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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병의 원인은 권태감과 책임감

운영자 2009.03.13 14:19:51
조회 3882 추천 5 댓글 5

  또한 현대인이 앓고 있는 모든 신경증(노이로제)의 원인은 대부분 ‘권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만성적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게 요즘인데(급성신경쇠약은 실연이나 명예실추, 사업의 실패 등 드라마틱하고 돌발적인 사건에 기인한다), 급성과 만성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급성은 조용히 휴식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면 낫는 데 비하여, 만성은 더 바빠지고 정신이 없어져야만 낫는다.


  급성신경쇠약의 원인은 일종의 ‘피로감’에 있지만 만성신경 쇠약의 원인은 ‘권태감’에 있기 때문이다. 전쟁같은 것이 일어났을 때나 개인적으로 연애에 빠져들었을 때 만성적 신경쇠약증이 없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인, 특히 중년 이후의 중, 상류층 사람들은 대부분 만성 신경쇠약증에 걸려 있다. 이미 어느정도 과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태감이 늘 그를 괴롭힌다. 특히 ‘드라마틱한 사랑’이 없어 생기는 권태감은 제일 무서운 병인데, 가족간의 사랑이나 부부간의 사랑은 그저 ‘정’에 속하는 것일 뿐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동물적 욕구 그 자체이고 이기적 소유욕에 다름아니다. 인간의 신체표면에 퍼져 있는 경락들 중 생식에 관련된 방광경(膀胱經)과 신경(腎經)이 전체 경락의 70%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인간 역시 생식의 소임을 다하고 죽어버리는 수벌 같은 곤충(암놈의 경우엔 새끼를 낳고 새끼의 먹이가 되기 위해 죽어버리는 것도 많다)과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된다.


  동물적 욕구로서의 사랑에 드라마틱하게 빠져 있을 때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몸매가 날씬해진다. 짝사랑의 열병 같은 것이 그를 괴롭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사랑이라는 본능적 욕구가 에너지를 적당하게 소비시켜 신진대사가 활기차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욕 못지않게 인간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드는 것은 권력욕이다. 그래서 가령 신입사원 시절에는 이를 갈고 승진에 덤벼들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팔팔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일단 어느정도 승진한 다음부터는 ‘성공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만성적 노이로제에 빠져들기 쉽다.


  이럴 경우 가끔 술이라도 왕창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금욕적 경건주의자일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우울증에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우울증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것이 스트레스성 위장병이나 신경통 등의 정신신체증, 즉 정신적 원인을 육체적 통증으로 은폐하려는 증세로 나타나기 쉬우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성적 신경쇠약자들은 또 각별히 책임감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과도한 책임감이 불안과 고민을 조장시키는 것이다. 겉보기에 배포가 크고 포용력이 강해 보여 이른바 ‘보스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태음인 중에 많다)은 그러므로 조심해야 한다.


  젊은 학생으로 말하면 공부하기는 싫은데, “부모님들이 날 공부시키기 위해 저렇게 애쓰시는데 내가 공부를 안하면 어떻게 하나”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부부관계로 말하면 사랑 없는 결혼생활은 지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욕심 때문에 남의 일생을 망쳐놓으면 어떡하나”하고 고민하면서 일종의 책임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말하자면 만성적인 신경쇠약, 또는 신경증에 걸려 있는 사람은 육체적으로 모순된 생리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아무 병도 없으면서 병투성이요, 실제로는 정력이 남아서 걱정일 정도인데 원기가 극도로 쇠약해지는 것이다. 본능적 권태감과 도덕적 의무감이 서로 상충하여, 그 사람의 신체를 일종의 태업(怠業) 상태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정력제 좋아하기로 세계에서도 이름났다. 하지만 그렇게 된 이유가 한국사람들이 진짜로 정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정력 이전에 ‘정열’이 있어야 성욕이 일어나 성적 신진대사가 돌아가는 법이다. 그런데 한국은 내숭스럽고 이중적인 윤리의식이 워낙 강한 풍토의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야한 ‘정열’을 가꿀 생각은 차마 못하고 오로지 애꿎은 ‘정력’에다가만 모든 성적 권태증의 원인을 돌린다. 그래서 그토록 오매불망 정력제에 집착하게 된 것 같다.


  권태감에 기인한 만성적 신경쇠약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뻔뻔스런 자기변신을 시도해보는 일이다. 광적으로 연애에 빠져보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어렵다면 나이트클럽에 가서 미친 놈처럼 몸을 흔들어대기만 해도 된다. 또는 사도마조히즘적 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을 통한 상상적 대리배설로라도 치받치는 본능적 욕구를 달래줄 수 있을 때, 서서히 신경쇠약 증세가 사라져 신체의 태업(台業) 상태가 ‘완전한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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