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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들 앞에 서서

운영자 2011.07.21 18:55:07
조회 419 추천 0 댓글 0

  법원으로부터 강연요청을 받았다. 재판을 받으면서 경험한 법관들의 잘못된 언행을 지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판사들이 어떤 얘기를 가장 듣고 싶어 할까 궁금했다. 법원행정처의 한 간부는 판사들이 속은 경우를 얘기해 주면 재미있어 할 거라고 했다. 어떤 판사는 변호사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 궁금할 거라고 했다. 법원의 회의실에 모인 판사님들 앞에서 얘기를 시작했다.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변호사로 평생 법대 아래서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고개를 숙이다 이 자리에 있으니 어색합니다. 저기 저 끝에 보이는 단독판사님도 이틀 전 법정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인사 했었는데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맨 끝 쪽에 앉아 있는 내 사건의 담당 재판장을 보았다. 착하게 생긴 여성단독판사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그동안 법정에서 봐 왔던 일부 뒤틀린 판사들의 폭언이나 교만한 행태를 그대로 얘기해 주었다. 증거에 대해서도 이런 질문을 해 봤다.

 

  “범죄현장에 의심 가는 사람의 털을 한 올 몰래 가져다 놓고 디엔에이검사서를 작성해 증거로 제출한 형사가 있다고 할 때 판사님들 중 그 걸 알아낼 수 있는 분이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강력계 형사한테 들은 얘기였다. 그는 수사기록을 절대 맹신하지 말라고 했다.

 

  “요즈음은 컴퓨터가 발달해서 문서위조가 거의 완벽합니다. 판사님들 중 위조된 문서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 있는 분이 있을까요?”

 

  그것도 나와 친한 노련한 형사의 고백이었다.

 

  “사전에 미리미리 보험같이 용돈을 주고 상대방의 부동산을 비싼 가격으로 매수하고 막상 일이 터졌을 때는 청탁도 돈도 주지 않았을 때 그걸 뇌물로 인정할 판사분이 있을까요?”

 

  토끼 같은 지능범들을 못 잡는 거북이 같은 법정현실을 얘기해 주었다. 모두들 신중하게 귀담아 듣고 있었다. 판결문의 변화도 보여주었다. 결정문 안에 시를 써 보낸 부장판사의 글이나 판결문을 수필같이 쓴 판사의 문서들을 읽어주었다.

 

  같은 판사라고 해도 그런 것들을 서로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판사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까 기도했었다. 사실은 엄청난 자리였다. 판사들이 알지 못했던 점을 깨닫게 해 그들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변화된다면 그 파급효과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었다. 한사람의 판사가 수 천명을 상대한다. 또 재판을 하러오는 당사자들은 집안의 중심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주눅 들어 법정에 오는 국민들이 법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격이 높은 좋은 나라가 당장 도래할 것이다. 어떤 어리석은 질문에도 현명한 대답을 해 줘야 하는 게 판사라고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이런 행사가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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