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오냐? 김혁규. "

새끼, 간만이라고 많이 긴장했나 보네. 뭘 그렇게 놀라?

너한테 말 놓을 사람이 달리 누가 있겠어.

...그러게.

...참! 4강 경기 재밌게 잘 봤다. 힘들진 않았냐?

이민형 걔가 원딜 아니랄까 봐, 보는 내내 네 칭찬을 아주───.

상혁아. 난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

......

월즈에서 직감했다.

추하게 붙잡고 늘어지고 싶었지만... 내게 더는 남아있는 게 없어.

너와의 승부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잇따른 패배에 마음은 무너졌고

전성기를 되찾기엔 너무 늙었다.

곁을 채우던 동료들의 빈자리는 늘어나지만

스스로에 대한 의문부호는 사라지지 않는다.

등에 얹힌 이름의 무게를 통감하며,

부디 인생이 동화 같길 바라던 아둔한 시절이 엊그제 같았다.

하지만

나를 감히 영웅이라 지칭하는 팬들의 쾌재와

낡디낡은 펜으로 마지막 각본을 써나가는 동료들의 격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내 삶이 미완본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다를 수 있다.

몇 번이고 놓쳤던, 마지막 장만 남은 꿈과 같은 동화소설.

...쉽지 않을 거다.

잔혹동화가 될 수도 있어.

또다시 실패한다면 큰 트라우마로 남아, 남은 여생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꿈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 대중은 목적없는 악의를 내보이기도 하며

종국에는 모든 것을 부정당할 수도 있다.

...두렵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각오는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아픔을 겪었음에도 너는 무너지지 않았잖아.

...미련한 녀석.

시덥잖은 녀석이라며 깔볼 때도 있었고

지겨운 악연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다만, 확실한 건

마지막이 너라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것.

2022 Worlds Final

11-06 AM 9:00

T1 vs DR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