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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수양’ 안해야 마음의 병에 안 걸린다

운영자 2009.03.12 16:46:01
조회 5757 추천 18 댓글 11

  외부로부터 오는 병보다 사람을 더 괴롭히는 것은 사실 ‘우리 마음 내부로부터 오는 병’이다. 현대인이 만성병에 시달리고 특히 정신질환이 늘어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말하자면 스트레스나 노이로제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육체적 질병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부로부터 오는 마음의 병 가운데는 앞서 말한 돌연한 사업 실패나 실연 같은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런 병들은 외부적 원인이 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은근한 스트레스나 만성적 노이로제와는 다르다. 그러므로 내부에서 생기는 병은 한마디로 말해 자기 자신도 원인이 뭔지 모르고서 앓고 있는 은폐된 정신병 또는 정신신체증이라고 할 수 있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절망이라는 병’ 같은 것도 거기에 속한다. 키에르케고르는 그 병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불렀다.


  나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결혼을 하고 일년쯤 지났을 때 오른쪽 눈썹 위에 커다란 종기가 생겨나 계속 커졌다. 그래서 결국 수술을 해서 고칠 수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것이 결혼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종기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자주 독한 감기가 들고 식은땀이 흐르는 등 몸이 아주 쇠약해졌다. 아내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잘한 병에 시달렸는데, 그때만 해도 이혼이란 생각도 못할 일이라고 여겨질 시기였다.


  그런데 그렇게 비실거리며 3년쯤 살고 나서 내 등에 또 커다란 등창이 생겨 무진 고생한 끝에 겨우 고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의논 끝에 별거에 들어갔고, 나중에 결국 협의이혼을 하게 됐던 것이다. 성격차이 때문이었는지 체질차이(아내는 소양인, 나는 소음인이었으니까)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서로 맞지 않는 사람끼리 살다보니 괴상한 종기가 터져올랐던 것이었다.


  암도 역시 종기의 일종(즉 內)이라고 본다면, 암에 걸리는 여러 가지 원인 중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에 든다는 의학자들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우리는 그때 마침 자식이 없어 그만하면 쉽게 이혼할 수 있었지만, 만약 자식이 있는 부부 사이에 성격적 갈등이 생긴다면, 상당한 ‘병’이 그들을 괴롭힐 게 틀림없다.


  아까 말했듯이 참을성 많고 예의바르며 가문의 전통을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급작스런 병으로 죽는 일이 많은 것은, 그들이 대부분 가족간의 갈등을 무조건 참아넘기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갈등은 부부간의 갈등 말고도 많은데, 부모자식간의 갈등이나 고부간의 갈등 같은 것이 다 내부로부터 오는 병을 일으킨다. 엄한 시어머니 밑에서 참고 참으며 고된 시집살이를 한 여자가 늙어서 노인성 치매증에 잘 걸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쌓이고 쌓인 울화와 한이 다 늦게 병을 만드는 것이다.


  속설(俗說)에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늙어서 노인성 치매증에 잘 안 걸린다는 얘기가 있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얘긴진 모르겠지만 꽤나 그럴듯한 소리로 들린다. 한과 울화가 많다하더라도 담배라도 피워 스트레스를 내뱉을(또는 대리배설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대로 견디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술을 마셔서 간암에 걸리는 것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다. 이른 나이에 간암에 걸려 죽는 사람 중엔 술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많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너무 남을 사랑하려고 애쓴 사람이 자신의 자연스런 분노와 미움, 그리고 일탈욕구를 미처 못 풀 때 그런 병에 걸리는 일이 많다. 말 그대로 ‘간이 썩어들어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사상의학의 체질론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다스리거나 분출시키는 데 어느정도 도움을 준다. 사상의학에 대한 책이 요즘 많이 나와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내가 정리한 것을 간단히 요약해서 말해보겠다.


  태양인(太陽人)은 한마디로 말해 ‘기다인(氣多人)’이다. 즉 기가 남보다 유별나게 센 사람이다. 태양인은 간이 너무 약하고 폐는 너무 강하다. 이런 사람은 일단 ‘권력지향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격적으로는 과단성은 있으나 너무 독선적인 게 흠이다.


  태음인(太蔭人)은 ‘혈다인(血多人)’이다. 즉 피가 너무 많은 다혈질이다. 태음인은 간이 너무 강하고 폐는 너무 약하다. 이런 사람은 대개 ‘재물지향형’이다(권력지향형일 수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지구력과 포용력은 있으나 질투심이 많은 게 흠이다.


  소양인(少陽人)은 ‘혈소인(血少人)’이다. 즉 피가 적어 날카롭기 쉽다. 소양인은 비위가 너무 강하고 신장은 너무 약하다. 이런 사람은 대개 ‘정신, 또는 종교지향형’이다. 성격적으로는 경우가 바르고 뒤끝이 없으나 성미가 급하고 경망스러운 게 흠이다.


  소음인(少陰人)은 ‘기소인(氣少人)’이다. 즉 기가 너무 약해 잔병이 많고 늘 기운이 없다. 이런 사람은 비위가 너무 약하고 신장은 너무 강하다. 소음인은 대개 ‘관능, 또는 예술지향형’이다. 성격적으로는 온순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나 사교성이 없고 우울감에 빠져들기 쉬운 것이 흠이다.


  이렇게 자신의 체질을 알고 있으면 무엇보다 ‘인격 수양’을 안하게 되어 좋다. 유전적 체질에 의한 성격은 아직은 고칠 수 없으므로, 괜히 인격수양입네 뭐네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끊임없이 반성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 경우로 말하면 나는 원래 관능지향형이라 에로틱 환타지를 즐기는 것이고, 늘 기운이 없어 잔병에 자주 걸리고 걸핏하면 축 늘어지는 것이다. 내가 ‘공연히 관능적 상상에 빠지는 것’에 대해 반성하며 소양인처럼 ‘정신적 가치’에 매달리려고 노력하면 그게 오히려 병이 된다. 또 몸을 튼튼히 하겠답시고 운동을 많이 하면 튼튼해지기도 전에 탈부터 먼저 난다. 조깅이나 테니스 등의 운동을 해서 병을 얻는 사람들은 대개가 다 소음인이다.


  또 식사를 하더라도 나는 비위가 약하고 미각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소식(少食)을 하면서 음식을 이것저것 따져가며 미식가연하는 게 낫다. 태음인이나 소양인처럼 아무거나 복스럽게 먹는 것을 보고 배우려다가는 위장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아무튼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병에 걸리는 이유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인격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격적으로 완벽한 사람이란 사실 존재할 수 없다. 그저 남에게 피해나 주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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