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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재벌3세 하나와 주치의 메르시 2

ㅇㅇ(223.39) 2017.08.13 09:44:35
조회 1346 추천 57 댓글 18
														

"하나 양?"

앙겔라는 빈 병실을 둘러보고 아이가 없는 것을 알아챘다. 점심을 먹고 낮잠 잘 거라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기도실에 들렀다가 왔더니 앙겔라를 반기는 건 비어있는 침대뿐이다. 또 소아암 환자동으로 가야하나 싶어 병실을 나서는데, 복도를 지나가던 간호사가 앙겔라를 알아보고 말을 건넸다.

"치글러 선생님, 송하나 환자는 혈액검사하러 검사실로 내려갔어요."
"네? 전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요?"
"김 교수님이 급하게 오셔서 검사를 해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네……."

김 교수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앙겔라는 청진기를 가운 앞주머니에 고쳐 넣었다.
김 교수. 어릴 적 아이의 첫 심장 수술을 담당한 이래 십수년간 아이를 담당해왔던 국내 제일의 심장전문의.

심장병환자라면 100이면 100, 누구나 김 교수를 주치의로 삼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10여년간 자신을 담당해 온 김 교수 대신 앙겔라를 주치의로 지명했다. 소아암 환자들과 놀아주다 발작 비슷한 것이 한번 온 것만 빼면 아직까지 별 이상이 없는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선 누구나 김 교수를 주치의로 희망할 것이었다.

아이를 맡게 된 지 한달 반이 흘렀지만, 앙겔라는 여전히 의문을 해결하지 못 한 상태였다. 왜, 어째서 심장전문의가 아닌 제가 아이의 주치의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짐작이라면 갔다. 1년간 제게 홀딱 반해서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아이니까, 저를 자주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거겠지.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물어봐야지, 물어봐야지 하다가도 물어볼 타이밍만 되면 아이가 나이를 가지고 놀려대는 바람에 화를 참으며 넘어가기가 일쑤였다. 오늘은 꼭 물어보리라 생각했는데 중요한 아이가 병실에 없다. 허탕을 친 기분으로 앙겔라는 발길을 돌렸다.

*

"어, 박사님!"

다음날, 오전 회진을 돌고 병원 로비를 걷는데, 회색 카디건을 입은 아이가 앙겔라를 발견하더니 후다닥 달려왔다. 뛰지 말라고 번번이 이야기하지만 도통 들어먹질 않는다. 앙겔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나 양, 제가 뛰지 말라고 몇번이나……."
"박사님, 이거 받으세요!"

아이가 앙겔라의 말을 뚝 끊어먹고 손에 얇고 기다란 상자를 쥐어주었다. 말을 끊어먹는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므로 앙겔라는 그냥 한숨을 쉬며 손에 쥐어진 상자를 살폈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였다. 무게로 보아 화장품이나 뭐 그런 걸까? 의아해하는 앙겔라에게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박사님 전에 보니까 눈가에 자꾸 신경쓰시는 것 같길래요. 아이크림이에요. 요즘 한창 선전하는 C&C거! 이거 효과 엄청 좋대요. 자글자글한 주름도 한방에 펴주는 마법의 화장품이라던데!"
"……그런 건 과대광고일 게 뻔하잖아요."
"에이, 박사님도 참. 세상에 몇몇 진리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비싼 건 비싼 값을 한다는 거죠. 과대광고로 그 가격이면 소송감이란 말이에요!"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이크림이 상당히 비싼 수준 같았다. 입원한 이래로 아이는 재벌3세라는 것이 들통났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숨기지 않고 돈을 펑펑 써대며 앙겔라에게 선물을 안겨주고 있었다. 받지 않으려하면 슬픈 눈동자로 어찌나 처연하게 바라보던지, 그 눈빛을 이기지 못해 시선을 돌리면 그 사이에 어거지로 주머니에 욱여넣으니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앙겔라가 탄식하듯 말했다.

"하나 양이 제 말을 조금만 더 잘 들으면 제가 그런 거 신경 쓸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저처럼 박사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그러세요?"
"양심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는 절대 그렇게 만면의 웃음을 띤 채로는 할 수 없을 텐데……."
"어? 박사님, 무슨 소리 안 들리세요?"
"네? 갑자기 무슨 소리요?"
"누구 눈가에 주름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야! 아야야야! 귀 떨어져요, 박사님!"

앙겔라는 아이의 귀를 잡아 올리며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느 입에서 이렇게 예쁜 말이 나오는 거죠?"
"아야야야, 박사님, 아파요! 전 그냥 박사님의 미모를 영구보존하기 위해 노력한 것 뿐인데! 너무해요!"
"하나 양이 신경써주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노력에 돈이 더해지면 단순 결합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난단 말이에요! 이왕 할 거면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야죠!"

한마디를 지지 않으려는 아이의 귀에서 손을 떼어냈다. 짧은 사이에 아이의 귀가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후회가 되어 앙겔라가 물었다.

"미안해요. 많이 아파요?"
"이런 걸로 일일이 사과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 미안하면 저랑 사귈래요, 박사님?"
"거절할게요."
"아, 오늘도 단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으시네."

볼뽀뽀를 성공시킨 이후, 아이는 장난기 어린 말투로 사귀자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같은 여자의, 심지어 한참이나 어린 아이에게서 듣는 사귀자는 말은 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므로 앙겔라는 태연하게 받아 넘겼다. 앙겔라의 뒤를 1년동안 쫓아다닐 때는 입에 달고 다니던 소리였는데, 재회하고 나서는 한동안 입에 올리지 않더니 이제는 다시 친해졌다고 생각하는지 자꾸만 입에 그 말을 담는 모양이었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오늘 아침에 보내져온 혈액검사 결과가 떠올랐다. 김 교수가 어제 했던 검사에 대한 결과였는데, 살펴보니 그냥 평범한 혈액검사였다. 그 정도의 검사라면 앙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굳이 바쁜 김교수가 직접 나서야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아이를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잘 만났다 싶어 앙겔라가 입을 열었다.

"하나 양, 어제 오후에 혈액검사 받았죠?"

아이의 얼굴이 설핏 굳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 더 생기려는 찰나, 앙겔라의 가운주머니에서 긴급콜이 울렸다. 응급환자가 실려온 모양이었다. 아이가 과장스럽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박사님, 어서 가보세요! 급한 환자인가봐요!"
"…알겠어요. 그럼 이따가 보도록 하죠."
"네, 오늘은 얌전히 병실에서 기다릴게요!"
"그래요."

뭔가 떠오르려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당장 집중해야 하는 것은 긴급콜이었다. 병원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앙겔라의 머릿속에 콜 외의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

늦은 오후, 수술을 끝낸 앙겔라는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병원 건물 밖으로 나섰다. 수술실 안에 오래 갇혀 있었더니 상쾌한 공기가 맡고 싶어졌던 것이다. 병원 내에 조성된 산책코스를 따라 한바퀴 걸으려는 앙겔라의 눈에, 익숙한 작은 머리가 들어왔다. 아이였다.

"……하나 양?"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의아한 마음으로 다가서며 아이의 이름을 부르자, 쿨럭쿨럭하는 기침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앙겔라는 화단에 쪼그려 앉은 아이에게로 걸어갔다. 가까이 갈수록 담배냄새가 짙게 났다.

"하나 양, 지금 담배 피운 거예요? 세상에, 담배도 피워요?"
"콜록, 콜록…!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발치에 떨어진 건 아무리 봐도 담배인데요?"

눈살을 찌푸리며 지적하자 아이가 어쩔줄 몰라하며 손을 털어댔다. 그렇게 해봤자 이미 증거는 다 나와있는데. 앙겔라의 눈썹이 절로 올라갔다.

"입원한 환자가 담배라뇨! 요새 군것질을 덜하나 했더니 담배에 손을 대고 있던 거예요?"
"아니에요, 그냥, 이건 호기심에서 한번……. 오늘 처음 펴 본 거예요. 진짜예요."

아이가 억울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앙겔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사춘기인가? 저번에는 술을 사려고 병원 앞 편의점을 기웃거리길래 잡아다 혼냈더니 이번엔 담배다. 자꾸 엇나가려는 모습에 마음이 안 좋았다. 앙겔라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피던 아이가 말을 이었다.

"정말인데…… 생각보다 독해서 금방 끄려고 했단 말이에요."
"……요새 무슨 고민 같은 거 있어요? 있다면 말해봐요. 매일 상담할 때마다 저한테 게임 같은 거 시키지 말고 고민을 말해야죠."

앙겔라가 그렇게 말하자 아이는 당황스러운 눈을 숨기지 못한 채로 시선을 떨궜다. 그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어, 앙겔라는 부드럽게 말하려 노력하며 물었다.

"무슨 고민인 거예요? 저한테는 말해줄 수 없어요?"

아이가 우물쭈물거리더니 대답했다.

"아뇨… 그냥……. 이미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 수록 자꾸 욕심이 나서 그래요. 속이 너무 답답해서 한번 피워보고 싶었어요. 앞으로 손도 안 댈게요."
"이미 놓다뇨? 담배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게 있어요."

아이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묘하게 처연해보이는 웃음이었다. 요즘 별의별 이유를 들어대며 기어코 퇴근하기 전의 앙겔라에게 볼뽀뽀를 성공시키는 모습과는 너무나도 딴판인 모습이었다. 그 격차에 앙겔라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아이가 빙긋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미소했다.

"아, 근데 진짜 독하네요. 어떻게 저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피울 수 있는 거지? 아무래도 전 담배랑 안 맞나봐요."
"……알면 다음부턴 피지 말아요."
"네-, 그럴게요."

다른 사람의 말은 몰라도 앙겔라의 말은 비교적 잘 듣는 아이였으므로,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산책 갈 건데 같이 갈래요?"
"네! 갈래요! 꼭 갈래요."
"그래요, 그러면 그 담배꽁초 버리고 와요."
"네!"

아이가 기다란 장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려 후다닥 달려갔다. 그 등에 대고 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앙겔라는 아이의 사춘기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

그게 사흘 전의 일이었다.
그 뒤 앙겔라는 혹시라도 그 이후에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지를 살피기 위해, 병실 이곳저곳을 눈으로 샅샅이 훑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피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주치의라는 입장상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다행히 그 날 이후로 담배는 흔적도 없었다.

"박사님, 뭘 그렇게 찾는 거예요?"
"아, 그냥 둘러보는 거예요."

3일째 담배 재떨이도 찾지 못한 앙겔라가 흡족한 마음을 숨기며 그렇게 얼버무리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

앙겔라는 아이의 침대 머리맡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와 어울리지 않는 책들이 놓여 있었다. [무소유]부터 시작해서 [죽을 때 후회하는 열가지], [삶을 정리하며], [죽음을 위하여] 같은 책들, 그리고 [마지막 잎새]까지 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앙겔라가 그 책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는지 아이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박사님?"
"아뇨… 책들이 좀……."
"별로예요?"
"그런 건 아닌데......."
"박사님이 저번에 저보고 책 읽으라면서요. 고전문학은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서, 읽고 싶은 걸로 가져다놨어요."
"그래요……?"

대체로 무거운 책들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무소유]가 있는 것을 보니 크게 걱정할 건 아니겠다 싶어 앙겔라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이의 상태를 체크한 뒤 앙겔라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앙겔라의 왼손을 잡았다. 요즘 들어 아이는 자꾸만 앙겔라의 왼손을 만져댔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서 그냥 내버려뒀는데, 자꾸 왼손만 주물럭거리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저는 박사님 왼손이 참 좋아요."
"왜 하필 왼손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서요."
"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 앙겔라에게 아이는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예쁘게 웃어보였다.

"박사님, 오늘 당직 아니죠?"
"네, 아니에요."
"그럼 이따 오후에 별 일 없으면 저녁 같이 드실래요?"

구내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은 후로는 이틀 걸러 하루 꼴로 같이 식사를 하다보니 부담감이 많이 희석된 터라, 앙겔라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6시 반에 구내식당 앞에서 봐요."
"오늘은 그러지 말고 저랑 외출해요. 네? 1년쯤 전에 우리 갔던 이태원에 레스토랑 있잖아요. 기억 나세요?"

앙겔라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저를 줄기차게 쫓아다니던 때, 하도 졸라대기에 같이 병원 밖에서 식사를 한번 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적당한 가격에 맛이 매우 뛰어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거기 메뉴가 이번에 리뉴얼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평이 좋던데, 어떠세요?"
"하지만 하나 양은 입원환자잖아요."
"당장 수술하는 것도 아니고 거동이 힘든 것도 아닌데 매일 병원밥만 먹는 건 너무 지겹단 말이에요. 네? 같이 가요. 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빛나는 바람에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예쁘장한 얼굴에 눈빛 공격까지 쏴대니 버틸 수가 없었다. 돌린 시선의 끝에 [죽음을 위하여]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주치의로 왜 자신을 지명한 건지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빙빙 돌리곤 하는 아이지만, 밖에서 분위기 잡고 식사를 하는 동안 물어보면 왠지 답해줄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가 희희낙락하며 레스토랑에 예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

하지만 그 날, 결국 레스토랑에 갈 수는 없었다.
애초에 저녁을 먹을 수조차 없었다.

"당신이 이 병원에서 제일 수술 잘 하는 의사라며! 뭐가 수술 잘하는 의사야! 뭐가 잘난 의사냐고!"

앙겔라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에 중심을 세우려고 애썼다. 하지만 억센 손아귀에 멱살이 꽉 잡힌터라 그럴 수가 없었다. 쿵, 벽에 지친 몸이 부딪치자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싶었지만 거친 몸짓으로 저를 몰아붙이는 남자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귓가에서 웅웅대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마구 섞여 들려왔다.
7시간이 넘는 수술 때문에 파김치가 된 몸에 산소를 밀어넣고 싶었지만 그조차도 힘이 들었다. 켁켁대며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여러 사람이 몰려드는 듯한 기척이 나더니 앙겔라의 몸이 뒤로 휙 쓰러졌다.

"씨발, 이거 안 놔? 저년이 내 마누라를 죽였어, 죽였단 말이야! 낮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을 죽여? 씨발, 다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남자의 절규와 그를 말리는 소리가 병원 복도에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앙겔라는 겨우 풀린 멱살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까매졌던 시야가 천천히 밝아지는 사이에 비명소리가 연신 울려들었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몸싸움이 일어난 것 같았다. 고성과 욕이 난무하더니 점차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주저앉은 채로 숨을 고르던 앙겔라는, 등을 가만가만 두드리는 작은 손길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자신의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박사님, 숨 쉴 수 있어요? 괜찮아요?"
"아……."

목이 졸렸던 탓인지 매끄럽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 온갖 걱정과 염려로 가득한 눈길을 보내오고 있었다. 앙겔라는 몽롱한 머리로 상황을 파악하려 애를 썼다.

퇴근을 10분 남겨놓은 시간, 갑자기 응급환자가 들이닥쳤다. 뇌종양으로 쓰러진 중년 여성이었다. 앙겔라는 곧바로 수술실로 달려갔다. 환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여태껏 어떻게 병원에 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뇌에 자리한 종양의 크기는 컸다. 뇌혈관이 많이 수축되어 있어 수술은 난항을 거듭했다. 앙겔라는 최선을 다해 수술에 집중했지만, 환자는 결국 7시간에 이어지는 수술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게 바로 전 일이었다. 앙겔라는 가라앉은 마음으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그 사실을 전했고, 그러자 남자가 이성을 잃고 앙겔라를 공격했던 것이다.

"괜, 괜찮아요. 하나 양… 하나 양이 왜 여기 있어요?"

복도에 걸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소등 시간이 지났는데 왜 수술실 앞에 있는 걸까. 멍한 앙겔라의 시선에 아이의 눈가가 더 젖어들었다.

"제 걱정 하지 말고 박사님 몸부터 챙겨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앙겔라는 아이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는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다고 말하고 걷기 시작했다. 아이가 옆에서 바짝 붙어서 걸었다. 수술실을 벗어나 비상구로 향했다. 비상등에만 불이 들어온 어두컴컴한 계단은 고요했다. 앙겔라는 힘없이 계단에 주저앉았다. 아이가 조심스레 제 옆에 앉는 기척이 났다.

한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수술은 어렵고 길었으며, 결과가 좋지 않아 탈력감이 생겼다. 그 상태에서 유가족에게 변을 당했으니 정신이 말짱할 리가 없었다. 무릎 위에 고개를 묻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제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하나 양, 안 졸려요? 자러 가도록 해요."
"잠은 낮에 충분히 잤어요."

아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앙겔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점점 더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술 결과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모두를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앙겔라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할 때마다 앙겔라가 겪는 고통은 언제나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죽게 했다는 자책감, 누군가의 가족을 잃게 했다는 죄책감, 결국 살리지 못했다는 무력감 등이 앙겔라를 습격하곤 했다. 거기에 지금처럼 유가족의 오갈곳 없는 분노를 뒤집어쓸 때면 더욱 그 증상이 심했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비상계단을 나서서 사람들이 있을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괜찮냐며 물어볼 사람들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태로는 부담스러웠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갈 힘도 없어서 아무래도 당직실 침대 위에서 쪽잠이라도 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정하고 일어서려는데 아이가 앙겔라의 팔을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박사님, 제 병실로 갈래요?"
"…네? 갑자기 왜요?"
"박사님 지금 혼자 있고 싶어하잖아요. 그런데 마땅히 혼자 있을 곳은 없고 사람들 만나기는 싫고… 조용히 할게요. 같이 가요."

아이의 말이 맞았다. 앙겔라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 짧은 순간의 고민도 버거울만큼 지쳐있었기 때문에 아주 약한 힘으로 자신을 이끄는 아이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VIP 병실에는 보조침대도 있으니 거기에 눕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여기 누우세요."
"어떻게 그래요. 전 보조침대에 누울래요."
"저긴 제가 누울 거예요."

아이가 잽싸게 병실 구석에 있는 보조침대에 몸을 눕힌다. 앙겔라는 난감한 얼굴로 그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고 비상계단을 올라 아이의 병실까지 온 것은 좋았으나, 아이는 제 안락한 침대로 앙겔라를 이끌고 저는 보조침대로 가버렸다. 주인 없는 침대도 아니고, 버젓이 주인이 존재하는 침대를 눈앞에 두고 앙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의 고집이 만만치 않으니 실랑이를 벌이려면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런 앙겔라의 속내를 짐작했는지 아이가 말했다.

"힘빼지 말고 그냥 누우세요. 시간도 늦었잖아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평소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친절이었다. 그러나 앙겔라는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 말 몇마디 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결국 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침대 위에 올랐다. 푹신한 매트리스는 앙겔라의 집에 있는 침대를 연상케 했다. 아이에게서 평소 나는 달달한 향기가 앙겔라의 비강을 간지럽혔다. 익숙한 냄새 때문인지 천천히 몸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의사가 되어 사람을 살리는 일은 보람찬 일이었다.
그러나 가끔씩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는, 아무리 앙겔라라도 회의감이 들고는 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것은 욕설과 폭력이니, 지친 몸과 마음에 어느 정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럴 땐 아무 생각하지 않는 게 나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용하고 어둡고 안락한 잠자리인데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것은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남자의 모습이었다. 살려내, 하던 비통으로 가득찬 목소리도 생각났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 적의가 뚜렷하게 와 닿는 것 같았다. 앙겔라는 몸을 뒤척였다. 그 때, 어둠을 건너 아이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안 오세요?"
"아, 미안해요. 좀 시끄러웠죠?"
"아뇨.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저 낮에 잠 많이 잤다고. 저도 잠이 안 와요."
"……미안해요."
"박사님이 미안할 일이 뭐 있어요? 박사님이 잘못한 게 뭐 있다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앙겔라는 뭐라고 답해야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이다가 조그맣게 네, 하고 대답했다. 어둠 속에서 아이가 희미하게 웃는 소리가 전해져왔다.

그러나 그러고도 잠은 계속 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선명하게 아까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몸은 계속 가라앉고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자꾸 한숨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아이가 있으니 그러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을 제어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아이에게 피해만 주는 것 같아 그냥 당직실로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부스럭대며 아이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침대 한 쪽 비어있는 공간에 아이가 올라오는 기척이 가깝게 느껴졌다.

"하나 양……?"
"잠이 안 오시는 것 같으니 재워드릴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이런 때는 혼자 버텨내기 힘든 거잖아요. 저도 조금은 알아요."
"……하나 양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앙겔라는 아무 생각 없이 내뱉어 놓고 흠칫했다. 별 생각없이 한 말인데 질타처럼 들렸다. 아니, 실제로는 네가 뭘 아냐고 쏘아붙이는 게 맞았다. 37년을 살아온 앙겔라조차 회의감에 시달리는데, 그 절반 정도밖에 살지 못한 아이가 어떻게 이 감정을 이해하나 싶어 애꿎은 화풀이를 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들어 자괴감마저 느껴졌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앙겔라는 순간, 아이가 다리를 다쳐 입원했던 몇 개월 동안 단 한번도 부모가 찾아온 적 없었던 일을 떠올렸다. 보호자란에 D그룹 회장의 이름이 써져 있던 일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애초에 가족 이야기가 나온 것이 처음이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침대에서 세 가족이 나란히 잠에 들었는데… 어느날 일어나보니까 혼자가 됐더라고요. 두분 다 일로 외국에 나가 계셨었는데, 제 생일을 앞두고 가족끼리 축하하자면서 귀국하던 도중에 비행기 사고가 난 거였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앙겔라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꼭 모든 게 제 잘못 같았어요. 생일축하 같은 거 받으려고 하지 말걸. 그랬으면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텐데, 하고. 내가 사고의 원흉이자 가해자가 된 것 같아서 너무 괴로웠어요. 난 그저 가족끼리 함께 생일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게다가 아빠가 할아버지 자식들 중에서는 가장 일을 잘 했거든요. 그러니 사람들이 더 안타까워했죠. 어려서도 그런 걸 알았는데,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진짜 미치겠는 거예요. 내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꼭 제 탓인 것처럼 말을 했었죠."
"…어떻게 그런 소릴 할 수 있죠?"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니까 못 들을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죠, 뭐. 저 귀 되게 좋은데……."

아이가 우스갯소리 하듯 말했지만,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앙겔라는 머릿속으로 지금보다 훨씬 여리고 앳됐을 아이를 떠올렸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이. 의도치 않았지만 사고의 원인이 되어 부모님을 죽이게 됐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아이가 떠오르자 가슴이 쓰라렸다.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항상 따뜻하기만 했던 아이의 손이 차가웠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3일 내내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밤이 되면 어른들이 들어가서 자라고 하니까 자는 척을 했는데, 잘 수가 있어야죠. 낮에 사람들이 했던 소리가 계속 떠오르고, 맴돌고……. 정말 내가 부모님을 죽인 것 같이 느껴졌어요."

아이의 목소리엔 슬픈 기색이 없었다. 이렇게 이야기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어쩌면 아직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여태껏 제게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었지만, 정작 가족 이야기는 단 한번도 나온 적 없었으니까.

"장례식 절차가 모두 끝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와서 제 곁에 앉으시더라고요. 움찔했어요. 사실 장례식 내내 할아버지를 피해다녔으니까……. 어릴 때는 할아버지가 되게 무뚝뚝하셨거든요. 그런 분이 아버지 앞에서는 자주 웃으셨으니까, 어린 나이에도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아낀다는 걸 알았던 거예요. 그런 아들을 죽게 했으니 얼마나 제가 밉겠어요……."

앙겔라는 달리 해줄 말이 없어 그저 아이의 손을 감싸쥐었다. 아이가 살짝 힘을 주어 앙겔라의 손을 맞잡는 것이 느껴졌다.

"사과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나한테는 할아버지만 남은 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아, 작은아버지들이랑은 사이가 별로였어요. 아버지가 너무 뛰어나니까 그랬던 거죠. 어쨌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니까 더 미움받지 않아야겠단 생각에 말했죠. 죄송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생전 안 하시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그러는 거예요. '네가 잘못한 게 뭐 있다고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딱 그렇게만 이야기하셨는데……."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애꿎은 침만 삼키는 소리만이 조용한 병실 침대 위에서 들려올 뿐이었다. 앙겔라는 아이의 상처가 아직 채 다 여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없는 자신을 위로하겠답시고 아이가 제 상처를 열어보였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서 그저 아이의 손만 붙잡고 있는데, 어느새 떨리는 호흡을 진정시킨 아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몰려 있을 때 곁에서 그렇게 말해주니까, 3일 내내 안 나오던 눈물이 그때서야 막 쏟아지더라고요…….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보니 할아버지 댁에 와 있었어요. 그날부로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죠."
"…많이 힘들었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한번씩은 언젠가 겪는 일인데요 뭐……. 아무튼 제가 하려는 말은, 박사님도 자책하지 말라는 거예요. 박사님은 최선을 다 했잖아요. 아무런 잘못 없어요. 다음에 누가 박사님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면 제가 그 사람들 다 혼내줄게요. 그러니까 상처받지 말아요. 박사님이 환자를 살리려고 온힘을 다 했다는 거, 난 알아요."

아이가 나긋나긋 말하는 것이 낯설었다. 오늘 낮만해도 저를 놀리느라 깐족댔던 아이인데, 이런 상처가 있는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입원한 이후 2개월이 지나는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낯설도록 다정한 모습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채 못아문 상처를 내보이면서까지 저를 위로하려는 그 마음이 애잔하면서도 뭉클했다. 앙겔라는 눈을 감았다. 지치고 피곤한 심신에 와닿는 어린 위로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가 팔을 뻗어 앙겔라를 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몸에 힘을 빼고 선선히 끌려갔다. 침대 시트에 배인 냄새보다 조금 더 진한 달달한 냄새가 맡아졌다. 앙겔라는 아이에게 안긴채로 가만가만 제 등을 다독이는 손길을 느꼈다. 저보다 까마득하게 어린 아이가 저를 아이취급하는 것인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등에 와닿는 울림이 이어지면 이어질 수록 응어리진 마음이 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체온과 맞닿자 얼어붙었던 몸이 녹아들듯 점차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앙겔라는 고맙다고 입안에서 웅얼거리듯 말했다. 그 작은 목소리를 용케도 알아듣고 아이가 별말씀을요, 하고 다정하게 말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가물가물 쏟아지는 잠기운에 덮쳐지는 가운데, 아이의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왔다.

"놔야 하는데, 놓아야하는데…… 자꾸 욕심이 나요, 박사님. 어떻게 하죠……?"

애달픈 울림에 담긴 그 뜻을 미처 짐작하기도 전에, 앙겔라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저 따뜻했다.



끝.



웃기게 쓰고 싶은데 분위기상 그게 되지가 않네;
음... 쓰면 쓸 수록 내가 의도치 않는 분위기가 되어가는 기현상...ㅎㅎ;;;
내게 1주일의 시간만 있으면 좀 더 세세히 시놉을 짜서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할 텐데 ㅠㅠ 시간이 너무 없다 ㅠㅠㅠ 새벽에 깨서 후다닥 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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