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크니스 (1996) *
1996년에 도트 앤 비트에서 DOS용으로 만든 액션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태초에 빛과 어둠의 전쟁에서 빛의 여신이 12마리의 드래곤과 함께 승리하여 세상은 평화를 되찾고 그들의 이야기는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왔는데, 수백 년 후 전설에는 나오지 않은 검은 드래곤이 등장해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해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화염의 쟈크, 바람의 제로니모, 얼음의 리타 등 3명의 일행들이 대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 방법은 화살표 방향키로 상하좌우 이동, 컨트롤키는 공격, 알트키는 점프, 스페이스바는 가드/대화. 숫자키 1은 검/방패. 숫자키 2는 활. 숫자키 3은 부메랑으로 무기 변경이 가능하다.
이 게임의 일러스트는 당시 아이큐 점프에서 ‘다이어트 고고’로 유명한 조재호 작가가 그렸다. 그 일러스트만 보면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지만 정작 현실은 낚시 광고로 시궁창이었다.
게임 커버에는 3명의 캐릭터가 나오고 실제로 광고에는 4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서 진행하는 다중 스토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스퀘어의 ‘성검전설 시리즈’ 느낌을 나게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인공은 단 한 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광고에서는 화염의 쟈크로 나왔지만 실제 게임 본편에서는 디폴트 네임조차 없고 무기도 3종류가 전부이며, 장비 업그레이드나 스테이터스 수치가 따로 없어서 레벨업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개념 자체가 없다.
EXP(경험치), HP(생명력), MP(마력). 이렇게 달랑 3가지 수치가 있는데 경험치를 올리면 생명력은 자동으로 상승하지만 마력은 상승하지 않는다.
3종류의 무기 중 활은 HP 4 소모, 부메랑은 EXP 3/HP 1 소모해야 쓸 수 있고 오직 검/방패만이 수치 소모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다른 건 둘째 치고 경험치를 소비해야 쓸 수 있는 무기라니 진짜 안 좋은 의미로 새롭긴 하다)
MP는 별 의미가 없는데 애초에 이 게임에는 마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상에 나오는 아이템도 스킨만 좀 다를 뿐이지, 전부 HP 회복, 경험치 아이템일 뿐이다. 스테이터스는 물론이고 인벤토리창에 아이템/장비 개념 자체가 없으니 돈의 개념 또한 없다.
상점에서 물건을 매매하는 건 물론이고 여관 같은 회복 포인트 하나 없어서 오로지 아이템을 입수하거나 자동으로 회복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템, 장비, 돈 개념이 없다 보니 마을 내에서 상점이 하는 역할이 없다. 그냥 NPC가 있어서 대화를 걸면 시시콜콜한 잡담만 할 뿐이다.
애초에 마을 안에서도 간판이 있고 문이 열려 있는 건물이 여러 개 있어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어서 뭔가 만들다가 만 듯한 느낌을 준다.
마을 내 NPC는 뭔가 움직이든, 제자리에 있던 간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션을 취하기 때문에 정신산만하기 짝이 없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데 거의 모든 대사가 한 줄로 끝난다.
스토리상 중요 NPC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NPC와의 대화는 아주 약간의 팁 역할만 할 뿐, 어디로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는 건 아니라서 안 넣은 것만 못하다.
사실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스토리가 아예 없다는 거다. 12 용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줄거리는 있는데 본편 스토리라고 할 게 없어서 그냥 발길 닿는데로 어디든 마구 이동해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보스를 격파하면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뿐이다. 그 이전 지역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NPC 대사조차 부실한테 보스 대사를 바라는 건 사치라서 당최 스토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게임 시스템도 엉망인 건 마찬가지다. ESC를 누르면 언제 어느 때든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고, 엔터키를 누르면 옵션창을 열어 세이브/로드가 가능하다. 타이틀 돌아가기, 세이브/로드 이외에 다른 기능은 일체 지원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버그가 엄청나게 많은데 경험치가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생명력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둘쭉날쭉하는 것부터 시작해 맵 이동 같은 경우도 장애물에 상관없이 진입 가능한 곳이나, 입구에 들어가서 보니 막다른 곳이란 전개가 속출하는데다가.. 심지어는 필드에 있는 보물 상자나 잡초에 닿아도 데미지를 입어 생명력이 뚝뚝 떨어진다.
이 작품에 딱 한 가지 인상적인 건 패스워드 시스템 밖에 없다.
패스워드 입력 방식이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필드 내에 있는 다섯 개의 동상을 패스워드 코드에 맞게 후려쳐서 게임 본편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근데 문제는 패스워드 입력하는 부분에서도 적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거고, 반 무적에 가까운 상태라서 까딱 잘못하면 패스워드 입력하기도 전에 게임 오버당할 수 있다는 거다.
액션 롤플레잉 게임 사상 최단시간에 게임 오버가 가능해서 이쪽 부분에 기네스북에 있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을 것 같다.
결론은 비추천.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완성도도 갖추지 못해 게임성이 정말 바닥을 기어가기 때문에 한국 게임의 역사에 흑역사 랭크 상위권에 속할 만한 졸작이다. 뭔가 만들다가 말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아마도 처음 기획 의도는 ‘한국산 성검전설 시리즈’였겠지만 개발자가 그만두거나 도망쳐서 미완성품의 출시를 강행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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