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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코문학) 화이트 글린트, The Last Raven -上-

말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1 22:13:26
조회 394 추천 10 댓글 4
														

(글을 반으로 쪼개는건 내가 진짜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쪼갰다.)



과거 전설이라 불린 용병이 있었다. 모든 것이 재정렬된 전쟁 속에서 그 용병은 활약했고, 구 체제가 붕괴했다. 구 체제의 산물들 사이에서 새로운 질서가 확립됐다. 그러나 전설의 용병은 질서에 속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순간에 용병의 일은 끝난 것이었으니. 용병이란 신분을 버리고 은둔하여 자신만의 평화를 만끽했다. 과거를 잊고, 현재에 만족하며, 미련 없이.

다만, 세계의 흐름이 그 평화를 용납하지 않았을 뿐이다.





[“방금 신호가 잡혔던 그 넥스트…”]


“....월콧의 소녀인가.”


피오나 예르네펠트의 탄식을 들은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짧은 침묵으로 묵념을 대신한 뒤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월콧 가문, 그리고 버나드 & 펠릭스 재단, 통칭 BFF.

그가 아나톨리아 콜로니의 용병이었을 시절,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기에, 자신의 목표를 방해했기에. 자신이 가던 길을 막아섰기에. 그래서 용병은 월콧 가문의 링크스 둘을 제거했다. 무너져가는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서였는지 제 몸뚱이들을 불사르던 한 쌍의 남녀는 가족이었다. 남매 말이다.

그 두명이 지키려던 것은 무엇이었던 것일까. 과거의 자신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세월이 흐른 현재, 용병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 남매에게 너희를 이해한다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하등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방금 전에야 깨달았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았는데도 아직 더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에 쓴맛을 느낀 용병이 중얼거렸다.


“그게, 너희가 지키려고 했던 것인가.”


지금 내가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크레이들에 접근합니다. VOB 분리 이후의 충격에 대비하세요.”]


피오나의 통신에 알겠다고 답한 용병은 등과 목을 시트에 밀착했다.


서로 죽이는 것을 당연시하는, 용병이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자신은 어땠을까.


아니, 이런 세상이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젠장, 이래서는-”]


먹구름을 꿰뚫고 참혹한 현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공개 회선에서 울려퍼지는 단말마를 들을 수 있었다. 곧바로 들려오는 AC 신호 소멸 비프음, 호버 타입 넥스트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모습. 하늘과 땅이 뒤집힌듯 기동하는 불길한 검은 빛의 ALLIYAH 풀 프레임 넥스트.


“AC 스트레이드를 확인했다. 피오나, 전투 이외의 상황 전개를 부탁한다.”


이 이상으로 고도를 높이면 빈틈이 되어 스트레이드의 링크스에게 뒤를 잡힌다, 그렇게 판단한 용병은 스위치를 당겨 VOB를 탈거했다. 그러기 무섭게 히트맨 머신건이 그가 지나간 궤적을 훑었으나 AC에 피격은 커녕 VOB 유닛에 도탄된게 전부.


VOB 탈거 직후 순간적인 제동이 걸리는 찰나의 순간에 체공을 하는 대신 -아스피나제- 화이트 글린트의 각부로 VOB 유닛을 밀어내는 반동을 이용해 아무런 넥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두 번째 크레이들로 향하고는 하늘의 강철 땅을 긁으며 착지했다.


“크레이들, 여기는 화이트 글린트, 전장 상황의 피드백을 요청한다.”


채널 너머로 짧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웅성거림은 잠시 귓가를 맴돌았던 백색 소음에 불과할 수준으로 짧았다. 알겠다며 다급하게 말하는 크레이들의 통신에서 이제 살았다며 불길함을 애써 걷어낸 환호가 들린 것은 기분 탓이 아니겠지. 그들에겐 생존의 기회가 될지 몰라도, 남자에겐 이 상황은 생존을 위한 생사여탈권을 제 손에 쥐기 위한 현장이자-


‘전장, 그동안 내가 피해왔고, 피하고 싶었던 곳.’


손에 무수히 많은 피를 묻혔던 용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심리, 그는 용병이란 명찰을 단 채로, 용병이라는 이유가 명분이 되어, 죽일 필요가 없었을 많은 생명을 취했다. 자의식 없이.


그가 자의식을 갖고 한 것이라면 생존하기 위해 전장 속에서 투쟁을 한 것 뿐.


다만 그것이 누군가의 생사를 제 손으로 다루는 것임을, 젊은 시절의 자신은 이해하지 못했다.


철컹-


상부 크레이들의 후미 부스터 위에서,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아래쪽 크레이들을 낀 채 회피를 일삼는 검은 빛의 넥스트를 내려다보았다. 공교롭게도 그 검은 빛의 넥스트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회피는 멈추지 않으면서, 시선은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 실로 섬찟하게 느껴졌다.


분명 저 넥스트는 심하게 소모된 상태다. 그럼에도 저 괴물 같은 분위기는 아르테리아 카팔스 요새에서 벌어진 참사를 일으킨 범인이 바로 나입니다. 하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그 참사 속 생존자의 마지막 모습을 방금 전 확인한 참인데, 자신이 최대한 빨리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참사를 낸 당사자는, 넥스트는, 목줄 풀린 짐승이 되어 죽을 필요가 없을 생명을 너무도 많이 앗아갔다. 분명 지금도 누굴 먼저 죽일까를 즐겁고 역겹게 고민하고 있겠지, 제 몸이 언제 바스라질지 모를 상황인데도.


화면상으로 리포트가 업로드된다. 그것을 오퍼레이팅을 맡은 피오나의 몫으로 넘겨버린 용병은 리더보드의 사망자 명단을 확인한다. 왕 샤오롱? 그 늙은이가 이런 상황에 참전해있다 죽었다니. 분명 그가 원한 죽음은 아니었을거란 당연한 직감이 느껴져 헛웃음을 흘리다가 릴리엄 월콧의 이름을 확인하며 그의 눈과 입가가 살며시 굳었다.


고마운걸, 이미 봤던 것을 재차 확인시켜줘서.


망할 기업 놈들, 이라며 제 속으로 씹어삼킨 그가 회선을 열었다.


“거기 있는….링크스.”


그가 말을 중간에 늘인 것은, 상대하고 싶은 자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다 이어진 낮은 목소리는, 상대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것 같진 않아보이는데 길게 전달 할 필요가 있나, 굳이 그럴 가치도 없을텐데. 하며 자조하는 듯 했으나 상대를 향한 감정은 전혀 실려있지 않은, 무미건조함 뿐이었다.


“말은 필요 없겠지.”


말을 끝맺는 순간, 오버드 부스트를 전개한 화이트 글린트는 제 이름에 어울리는 섬광을 일으키며 스트레이드를 향해 가속했다.







AC 스트레이드의 비좁은 콕핏 안에서, 카팔스 참사를 일으킨 그 용병은, 검은 새는 씨익 웃으며 사람의 것이 아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죽일 수 있는, 놈인가.”


화면에는 프라이멀 아머가 너덜너덜해졌음을 표시하는 붉은 경고 표시가 깜빡였다. 허나 그게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가치는 없었다. 자신을 향해 OB를 가동한 채 고속으로 접근하고 있는 저 넥스트의 명칭을 확인하자, 링크스는 너무 미소를 짓다 못해 위아래 입술의 피딱지가 갈라져 피가 흘러나옴에도 아랑곳 않고 조용히 웃을 수 있었다.


“화이트 글린트.”


라인아크에서 한 번 죽였다. 그리고 그 링크스는 넥스트를 재기동 시키는데에 성공했다.

결국 두 번이나 싸웠고.

두 번이나 죽였다.


“또, 죽여 주마.”


마지막으로 본 외형과는 조금 다른 넥스트지만, 상관 없었다. 저렇게 주저 없이 다가올 수 있는 링크스는, 라인아크의 그 링크스 밖엔 없을거라는 이유 모를 확신이 들었으니까.


자신을 향하는 화이트 글린트를 향해, 스트레이드 또한 OB를 가동했다.


그리고 레이저 블레이드를 전개하자, 화이트 글린트 또한 레이저 블레이드가 장착된 왼쪽 팔을 들어올려 전개 할 의사가 있다는 듯 행동한다. 거리계의 숫자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줄어든다. 서로의 거리가 좁혀진다. 레이저 블레이드의 검격이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들어오자 스트레이드의 링크스는 레이저 블레이드를 휘두르려고 하다가, 편향장치만을 전개하고 레이저 날을 형성하지 않는 화이트 글린트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고.


화이트 글린트가 급선회를 하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링크스의, 검은 새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사라졌다.


! ! !


원초적 육감이 비명을 지르자 스트레이드의 링크스는 레이저 블레이드의 전개를 취소하고, 모든 EN 출력을 부스터 유닛으로 돌렸다. OB를 취소함과 동시에 각부의 부스터가 EN을 불태우며 허공에서 360도로 회전하는 기염을 토했고, 스트레이드의 동체가 한 바퀴 뒤집히는 순간 인지하지 못했던 사각지대에서 레이저와 플라즈마가 쏟아지며, OB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어떤 참극이 벌어졌을지를 허공에서 맞부딪힌 에너지가 폭발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저런 기동이 된다고?!”]


[“서커스 하는 광대도 아니고, 말이 안 되잖아!”]


줄리어스 에머리와 로이 써랜드의 경악이 들려오자 스트레이드의 링크스는 다시금 미소를 띄웠지만, 이번 미소는 방금 전 만큼 오래 가지는 못했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반사적으로 QB를 당겨 뒤로 피하는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던 화이트 글린트가 전개한 레이저 블레이드가 스트레이드의 히트맨 머신건을 반토막 내며 급강하했다.





“피했나.”


반토막난 머신건의 유폭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편을 집어던지는 스트레이드를 보며, 용병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한톨조차 묻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상대가 쉽게 당하지 않았으리라고 예측한듯 했고, 스트레이드가 한 만큼은 아니지만 기체를 선회시켜 스트레이드를 화면에 집어넣고는 어설트 라이플로 사격하며, 오퍼레이터인 피오나에게 말했다.


“크레이들에 연락해, 터트릴 수 있는게 있다면 준비하라고.”


[“사출 방식은 상관 없죠?”]


“내가 폭사하지 않게만 해 줘.”


시덥잖은 농담을 흘리듯 말한 그였지만, 말은 그렇게 해놓고도 땀이 스미는 손을 쥐었다 펴고, 마른침을 삼키는것은 긴장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다른 넥스트들의 공격이 자신을 향한 방해라고 생각한 스트레이드는 AC 월륜을 무자비하게 추격하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며 체공 중이던 용병은 한 마디를 덧붙이며 가속했다.


“집이 좀 그리워 졌거든.”


머신건을 잃었음에도 아랑곳 않고 날뛰는 스트레이드가 월륜과의 간격을 좁혀가는 찰나, 화이트 글린트의 레이저 캐논이 그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애써 좁혀진 간격을 다시 늘렸다. OB로 접근해오는 흰색 넥스트의 모습에 불쾌감을 느낀건지, 역시 OB를 사용하여 맞서려던 스트레이드가 갑자기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뭐야, 왜 내 쪽으로 오는거지?”]


로이 써랜드가 의아함을 표하긴 했지만 그런 의문만 표하며 멈춰있진 않았다. 곧바로 베크룩스 하이 레이저 라이플과 개틀링 건을 발사하여 요격을 시도했고 스트레이드는 회피기동을 행했다. 다만 요격 화망을 형성하는 무장이 개틀링인 탓에 모든 회피는 불가능했고, 검은 빛의 넥스트의 콕핏 모니터에 띄워지는 PA 위험 신호는, 수 차례 경고음을 내다가 결국 PA의 파괴와 함께 소멸되었다.


그럼에도 무슨 꿍꿍이가 있던 걸까, OB를 멈추지 않았던 스트레이드는 제일 높은 곳의 크레이들에 도달했고, 곧바로 그 크레이들의 위로 숨어들었다. 만약 한숨 돌리기 위함이라면 그럴 틈을 줘서는 안 된다. 아나톨리아의 용병을 비롯한 링크스들의 생각은 거기서 일치했고, 로이 써랜드의 AC 마이 블리스가 스트레이드에게 요격사를 펼치는 동안 그 뒤를 추격했던 AC 아스테리즘, 줄리어스 에머리는 상대가 숨은 곳까지 거리계로 100m를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냐!”]


철컥!


아스테리즘의 상징 무장인 베가 하이 레이저 라이플이 겨눠진다. 마침 스트레이드는 뒤를 돌아 그녀 쪽을 향하고 있었고, 지금이 적기의 타이밍이라 판단한 줄리어스는 곧바로 트리거를 당겼다.





다만, 스트레이드의 링크스, 검은 새 또한 트리거를 당기고 있었다.


스트레이드의 비어 있던 오른손에 쥐어진, BFF제 라이플.


그것의 총구가 향한 곳은, 아스테리즘의 매니퓰레이터.


그것이 쥐고 있는 하이 레이저 라이플.


스트레이드의 링크스는 마치 상대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듯, 트리거를 미세하게 더 빨리 당겼다. 레이저 라이플에 출력이 집중되기 시작했을 순간에 스트레이드의 라이플 탄이 총구에서 방출됐고, 그 끝은 레이저 라이플의 배럴을 향했다. 단 한발로 끝이 아니었는지 스트레이드는 총구에서 연소된 불꽃이 사라지기 직전 매니퓰레이터를 옆으로 살짝 비틀었고, 다시 한번 트리거를 당겼다.


줄리어스 에머리가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느꼈을 때, 이미 하이 레이저 라이플의 배럴에 박힌 실탄이 총몸을 꿰뚫어 헤집어 놓았다. 양쪽 매니퓰레이터가 쥔 무장들이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레이저 라이플의 오갈데 없어진 출력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게 스트레이드의 링크스가 즉석에서 계획한 함정이란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을 때, 그녀의 시야각을 뒤덮은 것은 플라즈마의 빛이었다.


AC 아스테리즘, 줄리어스 에머리, 오르카 여단의 랭크 3 실력자.


그녀는 앞서 폭사한 컬러드 랭크 6의 스틸레토와 비슷하게 터무니 없는 죽음을 맞았다.


[“에머리!....젠장, 이 망할 짐승 새끼가!!!”]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던 네오니더스가 경악에 가까운 노성을 내질렀다. 줄리어스 에머리의 죽음이 그에게 무슨 의미를 가져다주기에 그런 걸까, 아마도 바로 인접한 랭커였고 같은 단체에 몸을 담고 있었으니 평균적인 동료애라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격노한 네오니더스는 자신의 넥스트에 장착된 어설트 캐논의 편향장치를 전개하고 있었으니까.


[“네오니더스! 멈추십시오. 어설트 캐논을 사용하면 크레이들이..!”]


어설트 캐논 전개를 눈치챈 크레이들에서 다급하게 통신으로 그를 제지하려 했다. 어설트 캐논을 맞추기만 한다면 스트레이드의 링크스, 검은 새는 넥스트와 함께 소멸하겠지만, 그걸 보란듯이 두 팔 벌려 맞아줄 상대도 아니기도 한 데다, 네오니더스의 행동을 확인한 스트레이드는 대놓고 크레이들의 주익 옆을 알짱거리며 쏠 수 있으면 쏴보라고 도발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부득거리며 어금니가 깨져라 갈아대던 네오니더스가 침착함을 되찾고자 편향장치를 회수했고, 그것을 확인한 스트레이드는 PA가 회복된걸 확인하고 곧바로 OB를 가동, 애써 화를 가라앉힌 네오니더스의 넥스트, 월륜을 향했다.


너희들이 뭘 할 수 있지? 이렇게 비아냥 거리듯이.


그런 스트레이드의 PA를 긁는 것은 화이트 글린트의 어설트 라이플 탄이었다. 콕핏 속 화면의 일부가 붉게 점등하며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가리켰고, 스트레이드의 동체가 화이트 글린트를 향했고-


“또, 죽여 주마, 화이트 글린트!!!”


[“그러던가.”]


귀찮다는 듯 대꾸하는 용병의 목소리에, 검은 새는 짐승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검은 넥스트가 화이트 글린트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착한 아이에겐 선물을, 나쁜 아이에겐 석탄을. 이건 네가 받을 것들이다.”]


화이트 글린트를 향해 OB로 접근하던 검은 새는 용병의 말이 끝나고, 자신의 궤적을 흐트러뜨리는 소형 컨테이너들에 당황했는지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화이트 글린트가 위에서 급습하기 전의 그 순간처럼.

허나 화이트 글린트는 다시 급습하지 않았다. 대신, 컨테이너들에게 이변이 일어났을 뿐.


콰앙-!


때를 잘못 찾은 연말맞이 폭죽 마냥, 스트레이드가 인접해있던 컨테이너들이 붉은 섬광을 일으키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정체는 피오나 예르네펠트가 크레이들에 작전을 전달해 만들어진 급조 폭발물. 컨테이너에, 더 이상 사용될 일이 없는 MT 및 노멀용의 폭발물에 지연신관을 탑재한 원시적인 폭뢰였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하,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불꽃놀이라, 나쁘지 않아!”]


로이 써랜드가 호기롭게 외쳤고, 마이 블리스의 개틀링 건이 화염을 토해내 폭심지에서 벗어나려 시도하는 스트레이드에게 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공격으로 스트레이드가 회피 시도가 막힌 것도 있지만, 폭발하지 않고 떨어지는 컨테이너들을 유폭시켜 스트레이드의 시야까지 차단시켰다.


거기에 의도치 않은 럭키 샷 까지, 스트레이드의 등 무장인 플라즈마 캐논이 근접한 폭발에 파손됐고, 검은 새는 연달아 넥스트를 뒤흔드는 폭발과 폭음 속에서 파손된 플라즈마 캐논이 유폭하기 전 가까스로 강제 분리를 하며 비명을 지르듯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스트레이드가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스트레이드가 발을 묶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미 네오니더스는 사선상에 크레이들이 들어오지 않게 위치를 이동, 다시 어설트 캐논의 편향장치를 전개했다.


불꽃놀이가 끝나갈 때, 이미 스트레이드는 완벽하게 어설트 캐논의 범위 안에 들어와 있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쐐기를 박는 것은-


“메인, 부스터, 가..?”


신호가 소실된 메인 부스터, 넥스트의 후방에서 연기가 날리는 라이플을 겨누며 체공 중인 화이트 글린트.


“노린 거냐, 화이트 글린트..!!”


어설트 캐논이 발사되었고, 죽음을 선물해주는 입자가 한데 뭉친 광탄은 폭발하지 못한 컨테이너들을, 그리고 검은 새를 집어삼켰다. 위험 범위 바깥으로 벗어나있는 세 넥스트에게 충격 경고음이 거세게 울릴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고, 그 안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튕겨져나온 악마의 넥스트는 그대로 추락해, 제 자신이 쓰러뜨렸던 어느 링크스처럼 진한 회색의 구름을 뚫으며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바리안 칼 쪼갠것처럼 글을 쪼갰다.


목줄이가 중간에 줍줍한 BFF 라이플은 알다시피 스트릭스 쿼드로가 들고 있던 다른 라이플임.


죽어서까지 트롤하는 영감탱이...


라인아크때 오츠달바가 했던 대사를 졸지에 자기도 해버린 목줄이... 근데 오츠달바는 저 대사를 치고 돌아와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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