳에서 취직을 하게 했다. 공격하는 그들은 집요했다. 영국에 있는 시장 아들의 거처를 알려주면 보상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광고를 하고 다녔다. 하도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시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공개검진을 시킨 사람이 시장의 아들이 아닌 제삼의 인물이라는 모략도 있었다. 시장의 집안에 불행이 겹쳤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이 자살을 했다. 성 추문으로 고소를 당했다. 시장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고향의 부모 옆에 묻혔다. 시장의 49제가 끝날 무렵 텅 빈 시장 공관을 들렸다. 시장부인과 아들 그리고 딸이 슬픔에 젖은 채 아직 공관에 남아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리셨어도 저는 이제 당당하게 법정에 나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나를 나라고 믿어 줄까요?”

그들은 시장의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공개검진에 응하고 또 응한다고 해도 믿고 싶지 않은 그들의 머리에 진실이 들어갈까요?”

시장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너무 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에 물들은 소돔의 주민들 같다. 밤을 새워 집단적으로 특정미녀 연예인에게 악플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사람들의 입이 불타고 있다. 감정을 노출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열을 올리고 논쟁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잊어버렸다. 이런 아집의 논쟁은 감정을 자극하고 대립과 적의를 낳게 한다. 사랑의 마음이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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