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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해피엔딩 이후의 해피엔딩 2

ㅇㅇ(61.98) 2016.05.28 00:48:38
조회 1058 추천 18 댓글 1
														

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91614

 

 

캐붕주의
설정붕괴주의

 

 

 

 

 

 

 

 

 

똑똑.

 

“꼬맹아, 미안한데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 상황이 ‘골’치 아프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하루 종일 닫혀있던 방문 앞에 선 해골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시야에 파이가 담긴 접시가 들어왔다. 오늘 하루 종일 안 나오고 아무 것도 안 먹은 건가. 걱정 섞인 한숨이 정적에 섞여들었다. 들어오라는 프리스크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샌즈는 한 손에 인쇄물을 든 채 방문을 열었다. 프리스크는 열린 문 사이로 샌즈가 다른 손에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였다.

 

“문 앞에 토리엘이 파이를 두고 갔던데. …헤, 그 표정, 알고 있었다는 얼굴인 걸?”
“…….”

 

놀랐다는 듯 소녀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어째 그 사이에 더 마른 것 같지. 샌즈는 속으로 혀를 차며 프리스크에게 접시를 내밀었다. 프리스크는 떨림 없이 접시를 건네받았다. 샌즈는 그녀의 행동을 확인하고는 잠시 일어나 문을 닫고 돌아왔다.

 

“네가 꾼 악몽이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아서, 왜 그런 것일지 계속 생각해봤어. 그리고 지금 어렴풋이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아무래도 너의 이야기를 들어야 좀 더 확실해질 것 같아서 말야. 흠,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이봐, 꼬맹아. 내가 생각해낸 건 계속 설명해줄 테니 일단 그 파이 좀 먹어가면서 듣는 게 어떨까? ‘골’이 돌아가려면 뭐라도 좀 먹어야 하니까.”

 

프리스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조금씩 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꽤나 오랜만인 것 같은 버터스카치 파이 맛에도 소녀의 의지는 차오르지 않았다. 샌즈는 소녀가 깨작깨작이나마 파이를 먹는 것을 확인한 후 말을 이어갔다. 프리스크의 시선이 파이에서 샌즈에게로 옮겨갔다.

 

“꼬맹이 네가 악몽을 꾼다고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떠올랐어. 그리고 어제의 악몽은 그 전에 네가 꾸던 것보다 훨씬 끔찍했던 것 같고. 거기서 생각이 막혔었는데…어제의 기억을 되살리다가 최근 네 행동이 갑자기 생각났어.”

 

‘최근의 행동’이란 말에 프리스크는 움찔거리며 파이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떨리는 눈동자를 보며 샌즈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느꼈다. 해골의 눈에 당황이 잠시 스쳤다. 샌즈는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다시 시작했다.

 

“네가 어떤 행동을 떠올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떠올린 건 이런 거였어. 최근에 너는 토리엘이나 파피루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언다인, 알피스 등 다른 괴물들을 마주치면 몸이 굳었어. ‘뼈’ 속까지 언 것 마냥 말이야. 함께 있는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 같았지. 그 땐 왜인지 몰라서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넘어갔었는데…어제도, 그랬었지?”
“…….”

 

지그시 응시하는 하얀 안광에 소녀가 시선을 피했다. 프리스크는 말없이 파이를 우물거리며 손을 무릎 위로 떨어뜨렸다. 샌즈는 자신이 마치 그녀를 심문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쇄물을 쥔 손끝에 힘을 주며 해골은 후ㅡ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체 꼬맹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샌즈는 두개골 속이 뒤엉키는 것 같다고 느끼며 내용을 틀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추측해보다가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어. …꼬맹아, 우리가 계속 해오던 실험 기억나지?”
“…응, 당연히…기억나지. 몇 달 전부터는 같이 못 갔지만….”
“아무래도 그게 지금의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샌즈는 무언가가 적혀있는, 조금은 꾸깃꾸깃한 인쇄물을 프리스크에게 건네주었다. 소녀는 해골의 얼굴과 인쇄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종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가라앉은 갈색 눈동자가 그래프와 글씨들을 읽었다. 특정 시점부터 점점 빠르게 하강하는 그래프, 절벽 이후 0을 기록하고 있는 직선, 그리고 흩날리는 글씨체로 적힌 날짜들. 3달 즈음 동안의 하강 구간과…‘어제’를 가리키는 절벽. 그래프를 해석할 수 있을 만큼 자란 소녀는 놀람에 동그래진 눈동자로 샌즈를 쳐다보았다.

 

“‘의지’가…사라졌어. 어제를 기점으로 완전히.”
“…….”
“…꼬맹아, 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

 

프리스크는 입을 다문 채로 침대를 쏘아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샌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꼬맹아.

 

“너 지금 굉장히…‘뼈’저리게 힘들잖아, 그렇지?”
“…….”
“힘든 내색을 하기 싫은 마음은 알겠는데, 지금 상황은 그런다고 알아서 해결될 상황이 전혀 아닌 것 같거든.”
“…….”
“네가 악몽을 꾸는 것도, 미묘하게 달라진 태도와 반응도, 어제의 그 이해하기 힘든 행동도 ‘의지’가 사라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것들이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 …꼬맹아, 너는 대체 꿈속에서 어떤 끔찍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거야? 혹시 우리 괴물들과 연관이 있는 거야? 제발, 꼬맹아. 나는 널…돕고 싶어.”
“…왜?”

 

프리스크의 반문에 샌즈는 단어를 정리하듯 숨을 골랐다. 뼈다귀의 가슴팍이 오르내렸다.

 

“친구가 ‘골’치 아픈 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은 괴물이 어디 있겠어?”
“친구…”

 

샌즈가 능청스레 대답했다. 프리스크는 ‘친구’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친구…라. 샌즈, 너는 나를 친구로…생각 했었나? 프리스크의 아플 정도로 곧은 시선이 해골을 뚫을 듯 향했다. 샌즈는 자신을 꿰뚫는 듯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프도록 속이 까발려져 내보이는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죄를 씻는 느낌이었다. 해골은 소녀가 이렇게나 자랐음을 새삼 느꼈다. 확실히 그녀는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아채곤 했다. 어쩌면 모르는 편이 편했을 행간조차도. 샌즈는 씁쓸하게 웃었다. 프리스크는 씁쓸함조차 읽어버린 것 같았다.

 

“…뭐, 친구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괴물들의 구원자’는 어때?”
“미안한데, 샌즈. 그 표현은 너의 뼈개그 만큼이나 마음에 안 들어.”
“헤, 그래. 그럼…”

 

이어서 말을 하려던 해골의 입이 멈췄다. 프리스크는 시선을 유지한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능청맞게 웃고 있던 입이 무표정하게 내려갔다. 소녀는 그가 삼켜버린 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정적을 만들어 낸 샌즈를 바라보며, 소녀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샌즈, 우리 그냥 서로 솔직해지는 게 어때?”
“…헤, 꼬맹아. 나는 지금껏 솔직하게 말해왔는걸.”
“아니, 너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잖아. 그렇지 않아? 가령 아까 말하려다 만 것이라던가.”

 

샌즈는 17번째 생일을 앞둔 이 소녀에게 더 이상의 숨김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걸 직감했다. 그 꼬맹이가 벌써 이 정도로 자랐구나.

 

“나 상처 받지 않을 테니까, 받아들일 테니까…그냥 솔직해지자. 나도…그, 악몽…같은 거나 어땠는지 말해줄 테니까, 응?”

 

너의 진심이 어떨지 끝도 없이 상상하는 것보단 직접 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
절박함마저 느껴지는 소녀의 중얼거림에 샌즈는 더 이상 그 무엇도 숨길 수 없었다. 해골은 갈색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말을 하기 위해 열리는 이가 등골이 서늘하도록 무겁게 느껴졌다.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건 진심이야, 꼬맹아.”
“…….”
“다만…그래, 친구라는 호칭은 적절하지 않긴 했어. 친구라고 부르기엔 난 그동안 널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으니까. 넌 정말 완벽한 우리들의 구원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야. 그 빌어먹을 ‘의지’ 때문이었지. 누구보다도 믿을만한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야.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어질 만큼 지치는 일이지.”
“…….”

 

샌즈는 자신이 프리스크에게 심판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죄악감과 함께 거짓을 그만둔다는 해방감이 뼈다귀의 등골을 타고 올랐다. 그는 소녀의 눈빛이 조금은 유해졌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의지’가 사라지면서 내 ‘골’칫거리도 사라졌지만…넌 오히려 ‘골’치 아프게 되었잖아?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던 믿을만한 존재를 믿을 수 있게 됐는데, 그 존재가 그 때문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니, 꼬맹아?”
“…어…”
“…그래서 돕고 싶다는 거야, ‘친구’.”

 

이 정도면 충분히 솔직하지? 샌즈가 어깨를 으쓱이며 멋쩍게 웃었다. 프리스크는 할 말을 잃은 채 샌즈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치고 들어오는 말들에 놀란 것 같았다. 샌즈는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허공을 보던 시선은 두개골을 긁적이던 손가락이 침대 위에 안착함과 동시에 소녀를 향했다. 프리스크는 갈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샌즈를 쳐다봤다. 프리스크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해골의 시선이 예전보다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입술을 삐죽이던 그녀는 마음을 다 잡고 악몽의 내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 꿈에 계속 나와.”
“옛날에 있었던 일?”
“지하에 떨어져서, 플라위를 만나고, 토리엘을 만나고, 파피루스를 만나고, 언다인, 알피스, 메타톤, 아스고어를 만났던 일들이 꿈에 나와.”

 

샌즈는 프리스크의 말을 들으며 어느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지금 꼬맹이는 자신이 만나왔던 괴물들을 순서대로 말하고 있는데…

 

“헤, 나는 네 꿈에 안 나오는 모양이네, 꼬맹아.”
“응….”

 

프리스크가 힘없이 웃었다. 샌즈는 자신이 꿈에 나오지 않는 것이, 소녀가 자신을 봐도 겁을 먹지 않는 것과 상관이 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런데 옛날에 있었던 어떤 일이 꿈에 나타나기에 그렇게나 무서워하는 거야?”
“…….”

 

샌즈의 말에 프리스크는 잠시 우물쭈물 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해골은 이내 내리 깔리는 갈색 눈동자를 안쓰럽게 응시했다. 오므려져있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나를 공격하던 게, 계속…”
“…….”
“반복 돼. 어느 날은 스쳐 지나간 불덩어리에 몸이 타들어가고, 어느 날은 푸른 창에 꿰뚫려. 어느 날에는 파란색이 되어 바닥에 내리 꽂히고, 또, 어느 날은…”
“…그래, 꼬맹아. 그만 말해도 괜찮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 프리스크의 눈을 보며 샌즈는 말을 멈추게 했다. 일단은 진정시키고 다독이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뼈다귀는 조심스레 소녀의 등을 토닥였다. 프리스크가 침잠하듯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잘게 느껴지는 떨림에 해골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훌쩍이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그런 거 상관없이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친구였는데…갑자기, 갑자기 그게 떠올라서…모르겠어. 난, 그냥…볼 때마다 그게 떠올라서…”

 

울음이 반인 말을 들으며 샌즈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래, 평범한 꼬맹이가 괴물들의 인사든 공격이든을 한 번도 맞지 않고 피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지. 꼬맹이는 어쩌면 지하를 다니며 셀 수 없이 많이 마법에 맞았겠고, 혹은 몇 번이고 죽었을 지도 몰라.

 

‘왜 나는 꼬맹이가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볼 수 있는 건 꼬맹이가 별 상처 없이 모든 걸 성공적으로 해냈던 모습 뿐이었어서? 항상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괜찮았기 때문에? 아니, 그럴 수는 없다. 평범한 아이라면 공격들에 다치고 죽어가는 것에 괜찮을 리가 없다. 그럼 그 많은 세이브와 로드를 거치면서도 꼬맹이가 최소한 ‘괜찮아 보였던’ 것은 왜지? 그리고 최근에서야 이렇게 그에 대한 반응이 올라오는 이유ㅡ
…어…?

 

‘그럼…그렇다면 모든 게 맞아 떨어져.’

 

샌즈는 스파크가 튀듯 떠오른 생각을 통해 엉켜있던 조각들을 모조리 연결해댔다. 마치 전기가 들어오며 전구들이 파바박 켜지는 것 같았다. 아, 이제야 알겠다. 이제야 꼬맹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 것 같아. 샌즈는 깨달음에 대한 희열에 붕 뜬 기분이었으나 이내 프리스크가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을 생각하자 바닥으로 처박힌 기분이 되었다. 샌즈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내용들을 정리한 후 말을 꺼냈다.

 

“헤, 꼬맹아. 드디어 네게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 것 같아.”
“…?”
“네가 악몽을 꾸기 시작한 시점이 의지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과 겹치고,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어제 너는 정말 끔찍한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네가 말한 악몽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네가 겪었던 그 일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견딜 수 있을만한 일은 전혀 아니야. 그렇지?”

 

프리스크가 얼굴을 들어 샌즈를 바라보았다. 눈물자국을 따라 방울이 떨어졌다. 샌즈는 소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의지’를 갖고 있는 동안, 너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어. 그래서 너는 평범한 아이가 견딜 수 없을 일들을 겪어도 최소한 ‘괜찮아 보였’지. 어쩌면 정말로 괜찮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네가 아니기에 확신은 못 해. 지상으로 나온 후 우리가 실험을 하면서 ‘의지’가 조금씩 주는 걸 확인했지만, 줄어드는 양이 미세해서 네게 그리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한 것 같아. 하지만 이유 모를 급감이 시작되면서 그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지. 음…그러니까, 점점 네가 그냥 ‘평범한 꼬맹이’에 가까워질수록, 이전 일들에 대해 평범한 아이였다면 보였을 반응을 보이게 된 거야.”
“…그럼…”
“지금, ‘의지’가 사라진 너는 말 그대로 평범한 인간이야. 그리고 이제 ‘평범한 아이들이 견딜 수 없을 일’에 대해 ‘평범한 인간’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거지. 네가 원치 않았어도.”
“…….”

 

프리스크는 어깨를 간간히 스치는 갈색 머리카락을 이유 없이 꼬아댔다. 사선으로 흔들리던 시선이 조심스레 끌어 올려졌다. 해골의 하얀 안광과 소녀의 갈색 눈동자가 다시 마주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꼬맹아. 넌 ‘의지’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의지’ 덕에 나타나지 않던 PTSD를 겪고 있는 상태야.”
“…헤…. 평범해지기 한 번 정말 힘드네.”

 

희미하게 웃는 소녀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해탈한 듯 웃는 프리스크의 모습에 샌즈는 갈비뼈 안 쪽 어딘가가 저릿하다고 느꼈다. 평범함에 대한 대가라니. 해골도 소녀를 따라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개골을 가볍게 휘휘 젓고 진지한 표정으로 프리스크를 바라보았다. 단호한 목소리가 이 사이로 빠져나왔다.

 

“이걸 이겨내야 너는 ‘의지’가 아닌 네 의지로, 너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평범한 삶을 말야. 어쩌면 이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일이라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가까울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이걸 혼자 헤쳐 나갈 자신이 없는 걸….”

 

풀이 죽은 프리스크의 목소리에도 샌즈를 감싸는 단호함은 무너지지 않았다. 샌즈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왜 이걸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꼬맹아?”
“……?”
“서로의 ‘본’심을 털어 놓은 친구가 네 앞에 있잖아?”

 

프리스크는 오랜만에 두둥탁-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피식하는 웃음이 옅은 분홍빛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소녀를 본 샌즈는 짐을 좀 던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지금까지 쳐왔던 뼈개그 중 가장 괜찮은걸, 샌즈.”
“내 개그는 언제나 괜찮았지. …어쨌든, 난 네가 이 ‘뼈’ 저리게 끔찍한 문제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뼈’가 부서지도록 말이지.”
“흠, 내가 평범해지도록?”

 

프리스크의 가벼운 물음에 샌즈는 무슨 이야기냐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헤, 무슨 소리야, 꼬맹아. 넌 이미 평범해.”
“…!”
“말했다시피 친구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해서 돕겠다는 거야. 이번엔 ‘본’심이야.”
“…….”

 

샌즈의 말과 함께 갈색 눈에 그렁그렁 맺히던 눈물방울이 앞서 난 길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저리는 듯한 마음에, 해골은 다시 소녀의 등을 다독였다.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히끅거리는 프리스크의 옆을 말없이 지켰다. 젖은 목소리가 고맙다고 되뇌었다. 도와줘서, 믿어줘서 고맙다는 울음 섞인 말에 샌즈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평범한 아이로서의 프리스크를 강조하고 싶어서 갈색 눈동자로 결정했다
이제 샌즈와 프리스크의 관계가 어느 정도 새롭게 정리되었으니 드디어 조만간 본론인 ptsd 치유하는 이야기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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