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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러시아 샤먼 신내림 의식 갔다온 썰앱에서 작성

명예프라우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10 18:50:12
조회 1785 추천 58 댓글 125
														

토요일이었나 일요일에 학부장뻘 되는 교수님한테서 갑자기 연락와서 받아보니 통역좀 해달라고 하더라

샤먼 의식하는데 가서 한러 통역하면 된다는거 였는데

내가 있는 부랴트(부랴티아 공화국)가 샤먼으로 좀 유명하고 관광객들도 가끔 샤먼한테 가고 그래서 난 100퍼 한국 관광객이 샤먼한테 기도하로 가는줄 알고 일단 알겠다고 했음

그리고 예전에 여기서 교환학생할 때 지도교수님 명령으로 샤면섭외해서 조상신 빙의하고 상담+아픈곳 치료 해주는거 참석한 경험 있어서 이번에도 그때 처럼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이게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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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추적추적 오는 화요일 아침, 보조베터리에 물한병 챙기고 나가서 나 픽업온 사람 차타고 한시간 반즘 달려 이볼긴스키 지역넘어의 한 깡촌에 왔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허허벌판만 있어서 슬슬 뭔가 내가 아는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걸 직감하면서

옷도 봄옷으로 입었는데 비오고 초원에 바람 불어서 날씨는 겨울급인게 아 빨리 집에 가야겠다 생각했지

그런데 현장와서 보니 애당초 나를 부른 사람이 관광객이나 샤면의 고객이 아니라 내 고객=샤면이라고 해서 '아 시발 이거 뭔가 있구나' 촉이 옴

12시즘 도착해서 오늘 일정에 대해서 샤면한테 물어봤는데 저녁 1시즘에 의식을 할 거고 그전에는 준비라길래 꼼짝없이 비오는 곳에서 하루종일 주변돌아보면서 멍때리거나 눈 좀 붙였는데 한두시간 지나니 슬 눈치보여서 여러 잡일도 도와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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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저런 천막에 간이 부엌+식당 준비하고 주변 어슬렁 거리는데 양 두마리가 갑자기 보임

딱봐도 의식에 쓸 재물인 거 같은데 눈이라도 안마주쳤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눈돌리니 샤면이 와서 오늘 쓸거라고 이틀째 묶어서 굶겼다고 함

종교는 없는데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3번 말하면서 극락왕생이나 빌어 주고 좆간이 미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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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양 한마리 끌고 2번째 짤의 파란 집에 끌고 가더니 기도랑 북소리 들리고 뭔가 의식을 하는 거 같았음

나 고용한 샤면은 의식 준비 중이길래 아 저거는 다른 샤면팀이구나 하는데 도축전문가들이 양 가지고 와서 도축하길래 옆에서 직관하면서 멍하니 보는데

양을 어떻게 잡았는지 존나 깔끔하게 피한방울 안내고 죽여서 가지고 나오더라

도축하는 것도 순식간이고 숙련공의 기술 보면서 와 기술 개쩐다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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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이전에 있던 샤면팀이 철수하고 우리 샤먼이 쓰는 짐들이 도착하는데 나는 이때 즘 되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알았다

저기 파란색 이글루(유르따) 같은 곳이 샤먼 스승들(대 샤면, 고위 샤면)이 있는 곳이고 예비 샤면들이 여기서 신내림 의식하고 정식 샤먼으로 전직하는 곳이었고

사진에 지금 세워진 나무들은 이전 샤먼팀이 썼던 거라서 전부 뽑아서 불태우고 저 자리에 우리 자작나무 심어야 해서 그거 준비하는 것도 도와주니 저녁 9시 금방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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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절반 아래는 파란색+하얀색 천을, 위 절반은 붉은색+노란색 천을 가지에 묶어서 장식하고 해, 달, 토끼 등등 여러가지 상징 심볼을 달아서 완성하는데

비오는날 100%수제여서 손으로 일일이 묶고 있으니 손도 얼고 몸도 존나 추운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외투하나 줘서 그거라도 껴입고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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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장식이 끝나면 파란집 앞에 가장 큰 자작나무 3개를 심고 15개 자작나무를 원 형태로 심은 다음, 4방위로 자작나무를 또 심어두면 준비는 대충 끝나고 이제 슬슬 해가 지길래 쉬로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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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부엌 옆에 새마을 천으로 지붕 덮어둔 판자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화로 있어서 몸좀 녹이면서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너 어디서 왔냐, 부랴트에 사냐 등) 하다보니 11시 반이 되더라

눕고 싶었는데 비세서 판자가 물바다였음 ㅅㅂ

비도 슬슬 소강상태고 이즘 하겠지 했는데 시작하길래 밖에 나가서 기웃거리니 샤먼 관계자 아줌마가 의식 가서 보라고 해서 의식 직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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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는 곳은 분위기 엄중해서 사진은 못찍었는데

입구로 들어가면 맞은 편에 간이 제단이 있고

그 왼쪽에 샤먼 옷들이 널려있소

오른쪽에는 의식동안 쓸 보드카, 홍차, 과자, 사탕, 잔 같은게 있었음

샤먼 스승들은 형광색 쪽에 앉아서 의식 알려주고 있었고

나는 보라색 쪽에 앉아서 의식 보는데 도축전문가들이 힘 다빠진 양 들고 와서 붉은색 장소에 배가 위로 가게 둔 다음 묶인 다리 풀고 위 아래로 다리 잡더라

그리고 샤먼(예비)가 기도하더니 도축전문가가 칼로 배 살짝 가르더니 손 쑥 집어 넣어서 죽이더라

나중에 들었는데 그게 심장 움겨줘서 죽이는 방밥이라던데 양이 힘도 없어서 단말마도 거의 못내고 죽음

양이 죽고 샤먼이 법구로 양의 영혼을 승천시키는 절차 하고 그날 의식이 일단락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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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끝나니 새벽 2시였는데 오늘은 이게 끝이라길래 샤먼차에 자로감

샤먼 차인데 샤먼+딸은 뒷좌석 눕힌 곳에서 누워서 자고 나는 앞자리에 앉아서 쪽잠잤다

존나 추워서 벌벌떨다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아플정도로 춥고 허리도 디스크인데 존나 아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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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기와서 몸좀 녹이고 아침밥으러 양스프 대충 먹으니 햇빛 뜨길래 좋다고 들판 돌아다니다가 이제 본격적인 이틀차 의식 한다고 해서 불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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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렇게 심어둔 곳을 108번도는게 첫번째인데

이때 '옴마니반메옴'읊으면서 돌아야하고 나도 해야했음

그렇게 108번 돌고 샤먼이 유르따에 들어가서 샤먼복으러 갈아입는거 기다리다가

이제 본격적인 신내림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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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기념으로 찍은건데 여기서 내가 통역사로 불려온 이유가 나옴

저사람이 내 고용주고 이번 의식 주인공인 예비 샤먼인데 고려인이라 신내림을 하면 한국의 신이 온다고 함

그래서 안에 한복을 입은 거고

본인은 한국어 못하고 주변 샤먼관계자들은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내가 조상신의 말을 통역해야 했던거임

무튼 본격적으로 옷입고 저 자작나무 주변을 다시 108번 돈 후에 보드카랑 홍차를 마시고

샤먼이 쓰는 접신용 모자(눈을 가림)를 쓰고 지쳐 쓰러져 접신(트랜스)이 될 때 까지 저길 뛰어야 했음

문제는 샤먼이 눈을 가리고 뛰어 위험하니 나랑 다른 남자가 양옆에 붙어 같이 뛰면서 어깨로 길을 잡아줘야 하는데 길목마다 샤먼 관계자들이 북치고 기도해서 존나 정신없고

내가 왜 시발 이걸 하고 있는 거지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존나 집에 가고 싶었다

15분정도 뛰니 샤면이 힘들어 죽으려고 하는데 신내림이 잘 안되서 춤추고 돌고 어떻게든 접신에 상공함

이때부터 진짜 내 일이 시작됨

풀받에 쓰러진 샤먼 바닥에 앉게 들어올리니 스승 샤먼+새먼 관계자들이 와서 조상신의 이름은 뭔지, 언제 사람인지, 어떤 신인지, 어떤게 드시고 싶은지 등등 물어봐서 그거 메모하면서 통역했음

일단 한번 조상신 보내고(빙의 끝) 잠시 휴식하면서 조상신이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들 준비하고 오후 4시즘 다시 접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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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접신하는건 방법은 같은데 오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서 준비한 음식 공양하면서 다시 여러가지 질문하는거 통역하고 당신의 후손이 정성스럽게 공양한거니 잘 받아주시고 앞으로 많은 도움을 달라 뭐 그런 이야기 하면서 접신 끝냈음

이부분이 좀 길긴 한데 재미 없기도 하고 이것저것 말해서 좋을거 없을 거 같기도 해서 잘랐음

이렇게 의식 전부 마치고 다시 쉬면서 기다리니 5시즘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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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신에게 공양하는 공물 때문인지 시발 파리 모기 좆되게 많았음

의식 중에 통역하는데도 숨쉴때 모기 들어올 정도로 많았음

시발

이제 적당히 쉬는데 하루종일 배부르게 먹은게 없어서 그런지 허기도 지고 해서 뭐좀 먹을까 했는데 샤먼이 돌아다니면서 관계자들 한테 사례비 주길래 아 드디어 이고생 한 보람 받겠구나 했는데 여기서 부터 죄다 틀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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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통역사들 부르면 하루 미니멈 5천루블(10만 원)은 나옴

숙련된 통역은 보통 한시간에 천루블(2만 원)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처 놀아도 끌고 다녔어도 5천은 기본인데

내가 거기가서 처박힌 시간이 쪽잠 잔 5시간 빼고 26시간이라

난 적어도 1만~1.5만(20~30만)받을 줄 알았는데

페이, 시간 미리 협의 안한 내가 개 등신새끼였음

고맙다고 사례비 주는데 신기하게 파란천으로 감싸서 주더라

얼추 3장 느껴지길래 5천루블 3장인가 하고 존나 싱글벙글 했는데

까고보니 천루블 3장(6만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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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러시아어 좀 떨어지니 어느정도 좀 덜 받고 봉사한 셈치려고 했는데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이렇게 후려치니 순간 꼭지돌고 야마 터져서 일단 일 알선해준 학부장 같은 교수님에게 전화해서 내가 얼마나 일했고 얼마 받았는지 어떤 일이었는지 상황 설명함

그 교수님이랑 이 샤먼이 거의 20년전 대학에서 같은방 쓴 룸메 사이라고 들었는데 전화 바꿔달라고 해서 바꿔주니 둘이 통화 하더라

전화 내용 들어보니 간단하게 의식 어떻게 되었냐 이런거 말하고 사례비에 대해서 설명하더라

여기서 더 킹받는게 그 샤먼이

"아 우리가 지금 이렇게 주고 더 사례하려고 했다"

"지금 당장은 이거 뿐이다"

"나중에 더 주겠다"

이런 기약없는 소리 하면서 퉁치더라

1만은 맞춰 주기로 했다고 학부장 같은 교수님이 말했는데 모르겠다 시발 이거 받을 수는 있을 런지

나도 당장 생활비 허덕여서 내가 좀 성급하게 급발진 한건 있지만 나중에 돈문제로 통수치는 사람되는건 싫어서 현장에서 해결한건데

덕분에 나는 거기 사람들한테 돈에미친 자본주의 돼지로 끝인상 남기고

존나 쓸쓸하게 바람 처맞으면서 혼자 있었다

그 샤먼이 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좀 사정이 안좋다"

"여기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도와줬다"

"다른 사람들도 잘 못받았다"

뭐 이런 소리 하는데

사실 돈 적게 받아서 빡도는 거 보다

나한테 우리가 좀 이런 상황이니 사례비가 좀 적다 괜찮겠냐 이런말 한번이라도 했으면 내가 좋은 경험하고 봉사좀 했다 치고 넘어가는데

내가 왔을 때 사례비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못박더니 막상 끝나고 그렇게 후려치는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급발진 해버림

마지막까지 사교용 웃음지으면서 네네네 했는데 아마 서로 다시 볼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들더라

저쪽은 나를 돈미새로 볼거고

나는 저쪽을 사람 호의에 기대서 돈 후려치는 사람으로 보는데

모르겠다 1년에 한번 크게 의식해서 내가 필요할 일이 있을거라고 중간중간 말하던데

못 받은거 빨리 받고 좋게 끝내거나 손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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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반이 되어도 픽업차는 안오고 바람은 추워서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다시 샤먼차에 가서 바람 피하고 샤먼이랑 이런저런 형식적인 이야기 하다보니 저녁 10시가 되서 돌아가는 픽업 차에 탐

다음날 아침 8시 수업이라 존나 힘든데 집오니 11시고 기숙사 온수 뻗어서 씨발 좆같음이 더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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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 그래도 씻고는 자야지

부엌에서 물 끓이고 바가지도 없어서 대충 밀폐용기로 물부어가며 씻고 씨발씨발하면서 잤다.

거기서 숙박하는 것도 모르고 상세 일정도 몰라서 보조베터리로 충전하고 비오는데 젖은 옷 갈아 입을 것도 안가지고 가서

옷 말리려고 저 화로쪽에 자주 갔더니 얼굴 건조해져서 씼는데 얼굴 존나 땡기더라

귀한 경험 참 잘 했는데 마무리를 조져서 지금도 개찝찝하다


나머지는 그냥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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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마 없냐고 누가 물어보던데 이틀차에 진짜 나옴

여기 사람들이 방해된다고 쫓아내서 사진은 이거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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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의식에 쓴 나무 태우는 곳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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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통 주전자 같은 건데 저 구멍에 장작넣어서 물을 끓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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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양 도축하는거 디럭스 샷

종교적인 장소에서 방방 돌아다니며 사진찍는게 예의가 아닌가 같아서 많이 찍지는 못했다

무튼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이틀 바짝 고생해서 6만원 받은게 내 월급 절반정도 라고 생각하면 기분 미묘복잡해진다

14만은 아마 못받을거 같으니 빨리 잊어야지

게이들은 일하러 갈 때 꼭 시간 봉급 협상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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