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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씨의 운수 좋던 날 - 7

운영자 2010.11.23 10:48:38
조회 249 추천 0 댓글 0

“정말 제가 소매치기를 하려면 그까짓 3만원을 훔쳤겠어요?”

그가 한 서린 표정을 지으며 내뱉었다.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소매치기 후배들은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물건을 파는 그를 보고 “형님 정말 존경스럽소”하곤 했다는 것이다.

“영장심사 때 판사에게 이런 말들을 해봤어요?”

“했죠.”

“판사님이 뭐라고 그래요?”

“잘 들었는데 그래도 피해자의 말이 있으니까 재판에서 한번 가려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구속영장에 서명을 했어요.”

그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세상살기가 서럽습니다. 누가 내 말을 믿겠습니까?”

점점 사람들이 영악해져 가고 있다. 증거만 없으면 누구 없이 일단 부인하고 본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다. 사기 당한 사람은 존재하는데 그 누구도 속였다는 범인은 없다. 강간을 당했는데 범인은 화간이라고 고집한다. 민형사 소송의 구조는 항상 이분법으로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가해자는 은폐하고 피해자는 날조한다. 조사관은 그대로 적어대고 판사는 그 중의 하나를 찍는다. 오판의 가능성이 반이다. 그 많은 눈물과 서러움을 받아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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