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은 지상파 3개 방송국에서 차별화가 가장 잘 돼있는 예능MC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는 재능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상대로 몸을 아끼지 않는 진행으로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연예인 패널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재미를 만들어낸다.

고민을 의뢰하러 온 게스트 연예인을 상대로 순발력을 발휘해 새로운 사실들을 끄집어내는 MBC ‘무릎팍도사’에서는 1대1 토크쇼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버라이어티 토크쇼의 형태를 취한다. 또 KBS ‘1박2일’에서는 ‘큰 형’ 이미지로 다섯 동생들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는중 원초적인 게임을 해가며 웃음과 인간미를 선사하는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지휘한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의 정상에 서있는 강호동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최근 ‘1박2일’ 촬영지인 구례의 한 고택에서다. 강호동이 다섯 멤버를 상대로 라면빨리먹기 1대5 대회를 가져 라면 3개를 한꺼번에 집어넣은 상태에서 짬을 냈기 때문에 불편할까봐 분위기를 가볍게 유도했다. 그래서 2세 계획 때문이냐고 했더니 "2세를 가지려면 1박2일에서 하차해야 될 것 같다"고 크게 웃었다.

강호동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이승기 같은 젊은 후배들이 내 얘기를 받아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이 드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감각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강호동은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이런 고민이 밀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선배들은 무섭지 않은데 계속 치고 들어오는 나이 어린 후배들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강호동을 보며 예능MC의 정상 자리가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란 점을 느끼게 된다.

강호동이 최근 ‘1박2일’에서 ‘허당’ 이승기에 대한 편애 모드(?)를 느끼게 할 정도로 이승기에게 말을 많이 하는 데에도 많은 생각들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는 강호동과 이승기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아직은 귀엽다고 말해줬다.

덩치 큰 강호동은 감각 가는 방향으로 대충 행동할 것 같지만 매우 섬세하다. 촬영장에서도 다섯 후배들로부터 미세한 캐릭터를 끄집어내고 있었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