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15047

3~5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0901

6~7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1077

8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1653

9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3813

10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63622

11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01161

12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12520

13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82611

14화

“으아...겨우 다 입었네”

디즈니로부터 무려 위성전화를 사용하면서 연락을 받았다. 담당으로 부터 공항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숫자를 전해듣고 나는 기겁하고,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까지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와...확실히 직접 한 것과는 수준이 다르네…”

전화한 뒤, 디즈니에서 승무원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요청했는데, 그것은 바로 여성 승무원들이 직접 해주는 메이크업!

비행기 맨 앞에 있는 승무원 대기실로 나와서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승무원들은 나를 처음 보고 입을 쩍 벌리고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고, 그 뒤에는 내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면서도 재잘거렸다.

처음 나에게 위성 전화를 준 프로같은 승무원 분이 치프 스튜어디스 이셨는지, 보다 못해 승무원들을 혼냈고, 혼난 그들은 입을 꼭 다물면서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메이크업을 하면서도 서로 이렇게 해야한다며 소근소근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 끝나기는 끝났다.

어우, 역시 직접 닿아오는 관심들은 피곤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일상적으로 풀 메이크업을 하는 분들이여서 실력들은 뛰어났다, 유튜브로 일주일만에 배운 서투른 아이 섀도우와는 자연스러움이 달랐다.

천천히 들어 바라본 손거울 속에는, 그동안 해내지 못했던 완벽한 메이크업을 한 엘사가 있었다.

자연스러운 눈썹과 보랏빛 아이섀도우,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볼에 살짝 올려진 블러셔, 입술이 돋보이는 핑크 립스틱까지, 새하얀 피부에서 얼굴의 포인트를 잡아줘 훨씬 더 카리스마 있는 엘사님의 얼굴이 되었다.

“와...대박”

마지막으로 다시 개인실로 돌아와, 집에서 가져온 가방에 고이 모셔놨던 푸른 렛잇고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백금발도 고증에 충실하게 스튜어디스 분들이 이쁘게 땋아주었기에, 지금 내 상태는 완벽한 엘사 여왕님.

그동안 이토록 완벽한 여왕님 상태는 처음이여서 열심히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찰칵!

권위있고 도도한 표정의 여왕님 표정부터

찰칵!

쇼욜셆 정령님의 엘먹엘먹 표정

찰칵찰칵!

외전 피버에서 감기에 취한 사람 같았던 늘어진 표정까지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개인실에서 마음껏 나르시즘으로 셀카를 마구 찍었다.

“너무이뻐...와, 내 핸드폰 앨범 전부 셀카네…”

고화질에 라이브 포토까지, 너무 찍어서 저장공간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 비행기는 곧 LA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승객 여러분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벨트.”

나는 안내 소리에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걸 멈추고 의자에 다소곳이 앉고 벨트를 착용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빼곡히 들어선 주택과 시가지들, 과연 내가 미국에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

[꺄아아아아악!!]

[엘사아아아아아!!]

[엘사니이이이임!!]

공항 스크린 도어 너머로 느껴지는 엄청난 인파,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공항 보안 요원을 바라보았다.

착륙 직후부터, 디즈니의 특별 경호 요청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숱한 방문으로 단련된 LA 국제공항의 보안 경비가 나를 보호해 주었는데, 마지막 관문인 이 앞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구간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기에, 평소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몰려든 사람수는 적었지만, 그들의 ‘얼굴 한번만 보자!’ 열기는 딱 한번 세상에 공개되었던 현실 엘사의 모습이라 아주 희귀성 있었기에 그야말로 중앙에 길게 이어진 통제 라인을 튀어나와 엘사를 덮칠 수준이었다.

이 예정되지 않은 인파에 수많은 공항요원들과 디즈니에 고용된 보디가드들이, 인간의 벽을 이루었다.

“흥분할 수 있으니 최대한 손은 흔들지 마시고, 웃으시면서 빠르게 나가시면 됩니다”

“아...네…”

눈을 부릅뜬 공항요원에 나는 미안함과 긴장으로 손을 덜덜 떨면서 열리는 문으로 나갔다.

화악,하고 환하게 밝아지는 빛과 함께

[—와아아아아아아아!!!]

“엘사!!!”

“오 세상에 이쁘다!!!”

“여왕님!!!”

“엘사님!!! 여기 좀 봐주세요!!”

“꺄아아아아아! 엘사!!”

쏟아진 빛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수천,수만의 인파가 전부 나에게 소리치고 있어 그 음량과 엄청난 광경에 나는 한순간 정신이 나가는 듯 했다.

‘이 사람들 전부가...나를?’

그동안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들어왔지만 모두 매체에서 봐 왔기 때문에 엘사의 인기가 이토록 실감나게 다가온건 처음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푸른빛 얼음여왕의 완벽한 자태를 확인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더욱 더 크게 함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콘서트장의 스피커보다 뜨거운 함성에 온몸이 떨려왔고, 펑펑펑,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밝은 플래시에 나는 동공이 확장되고 마치 최면에 걸리듯 정신이 멍—해졌다.

‘이게...진짜 톱스타들이 받는 리액션…”

미국다운 스케일을 보여주는 이 팬들의 첫 반응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손이 더욱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엘사님 너무 귀여워요!!”

“엘사! 한번만 봐주세요!”

내가 그렇게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리고 있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엘사의 손 한번이라도 잡아보려고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엘사!! 퀸 엘사!!”

“손잡아주세요!!”

“가시죠!!”

“네, 네!”

그렇게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의 벽이 무너지려고 하자 내 옆에 있던 공항 요원님이 천천히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엘사니이이임!!”

지나가는동안 곳곳에서 내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자석에 끌리듯이 경호원들의 벽을 밀기 시작했고, 경호원들의 보호가 금새 뚫릴듯한 그 모습에 공항요원은 점점 나를 빠른 걸음으로 이끌었다.

“엘사!! 가지마세요!”

그렇게 나는 좁아지는 경호원들의 벽을 뚫고 서둘러 엘다닥, 준비되어있던 승합차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반쯤은 넋이 나간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달려왔지만, 솔직히 무슨 표정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끼이익, 엘사를 태운 차는 빠르게 통제된 공항의 도로를 따라 사라졌고, 그렇게 엘사는 팬들에게 특별한 한마디도 없이 깜짝 놀란 얼굴과 멍한 표정의 사진만을 잔뜩 남긴채로 수많은 경호 차량과 함께 사라졌다.

그건 엘사만을 보기 위해 달려온 팬들에게는 씁쓸한 성과였지만,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현실 엘사의 모습을 확인한 것 만으로도 만족하고, 사진을 확인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