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닳고 닳아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듯 살다가
가끔은 이렇게 가슴에 바람이 소용돌이칩니다
그리운 시절, 그리운 얼굴들
애써 묻어둔 비망록은 여전히
달 밝은 여름 밤 작은 연못 앞에 놓여있습니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면
금방 빛이 납니다
그 때 그 여름, 그 청춘들의 신념과 사랑이
눈부신 열정과 시린 눈물이
오늘의 것인 듯 생생합니다
이내 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여전히 울컥하고 미어지고 사무칩니다
한바탕 마음을 부여잡고 목울대에 몇번이고
힘을 주고 한참 눈물을 흘립니다
그 이후 그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을지
정답 없는 상념을 이어가며
그럼에도 살아가고, 그럼에도 사랑했을
그들이 마음 한구석에 쿡 박혀 욱신하네요
그대들은 나의 벗이자 연인, 동지이자 스승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대들이 남겨 준 이 땅에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다 세월에 쓸려 또 다시 빛이 바랜 듯하면
바다의 밀물이 몰려오듯 그리움을 인 채로
다시 먼지를 털고 우리의 이야기를 읽으러
이 곳에 오겠습니다.

덧. 오래도록 이 곳을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