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고 했지만 그거까진 올리고 가겠어
짤은 글 올리는 김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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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송창의가 게이 역을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마치 진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래저래 궁금한 점이 많은 ‘청순 간지남’, 그를 만났다.
섬세하기보다는 털털한 편 ‘남자 중의 남자’
기분이 가라앉아 보여 피곤한 일정에 괜스레 인터뷰까지 더했나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던 차, 막 커밍아웃하려다 오는 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김수현 작가 집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그는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장손이면서 훈남 내과의사, 그리고 ‘여자한테서는 그게 느껴지지 않는’ 동성애자를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막 가족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에 대해 털어 놓으려고 하는 참이란다. 여진처럼 아직 촬영 때의 감정이 다 가시지 않은 모양인지 그의 얼굴에 극중 ‘태섭’이의 표정이 오버랩됐다.
그는 세트 촬영이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이곳 SBS 탄현 제작센터에 머무른다. 그리고 일주일씩 번갈아 가며 제주도를 오가고 있다. 제주도는 드라마의 배경이다. 유난히 봄이 늦게 찾아 온 건 제주도도 마찬가지. 작년에는 3월부터 얼음물을 팔았다더니 올해는 어떻게 된 게 4월, 5월이 돼도 추운 날씨가 계속돼 촬영하는 데 애를 먹은 모양이다. 이제야 겨우 제주도 본연의 날씨를 회복해 지금 그곳 날씨는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지금 딱 좋아요. 숨어 있던 제주도 풍광이 드러났거든요. 그동안은 춥기도 하고, 워낙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촬영이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는 헬스도 하고, 수영도 하고, 같이 작업하는 상우랑 상윤씨랑 술도 한 잔씩 마시고, 짬이 나면 가까운 곳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도 하고 그러죠. 그렇대도 빠듯한 스케줄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지는 못했어요.”
생긴 느낌 그대로 그는 서울 토박이다. 쌍꺼풀 없는 단정한 눈매, 희고 매끈한 피부, 야무져 보이는 입술이 본데있는 집안의 잘 자란 아들 이미지다. 웃을 땐 경계를 허무나 싶다가도 입술을 다물면 다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묘하다.
“보통 털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웃음). 그래도 이런 건 있어요. 인터뷰 같은 걸 할 때는 성격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친구들 만날 때 성격은 털털하다는 게 맞아요. 음식도 대충대충 막 먹고….”
말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특히 자기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가령 그가 죽고 못 사는 야구 이야기를 한다고 치자.
“‘지금은 직구 스트라이크가 들어갔으니까 이제는 체인지업이 들어갈 차례야, 왜냐하면 이 선수는 직구보다 체인지업을 더 못 치니까. 그런 다음에는 몸 쪽으로 높은 공을 던져야 해…’ 뭐 이런 식이에요.”
인생에서 마이너였던 때라…
알고 보면 말 잘하는 이 남자, 이제야 입이 좀 풀리는 모양이다. 재빨리 준비해온 질문들을 던져 본다.
평소 동성애를 이해하는 편이었나요
전혀요. 저는 동성애 영화도 눈 뜨고 못 봤으니까요. <쌍화점>을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봤어요. 두 남자가 키스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어우, 못 보겠더라고요. 혹시 <브로크백 마운틴> 보셨어요? 거기 보면 두 남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나누면서 양떼를 몰아요. 그러다가 미처 몰랐던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고. 어느 날 밤 그 두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폭풍우처럼 뜨거운 한때를 보내요.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머쓱하게 앉아 있죠. 그 뭔가가 몰아쳤던 텐트 안에서의 그 장면. 전 그것도 못 봤어요. 오글거려서.
그 정도면 아무리 연기라도 동성애자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동성애자를 연기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대본을 받고 이 캐릭터가 왜 쓰였을까,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태섭이는 평범하고 화목한 대가족의 구성원 중 한 명이잖아요. 바로 우리 집 자식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 그런 식으로 이 화두를 수면 위로 올리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그 마음을 한번 담아 보자 싶었죠.
동성애자를 대변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도 있나요
없지는 않아요. 특히 커밍아웃하는 장면 같은 데서는 더 그래요. 음지에서 고통이 얼마나 크겠어요. 드라마 속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줄 수도 있는데 잘못하면 그분들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죠.
그래도 연기하면서 오글거릴 때가 있죠
보는 사람들은 저희가 연기를 하면서 오글거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말하자면 그런 거예요. 친한 동성 친구가 있어요. 같이 놀다가 헤어지기 아쉬워서 2차로 술을 한 잔 하고, 당구 한 게임 치고, 그러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뭔가 아쉬워서 또 전화를 해요. 그럴 수 있잖아요. 저는 그보다 조금 더 애틋한 느낌만 더하려고 해요. 최면을 거는 거죠.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 동성이지만 이 사람이 정말 좋다….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해요.
청순하다고들 하는데, 남녀관계로 따지면 여자 쪽에 가까운 건가요
조명이 좋은가 봐요(웃음). 입술은 원래 좀 빨간 편이고. 특별히 여성스럽게 보여야지 하는 건 없어요. 그렇게 보인다면 수동적이고 능동적인 것의 차이일 거예요. 대사 자체가 그렇잖아요. 경수가 “갈까?” 그러면 태섭이는 “그럴까?” 하는 식으로.
김수현 작가가 왜 태섭 역에 캐스팅했을까요
드라마 <신의 저울>을 보시고 감독님한테 그러셨대요. 좋은 작품이라고. 그때 저하고 이상윤씨를 눈여겨보셨는지 캐스팅을 하셨어요.
김수현 작가 드라마 해보니 어떤가요
해보니까 알겠어요. 선생님은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세요. 그래서 배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아시는 것 같고. 또 어떤 민감한 소재를 다루든 시청자들이 욕을 하지 않잖아요. 가령 동성애만 해도 그래요. 낯설어하지만 결국 이해하게 되는, 그런 힘을 가지고 계세요.
김수현 작가에게서 주로 받는 지적은 뭔가요
선생님은 대본 리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리딩 현장에 꼬박꼬박 참석하시죠. 그렇지만 지적은 하지 않으세요. 배우가 잡아놓은 틀이나 스타일을 흔들어 놓는 분은 아니에요. 그건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니까. 다만 감정이 약하다 싶을 때 진심을 더 담으라고 말씀하시는 그런 정도예요.
주옥같은 대사가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요
‘너 먼저 씻어’ 이런 거? 하하, 농담이고요. 채영이한테 고백하는 장면이요. ‘나 여자한테 그게 안 느껴지는 사람이야. 너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여자한테도. 여자라는 사람들 자체에 그걸 못 느껴. 나는 그걸 남자한테 느껴. 나 그래. 이성보다 동성이 더 좋을 수도 있는 십대나 이십대가 아니야. 정체성의 혼란 같은 거 겪고 넘어간 지 벌써 오래 전이야. 나는 내가 많이 싫고 많이 슬펐었어. 항상 뭔가 남모르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 같고 저주받은 것 같고 그랬었어. 그게 내 실체야. 그래서 너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야. 미안해.’ 이 분량이 대본 8장 정도가 됐는데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처음엔 ‘이거 어렵다…’ 싶은 거예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빠져요. 채영이에 대한 미안함이기도 하지만 흔들리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고백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
(요 아래부턴 이 잡지 인텁인지 확실하지가 않아 맞는거 같긴 한데.... 흑흑 스캔본이 없어서 그래 조각조각 저장된 인텁 ㅠ)
살면서 마이너였던 적 있나요
마이너였던 적? 글쎄 없는것 같은데요. 그런적은 있어요. 300받기로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통장을 보니까 80들어와 있고. 돈 준다고 해서 공연했는데 끝나고 돈 못받은 적도 있고. 그런데 그 정도 굴곡은 누구한테나 있는 거니까요.
데뷔하기전 꿈은 뭐였나요
배우. 이렇게 TV하고 영화 찍는 배우, 그때 생각했을 때 그정도쯤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 생각했던 거랑 지금이랑 다른게 있어요. 그때는 누가 '연기가 왜 하고 싶어요?" 하고 물으면 막연하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게 좋을 것 같고 대배우가 한번 돼보고 싶고 멋진 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했다면 지금은 '왜 연기를 하세요?' 그러면 '그냥요.' 이렇게 됐다고 할까요? 힘을 많이 뺐죠. 예전에는 연기를 하면서 나를 아예 포기했다면 지금은 또 다른 나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순수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데 짐승남과의 차별화인가요
순수하고 지적이다....회사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잘한 것 같아요(웃음). 저 사실은 노는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TV나 무대에서의 저는 일할때의 모습이고 일상에서는 그런거 다 벗어놓고 지내는 편이에요. 혼자 있는 것보다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그냥 편하게 놀죠. 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대학교 동기들도 만나고.
내 인생의 키워드 술, 친구
모르는 사람은 그를 TV스타로만 알지만 그는 2002년 뮤지컬 <블루사이공>으로 데뷔한 뮤지컬배우 출신이다. 또 매회 흥행 열풍을 기록하는 뮤지컬<헤드윅>의 히어로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활역하는 몇 안 되는 배우중 한명이다.
돈 벌어서 가장 많이 쓰는 데는 어딘가요
불우이웃 돕고요....하하. 장사가 잘 안 되는 포장마차 있죠. 불우이웃이잖아요. 한쪽은 장사가 잘되고 한쪽은 파리날리고 있으면 저는 휑한 데로 가요. 가서 돈 내고 술 마시죠(웃음)
클럽보다는 포장마차 스타일인가 봐요
네. 클럽에 가면 저는 우울해져요. 사람들은 클럽에 음악 들으러 간다는데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런 게 아니어서요. 7080 가요나 발라드, 록 이런거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은 기계음들이 대부분이니까 어우, 머리 아파요. 그보다는 포장마차가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소주잔 기울이는걸 더 좋아하죠.
술은 사는 편 얻어 마시는 편 어느 쪽인가요
사는 편이예요.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어려울 때도 그랬어요. 공연할 때 50만원 받으면 50만원 다 술값으로 썼으니까요. 아. 친구중에 현명한 놈이 하나 있어요. 술값을 한 번도 안 내기에 저는 그 친구가 정말 어려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집을 마련했대요. 내일 모레 화곡동에서 결혼한다고 연락 왔어요(웃음). 누가 내든 그런건 따지는 편이 아니에요. 제가 한 번 내면 누가 또 한 번 낼 거고. 한 번도 안내는 애들은 불우이웃이기 때문에 뭐라 그럴 수가 없어요(웃음)
고민은 주로 친구들과 나누겠네요
네. 그리고 가족. 힘든 일 있을 때 가족한테 털어놓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요. 누나가 있고 제가 그 아래인데 막내랄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에게는 살가운 편이예요. 물론 대부분의 아들들이 그렇듯이 말없이 있을 때도 있지만 비교적 그렇다는 얘기예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공연보러 다니는거 좋아해요. 그리고 야구해요. '이기스' 라고 지성형, 손현주 선배님, 박건형 같은 배우들이 소속돼 있는. 제가 생각할때 야구는 가장 남자다운 스포츠인것 같아요. 운동으로 풀 수 있는 게 많거든요. 땀흘리고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요즘은 드라마 촬영때문에 잘 못하고 있지만요.
엔딩에서 넘어지는 장면 아직 안나왔죠
이제 나와요. 촬영했어요. 넘어지는데 이유가 없더라고요(웃음). 계단 올라가다가 그냥 간단하게 삐긋해요. 태섭이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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