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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유리인형 - 1

운영자 2010.12.02 13:00:03
조회 316 추천 0 댓글 0

    어느 날 모르는 여자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당신의 아내가 지금 누구와 뜨거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제보자는 구체적으로 밀회의 장소와 시각까지 정확히 알려주곤 사라진다. 정숙한 아내로 믿었던 남편들은 이럴 때 어떨까? 사실을 확인하고 치정범죄로 들어갈까. 아니면 아내를 신뢰한다고 하면서 그 전화를 묵살할까. 중년의 남자들이 조심스럽게 이혼법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자 나이 중년이 넘으면 이제 남편의 모습이 그대로 다 보인다. 남편의 사회적 인생이 종착점에 다다른 것을. 더 이상 남자로서의 호기심도 남편에 대한 희망도 없어진다. 암사마귀는 교미를 한 후 영양보충을 위해 숫 컷을 맛있게 잡아먹는다. 인간은 어떨까? 어느 날 의지하던 아내에게서 한 장의 소장이 날아왔다.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다. 청구이유에는  무능력과 정신병 등의 사유가 적혀 있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자존심상 끝까지 법정투쟁을 해야 할까 아니면 승복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할까.  

     나이 사십에 법원 앞에서 조그맣게 변호사사무실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사무실 보증금은 아내가 옆집에서 일부를 꾸어댔다. 집기는 부도가 난 친구가 모두 내게 빌려 주었다. 나는 따뜻한 봄날 마치 초라한 점포에서 하루 종일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주인 같았다. 그 대신 고객 한 사람이라도 오면 왕같이 대접할 마음의 준비가 철저했다. 어느 날 오후 김일심(가명)이 불쑥 내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의 모습이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구겨진 겨울잠바에 비닐가방을 맨 채였다. 푸석푸석한 얼굴은 마치 병자 같았다. 그 모습은 내가 아는 김일심이 아니었다. 십이년 전이었다. 전방에서 초급장교로 있던 나는 모처럼 외박을 얻어 서울로 나왔다. 마침 그날이 고교동창회였다. 많은 친구들이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이었다. 김일심이 동창회에 와서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호기롭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갈색의 고급재킷에 줄무늬 와이셔츠를 단아하게 받쳐 입었다. 일자의 짙은 눈썹에 검은 눈은 상대적으로 흰 피부와 어울려 미남임을 강조했다. 

    파란 면도자국과 자신감 넘치는 눈빛에서는 앞서가는 승자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었다. 그의 옆에 모인 친구들이 한결같이 기가 죽어 꼬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동창회가 끝날 무렵 나는 의외로 그에게 선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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