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위대한 음악가는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다. 위대한 음악가의 유해에서 천둥거죽이 태어났고, 천둥거죽은 공작의 문을 통해 만수스로 돌아와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가장 강한 심장의 힘을 가진 시간, 심장을 관장하는 시간인 천둥거죽이 태어났다.
천둥거죽(The Thunderskin)은 기민한 폭풍(The Vigilant Storm), 또는 끊임없는 심장(The Heart Relentless)으로 불리기도 하며, 심장의 법칙을 관장한다. 심장의 법칙에 걸맞게, 그는 멈출 수 없는 존재로, 춤을 원하는 존재로, 북처럼 고동치는, 맥박이 뛰는 존재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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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부터는 관련된 신화의 이야기다. 복잡한 신화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스크롤을 내려도 좋다.
천둥거죽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신화를 배경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신화고, 다른 하나는 아티스 신화다.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신화는 다음과 같다.
아테나는 어느 날 아울로스라는 이름의 피리를 만들었는데, 그 피리를 불 때 자신의 볼이 부풀어 올라 비웃음을 사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아울로스를 내버린다. 버려진 아울로스를 주운 사티로스, 마르시아스는 연습을 거친 끝에 그 악기를 훌륭하게 다루게 되었다.
아울로스의 대가가 된 마르시아스는 음악의 신인 아폴론과 대결하게 된다. 신을 뛰어넘는 실력이라는 주변의 칭찬에 오만해진 마르시아스가 아폴론에게 도전했다는 이야기도, 아폴론이 직접 찾아와 대결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마르시아스가 신과 대결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결에서 마르시아스는 아울로스를 연주했고, 아폴론은 리라(칠현금, 또는 키타라였다는 이야기도 있다)를 연주했다. 대결의 심판들은 요정들인 뮤즈들이었는데, 마르시아스와 아폴론이 막상막하이자 판결을 내리지 못했다. 그들을 보던 아폴론은 리라를 거꾸로 들고 연주하더니 마르시아스에게 피리도 거꾸로 들고 불어보라고 요구했고, 당연히 취구에 바람을 넣지 못하자 피리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악기인 리라는 거꾸로 잡고 연주할 수 있었고, 대결은 아폴론의 승리로 끝났다.
승자인 아폴론은 마르시아스를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산 채로 가죽을 벗겨버렸다. 마르시아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그 광경을 보던 다른 사티로스들의 눈물이 강을 이루었는데, 이 강을 마르시아스의 이름을 따 마르시아스 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연히 붉은 성배의 이름이 된 위대한 음악가가 마르시아스에 비유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제작자들이 천둥거죽의 이야기를 만들 때 마르시아스 신화를 참고했음은 분명하다.
“(...)살려주세요. 어쩌자고 진짜로 내 껍질을 벗기는 것입니까? 다시는 이러지 않겠 으니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피리 불기에서 졌다고 이러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습 니까?” 그가 이렇게 고함을 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아폴로는 그의 껍질을 깡그리 벗겨버렸다. 이로써 그의 몸은, 전체가 하나의 상처가 된 것이었다. 피가 흐르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신경의 가닥도 하나 남김없이 밖으로 드러났다. 껍질이 없어졌으 니, 핏줄 뛰는 것이 드러나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벌떡벌떡 뛰는 내장기관과, 가슴 속의 허파도 훤히 들여다보였다.
마르시아스는 필멸자의 몸으로 신과 비교될만한 위대한 음악가가 되었고, 신에게 도전했다는 이유로, 불공정한 대결 끝에 가죽이 벗겨저 죽음에 이른다. 위대한 음악가 이야기의 몇몇 부분과 유사하다. 덧붙여, '변신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주목할만 하다. '이로써 그의 몸은, 전체가 하나의 상처가 된 것이었다.' 상처가 열쇠와 연결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힘의 통로로 나타나는 컬티스트 시뮬레이터 세계관에서, 음악가의 유해에서 천둥거죽이 탄생한 이유를 이해하게 해주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둥거죽 이야기의 배경이 된 또 다른 설화, 키벨레와 아티스 신화는 다음과 같다. (여러 판본이 있었기에 명확하지 않다.)
아그디스티스는 남성기와 여성기를 동시에 지닌 신이었다. 이를 두렵게 여긴 신들은 아그디스티스의 남근을 잘라버렸다. 거세되어 여성성만 남은 아그디스티스가 곧 키벨레이다. 거세된 남근에서 흘러내린 피에서 아몬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고, 곧 아몬드가 열렸다.
강의 신인 산가리오스의 딸인 '나나'는 그 나무에서 아몬드 열매 하나를 주워 가슴에 품었고, 곧 나나는 임신해 아들 '아티스'를 낳게 된다. 나나 스스로가 두려워했는지, 아니면 산가리오스가 딸의 행동에 분노했는지 아티스는 들판에 버려졌고, 염소들에 의해 길러지게 된다.
곧 아티스가 장성해 미소년이 되자 키벨레는 아티스와 사랑에 빠진다. 즉 아티스는 키벨레의 아들이자 애인이 되었다. 그러나 아티스가 이웃나라인 펫사누스의 왕녀와 결혼하게 되자 질투에 빠진 키벨레는 아티스를 미치게 만들었고, 아티스는 스스로 거세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아티스는 음악가에, 키벨레는 붉은 성배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붉은 성배는 언제나 프리기아의 대지모신인 키벨레와 동일시된다. 아티스 신화 중 아티스가 인간과 사랑에 빠진 것은 음악가가 주목 고리와 사랑에 빠진 것과, 그리고 아티스가 스스로 거세한 것은 붉은 성배가 음악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과 대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두 신화는 모두 천둥거죽 이야기와 일부분씩 대응되는 부분이 있다. 더 많은 배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컬티스트 시뮬레이터 제작진들이 최소한 이 두 신화를 참고하여 천둥거죽 이야기를 창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랬기에 천둥거죽은 가죽이 벗겨졌으며- 스스로 거세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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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리스 신들은 너무 쪼잔함
거꾸로 연주해보라고 하고 죽여버리는게 어딨음
키벨레 = 붉은 성배는 너무 빼박이라 설정 해석할 때 기억해두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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