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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통로로 내려가는 계단을 살펴보니, 그 아래는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계단 건너편 먼지 쌓인 창문에서 넘어오는 가로등의 불빛만이 내부의 공간을 은은히 비추어 주었다. 내가 주춤하는 동안, 초련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만요, 괜찮은겁니까?"
내가 당황하며 따라 내려가자 초련은 뒤를 돌아봤다.
"너 겁이 많구나?"
"아니 그것보다도, 앞이 보이질 않잖아요."
초련은 잠시 생각하더니 주머니에서 몬스터볼을 꺼냈다. 곧이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마임맨이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그것 참 섬뜩하게 생겼군.'
마임맨은 해맑게 웃으며 어둠 사이로 쉴 새 없이 손질을 해댔다.
"미안. 네 생각을 못했네. 마임맨 불 좀 켜줘."
그러자 마임맨은 순식간에 동작을 멈추더니, 이내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임맨의 손가락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빛이 퍼지자, 저 밑에서 무언가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꼬렛?"
그녀는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성큼성큼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그녀를 따라 걸어가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제생각에는 파라섹트가 있을 거 같은데요."
나의 말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에? 지금은 아직 대낮인걸. 파라섹트가 활동할리 없잖아."
그녀의 대답에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한가지 잘못 알고 계신것이 있는데, 파라섹트는 어둡고 습한곳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밤에 활동하는거에요."
"그런거야? 박사라더니 거짓말은 아닌가보네."
라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계단을 전부 내려오게 되었다. 내부 통로는 생각보다 매우 넓었다. 통로의 넓은 폭 사이에는 두 개의 기둥이 일정 간격으로 기나긴 지하 통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꾸준히 들려왔고, 전기는 완전히 차단된 듯 통로 내부에는 마임맨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한 줄기의 빛만이 눈앞을 비춰주었다. 통로의 구석을 살펴보던 중, 저 멀리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너머 작은 구멍으로 무언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초련은 가만이 주저앉아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거봐. 꼬렛 맞잖아."
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변해갔다. 왜냐하면 그것은 꼬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뛰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멍에서는 서서히 괴이한 생명체들이 기어나왔다. 그것은 이미 꼬렛이라고 부를 수도, 한 송이의 버섯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이것도 이미 예정된 일인가요."
"그런거 묻지 말고 일단 뛰지 그래."
잠시 그것들을 쳐다보던 우리는 이내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를 가로질러 뛰었다. 사방의 구멍에서 괴상한 생물체들이 튀어나왔다. 그것의 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흥건한 물바닥을 기어다니는 수많은 소리가 통로 안에서 메아리쳤다.
"저것들, 파라섹트야?"
"이젠, 저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지하 통로를 달려나갔다. 그것들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는 방향마다 어딘가에서 뚫린 구멍을 통해 그것들은 계속하여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지하 통로는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듯 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해요?"
한참을 달리던 내가 물었다. 나의 물음에도 초련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뛰고 있었다. 어느정도 뛰어간 뒤, 그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러고는 갑자기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는 크게 소리쳤다.
"마임맨!"
별다른 명령없이도 뒤따라오던 마임맨은 순간 뒤돌아 자세를 잡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바닥을 꾹 눌렀다. 그 순간, 눈앞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파장이 일더니, 뒤따라오던 수많은 괴생물체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부딪혀 서로가 뒤엉켜 눈앞에 차곡차곡 쌓이었다. 괴물들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서로 짓물려 엉켰다. 바닥은 괴물들에게서 튀어나온 진액으로 범벅이 되어 배수구로 흘렀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마치 마임맨의 손이 닿고 있는 곳에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있는것처럼, 그것들은 넘어오지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손을 갖다대던 마임맨은 이내 손바닥을 떼고 두 손바닥을 털었다.
"리플렉터로군요."
나는 그 위대한 장벽을 다시한번 쳐다봤다. 투명한 장벽 너머로 마치 괴물들이 벽을 이룬 것만 같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들은 꼬렛, 고라파덕, 그리고 망키,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버섯과 하나가 된 모습의 수많은 포켓몬이었다.
'밤이 오기 전까지 이런곳에 숨어있는건가.'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것의 수는 이미 셀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야생의 수많은 포켓몬들이 은밀히,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버섯에게 지배당해온 것이었다. 내가 천천히 그것들을 바라보는 동안, 옆에서는 초련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장벽은 처음봅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며 초련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쌓여있는 괴물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내게 물었다.
"저것들, 인간에게도 옮겨붙는거야?"
그녀의 물음에 나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보았던 그것, 그 악몽같은 형상을 스스로 지우고 싶었다. 나는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알고있는 지식으로는, 인간으로의 전염은 쉽게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거대한 진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또한 만약 그것이 옮겨붙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오래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봤구나?"
그녀의 갑작스런 물음에 나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분명히 불가능한 일인데, 그 불가능한 일을 직접 봐버렸고, 그것때문에 헷갈리는거지?"
그녀의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까지 알고계신 겁니까?"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물었다. 나의 물음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하였다.
"그건, 말해줄 수 없어. 들어서도 좋을 것 없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쓸쓸하게 빛났다. 그곳에는 내가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서둘러 가는게 좋을걸. 저 장벽 그렇게 오래 가진 않는다고."
초련은 쌓여있는 괴물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건 좋지 않겠군요."
"이제 거의 다 왔어. 앞으로 나오는 놈들은 내가 처리할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앞장서갔다. 나도 마임맨과 함께 그녀의 뒤를 쫒아갔다.
계단을 올라간 그녀는 다시 눈을 지긋이 감더니, 문 건너편의 자물쇠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문 앞에 서자, 문 밖으로 휘몰아치는 바람과 빗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봤다. 바깥은 어느새 강한 번개와 함께 폭풍우가 치고 있었다.
"이거 영 좋지 않군."
나는 창 밖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초련이 의아한듯 쳐다봤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녀의 물음에 나는 창 밖의 비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날씨는, 파라섹트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입니다. 어둡고 습한, 그리고 비가 듬뿍 내리고 있으니까요."
하늘에는 햇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았다. 파라섹트가 돌아다니지 못할 곳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블루시티의 주변에는 원래부터 파라스의 서식지가 많았다는 것이다. 관동 지방의 대표적인 음지 '달맞이산'이 왼쪽에 자리잡았고, 북쪽에는 몇년전에 생성된 거대한 동굴이 존재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한가득 밀려왔고, 창 밖으론 무심한 비바람이 그칠 줄을 몰랐다. 초련 또한 내 옆에서 창 밖으로 몰아치는 비바람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낡은 철문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리었고 문틈 사이로 비바람이 몰아쳤다. 우리는 아무것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문을 굳게 닫았다. 밖으로 나오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폭풍이 불고 있었다. 비바람이 온 몸에 쏟아졌다.
"대낮부터 이게 무슨 날씨야!"
옆에서 초련이 소리쳤다. 비가 섞여 부는 바람은 마치 얼음이 서린 바람처럼 다가왔다. 나는 흰 가운을 벗어 그녀에게 내주었다. 폭풍우에 휘몰아치는 나무 사이로, 저 멀리 블루시티의 모습이 보였다. 빗속에 가득 찬 그 모습은, 물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으면서도,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침울해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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