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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12.12사태 - 2

운영자 2011.07.28 14:57:15
조회 495 추천 2 댓글 0

  선배의 얼굴이 검게 변하면서 울상이 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고 있었다.


  “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전화를 잘못 걸었습니다. 저는 그저 실무를 담당하는 준위정도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국장님께서 직접 이렇게 전화를 받으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청탁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아이고----”

  선배는 허공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혔다. 역시 들은 대로 우리 법조인은 새가슴이었다. 선배는 송화기를 얼른 손바닥으로 막고 원망스런 눈빛을 내게 던지며 말했다. 


  “야 정말 잘못 걸렸다. 부탁취소하고 당장 사과하러 가자”

  다시 전화기 저쪽에서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선배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저 이건 제가 부탁하는 게 아니라 후배가 찾아와서 간청해서 전화를 하게 된 겁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정말 잘못했습니다.”

  선배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나를 보고 합수부 수사국장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야 네가 부탁한 그 친구는 운동권의 에이급 인물이래. 구명운동을 하는 사람이 그가 오히려 다칠 수 있다고 수사국장님이 그러셔. 그래도 구명운동을 할 꺼냐고 물어. 웬만하면 그만두지? 나도 부탁 안한 걸로 하고 말이야.”

  수사국장은 거절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조건을 달면서 되묻고 있었다. ‘이쪽이 다칠 각오를 하면 살려주겠다는 말인가?’ 묘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난 다칠게 별로 없었다.


  선배는 고시에 합격하고 보장된 엘리트 과정을 밟으면서 출세할 사람이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그보다  나는 그 상황에서 후퇴하면  안하느니 보다 더 비굴해지는 게 싫었다. 


  “ 다쳐도 좋습니다. 대신 친구를 살려달라고 전하세요”

  내가 결심하고 말했다. 권력을 가진 상대방은 약한 우리들의 반응을 보며 가지고 논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선배가 다시 송수화기에 대고 중개했다.


  “다쳐도 좋답니다. 그래도 간곡히 부탁을 드린답니다.”

  선배의 이마에서 땀이 번들거렸다. 이윽고 선배가 전화를 마치고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내뱉었다.


  “전두환위원장의 심복이고 권력의 실세인 이학봉이야”


  그날 저녁 친구는 바로 석방됐다. A급을 D급으로 재분류해서 바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권력의 실세 이학봉이라는 이름이 나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언젠가 먼 훗날 인연이 되면  빚을 갚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송사리가 상어가 되겠다는 꿈과 흡사했다. 풀려나온 친구 J는 내 집에 얼마간 숨어 있다가 지리산으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15년 후 전두환 노태우 전직대통령의 군사반란죄 재판에서 나는 이학봉씨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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