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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AU Epilotale] Pure-White -上-

다이유-E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05 2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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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Longing, Heartache Love에서 이어집니다.


Longing (클릭)


Heartach Love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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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텁게 쌓여진 차디찬 눈들과 캄캄한 밤하늘이 내려앉은 마을, 그러나 그 분위기는 전혀 차갑거나 음침하다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눈이 두텁게 쌓여있어 순백으로 칠해져있는 마을에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한겨울이 떠오르는 마을이 따스해보인다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아이러니하겠지만, 흐르고있는 기류는 전혀 싸늘하지 않았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각기 다른 생김새의 괴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각자 건물 안에 들어가서 기대감을 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 풍경의 한가운데에는 큼지막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람하게 세워져 있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이 자리에는 이보다 조금 소박한 크기의ㅡ하지만 장식은 변함없이 화려한ㅡ 트리가 놓여져 있었어야 했으나, 괴물계의 인간 대사관이 탄생한 이후로 스노딘 마을에도 변화가 불어닥쳤다. 그 중하나는 이 트리였으며, 그리고 다른 괴물계의 마을이나 도시에서 건너온 거주민들로 인해 늘어난 인구수와 새로 생겨난 건물, 그리고 가게들이었다. 그리고 트리의 밑으로는 전이랑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푸짐한 선물들이 쌓여있다는 것도 분명한 차이점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변화에도, 스노딘 마을은 여전히 스노딘 마을이었다. Grillby라 적혀있는 나무 간판의 식당 역시 변함없이 그대로 있었으며, 그 외의 풍경에 담겨있는 건물들 역시 원래 그대로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 눈에 띄게 요란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2층집의 온 창문의 너머로 노란 불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 너머를 바라보면, 거실의 끝 아치 건너편의 부엌에서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요란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붉은 스카프와 우스꽝스럽게 어깨 통이 큰 하얀 상의, 붉은 장갑 그리고 노란 무늬가 각각 끝자락에 새겨져있는 파란색 팬츠와 붉은 부츠. 그것을 입고 있는 주인공은 놀랍게도, 멀대가 큰 해골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살덩이 안으로 구조되어있는 해골과는 다르게 얼굴의 형상은 섬뜩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고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무언가 열중하고 있는듯한 그 해골의 이마 위로는, 신기하게도 '땀방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샌즈~! 에그노그랑 쿠키는 갖다놓고 딴짓하고 있는거야?! "


" 물론이지~, 친애하는 동생. "


그 반대편으로 해골의 답에 응답한 것은 또다른 해골이었다. 그 역시 인간의 해골과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동시로 생기가 확실히 흐르고 있었고 친근감이 충만했다. 통이 좀 커보이는 뼈와 반대로 작은 키, 그러나 작은 키임에도 어른스러움ㅡ그리고 귀차니즘ㅡ이 묻어나오는 또다른 해골, '샌즈'는 자신이 입고있는 푸른 후드재킷의 양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로 느긋하고 천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옆의 탁상 위로는 설탕가루가 듬뿍 묻혀진 돌이 놓여있는 그릇과, 에그노그가 담긴 컵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생강 쿠키가 노릇하게 구워진 채로 담겨있는 또다른 그릇이 놓여있었다. 그 앞의 너머, 넓다란 TV의 옆에 놓여진 양말에는 수많은 메모장이 쌓이듯 붙여져 있는 참으로 진귀한(?) 풍경이 비쳐진다.


" 산타~ 산타~ 산타~ 산타가 오신다네~ "


" 오늘따라 '뼈'가 시릴 만큼 많이 격앙이 된 것 같은에, 파피루스. "


흠칫,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오는 형편없는 농담에 혈관이 두툼하게 튀어나올 것만 같이ㅡ해골이었음에도ㅡ 격노한 파피루스가 소리지른다.


" 새앤즈!! "


" 에이, 왜 그래. 웃고 있는 거 다보이는구만. "


분명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고 있는 모습이 다 보임에도, 두 눈은 화난 표정임을 어떻게든 보여주려 애쓰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늘 그래왔기에 확신할 수 있었던 샌즈였다.


" 그래서 이런 내가 싫은거야! "


그저 형제들간의 유치한 만담인데, 어째선지 드럼의 간단한 박자음이 배경음으로 들려오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둘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골, 파피루스가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간단히 닦아내며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고오는 것은, 크림 소스와 양송이 버섯, 새우와 기다란 면이 고루 섞여 그 위로 치즈가 듬뿍 뿌려져 있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였다.


" 산타가 분명 이걸 좋아하실 거야!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께서 은총을 담아 만든 스파게티인 만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겠지! "


' ...뭐, 적어도 '맛'을 느끼면서 '삼킬 수 있는' 정도에 이르기는 했으니까. '


원래라면 먹자마자 역류해버려 뱉어버리고도 남을 정도의 결과물이었어야 했지만, 시간이 흘러 파피루스는 놀랍게도 먹으면 기본적인 맛을 느끼고 삼킬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가 없었다. ...보통의 괴물ㅡ혹은 인간ㅡ이라면 몇주나 몇달만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정도로 실력이 느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보아도 샌즈는 참으로 동생이 기특했다.


' 그에 반해 언다인은, 결과물은 참 좋은데 과정이 개판이 되버렸지만. '


요즈음 인간계의 '유투브'라는 영상 모음집 사이트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스웨덴 요리사의 난장판 요리 영상을 보면서 요리를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 과정이 참으로 개판5분전인데 결과물은 신기하게 좋은 요리를 하고 있는 언다인이었다. 그럴때마다 알피스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던 샌즈였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샌즈, 그는 탁상 위로 스파게티를 내려놓고 기대감에 고양되어 거실 이곳 저곳을 설렌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파피루스를 바라보는 한편으로 소파 위에 몸을 옮겨 앉는다.


" 너무 기대되는 걸~ 이번의 산타는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


" 흠, 장담하건데 산타는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게 분명해. "


" 그거야 형은 귀차니즘에 쩔어사는 게을러빠진 뼉다구라서 그런거야! "


" 뭐, 어쨌든. 귀찮은 일인건 사실인 걸. "


" 힛. "


지하세계의 크리스마스. 인간계의 크리스마스와는 다르게 이 세계에선 국왕인 아스고어 드리무어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서 직접 산타클로스가 되어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이 각자 집 앞이나 우체통 앞으로 붙여놓은 원하는 선물을 훑고 해당하는 물건을 크리스마스날에 이르러 직접 괴물 주민들의 집앞으로 찾아가 선물을 직접 전달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스노딘 마을의 기프트롯이라 불리는 토착괴물에게 청소년 괴물들이 장난으로 뿔에 장식을 달면서 화를 풀라는 의미에 있어서 선물을 주는 풍습으로부터 변질이 된 것인데, 이로 인해 인간계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영감을 받아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로 매년 산타가 자신들이 원하는 선물을 두고가는 소중한 명절이 되었다. 


또한 기프트롯은, 지하세계에 떨어진 소녀에서 슈퍼스타 대사관이 된 프리스크에게 진정을 받게되어 자신의 뿔에 있는 장식들을 전부 떼어낼 수 있게 된 대신으로, '명물'과도 같은 '크리스마스 전시물'로서의 존재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뿔에 장식된 우스꽝스러운 꼴로 어린 괴물들에게 놀림 받는 것 보다는 크리스마스의 명물 전시물이 되는 것이 차라리 그에게 훨씬 더 나은 처사였으리라.


아직까지 주민들이 그 정체에 대해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지만ㅡ그럼에도 알고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르는 척 해주고 있기 때문에ㅡ 이 명절에 이르러서는 그는 아스고어 대왕이 아닌 산타였으며, 이 산타를 누구할 것 없이 전부 반기는 괴물들이었다. 그 중 하나, 가장 격앙된 것이 바로 파피루스였다. 인간의 크리스마스 풍습을 전혀 모르고 있을 그는, 에그노그ㅡ어디서 배워온건지 모르겠지만ㅡ나 우유, 생강쿠키ㅡ이것 역시 마찬가지다ㅡ나 음식과 과자를 산타에게 선물하여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물론 파피루스의 음식 맛에 적응하지 못하고 애써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는 산타였지만, 그의 음식의 질이 훨씬 나아지게 되자 작년부터는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거기다 파피루스의 그런 행동에 느낀 바가 있는 괴물들이었는지, 특히나 스노딘 마을에서는 각자 간식을 준비해 산타에게 감사를 표하기 시작하였다. 


' 나름 그런 데서 재미를 봤는데 말야. '


...물론 샌즈는 그게 참으로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또한 그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던 것 같았다.




ㅡ똑똑.


그렇게 서로 텐션이 정반대에 놓여있는 형제의 따뜻한(?) 대화가 무르익고 있을때 즈음, 문 너머로 누군가가 노크하면서 나오는 소음이 들려온다.


" 앗! 산타야. 분명히 산타일 거야. 산타야! "


" 어이, 진정하라구. 그렇게 서두를 것 없어. "


샌즈는 느긋하게 말을 꺼내면서 느릿한 움직임으로 소파에서 일어나 파피루스의 뒤를 향한다. 그 사이로 장대로 높이 뛰어 넘어가기라도 했는지 이미 문 앞으로 다다르고 있던 파피루스의 표정은 매우 흥분되보였다.


" 좋아. 안녕, 산타!! 만나서 반가워요!! 저희가 만든 에그노그와 쿠키, 그리고 위대한 파피루스님표 스파게티를 한 번 잡숴주시와요! 그래 파피루스, 연습한대로 하는 거야. "


인생 일대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한 것 같이 집중해있는ㅡ실제로 그렇지만ㅡ 표정의 파피루스는, 침을 꼴깍 삼키며ㅡ삼킬 침과 목구멍이 어떻게 생겨나고 달려있는 건지 모르겠지만ㅡ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작게 여러번 내쉰다. 이윽고 천천히, 문고리에 자신의 붉은 장갑을 낀 손을 갖다대어 힘차게 당긴다.


" 안녕, 산타!! 만나서 반가워요!! "


" ... "


격앙된 어조로 왼팔을 높이 들어 격렬하게 휘두르는 파피루스. 그와 정반대로, 문 너머의 인영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짓고있던 웃음기 가득했던 표정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샌즈. 그의 두 눈은 공허와 칠흑으로 한가득했다.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얼굴도, 심지어 살벌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풍기며 억지로 웃고있는 것 같았다.




" 어...음... 아, 안녕... 친구들... "


무언가 목에 힘을 잔뜩 주어 억지로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마치 어린 소년이 어른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 같이. 물론 성숙해있는 본래의 목소리 덕에 숫기없는 어린애가 감히 어른을 따라하면서 내는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그런 느낌을 자아해내고 있었다. 붉은 산타 옷과 모자, 그리고 흰 수염으로 가렸음에도 드러난 흰털에 뒤덮인 손과 발. 그리고 초롱초롱한ㅡ그러나 불안하게 떨리고 있는ㅡ 두 눈. 어깨 너머로 짊어지고 있는 커다란, 붉은 천에 담겨있는 선물꾸러미들. 겉 외향만 따진다면 분명히 산타의 모습이 분명했으나 그것을 걸친 채로 누군가의 시선에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은 산타의 겉 외향보다도 그것을 걸치고 있는 누군가를 더욱 신경쓰이게 만들고 있었다.


" 음? 산타!! 작년보다 덩치가 많이 줄어드신거 같아요! 헉! 서,설마...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셨거나 아니면... 심하게 아프셔서 살이 급격히 빠지셨거나 한 건 아니시겠죠오?! "

" 에? 어? 아... 흠흠, 저,저는... 그... 어... 음.... 나,나는 괜찮단다, 하...하하하하...하... "


" ... "


더 이상 하얀빛의 눈동자를 찾아볼 수 없는, 새카만 어둠으로만 채워져있는 두 눈으로 싸늘한 시선을 향하는 샌즈, 그 옆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온갖 과장된 몸짓을 짓는 파피루스의 앞으로는 하얀 털에 뒤덮여져 있음에도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선명히 비치고 있는 산타가 잔뜩 긴장한 채로 쭈뼛쭈뼛, 선물꾸러미를 들고 서있었다.



' ...오... 세상에... 맙소사아... 샌즈라니... '




ㅡ샌즈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읊으며 아연실색하고있는, 여기 산타의 옷을 걸치고 있는 '누군가'는 덩치 크고 푸근한 털복숭이 대왕이 아니었다.




...바로 그의 아들, 아스리엘 드리무어였다.



=====


"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

뭔가 입 안에 씹고있는지 웅얼거리고 있는 목소리는 아스리엘의 것이었다. 그 반대편으로, 언제나 그렇듯 같은 스웨터와 반바지, 그리고 니삭스와 부츠를 신은 채로 앉아있는 프리스크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그 겉으로는 역시나, 두터운 푸른 후드재킷이 걸쳐져 있었다. 아스리엘은 프리스크의 무릎을 배개삼아 누운 채로, 고개를 숙여 자신과 시선을 맞추고 있는 프리스크와 대화를 나누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와중에 프리스크가 자기 옆의 그릇에 담긴 스모어를 입에 갖다줄때마다 꼬박꼬박 잘만 받아먹고 있었지만. 그 둘이 있는 곳은 전에 자신들의 첫키스를 나눴던, 그리고 동시에 데이트를 할때마다 자주 찾아오고 있는 인간계에 위치한 장소였다.


"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 왕자님께선 속죄를 해야한다고 말로만 하면서 우울하게 꽃밭만 돌보고 있잖아. 꼭 아빠가 삐졌을때 하는 행동이랑 똑닮았단 말야. "


" ...끄응... "


반박할 수 없는 프리스크의 말에 맥빠진 목소리로 앓는듯한 신음을 흘리는 아스리엘. 그 표정이 귀여웠는지,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리려 했지만 참아보는 프리스크였다.


" 정말로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거라면, 이런 작은 선행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봐. 아빠한테는 내가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테니까, 한번 이번 크리스마스의 산타는 네가 되보는게 어때? "

아스고어의 옷장을 확인했을때부터 그가 지하세계의 산타로서 돌아다니고 있다라는 진실을 깨닫게 된 프리스크는 이 사실에 대하여, 자신이 아스리엘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건네던 때에 언젠가 얘기했었던 적이 있었다. 아스리엘은 그런 아스고어... 자신의 아빠가 더욱 그리운 한편으로 그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프리스크와 사귀게 된 요즈음에, 그는 프리스크 앞에서라면 언제든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면서 프리스크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쓰러웠던 프리스크는 때 마침 크리스마스에 이르게 되자 그에게 진심을 담아 부탁을 청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역시나, 예상한대로 긴장한 눈치가 역력한듯 싶어보였다.


" 무,물론... 난... 음... 프리스크, 지금 네가 나에게 부탁한 일은 거절하기 힘든 부탁이야. 오히려 난 그게 좋아. 하지만... "


" ...엄마와 아빠 때문인 거야? "


" ...응... "


만일 프리스크가 아스고어를 설득시켜 자신을 산타로 내세운다 할지라도, 그렇게 된다면 분명 아스리엘 자신이 아스고어와 토리엘을 산타로서 찾아가야 될 것이다. 그 두 곳을 제외하고 다른 곳으로 산타의 역할을 행하러 간다면? 그러나 그것은 아스리엘 스스로가 생각해도 역겹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어찌 자신을 낳은 부모님을, 그리고 산타로서 행해야할 의무를 저버린단 말인가? 그렇기에 프리스크의 부탁이 망설여졌던 그였으리라.


" 정 힘들다면, 폐허와 알현실 입구 옆으로 선물을 두고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거기다가 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한 거니까... 어디까지나 선택은 네 자유야, 아스리엘.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기대를 품고있을게 분명하다. 분명 그럴 것이다. 거절한다면 슬퍼할지도 모를테지.




' ...아냐. '


이대로는 안돼.


ㅡ이대로. 도망치기만 해선 안돼. 


프리스크는 도망치지 않고 나에게 진심을 담아 말해주고 물어봐주고, 사랑해줬어. 그런 내가 왜 프리스크의 기대를 저버려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나는 그녀에게 구원을 받았다. 이것은 내게 과분한 두번째 기회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런 은총 속에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다는 것은, 분명히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확실할 것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뒤따라오는 고뇌와 불안감은 어쩔 수 없는지, 아스리엘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 ...아스리엘? "


프리스크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즈음, 아스리엘은 두 눈을 떴다. 자신의 코앞으로 가까워져 있는 그녀의 얼굴에 조금은 놀란듯 흠칫- 몸을 살짝 떤다. 하지만 프리스크가 느낄 정도로 적나라한 행동의 변화는 분명 아니었으리라. 과연 왜 이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일까, 프리스크는 어리둥절하게 바라본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아스리엘은 침착하게 숨을 가볍게 몇 번 내쉬고는, 의지를 담아 읊조리듯 그녀의 물음에 답한다.


" ...해볼게. "


" 어? "

" 해볼게, 프리스크. 하지만... 장담은 못할 거야. 난 네 얘기를 들어만 봤지, 산타가 되는 것도 처음인데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데다가 마을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거의 처음에 가까우니까. 그래서 너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선을 다해볼게. "




하지만 아스리엘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도중에 끊겨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엔,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이 포개어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동시로 자기 입 속에 무언가 들어와선 혀 위를 자극하고 있었다.


꿈뻑꿈뻑. 당황한듯 두 눈을 마구 깜빡이는 아스리엘. 그의 시선 앞으로는 프리스크의 두 눈을 감은 수줍은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것을 부드럽게 포개고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포근함... 그것을 입술의 끝으로 느끼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한편으로, 그의 얼굴은 천천히 화아악-하고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입안으로 들어온 스모어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비스킷과 초콜릿, 마시멜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프리스크와의 입맞춤은, 본래 가지고 있던 달콤함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엉겁결에 자신의 입안에 들어온 스모어를 받아버린 아스리엘.


ㅡ쪼옥.


입술을 떼내며 새어나오는 가벼운 살의 마찰음. 이윽고 프리스크는 자신의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기며, 애써 부끄러움을 참으려는ㅡ그러나 홍조가 피어오른ㅡ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스리엘을 지긋이, 따스하고 온화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매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한편으로, 프리스크의 입을 통해 전해진 스모어를 천천히 씹기 시작하는 아스리엘.


" ...일단, 데이트가 다 끝나면 얘기하자. "


" ...네엥... "


아스리엘의 힘빠지는 목소리에 더욱 크게 웃어보이는 프리스크였다. 


한편으로 복잡한 마음과 함께 부끄러움에 크게 달아오른 아스리엘이었지만, 그는 프리스크를 웃게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 한 번 자신의 속죄를 위해, 프리스크를 위해 해보는 것이다. 설령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 미숙할지언정, 피하지 않고 일단 저질러보는 것이다. 너의 몸을, 그리고 너의 마음을 다시는 다치게 하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그 누구도 너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의지로 가득차게 된 아스리엘이었다.



=====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 ... "


' ...나... 정말로 나쁜 시간을 보내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거어어얼...... '


샌즈의 불길한 표정을 막상 마주하게 되면서 공포와 후회가 자신의 평온함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있는 처지에 놓여버린, 식은땀을 마구 흘리는 아스리엘이었다. 




ㅡ또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 어떤때보다도 프리스크가 당장에 보고싶어질 만큼 그리워진 그이기도 했다.




" 산타? 무슨 일 있어요? "


" 어, 네? 어어, 아니... 하하하하... 음, 흠흠... 음... 아무 것도 아니란다. "


샌즈가 말없이 자신을 무섭게 쳐다보고 있단 사실에 대한 확신에, 등줄기를 타고, 작고 싸늘한 칼날 수백개가 박힌 얼음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은 아찔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렸던 아스리엘이었다.




' 나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야? '




자신의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꽃송이였을때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중, 원초적인 공포와 고통으로 뒤범벅된 떠올리기 싫은 악몽.


그의 왼눈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안광을, 그리고 대포를 무자비하게 난사하는 것과도 같이 자신을 향해오는 그 공격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아스리엘은 알고있다.


뼈다귀 샌즈라는 이름을 가진 이, 농담따먹기를 하는 녀석은 결코 평범한 녀석은 아니다. 


다른 괴물들이라면 모를까, 우스갯소리를 받아치면서 친해지기란 자신에게 있어서 어려운 인물 중 하나였다.


옆에서 자신을 향해 조잘대는 멀대 해골녀석은, 자신의 형이 어떤 작자인지 알고있기나 한 걸까?


지금 아스리엘, 그가 느끼고 있는 것은 한순간에 불과할 두려움이나 공포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ㅡ몸 속 신경계의 마디 하나하나가 곡성을 울부짖으며 합주곡을 연주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 그 원초적이면서 가장 강력한 두려움이 자신의 심장을 두들기고 있었다.





" 이봐요, 산타. "


아스리엘을 부르는 목소리는, 그 두려움을 자신에게 안겨다주고있는 원흉이었다. 흠칫, 크게 놀란듯 몸을 한번 크게 떨면서 불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조심스레, 주머니에 양손을 꽂고 느릿하게 걸어오는 해골의 시선을 어떻게든 마주해보려 한다. 칠흑으로 뒤덮인 두 눈을, 천천히 감은 샌즈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의 왼눈으로, 푸른 불씨가 맺혀지는 것처럼 보였던 아스리엘이었다.


"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있어요? "


" 샌즈? "

이 상황에 대해 파악을 못한 것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저 산타와 샌즈를 번갈아보며 쳐다보는 파피루스. 그러거나 말거나 샌즈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떼며, 산타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스리엘이 고개를 내리면, 바로 그 아래에 샌즈의 얼굴이 있다. 심장이 점점 더욱 크게 전율한다.




" 그렇게 눈알 빠지게 쳐다보다간... "


아스리엘은 심장과 폐가 무언가에 꽈악 잡혀버린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그리고 숨 하나 제대로 쉬지못하고, 불안한 두 눈으로 샌즈를 응시한다.




" ...'골'까지 빠질 수도 있다구요? "




...그의 농담이 끝을 맺자, 어디선가 드럼의 간단하게 연주되는 허무한 비트가 짧막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은 어색한 분위기가 집 안을 한가득 메운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아스리엘, 그 앞으로는 윙크를 하며 자신을 향해 엄지와 검지를 편 두 주먹을 가리키며 능글맞게 웃고있는 해골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 관자놀이로 핏줄이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이 잔뜩 굳어있는 표정의 파피루스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바로 자신의 형을 향하여 고개를 돌렸다.


" ...새애애애앤즈으으으으!!!! 산타 앞에서까지 그럴 꺼야아아아?! "


" 헤, 산타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


" 뭐어?! "


" 에? "


자신을 지칭하는 부름에 크게 당황한듯, 숨도 제대로 못쉬어보고 샌즈를 잔뜩 놀란 표정으로 얼떨결에 쳐다봐버린 아스리엘. 그러자 샌즈가 무언의 신호를 주는듯 윙크를 한다. 그제서야 뭔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침을 삼키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는 아스리엘이 고개를 들어올려 헛기침을 한다.


" 흠흠, 허허. 참으로 재미있는 친구로구나. "


" ...산타! 저 게으른 뼉다구의 농담에 웃어줬다간 내년에는 더욱 질나쁜 농담을 들을 거라구요! "


" 아이고, 가슴 아파라. 내 유일한 형제가 그러니까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걸. "


" 청승 떨지마앗!! 산타! 샌즈는 무시하고 제가 준비한 음식을 먹어주세요! 이 위대한 파피루스가 산타를 위해 정성을 담아 요리한 거랍니다! "


곧바로, 뒤편의 탁상 위로 놓여져있는 그릇들을 향하여 몸을 트는 파피루스. 그렇게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으로 치장되있는 입구 쪽에는 산타 옷을 입은 아스리엘과 샌즈 만이 남아있었다. 매우 긴장했는지 가슴을 쓸으며 숨을 고르는 아스리엘의 표정은 여전히 불안에 떨린듯 보였다. 


" ...이따 보자구, 꼬맹아. "


" ...! "


나보고 한 말인거겠지? 근데 왜? 그럼 나를 알아보고 있단 얘기잖아? 어쩌면 좋냐구...! 셀 수 없이 많은 잡념들이 자신의 머릿속을 꽉 메우면서 안쪽으로 자신의 '골통'을 긁어내리는 것만 같은 감각에 눈앞이 아찔해진 아스리엘은 고개를 몇번 저어보았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엔, 한 손엔 스파게티 접시,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에그노그, 그리고 자기 머리 위로 생강 쿠키가 담겨있는 그릇을ㅡ어떻게 균형을 잡은건지 의문이 될 정도로 안정적으로 있는ㅡ 올린 채로 다가와있었다.


" 저희들을 위한 선물을 주시는 산타를 위한 저의 '선물'이랍니다!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님의 음식을 먹고 힘내주시와요! "


' ...파피루스의 스파게티. '


곧 바로 아스리엘은 또다른 공포에 직면했단 본능의 일깨움에 매우 난처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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