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개인적으로 나는 폭통 괜찮게 보는 사람이라는걸 밝힐게.
폭종도, 폭통도, 그리고 AA들도 본 리첼렌 애독자임.
나는 폭통이 엄청 재밌는건 아니지만 소소하게 관성적으로 보는 소설이라고 생각해.
근데 이걸로 불타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곰곰히 생각해봤음.
폭통은 리첼렌이 말했듯이 파시스트적인 역함을 강조하는 소설이야.
근데 이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누군지는 말 안하겠지만) 역함을 못느끼면 파시스트라고 주장하는데
당연히 틀린 소리임.
우선 소설은 소설일 뿐이야.
소설에 과잉몰입해서 실제 세계와 동등하게 생각하는건 조금 웃기다고 생각함.
하지만 무엇보다도 폭통의 혐성은 인과응보식의 전개임.
조지원과 대한민국이 피해자를 일으켜서 함께 가해자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웹소설식 전개야.
다른 웹소설에서는 제대로 복수 안했다고 고구마 타령하는데 폭통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지.
게다가 폭통에서는 이미 명분이 있어.
몇몇 대역소설에서 훗날 저지를 죄악으로 처단하면 댓글창이 불타지.
그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먼저 판단하냐면서.
하지만 폭통은 아니야.
리첼렌의 의도와는 다르게 독자들이 그렇게 역함을 못 느끼는건 인과응보적인 서술때문이라고 생각해.
최근 편을 예시로 들어보자.
아일랜드의 지도자를 부추겨서 영국을 공격하게 하잖아. 그러면서 호주, 뉴질랜드를 공격해 백인을 내쫓고 결국에는 영국을 망하게 하지.
여기에서 공격하는 사람들은 조지원 뿐이 아니야.
억압받던 호주의 어보리진, 뉴질랜드의 마오리, 남아프리카의 줄루, 아일랜드 사람들이 다 함께 영국을 공격하는 훈훈한 이야기지.
당연하게도 독자들은 영국을 주인공으로 보지않아. 악당으로 보지.
인터넷 밈들도 그렇듯이 영국의 악행들은 너무 잘 알려져있어 (물론 대역 독자들에게 특히 더).
그러니까 영국 왕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건 오히려 화룡점정이지.
웹소설식 사이다가 그거잖아?
악당이 비참하게 죽는거.
리첼렌은 영국왕이 불쌍하게 느껴졌으면 할지 몰라도 독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 없어.
왜냐면 영국은 악당이니까.
아편전쟁, 벵골 대기근, 아일랜드 대기근, 어보리진/마오리 등등 원주민 추방과 학살, 보어인 학살 등등등
심지어 저 전부가 조지원 이전에 일어난 일들이야.
그야말로 전형적인 악당 포지션이지.
주인공이 악당에게 괴롭힘 받는 약자들을 도와서 악당에게 복수하는거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은 없잖아?
오히려 인과응보 짱이다 하고 통쾌해하지.
나는 만약 리첼렌이 파시스트의 역함을 표현하려고 했으면 다른 방향에서 서술해야 했다고 생각해.
예를 들자면 엄청나게 개발딸한 대한민국이 뜬금없이 세비야 해안에 내려서 중세 스페인 왕국을 철저하게 식민지배하면서 "불쌍한 원주민들을 대신해서 복수하겠어~"하면 독자들은 다들 욕하겠지.
아니면 지금처럼 약자들을 규합해서 공격하는게 아닌 원역사의 일제처럼 약자들을 집어삼키든가.
물론 리첼렌도 욕먹겠지만... 구매수도 떡락하고 말이야...
아무튼 지금의 폭통을 보면서 역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장면 장면마다 강조되는 개개인의 추악함이라든가 비참함 때문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조지원과 삼균주의는 오히려 영웅적인 측면이 있어.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전형적인 영웅같이 말이야.
게다가 폭통의 미래를 파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해.
폭통은 결국 웹소설이고 리첼렌은 작가거든.
작중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패하고 패권을 잃고 나락으로 추락하는 식의 전개는 일어 날 수 없어.
그리고 그런 전개가 아니면 파멸이 일어날 일은 없다고 봐야해.
어떤 이는 자유주의/민주주의가 없으니까 디스토피아라고 하는데.
폭통을 보면 삼균주의는 전혀 전혀 자유주의/민주주의에 반대 이념이 아니야.
작중에서도 이건 끊임없이 강조돼.
조가은이 말했지
계속 투표에서 당선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은 국민 개개인에게 힘이 있는거야.
그리고 그건 일반적으로 투표, 그리고 간간히 시위라는 형태로 투사되지.
당연히 폭통에서도 그건 예외가 아니야.
누군가는 조지원이 끝없는 연임을 하고 있으니 독재다!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투표에 간섭하지 않고서도 당선된 조지원이 계속 연임하는건 오히려 민주주의의 이상에 더 부합하는 모습이야.
미국마저도 연임 제한을 법으로 명시한건 프랭클린 루즈벨트 때였잖아?
물론 갓싱턴께서 2번만 임기를 하신건 대단하지만 조지원이 계속 연임한거로는 욕하기 힘들어.
폭통 세계관에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건 간단해.
조지원이 투표에서 졌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를 부정하는거지. 그리고 국민들은 그런 조지원을 끌어내리지 못하는거고.
근데 과연 조지원이 그럴 수 있을까?
흠결 하나도 남기 싫어서 자기 부통령한테 서명하라고 하는 사람이?
누군가는 나중에 변질될거라고 얘기하겠지만 조지원의 이상이 세세히 기록된 이상 그건 힘들어.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작중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걸 못 막을까? 삼균주의의 이상을 간직한 국민들이?
이념이라는건 굉장히 바뀌기 힘들어.
특히 그 이념을 대표하는 영웅이 있다면 더욱더.
사실 조지원은 민주주의적으로도 완벽한 정치인이거든.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적인 전제주의를 철저하게 파괴한 사람이 바로 조지원이잖아. 선양쇼, 그리고 제관 투척 연설에서 말이야.
자유주의도 마찬가지야.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해.
그러면 삼균주의는?
균학, 균권, 균부를 제창하지.
자, 균권은 그 자체로 평등한 권리를 뜻해.
자유주의랑 큰 차이가 없지?
그럼 자유는 어떨까?
폭통 작중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주로 특무를 통해서 조명되.
정치범, 간첩, 매국노 등등을 찾아서 인권 유린하고 '돼지'라든가 노골적인 성희롱이라든가 하는 말로 그 악행이 표현되지.
그런데 결국 이것들은 비공식적인 일이야.
즉, 훗날 사람들이 이건 옳은 일이야 라고 할만한 껀덕지가 없는 셈이지.
뭔가 부끄러우니까 비밀로 한게 아니겠어?
게다가 비슷한 일은 자유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도 종종 일어났었어.
'특무'가 아니라 작중의 다른 장면들에서 삼균주의는 자유주의의 반대가 아니라는 표현이 많아.
특히 협동 조합이라는 지극히 사회주의적인 경제 체제가 아니라면 미영에서도 쉽게 받아드려질 이념이지.
삼균주의는 개인의 권리도, 재산도, 생명도, 자유도 건들이지 않아. 오히려 보장하지.
결국 삼균주의가 득세한 세상이라고 민주주의/자유주의가 죽은게 아니야. 그냥 다른 이름으로 살아 있을 뿐이지.
학살과 전쟁 때문에 싫증을 느끼는건 알겠지만 폭통에서의 대한민국은 오늘날이랑 정치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을거야.
실제로 현실의 대한민국도 고전적 자유주의도 직접 민주주의도 아니잖아?
근데 나 이거 쓰려고 조사하다보니 알았는데 삼균주의가 실제로 있는 이론이네...
그것도 임정의 독립 운동 방안으로... 죄송합니다 조소앙 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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