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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단편] AI-3

시르(59.12) 2017.12.15 00:20:17
조회 636 추천 20 댓글 3
														

 “이브, 너는 나한테 거짓말을 할 수 있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 갑작스런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고 있었다. 글쎄, 그런 질문을 하게 된 이유가 뭘까.


 눈앞의 화면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비록 휴가철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일에 지쳤기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영화를 보며 쉬고 있던 참이었다.


 “주인님, 기왕 휴가를 내신 김에 어디라도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글쎄, 요즘은 어딜 가도 다 똑같잖아. 가까운 곳에 휴양지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 좀 구경할만한 곳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집안에서 이렇게 휴가를 지내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AI 주제에 로망을 논하는 거야?”


 “일반적인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 지금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거냐, 라고 되받아치고 싶지만, 그럼 또 그녀의 입에서 적절한 통계와 함께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올곧은 시선이 휘몰아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시내로 나가서 뭐라도 해 보심이 어떨까요.”


 “좋아.”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살짝 미소 지었다. 아직은 약간 어색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미소였다.


 “대신, 나랑 같이 가자.”


 이윽고 내가 뒷말을 이어 말하자, 그녀는 급격하게 표정을 굳히더니 당황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주인님, 저는...”


 “알 게 뭐야. 나 나갈 준비 할 테니까 너도 준비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같이, 한숨을 푹 몰아쉰 그녀는 말대꾸를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근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외출용 복장인 것인지, 실내에 있을 때의 의상에 비해조금은 노출도가 줄어들고,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게 코트 비슷한 것을 겉옷으로 입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주인님의 외출 빈도는 평균적인 사람에 비해 무려 92%나 적었습니다. 이른바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사람들과 제가 생각하는 주인님은 달랐으니...”


 “그만, 그만하면 됐어.”


 내가 살다 살다 인공지능에게 히키코모리라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절로 한숨이 나왔다.


 확실히 남들보다 외출을 적게 한다는 감각은 있었지만, 애초에 집 바깥으로 나가는 이유는 출근을 제외하고는 가끔 기분을 내 보려 직접 요리를 하기 위한 식자재를 사는 것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생필품들은 적당한 때가 되면 알아서 집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이 주문하고, 마땅한 취미도, 그럴싸한 친구도 없는 나는 집 바깥으로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안 이러나?”


 “네, 안 그럽니다.”


 “아니, 내가 뭔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그러는 거야?”


 “대다수의 면에서 주인님은 평균 외적인 사람이니, 그냥 무턱대고 부정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야?!”


 냉정한 남의 시선을 받아 본 적이 처음이라 그런 건가, 꽤나 충격이었다.


 먼저 이브와 내가 향한 곳은 마을 중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이었다. 뭐, 어지간한 것은 전부 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세계에서도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아직도 물건을 직접 만져봐야 안심이 된다는 사람들은 존재 하는 모양이었다.


 “쇼핑몰이군요.”


 “그래. 옷이나 살까, 하고.”


 “인간은 정말 복잡한 생물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우리 둘은 쇼핑몰 입구에 서 있는, 뭘 형상화한 것인지 잘 모르겠는 동상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로수들은 어느새 이파리를 다 떨궈 가지가 앙상해져 있었고, 주변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누군가와 짝을 이뤄 서둘러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이런 커다란 구매 공간이 필요한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웬만한 집에는 전부 가상공간 시스템 정도는 있으니, 거기서 인터넷 상의 옷을 보거나 하면 될 텐데.”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얼굴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AI의 눈에는 우리 인간 사회가 어떻게 비칠까. 어쩌면 아직도 남아있는 아날로그의 흔적들은, 그들의 시선에는 전부 이해가 되지 않는 비효율의 덩어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무슨 뜻입니까?”


 “인간들조차 자기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걸 네가 이해하려 들 필요는 없다는 거야.”


 “참... 복잡하군요.”


 “자, 일단 들어가자.”


 나는 이브의 손을 이끌고 쇼핑몰의 내부로 들어섰다. 착용하고 있는 홀로렌즈와 동기화되어 여러 가지 할인 소식이 몰려왔고, 나는 그 중에 적당한 의류 매장을 골랐다.


 “어디보자, 2층에 있다 그랬으니...”


 번쩍이는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쇼핑몰 중앙 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그녀와 같이 몸을 맡겼다.


 이미 쇼핑몰 안은 물건을 구경하거나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브는 신기한 듯이 두리번거렸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이해 할 필요 없다고 그러네.”


 내가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살짝 놀란 듯이 몸을 움찔거리더니 흠, 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나의 뒤를 따라왔다.


 “무슨 옷을 보러 오셨습니까?”


 의류 매장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접객용 안드로이드가 나와 이브를 반겼다. 오랜만에 이런 매장에 오는 거라 살짝 놀랐지만, 침착하고 여성용 코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매번 입던 코트가 살짝 헤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참이라,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시즌에는 이런 살짝 밝은 컬러가 인기입니다. 그리고 이 옷 말입니다만...”


 상세한 제품 소개를 하는 AI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원래 생각해 두었던 진한 갈색의 코트를 집어 들었다.


 “이브, 이 옷 어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시즌에는 밝은 컬러가 인기라고 합니다만.”


 “유행 따라가면 재미없잖아, 안 그래?”


 “그렇... 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감각은 AI에게 무리이려나.”


 “아무래도요.”


 “어때, 잘 어울리긴 해?”


 나는 내친김에 입고 온 겉옷을 벗어놓고 방금 고른 코트를 걸치고는 이브에게 물었다. 그녀는 뭔가 따져보고 있다는 듯이 유심하게 날 쳐다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군요. 가지고 계시는 검은 코트보다, 그 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 사실 이런 코트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회사 다니기 시작했을 때 즈음에 다 헤져서 버렸었지 뭐야.”


 “사실 주인님 정도면 밝은 색 계열도 잘 받으리라 생각하지만요.”


 “어, 그래? 한 번 입어나 볼까.”


 “여기 있습니다.”


 내가 말하기가 무섭게, 이브가 코트 진열대에서 베이지 톤의 코트를 꺼내어 나에게 건넸다. 그러던 와중에, 처음에 나에게 붙었던 접객용 안드로이드는 어느새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어때?”


 “역시 제 안목이 맞았군요. 잘 어울리십니다.”


 “흠... 그래도 아까 봤던 게.”


 “이미 어두운 색 계열 코트는 있으시니, 이번에는 밝은 색으로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럼 이걸로 사자.”


 어쩐지 설득 당한 느낌이었지만, 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없었기에, 그냥 이걸로 됐다 싶었고, 계산을 끝마친 우리는 가게를 나서 쇼핑몰 홀로 나왔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할 예정이십니까.”


 “음. 그냥 이것저것 해 볼 생각인데. 여기, 쇼핑몰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저것 꽤 있거든.”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나, 사격이나 다트, 미니 농구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도 있는 오락실이라던가. 사실 이름만 쇼핑몰이지 멀티플렉스에 가까운 형태였다.


 “일단 가 보자.”


 “...네.”


 그녀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대답에 뜸들 였지만, 나는 그 사실에 개의치 않고 내 배가 출출했기에 일단 푸드코트에 먼저 들리기로 했다.


 “이브, 근데 말이야.”


 “왜 그러십니까?”


 “너도 뭐 먹을 수 있어?”


 “일단은 섭취는 가능합니다만,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왜 이런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래? 그럼 먹어봐.”


 나는 내가 들고 있던 떡볶이 떡을 하나 건넸다.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이윽고 그 작은 입을 벌려 떡을 물어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먹는 작은 동물 같아 조금 귀여웠지만, 직접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떡이랑 양념 맛이군요.”


 “너무 기계적인 대답이다, 야.”


 “기계, 맞습니다만.”


 “자, 다음으로는 저기 오락실이야.”


 이제 그녀는 체념한 듯, 대답조차 하지 않고 내 뒤를 따라왔다. 각종 게임 기계들이 즐비한 곳, 오락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이상하게 내가 어렸을 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정용 게임보다 한참 뒤처진 느낌의 아케이드 게임들이었지만, 손님은 꽤나 있었다. 딱히 이런 게임을 즐기는 취미는 없었기에, 나는 게임기들이 있는 공간은 그냥 둘러만 보다 나왔고, 오히려 다른 기계에 시선이 끌렸다.


 “오, 뭐야. 인형 뽑기잖아.”


 “...이건.”


 “뭐 아는 거라도 있어?”


 내가 인형 뽑기 기계를 발견하고 가리키자, 그녀는 눈을 살짝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견물생심이라고, 기계 안에 인형을 잔뜩 채워놓고 누구나 뽑아갈 수 있을 것 같이 해 놓았지만, 막상 뽑아보면 돈을 아무리 써도 뽑기 힘들게 해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아직도 이런 기계가 있다니, 솔직히 놀랍습니다.”


 뭐라 뭐라 이브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일단 듣지 않고 기계에 설치되어 있는 결제 단말에 내 카드를 들이댔고, 이윽고 기계에서 요란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고는 집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님, 뭐 하시는-”


 “-아아, 떨어졌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하지만 두 번째 시도도 내가 했다간 뭔가 오기가 생겨 돈을 허비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결제를 한 뒤에 조종간을 이브에게 넘겼다.


 “자, 해 봐.”


 “...이런 사기극에 빠지는 주인님은 대체.”


 “얼른!”


 내가 명령조로 말하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조이스틱과 버튼을 잡은 뒤에 아크릴 판 너머의 인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 저거 뽑아줘, 저 머리에 뿔 달린 거.”


 “알겠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슈퍼 AI의 능력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오오, 기세등등한데!”


 이브는 이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죠, 라고 중얼거리고는 조종간을 잡았고, 나는 뒤에서 그걸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1번째.


 “집게손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시도였습니다.”


 2번째.


 “...인형에 무게추를 넣어놓은 것 같군요.”


 3번째.


 “이, 이건 사기입니다! 분명 계산은 완벽했는데! 네? 주인님, 뭐하십니까. 얼른 결제 해 주십시오.”


 결국 그런 시도 끝에, 대략 9번쯤 도전한 뒤에 그녀는 내가 지정했던 인형을 뽑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저니까 이 정도로 끝난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입니까, 주인님.”


 “아니~ 그냥~”


 “기분 나쁩니다만.”


 아하하, 나는 소리 내서 웃었다.


 “오늘 나가자고 해 줘서 고마워.”


 “...별말씀을요.”


 “재밌었어.”


 “다행입니다.”


 “흠, 그럼 다음번엔 어디로 가 볼까.”


 “또 저랑 같이 나가시는 겁니까?”


 이브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그것에 대답하려는 찰나.


 “어, 전화다.”


 휴대전화로 어머니라고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


 “어머니라, 되게 오랜만에 전화하셨네. 잠시만.”


 나는 전화를 받았고, 이브는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런데.


 “...저기, 무슨.”


 전화기 너머에서는, 어머니의 목소리 대신.


 “그럴, 리가. 저기, 삼촌? 무슨... 이야기에요, 그게?”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미안하다. 장례식장은-』


 부모님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

 시르입니다.

 드디어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네요! 사실 원래 이 부분은 리메이크 이전에는 없던 부분이지만, 주인님과 AI가 데이트 하는 장면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연재 주기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글이 손에 안 잡혀서, 생각 날 때 마다 쓰고는 있지만 역시 뜸할 수 밖에 없네요.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이번화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다음화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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