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 오어 낫띵 직전 다이너마이트에서 (아마도) 프로레슬링 경기 중에서 최장거리 달리기 신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집으로 돌아온 행맨,
하지만 귀가의 기쁨도 잠시, 행맨은 복귀하자마자 한때 그가 탈퇴하고자 했던 엘리트의 일원으로 이너 서클과의 스타디움 스탬피드 경기에 참가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타디움 스탬피드가 정확히 어떤 유형의 경기가 될지는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기 참가자들마저 몰랐겠지만, 이 경기를
앞두고 치뤄진 일련의 장외 스트리트 파이트 경기들로 말미암아 AEW의 오너 칸 가문이 운영하는 미식축구 팀 잭슨빌 재규어즈의 홈
구장이자 마침 AEW가 무관중 기간 동안 자신들의 임시 거처로 삼은 데일리스 플레이스와 연결된 미식축구 경기장 TIAA 뱅크
필드를 적극 활용한 경기가 될 거란 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경기 당일날...


다른 엘리트와 이너 서클 멤버들이 미식축구 테마에 맞춰 치어리더의 응원을 받으며 등장하는 동안, 행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몇 분 뒤 아예 말을 타고 경기장에 나타난다.
혹시 돌연 잠적해버린게 아닌가 했던 팬들과 동료들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며 카우보이답게 등장한 행맨, 이내 말을 그대로 탄 채 이너 서클의 새미 게바라를 쫓는다!!!
전초전에서 케니와 매트 하디의 현실 GTA 놀이의 희생양이 되며 당한 봉변에 이어 오늘도 고생길이 열린 새미, 어찌저찌 도망치는데 성공하며 일단 기사회생한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명목상 설치된 링 안에서는 물론이고 잔디밭, 관중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장내 수영장까지 그야말로 TIAA 뱅크 필드의 모든 구역에서 엘리트와 이너 서클이 피터지게 싸운다.
이너 서클로 인해 슬럼프를 겪었고, 멤버 중 몇몇은 이너 서클의 린치로 인해 부상을 입기까지 한만큼 제 몸을 사리지 않는 엘리트 멤버들, 맷 잭슨은 심지어 미식축구 골대 위에서 문설트를 날리는 허슬 플레이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AEW 초창기부터 지겹도록 싸우면서 악감정이 쌓인 건 이너 서클 멤버들도 마찬가지, 수영장에 빠진 매트 하디를 아예 보내버릴 작정으로 물 위로 뛰어든다!
...아니 오티즈의 경우엔, 본인의 물 공포증을 애써 참아가며 조심조심 들어갔다.
본인의 지독한 공포증마저 이겨낼 만큼 엘리트를 향한 증오심이 강한 것일까?!
그렇게 산타나와 오티즈는 매트에게 물고문을 시키는데...

띠용

"매트 팩트: 매트 하디는 물 속에서 346초간 숨을 참을 수 있다"
미리 하디네 집 환생의 호수에서 물을 공수해오기라도 한 것일까?
물에 빠질 수록 오히려 더 회춘하는 매트 하디, 말 그대로 죽지 않는 남자가 된 모습이다!
여하튼 다른 멤버들이 경기장 곳곳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동안, 행맨은 새미를 쫓던 걸 마지막으로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새미가 슬그머니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온 걸 알기는 할까?



아니나 다를까, 새미를 찾아다니던 중 구내 바를 발견한 행맨은
그놈의 술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말에서 내려와 홀로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주차된 말을 발견한 후 따라들어온 제이크 헤이거에게 시크하게 술잔을 건네준 뒤, 입을 여는 행맨:
"싸우러 온거야? 아니면 마시러 온거야?"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근데 생각해 보면,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영화에서나 볼법한 멋진 공방을 보여주는 두 사람!!!
하지만 우세를 점한 건 엄청난 힘으로 몸을 던진 행맨을 잡아메친 헤이거였다!!!
당구장 위로 매다꽂는 우라나게에 이어 테이블 위로 것렌치 파워밤까지 당하며 위기에 처한 행맨.
헤이거의 괴력을 혼자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행맨에겐 다행스럽게도, 위기의 순간에 딱 맞춰 케니 역시 바에 도착하였다.
임기응변으로 바에 구비되어있던 제리코의 "버블리™" 샴페인 병으로 헤이거의 머리를 냅다 내려친다.
처음에는 술병을 맞고도 끄떡 없던 헤이거도 행맨과의 합동 버블리 연타를 맞고 휘청거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케니가 곧바로 V-트리거를 날린다!
노상 프로레슬링 베테랑과 술꾼의 조합이라 그런지, 링 안에서는 물론이고 술집 개싸움에서도 좋은 케미를 보여주는 케니와 행맨.

그 후 로프 대신 케니의 등을 뛰어 넘으며 행맨의 벅샷 래리어트가 작렬!!!
기가 막힌 임기응변 능력이다!!!
술병 헤드샷 연타와 V-트리거에 이어 결정타 벅샷 래리어트까지 당한 헤이거는 그대로 바 너머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리타이어.
엘리트로서는 우선 한숨 돌리게 된 상황이다.


헤이거라는 강적을 해치운 후 생긴 잠깐의 시간,
행맨은 이 막간을 이용해 자신이 마실 위스키와 술을 안 마시는 케니에게 따라줄 우유, 그리고 잔 두 개를 꺼내든다.
행맨이 우유를 따라 케니에게 건네주고, 케니는 양주를 따라 행맨에게 건네주더니...

이내 건배를 하는 두 사람.
그동안 자신들은 가족보다 더 돈독하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관계라고 주장하던 엘리트가 오랜만에 진정으로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어째 그간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뭉친 후로 엘리트 멤버들간의, 특히 케니와 행맨 간의 사이가 더 좋아진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어쩌면 이들은 함께 있을때는 서로 으르렁거리다가도 떨어지면 그리워지는 형제와 같은 사이인걸지도 모르겠다.




이후 남은 경기에서 행맨의 비중 자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껏해야
잭슨빌 재규어즈의 마스코트에게 주다스 이펙트를 꽂아버리고, 심판의 정확한 판정에 난데없이 프로레슬링에서 보기 힘든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등 갖가지 깽판을 치던 크리스 제리코가 관중석에서부터 달려온 닉 잭슨의 흉악한 스플래시를 맞고 리타이어했을 때, 어디서
주워 온 라인기를 끌고 나타나 대자로 뻗어있는 제리코의 몸뚱아리 위로 선을 긋고 간게 이후 활약상의 전부였다.




경기는
이 날 시작부터 행맨이 타고 온 말에 쫓기고, 중간에는 맷 잭슨의 노던 라이트 수플렉스를 대략 30연속으로 맞으며 공 대신에
터치다운을 당하질 않나 그 후 겨우 정신을 차리니깐 아예 GTA 놀이에 맛들린 케니와 하디가 탄 골프 카트에 또 한 번 쫓기는 등
개고생을 하던 새미 게바라가, 끝내 매트 하디의 뱅가드 드론에 한 눈이 팔린 사이 케니에게 따라잡히고는 관중석 입구에서부터
떨어지는 외날개의 천사에 맞고 핀폴을 내주며 엘리트의 완승으로 끝난다.
경기
내용만 보자면 이 날 행맨의 활약은 미미했다. 그저 말을 타고 멋드러지게 등장한 후, 새미를 좀 쫓다가 바에 가서 술 좀
마시다가 케니와 함께 헤이거 좀 상대한 게 다니까. 활약 자체만 보면 이 날 행맨은 기나긴 이너 서클과의 대립 종결 외에 딱히
얻은 것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 날 행맨은 한 경기의 승리, 한 라이벌리의 최종 승리보다 훨씬 값진 걸 얻었다.
본인의 슬럼프를 촉발시킨 제리코에게 한 복수? 물론 복수도 원래 엘리트에서 떠나고자 했던 그가 이 경기에 참가하는데 한 몫했지만, 진정으로 행맨이 집에 돌아오게끔 만든 건, 그러면서 다시금 얻은 소중한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다른 엘리트 멤버들과의 친분, 가족 간의 유대감이었다.
이날 행맨은 승리 후 홀로 라커룸으로 향하거나, 아니면 케니만을 부축하던 과거와는 달리 아직 맷 잭슨과의 어색함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동료들의 자리를 지켰다.

아무래도 행맨은 이때 케니가 건넨 술잔 외에 더 많은 걸 받은 모양이다.
한때 그가 사력을 다해 지키고자 했지만, 어느샌가 오히려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무언가.

"애초에 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행맨은 오랜 고민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언젠가 자신이 그 곳을 책임질 가장이 될거라고 모두에게 당부했던 약속의 땅으로,
이쯤되면
행맨이 숲 속 독백에서 거듭 언급했던 집이 AEW를 뜻한다는 건 모두가 알 것이다. 하지만 행맨에게 집이 그저 그가 실제
거주하는 곳을 의미하는 게 아니듯이, AEW 역시도 그의 레슬링 인생에 있어서 첫번째 집은 아니었다.

"나는 내 일평생에 걸쳐 내 집을 찾아왔고, 그걸 불릿 클럽에서 비로소 찾았어."
그의 첫번째 집은 불릿 클럽이었다.

ROH에서
철지난 남부 레드넥 코스프레나 하던 그의 재능을 처음으로 알아봐준 것도, 그를 한낱 불릿 클럽의 자버 정도로 격하시키지 않고
꾸준히 밀어준 것도, 추후 AEW 개국의 일등공신이 되어서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제공해준 것도 모두 그들이었다.
정확히는 그 중에서도 리더였던 케니 오메가와 북미 지부를 이끌던 코디와 영 벅스 이렇게 네 명, 즉 디 엘리트였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
요즘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멀어져가던 이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이 행맨에게 있어서 은인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비록 행맨 본인은 이 때 이미 다른 멤버들과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바로 그 때문에 더욱 불릿 클럽에 집착했었다.


"불릿 클럽에 있기엔 너무 좋은 녀석" - 타나하시 히로시
행맨은
ROH 시절, 한 인터뷰에서 ROH 생활 초기 자기 진짜 모습에 가깝다고 느껴 고안한 레드넥 캐릭터가 관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싸늘한 반응을 얻고는, 사람들은 자기 본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껴 원한을 갖게 되었고, 그 원한이 불릿 클럽 가입 후
활동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남긴 바 있다. 확실히 당시 불릿 클럽이 호스트한 G1 스페셜 홍보 영상
등을 보면 불릿 클럽 한가운데 있는 그의 모습은 이질적이다. 마치 쿨한 악역들 사이에 웬 순박한 시골 청년 한 명이 낀
느낌이다. 어쩌면 이게 한때 타나하시가 그에게 정규군으로 오라며 러브콜을 날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불릿
클럽 생활이 길어질 수록 행맨 본인이 언급한 원한이 점점 더 그를 잠식해가는 듯했다.

"이부시 코타, 너는 가정파괴범이 됐어!"
불릿 클럽 내전이 한창이던 시기엔 그 원한이 케니와, 특히 이부시 코타를 향한 분노로 구현되었다.
골든 러버즈의 재결합은 케니 본인에게는 축복이자 구원의 기회였지만, 행맨에게는 어떻게 찾은 집을 박살낸 재앙이었다.
적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만약 이부시를 탓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행맨 본인이 자기 가정이 산산조각나는데 일조했다는 죄책감을 감당해야만 했으니까.
비록
불릿 클럽 내전 자체는 엘리트 멤버들이 화해하면서 마무리되었고, 얼마 안 가 엘리트가 독립해 AEW를 창단하며 더 이상 불릿
클럽 소속도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행맨의 소외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

"사실, 난 한 번도 내가 너네랑 어울린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불릿
클럽에서 행맨이 겉돌았던 이유가, 그가 쿨한 양아치들 속에 홀로 있는 시골 청년이었기 때문이라면, 지금 그가 디 엘리트에서
겉도는 건 대놓고 '엘리트'를 표방하고, 저마다의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선수들이자 단체의 부회장들로 이뤄진 그룹에서 행맨만이
홀로 '엘리트'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행맨은 엘리트에서 유일하게
AEW의 부회장이 아닌 일반 선수다. 또 역시 엘리트에서 유일하게 행맨만이 싱글 레슬러로서 어떤 메이저 챔피언십도 획득하지
못했다. 초대 AEW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다시 없을 기회에서도 그는 무너졌다. 그 경기에서 자신의 세컨드로 나서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케니와 태그 팀 챔피언십을 따며 자기 인생 최대의 업적을 이루자마자 그걸 앗아가려고 도전한 영 벅스에 대한 악감정은
나날이 깊어져갔다.
물론 이성적으로 봤을 때 벅스에겐 그 때 세컨드로
나서지 못했던 사정도 있었고, 전문 태그 팀이 태그 팀 챔피언십에 도전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행맨으로선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자기 자신을 탓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쪽이 더 쉬운진 자기도 안다'는 행맨의 발언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그동안 다른 친구들의 걱정에도 애써 괜찮은 척하던 행맨이 유일하게 그의 속마음을 전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자신이 원망하던 케니였다.

"애덤 페이지는 곧잘 자신이 그의 레슬링 친구들에게 가려지고 있다는 생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아무도 널 내려다보는 사람은 없어. 사실, 난 널 우러러 본다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친구들의 지지는 그로 하여금 자신이 챔피언이 되기 위한 모든 걸 갖추고 있다는 걸 깨닫게끔 도와주었습니다.

황금 편자든 아니든간에, 애덤 페이지는 11년의 세월 동안 성공적인 프로레슬러로서 활동하며, 자기 자신은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일들을 성취하고 있습니다."
이 때 케니와 나눴던 진심어린 대화와, 케니와의 성공적인 태그 팀 활동, 팬데믹으로 인한 자가 격리와 엘리트로 다시금 힘을 합쳐 결국은 승리한 이너 서클과의 대립은 모두 행맨의 원한과 소외감을 해소시켜주는 듯했다. 케니와의 사이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돈독해진거처럼 보였고, 영 벅스와도 미처 망각했던 서로의 소중함을 이번 경기를 통해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동화책을 쓰고, 숲속에서 지냈던 나날들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이렇게 봤을 때, 행맨의 책 <애덤과 황금 편자>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임과 동시에 행맨 자신을 위한 일종의 자기 예언이 된 셈이다: 애덤은 재능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기 능력을 의심했지만, 종국에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애덤은 그저 자기 자신을 믿기만 하면 된다.
이러니 그가 집으로 돌아온 것도, 집에 입주해 살던 콩가루 집안이 좀 더 화목해진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저 양반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돌아온 행맨이 매트 하디...아니면 "브로큰" 매트 하디의 몸 안에 들어온 독립체(?) 다마스커스를 경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몇달 떠났다가 돌아왔더니 코디는 어디 가고 웬 광인이 새 식구로 들어온 셈이니, 행맨 입장에서는 기껏 재건된 집에 또 다른 가정파괴범이라도 침입한건 아닐까 걱정도 됐을 거다.
...그런 마음은 백번 이해가지만 이런 행맨의 우려는 어불성설인 것 같다. 애초에 지금의 매트 하디는 그런 거대한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다.


행맨이 정말로 걱정했어야 할 이들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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