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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고교급 페로몬 EP.3 어부지리 (完)

Fu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1 0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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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네 직감은 처음부터 나에기 군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던 모양이네.


세레스티아 루덴베르크."



키리기리의 말이 맞았다.  세레스는 어째서 바로 앞에 정답을 놔두고 왜 엉뚱하게 나에기 마코토에만 집중했었던 걸까?


정답은 그녀도 알고 있다. 그건 바로 나에기가 '초고교급 행운'이기 때문이었고,


그에게 수많은 여자들이 꼬이는 걸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그녀의 직감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는 못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일을 벌인 이유가 오로지 직감이니만, 조금이라도 자기위안이 될만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 나에기에게 집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세레스는 나에기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정답은 후지사키였고, 이것은 곧 그녀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그녀는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벽한 패배를 맛보았다. 


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거나 굴욕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실패를 통해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을 얻게 되었으니까.


"제 패배에요. 인정하죠."


"그럼 후자사키는...."


나에기가 물었다. 



"...여기까지 와도 눈치를 못챈 걸 보면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 후지사키 군을 납치하지 않았어요. 그를 납치해서 제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죠?"


"뭐? 그럼...."


"헤헤... 미안, 나에기. 그런데 세레스가 부탁해와서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세레스... 일단 난 세레스가 나에기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흠.. 그건 좀..."



나에기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세레스는 꽤나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후지사키는 그런 세레스에게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나에기는 진심으로 내가 걱정해서 여기까지 와준거잖아."



후지사키는 볼에 바람을 넣어가며 눈에 힘을 주고 세레스에게 말했다. 


자기 딴에는 최대한 무섭게 보이려고 하는 거겠지만 이게 무서울 리가 있나. 


하지만 세레스는 오히려 그런 이유로 후지사키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귀여운 사람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그것도 그렇네요... 나에기 군.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어찌되었든 이번 일로 나에기 군에게 민폐를 끼친 것도 사실...


원하는 게 있다면 제 능력 안에서는 최대한 들어드리도록 하죠."


"그래? 그러면...."



세레스는 내심 궁금했다. 나에기 마코토가 여기서 말할 부탁은 뭘까?


나에기도 세레스의 능력은 알고 있다. 


싫어하는 사람을 쥐도새도 모르게 제거해달라고 해도 해줄 수 있고,


억만금을 달라고 해도 흔쾌히 줄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소원은 그런 거창한 부탁이 아니었다.




"음... 배고픈데, 여기서 밥먹고 가면 안될까?"


"네?"


세레스는 또 한번 나에기에게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 혹시 안돼?"


"후후후... 나에기 군. 정말 그게 당신의 소원인가요?


그냥 멀리 갈 것도 없이 저한테 거금을 요구한 다음에, 그냥 그 돈으로 이 호텔의 식당에서 마음껏 먹고싶은대로 먹을 수 있다구요?"



"음, 근데 난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하지 않아. "



그 말에 세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에기 군...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네요. 후후, 왜 다른 여성분들이 당신을 죽고 못살 정도로 매달리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요.


좋아요. 솔직히 말하면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그게 당신의 바람이라면.. 들어드리죠."



직후 세레스가 경쾌하게 박수를 한 번 치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이 들어왔다. 


세레스는 그 경호원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는 걸로 어떤 명령을 데리고.


나에기와 키리기리, 후지사키를 데리고 어딘가로 데려갔다. 





조금 뒤, 나에기와 후지사키는 살면서 한 번도 본적조차 없는 산해진미들로 가득한 진수성찬을 마주했다. 


길이가 워낙 길어 100M 달리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기다란 식탁 위에, 


전 세계의 별미들이 놓여져 있는 모습은 어떤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기까지 했다. 



"편하신대로 드세요. 드시고 싶은 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여기 종업원분들께 말씀하시고요."


카지노의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만찬. 


VIP 중에서도 극상위권에 있는 자들에게조차 대접한 적 없는 최고의 식사였다. 




"와! 나에기! 이거 봐봐, 랍스타가 살아있어!"


"국물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윽한 맛이 나...."


"고기가 무슨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나름대로 이런 식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키리기리와 세레스는 두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대신, 그래도 자신이 애정하는 상대가 즐거워하는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

.......


이제 모든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키리기리가 가져온 차로는 네 명이 타기에는 협소하(다고 세레스가 주장했다.)기에 


그 차는 호텔의 종업원 중 한 명이 키보가미네 학원까지 운전해서 가져다놓기로 했고, 



대신 그들은 카지노 소유 리무진으로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리무진은 서로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구조라 이왕이면 후지사키랑 나에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은 둘이었으나. 


그렇게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서 노곤해지기도 했고, 


오늘 하루가 꽤나 고단했던지라 어느덧 잠들어버린 후지사키와 나에기였다. 



"....아주 사랑스럽지 않나요?"



먼저 말을 꺼낸 건 세레스였다.



"후지사키 말이지?"


"그럼요. 나에기 군도 꽤 귀여운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치땅은 저의 기사님이 될 분인걸요. A급은 따놓은 당상이에요."


".....궁금하지 않아."


"어머, 혹시 질투신가요? 후후. 그럴 법도 하죠. 치땅은 그래도 최소한의, 아니 생각보다 더 눈치가 있는 귀여운 아기천사지만. 


나에기 군은 안타깝게도 그게 아니니까요."


"흐음... 뭐, 틀린 말은 아니야. 그런데 그런 면이 없었다면 오히려 얘한테 이런 마음을 품을 일도 없었을걸."



키리기리는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듯 자고 있는 나에기의 볼을 살짝 꼬집자 


나에기가 으으응, 하면서 잠꼬대를 했다. 



"후후, 치땅도 한번 볼까요?"


세레스는 꼬집거나 하지는 않고, 손가락을 코 밑에 갖다대어 후지사키의 숨을 살짝 막자 


후지사키가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세레스는 그런 후지사키의 모습마저도 굉장히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푹 빠진다는 것도 참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찾아왔던 누군가와 함께하며 행복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아직 두 사람은 사귀는 게 확정된 건 아니잖아?


너는 그렇다 쳐도 후지사키 군이 거절하거나 한다면?"


"그럴 일은 없어요."



평소의 세레스였다면 '그럴 일은 없어요.'라고 말할 때면 눈을 무섭게 뜨며 위협하듯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일은 아예 생각조차 할 이유가 없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후지사키의 뺨을 간질일 뿐이었다.


키리기리는 그런 세레스를 보고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레스에게는 후지사키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기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어떻지?'



키리기리도 새근새근 자고 있는 나에기를 쳐다보았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녀에게는 강력한 경쟁자가 여럿 있기에 세레스처럼 저렇게 확신할 수 없다.


처음에는 세레스도 경쟁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냥 행운이라는 능력에 살짝 끌렸을 정도긴 해서 그녀는 제외한다고 해도...


마이조노, 아사히나, 이쿠사바... 최소 세 명의 경쟁자가 있다.



"....."


-쪽.


키리기리는 자고 있는 나에기의 볼에 살짝 입술을 맞췄다.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고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의자를 뒤로 젖혀 눈을 감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이 복잡해 잠이 오지 않았다....



..........

..........



세레스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등굣날. 


세레스와 후지사키는 아예 손을 잡은채로 등교해서 교실까지 들어왔다.



"어이, 후지사키! 뭐냐?"


"으으음... 그러니까...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운데... 헤헤."


후지사키는 오오와다의 추궁에도 세레스의 손만큼은 놓지 않았다. 



키리기리의 입장에서도 꽤나 놀라운 장면이었다. 


어젯밤 각자 헤어질때 둘이 같이 돌아간 것까지는 보긴했는데, 


그때 이후로 12시간만에 저렇게 끈끈한 연인관계가 된 것이다. 




"우와... 세레스... 후지사키... 뭔가 색다른 조합이네.  근데 왠지 잘 어울려!"


"후후, 고마워요."



아사히나의 축하를 받은 세레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교롭게도 모두가 모여있었다. 


키리기리, 아사히나, 이쿠사바... 그리고 마침 시간이 나서 오랜만에 학교에 들른 마이조노까지.


저 멀리서 재밌다는듯 우뿌뿌대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에노시마나, 


토가미 빼곤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 후카와, 아예 사람이 맞나 싶은 오오가미는 제외하고라도.... 


나에기의 주변을 둘러싼 수라장들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여 있는 셈이었다.



"어머나. 하나도 안 부러운 분들이 다 모이셨네요?


나에기 군. 저기서 저희들을 내심 부럽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 분들을 봐요. 보고 어떤 생각이 들어요?"



"누가 부러워했다고 그래요!"


"...웃기지도 않는 소리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세레스!"


"...군인한테 그런 감정은 사치야."



마이조노, 키리기리, 아사히나, 이쿠사바. 


세레스는 저 네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 네 명이 몇 년동안 나에기를 두고 삽질하는 걸 아주 잘 봤으니까.



'그럼, 이왕 약올리는 거 더 해볼까.'



세레스는 약올리듯 모두를 등진 채로 후지사키에게 나긋하게 속삭였다. 


"치땅, 우리 어젯밤에 했던 거 한번 더 해볼까요?"



그러자 후지사키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당황하며 되물었다.


"어.. 어? 여기서...? 그건 좀... 공연음란... 그런..."


"후후,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자기 전에 이런 것도 했었잖아요?"


"어....?"



세레스는 굳이 후지사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후지사키의 양 뺨을 잡은 세레스가 어제 둘이 했던 행동 중 그나마 덜 야했던 행동을 모두에게 보여주자. 


그 순간 교실은 광란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우와아아아아!"


"이 미친새끼들, 학교에서 뭐 하냐!"


"...서민들의 생각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군, 천박한 것들...."



세레스의 입술이 후지사키의 입술을 정열적으로 파고들며 격렬한 키스를 나눴다. 



-츄읍... 츕...


키스가 끝난 뒤, 세레스가 바로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나에기에게 물었다.



"후후, 나에기 군. 당신에게는 이런 사람이 있나요?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앞으로도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이 드는... 사랑하는 사람 말이에요."



"음, 모르겠는데. 근데 아마 없지 않을까? 나 그런 쪽으로는 별 생각 해본 적이 없었어..."



그때 나에기는 몰랐다. 


그 대답을 하자마자 자신의 등 뒤에서 자신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네 명의 여인이 있었다는 걸.


물론 당사자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세레스는 그런 여자들의 모습을 보고 더더욱 재미가 들려 좀 더 짓궃은 질문을 하기로 했다.



"어머나, 나에기 군. 그래도 나에기 군의 외모나 성격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꽤나 괜찮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러면 질문을 바꿔볼까요? 나에기 군이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반대로 나에기 군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요? 우리도 이제 성인이기도 하니까요. 연애에 관심 가질 나이기도 하잖아요?"


"어...."



이번 질문에 고무된 건 마이조노와 키리기리였다. 


'그래, 나에기. 내가 키스까지 하고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했잖아. 말해. 내가 있다고 말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키리기리는 


'우리 집까지 소개시켜주고... 카지노 때 일까지 도와줬고... 기억은 못하겠지만 나도 키스까지 했어.


너라면 세레스의 대답에 뭐라 대답해야 할 지 알고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두근대는 마음으로 나에기의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기는 해맑은 표정으로....



"음, 없는 거 같아!"



"후후후, 그런가요? 그것 참 아쉽네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인연이라는 건 불현듯 찾아오는 법이 있는 법이랍니다. 


어쩌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몇 년이 지나도 찾을 수도 있죠. 여기 치땅처럼 말이에요."


"헤헤... 좀 부끄럽네."


"응, 두 사람은 잘 어울려! 내가 그래도 눈치가 좀 있는 편이라. 


후지사키가 옛날부터 세레스한테 조금 마음이 있는 건 알고 있었거든!"



나에기는 여전히 해맑았다. 


후지사키도 마찬가지였다.


"우와, 진짜? 나에기... 대단하네."


"우린 친구니까, 그 정도는 알아!"


"헤헤헤헤..."



하지만 세레스는 나에기가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썩어가는 네 명의 여자들을 보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참... 나에기 군은 정말 눈치가 빠른 것 같네요."


"음, 고마워!"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세 명과는 다르게. 


뒤에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네 명의 여자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지금만큼은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열이 받아서. 이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슬슬 저 눈치없는 자식을 손에 넣어야겠다며 말이다.


옆에 있는 것들에게는 절대 양보하지 않고 말이다.



-Ep.3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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