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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변호사들의 모임 ‘공감’

운영자 2011.07.19 11:05:38
조회 333 추천 1 댓글 0

6월 한낮의 태양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나와 현대사옥과 버스정류장을 지나 창덕궁의 담을 오른쪽으로 끼고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젊은 변호사들의 모임인‘공감’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들의 활동은 미국소설가 죤 그리샴이 쓴 ‘거리의 변호사’란 책에 나오는 광경과 비슷했다. 차가운 날씨의 워싱톤의 2번가. 낡고 녹슨 우편 트레일러 속에 노숙자들 1천3백명이 캔에 든 정어리같이 빽빽하게 들어가 있다. 그들을 찾아간 변호사들의 일이 시작됐다. 그들은 노숙자들에게 닥친 어려움부터 정부정책까지 온갖 법률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스스로 형성된 작은 로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연봉이 보장되는 거대로펌을 거절하고 워싱턴의 빈민가를 찾아갔었다.

 

한국에서도 5년 전부터 젊은 변호사들이 모여 그런 일을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더 궁금한 건 그들이 아예 돈을 포기했다는 소리였다. 기업체의 평사원보다도 못한 돈으로 살아가면서 장애자, 정신질환자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로 봉사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신이다. 고급 외제차에 명품, 골프와 좋은 빌라를 위해 많은 변호사들이 달려가고 있다. 현대의 우상을 섬기지 않고 그들은 역주행 코스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약도에 그려진 대로 자그마한 식품가게가 나타나고 오래된 작은 기와집이 보이는 골목 사이에 허름한 4층 빌딩이 보였다. 북촌창우극장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사람들의 발길로 닳은 비좁은 계단을 걸어 3층까지 올라갔다. 녹슨 철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영세한 출판사의 모습과 흡사했다. 책과 서류철들이 가득한 책장이 답답할 정도로 꽉 들어차 있었다.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두 시간 빠르게 왔다. 평상시 그 사무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나의 복장은 구겨진 검은 면바지에 회색티셔츠였다. 그곳을 찾는 보통사람으로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 나도 약자를 위해 무료변호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관념과는 달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난을 앞세워 생떼를 쓰면서 막무가내인 사람들도 많았다. 나의 불행은 당신들 변호사 같이 기득권세력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과 싸운 적도 많았다.

 

“어떻게 오셨죠? 미리 약속이 되셨나요?”

 

이십대 중반쯤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역시 그런 시비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같은 변호사라는 것과 그 사무실을 구경하기 위한 목적을 알렸다. 나는 입구에 있는 오래된 비닐의자에 앉았다. 나를 본 여자가 얇은 브로셔 한권을 가져다주었다. 특이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더 낮게 낮게, 자유롭고 당당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부분이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더 낮게 낮게>

 

삼십대 중반쯤의 여성변호사가 나왔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미리 잡힌 약속 때문에 십분 정도 나와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이지만 그녀로부터 자연스런 그 사무실의 모습을 하나라도 알아보고 싶었다. 공식적인 대표의 말은 의도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안내하기 시작했다.

 

“저희 법률사무실은 입구에 있는 저 냉장고나 의자 탁자부터 모두 중고품을 기부 받은 거예요.”

 

그녀가 구김살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녹슨 철문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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