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진 종이와 물감, 넘어져있는 화판, 그리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약통, 경신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혀를 쯧쯧 내리찬다. 한달동안 해외로 출장가있는 동안 아무리 연락해도 승희가 받지 않았더랬다.



늘 그랫듯 작업에 몰두하면 모든걸 끊어버리고 차단하는 승희의 성격을 아는터라 경신은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래도 간간히 연락을 확인하는데,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경신은 승희의 작업실로 왔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꼴이 이렇다니,




"한승희"




이름을 불러도 승희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 굴러다니는 저 약통 중 하나, 수면제를 먹고 잠이 깊게 들었으리라 경신은 짐작한다. 한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얘가 왜이렇게 됐나 고민한다.



웃긴건 고민한다고 추측가능한것도 아니었다. 한달전까지만해도 이럴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정신 좀 차려봐"




경신은 승희를 흔들어 깨운다. 약을 얼마나 먹은거야, 덜컥 겁이나기도 했는데 목숨을 끊을 만큼 모자란 친구는 아니기에 그런 헛된 상상은 하지 않기로 한다.





"....."
"서지은.."
"내가잘못했어.."






뭐라는거야, 경신은 중얼거리는 승희를 한번 흔들어 본다. 그럼 승희는 한번 더 지은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살며시 뜬다.





"오경신..?"


"너 왜이렇게됐어?"


"...언제왔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승희를 굉장히 아니꼽게 보는 경신이다. 눈치가 빠른 편이라 한승희가 이렇게 된게, 아마도 서지은이라는 인물 때문일것임을 짐작한다.





"왜이렇게 망가져 있냐고 지금 너"


"..."


"한승희"


"기념품,.. 없냐?"


"뭐라고?"







경신은 어이없음에 실소를 터트린다. 승희는 어지러운 머리를 짚고 천천히 서랍장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





"밥먹을까"



"야.."


"배 안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