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기동전사 Z 건담이 슬슬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월간 OUT에서는 새로운 건담 예고로 첫페이지를 장식했다.

그 이름은 기동전사 O건담 : 빛의 뉴타입(機動戦士Oガンダム・光のニュータイプ).

이야기의 무대는 그리프스 전쟁으로부터 1년 뒤. 폐기된 시험형 콜로니인 '사이드 0'를 거점으로 삼고 나타난 새로운 적 '슈퍼 지온'과의 전쟁에 휘말린 소년 타로 아사티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타로 아사티는 뉴타입의 완성형인 <스테레오타입>의 자질을 가진 빛의 뉴타입. 그리고 타로와 대립하는 어둠의 뉴타입은 다름아닌 하만 칸의 동생이자 슈퍼 지온의 지도자인 '칸 주니어'. 여기에 슈퍼 지온에 초빙된 수수께끼의 여성 '아르테시아 소령'과 그리프스 전쟁에서 귀환해 제 3세력을 이끄는 수수께끼 헬멧남 '샤아'가 엮이게 되는데...

(대충 등장인물 소개와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설명)

•타로 아사티 : 주인공. 1년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사이드 0.13(통칭 '로스트 시티')에서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는 소년. 불량배나 다름없이 살고 있지만 여동생한테만큼은 다정한 오빠. 뉴타입의 완성형인 '스테레오타입'의 자질을 가진 빛의 뉴타입. 탑승 기체는 Z건담 Mk-II였다가 후에 슈퍼 지온한테서 빼앗은 O건담으로 갈아탄다.

•파나 고 아사티 : 타로의 여동생. 어린나이에 타로가 거의 키우다시피 해서 타로를 오빠보다는 아버지로 여긴다. 오빠의 소원으로 로스트 시티에 유일하게 있는 학교에 다니지만 실은 스스로 독립해 살기를 원하는 왈가닥 소녀.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자신의 숨겨진 소질을 깨닫는다.

•솔라 레이 : 좀 일찍 태어난 벨토치카 차일드. 어린 나이에 벌써 뉴타입이다.

•칸 주니어 : 그리프스 전쟁 막바지에 이럴 때를 대비해 하만이 탈출시킨 남동생. 1년 후 자신을 지온공국의 정통 후계자로 선언하면서 슈퍼 지온을 이끌고 전쟁을 벌였다. 동생인데 왜 주니어인지는 모르겠다. 복제인간일까 싶었는데 설명문구에는 하만보다 야망 높고 카리스마 쩔다는 것 외에는 없다. 타로가 빛의 뉴타입이라면 이쪽은 어둠의 뉴타입.

•아르테시아 소령 : 칸 주니어에게 초빙되어 지구에서 슈퍼 지온으로 온 수수께끼의 여자. 그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오빠에게서 물려받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는 것과 샤아에게 애증을 품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샤아 : 2화부터 등장하는 수수게끼의 모빌슈트 파일럿. 이젠 정체 감출 생각도 없는 건지 가면남에서 선글라스남, 그리고 이제는 헬멧남이 되었다. 일단 에우고나 슈퍼 지온과는 별개인 제 3세력을 이끌 예정. 탑승 기체는 백일식(百一式).

•Z건담 마크2 - 타로 아사티가 초기에 탑승하는 건담. Z건담의 양산형이라 가변기능이 빠진 시점에서 그냥 색이 다른 백식.

•G자쿠(그랜드 자쿠) - 하이잭의 발전형. 에우고와 슈퍼 지온 양쪽에서 쓰는 양산기.

•사이코 건담 마크2 - 슈퍼 지온이 운용하는 사이코 건담의 후계기. 아르테시아 소령의 전용기인데, 전용 컬러를 보면 그냥 오빠꺼 빌려쓴 것 같다.

• O(아우터)건담 - 타로 아사티의 새로운 주역 기체. Z건담의 카미유와 비슷한 교체패턴이지만, 슈퍼 지온이 개발하던 걸 강탈한거라 원래는 악의 건담임. 뉴타입이 아닌 일반 조종사도 탈 수 있고, 뉴타입의 소질을 이끌어 각성시키는 피드백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는데 파일럿의 뉴타입 기질이 강해질수록 기체도 같이 강해지는 성장형 건담. 'O'는 사이드 0에서 만든 프로토타입(0호) 사이코뮤 탑재기 or 설계상 규격 외(Outer)라는 뜻.

(대충 4화까지의 줄거리)

(자기 흉내내는 여동생하고 자기가 아는 여자랑 똑같이 생긴 낭자애를 본 남자의 얼굴)

어째서인지 악으로 돌아선 세이라, 원래는 악의 건담이였다가 주인공이 강탈한 이질적인 형태의 건담, 그리고 하만의 얼굴을 한 오토코노코, 벨토치카 칠드런 앞당긴 전작 주인공의 2세와 이제는 가면따위 벗어던진 샤아 등 나름 참신한 요소가 많았는데 어째서인지 묻혀졌음. 제작 도중에 엎어져서 급하게 만든게 ZZ건담이고, 그래서 후반에 분위가 급변한건가 싶은데, 그건 아님.

그냥 O건담 자체가 구라였음.

그것도 공식에서 정성스레 월간 OUT 편집장을 토미노 감독으로 분장시킨 인터뷰 사진부터 성우 목록, 설정, 셀화, 상품 소개까지 하나하나 공들여 넣은 8페이지 분량의 폰건담. 다음 페이지 넘기면 '죄송합니다! 이게 진짜 ZZ임.'이라는 내용의 진짜 소개 기사가 2페이지 정도 있음.

사실 이 기사가 나온 시기가 아직 1월 말이라 Z건담 결말은 물론이고 후속작 발표도 안 나온 상태였음. 몇몇 잡지에서 ZZ 건담이라는 정보가 나오긴 했는데 그냥 가제 수준. 그리고 월간 OUT에서는 O건담 낚시하기 전부터 3개월간 가짜 정보 코너로 가짜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음. 아래가 바로 그거.

(ZF 마징가 X)

(요괴인간 Z타요마)

(마징가+엘가임 = 초합금 마징가임)

(독수리 오형제 건담)

(기동전사 ZZ건담 : 노쇠의 샤아)

솔직히 이렇게 이거저거 섞은거 보여주다가 갑자기 건담다운거 보여주면 낚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음.

그래도 그냥 낚시질로만 끝나지는 않은게 여기 나온 것 중 일부는 ZZ건담에서 쓰였고(쥬도나 하만만 봐도 그럼), O건담 자체는 내용을 각색해서 1987년하고 88년에 소설 2편을 연재했음. 마이너스의 뉴타입 '뉴로우 타입'도 나오는 등 나름 독자적인 전개에 어두운 스토리였다고 하는데, 포 더 바렐처럼 단행본으로 안 나옴.

이걸 보면 악의 건담은 역시 좀 이질적인 디자인이여야 한다는 인식이 옛날부터 있었구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