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소에는 단아하게 느껴졌을 그 향기에서 약간은 슬픈 냄새가 났다.

니나브의 큰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기대에 찬,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그녀와 나 사이에 오갔다.

뒤에서 한심하다는 듯한 브레멩의 한숨이 들렸다. 브레멩의 강한 힘에 떠다밀려 나는 니나브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푹 넘어져 버렸다.

그 바람에 니나브의 작은 몸이 겹쳐서 쓰러지면서, 한창 흐드러지게 핀 홍선화를 베개 삼아 폭 파묻혀 버렸다.

단아한, 그리고 지나치게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뒤에서 곰이 살금살금 걸어나가는 소리가 살짝 울렸다.

고개를 들자 살짝 상기된 니나브의 얼굴이 보였다. 중력이 살짝 잡아당기는 바람에 평소보다 퍼져버린 얼굴때문에 픽 하고 웃어버렸다.

토라진 니나브가 작은 손을 들어 내 가슴을 콩콩 쳤다.

그 작은 입술에 입을 가져갔다. 작은 혀가 입천장을 콩 콩 때릴 때 마다 머릿속과 심장이 동시에 쿵 쿵 울리는 것 같았다.

천천히 입을 떼자 살짝 달큰한 냄새가 나는 니나브의 숨결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달콤한 냄새를 따라 입을 가져갔다. 촉촉하고 말캉한 설육을 살짝 깨물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손을 뻗어 날개에 가져다 댔다.

입을 떼고 니나브의 목덜미를 꼭 안고는 아담한 날개에 얼굴을 묻었다. 니나브의 날개에서는 아기 냄새가 났다. 코로 날개를 헤집다가 이상할 정도로 거친 곳이 느껴졌다.

그 곳에서는 아픈 냄새가 났다. 이미 익숙한 냄새였다. 죽음, 그리고 광기. 며칠 전 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했던 전우들을 떠나보내며 맡았던 냄새였다.

"미안해...."

니나브가 평소의 활달하던 목소리가 아니라 약간은 침울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죄야. 그동안 외면해왔던."

"네 잘못이 아니야, 니나브."

"이건 대가야. 성급하게 저질렀던 죄의 흔적. 세상이 끝날 때 까지 내 가슴속을 불태우겠지."

아니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니나브에게 입을 맞추었다. 손을 뻗어 니나브의 앙가슴에 손을 얹었다.

작고, 가지런하게 뛰는 고동이 전해져 왔다. 마치 사랑의 세레나데 같은 음률이었다. 손을 옆으로 가졌다. 그리 크진 않지만 손을 꽉 채우는...

"지금 뭐하시는 거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