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 계신다고요?”
앙겔라는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되물었다.
평소 항상 얼굴에 미소가 어려있는 친절한 앙겔라답지 않은 반응에 간호사가 당황해하는 것이 보였다. 앙겔라는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꾸짖으며 바로 사과했다. 간호사의 얼굴이 풀어진다. 그러나 인사를 하고 뒤돌아 과장실로 향하는 앙겔라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
- 받고 싶은 거 있으면, 꼭 말해요. 뭐든 드릴테니까.
그 날로부터 보름이 지났다.
그리고 그 보름 동안, 앙겔라는 김 교수를 한번도 만날 수 없었다. 김 교수는 모든 수술 일정을 비운 채로 계속 해외에 머무르고 있었다. 연락을 해도 받질 않으니 앙겔라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매일같이 흉부외과를 들러 김교수가 출근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밖에 없었다.
아이가 언제 발작할지도 모르는 이 시기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김 교수에게 앙겔라는 화가 났다. 제게는 그저 보모 역할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이야기 하며 주치의를 맡게 해놓고서, 정작 주치의로서 아이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 했더니 답이 없다. 요즘 시대에 해외 나갔다고 휴대폰이 먹통이 될 리가 없으니, 김 교수는 저를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어, 박사님? 표정이 왜 그래요. 누가 박사님 괴롭혔어요?”
병원 로비를 가로지르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병원에 찾아온 두어살배기 어린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던 듯, 고사리같은 손으로 바이바이를 하는 유아에게 손을 흔들어준 아이가 앙겔라를 보고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앙겔라는 쪽빛 카디건을 맵시입게 걸친 아이를 보며 얼굴을 풀어냈다. 아이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입가에 슬쩍 미소가 맺혔다.
“별 일 아니에요, 하나 양.”
“별 일 아닌 표정이 그래요? 누구예요? 누가 우리 박사님을 괴롭혔지?”
누군지 알기만 하면 가만 안 두지 않을 거라며 씩씩대는 아이를 보니 기분이 절로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도 그런 제 얼굴을 보며 기분을 바꾸어 빙그레 웃었다.
앙겔라의 생일 날, 아이는 말했던 대로 앙겔라가 출근하자마자 양팔 가득 선물을 잔뜩 들고서 과장실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면서 선물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건네주었다.
손편지부터 시작해서 휴대폰, 옷, 시계, 그리고 거진 네자리수에 이르는 핸드백에 이르기까지 선물은 정말 다양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편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비쌌다. 게다가 어찌나 눈썰미가 좋은지, 선물들 중에 앙겔라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앙겔라는 몹시 난색을 표하며 이렇게 부담스러운 건 받기 어렵다고 했지만, 아이는 영수증을 이미 버려버렸다며 막무가내였다.1시간 가까이 계속된 실랑이 끝에 아이가 지친 기색을 보이자 앙겔라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쿠아리움에 놀러갔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아이를 세워두고 옥신각신할 수가 없었다.
체념한 앙겔라가 선물더미를 과장실 소파 위에 차곡차곡 쌓아올리는데, 그 가운데에서 주먹만한 작은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가 설명할 때는 없었던 거라 의아한 마음에 들어올리려 했더니, 아이는 깜짝 놀라서는 후다닥 그 상자를 제 품 안으로 집어넣고 이건 선물이 아니라고 빠른 어투로 말했다.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태도였지만 선물이 아니라는데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어서 그러마고 넘겼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담스러운 선물의 대부분은 앙겔라의 집에 고스란히 모셔둔 채였다. 하지만 앙겔라는 시계만큼은 차고 다니기로 했다. 필요하기도 했고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앙겔라가 왼팔 손목에 차고다니는 시계를 볼 때마다 아이는 몹시 흐뭇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시선이 시계에 가 있었다. 선물을 해 준 건 아이면서, 꼭 제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나 양,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좋아요. 아침부터 박사님을 봐서 더 좋아요.”
직설적으로 애정을 쏟아내는 말에 앙겔라는 얼굴이 약간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티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 넘기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아침부터 왜 밖에 나와있는 거예요? 오후 회진이 있을 때까지는 병실에서 얌전히 쉬기로 했잖아요.”
“아, 그러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요. 병원 산책만 하고 병실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아이가 아쉬운 듯이 병원 출입구 너머를 바라보았다. 앙겔라는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산책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요즘 며칠 들어 아이의 심장이 엇박으로 뛰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병실에서 쉬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매일매일 병원 여기저기를 쏘다니던 아이가 갑갑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이의 심장이 약해지는 게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하자 이제까지는 그다지 실감나지 않던 아이의 심장병에 대한 무게가 한번에 몰려들어와 앙겔라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언제 발작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나날이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심장전문의가 아닌 앙겔라로서는 어찌 할 방도가 없어 매일매일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박사님 얼굴도 봤고 하니까 병실로 돌아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가 그런 앙겔라의 마음을 읽은 듯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오전 회진을 가야했기 때문에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전보다 더 말라보이는 아이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앙겔라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
이 보름 동안 앙겔라의 머릿속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아이에 대한 일이었다.
가볍지만 전혀 가볍지 않았던 입맞춤 후, 더 이상은 아이가 보이는 애정을 장난으로 여길 수가 없었다.
그 나이 또래답게 감정을 솔직하게 내비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앙겔라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18살이나 어린 여자애의 고백 아닌 고백은 몹시도 조용했으나 무겁게 와 닿았다. 아이에 대해 떠올리면 떠올릴 수록 앙겔라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가를 반복했다.
아직 낫지 못한 상처를 보이면서까지 앙겔라를 위로했던 밤에 느꼈던 따스했던 아이의 체온, 저만 보면 저절로 예쁜 호선을 그리는 입술, 다정하게 제 왼손을 감싸쥐는 손길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선을 밟고 있다는 자각이 강했다. 지금 물러서도 뒤늦은 감이 있었다. 상황을 자각했으면 최대한 빨리 물러나는 게 옳았다. 물러나야 했다. 상대는 같은 여자인데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새파란 아이였으니까. 어린애가 품는 한때 스쳐지나갈 감정이라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었지만 입술에 와 닿았던 아이의 떨림은 쉽게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른된 입장으로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 박사님, 오늘도 좋은 하루죠?
날이 궂든 좋든, 날씨에 상관없이 제 얼굴만 보면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을 건네는 아이를 생각하니 차마 발을 거둘 수가 없었다. 특히 저를 생각하며 병원 생활을 견디고 있다는 아이의 말을 들은 뒤로는 더욱 그러했다.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물러설지를 정하지 못한 채 앙겔라는 그저 머뭇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
오후에 잡힌 수술을 끝낸 후, 앙겔라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아이의 병실을 찾았다. 2202호 앞에는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체격의 남자 넷이 기립자세로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회장이 병문안을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앙겔라는 회장의 위압감을 생각하니 조금 피곤해졌다. 다음에 올까? 상담하는 동안 회장이 옆에서 아이와의 상담을 빙자한 수다를 듣고 있는다고 하면 꽤나 민망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주치의로서 환자의 보호자와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특히 요새 아이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래야 했다.
그러나 병실 앞에 서서 노크를 한 후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자마자 앙겔라는 터져나오는 소리에 움찔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할애비 말을 안 듣겠다는 게냐!”
“싫어요! 전 안 할 거예요!”
노여움에 휩싸인 목소리를 맞받아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앙겔라로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왜 이리 말을 안 들어! 다 너 좋자고 하는 일 아니냐. 시도해보자는 게 뭐가 나빠?”
“그렇게 낮은 확률을 어떻게 믿고 시도해요? 전 이대로가 좋아요. 이대로도 충분하잖아요!”
“뭐가 충분하단 게야! 할애비 마음을 그리 상하게 하고 싶은 게냐?”
서로간에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발작이 일어나면 어떨지 걱정이 되어 앙겔라는 문을 밀어젖혔다. 체격이 큰 회장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회장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요. 할아버지도… 솔직히 너무 낮은… 확률이라고… 생각하시잖……”
“아가, 하나야!”
갑자기 아이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끊기더니 회장이 당황하며 아이를 붙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앙겔라는 세걸음만에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아이가 심장께를 붙들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발작이었다.
곧바로 아이를 눕히고 주머니를 뒤져 나이트로글리세린 알약을 혀 아래 밀어넣은 후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아이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끙끙대는 사이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로 들이닥쳤다. 아이는 그대로 수술실로 옮겨졌다. 앙겔라는 회장과 같이 수술실 앞까지 갔으나 따라들어갈 수는 없었다. 문 앞에서 초조함에 입술을 짓씹었다. 의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신경외과를 전공으로 삼은 것이 후회되었다. 흉부외과를 선택했더라면, 수술실 안에서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앙겔라 자신이 되었을 것이었다. 아이가 아파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앙겔라는 수술실 문에서 시선을 돌렸다.
회장은 얼굴을 굳힌 채 수술실 문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당사자도 후회가 막심한 듯 했다. 조용한 수술실 앞 복도에 무거운 공기가 내리깔렸다.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앙겔라는 다만 기도했다.
잠시 후, 수술실 문이 열리며 중년 의사가 걸어나왔다. 회장이 단번에 의사에게로 다가섰다.
“어떻게 됐소?”
“치글러 선생님이 빨리 응급처치를 한 덕에 발작은 금세 잦아들었습니다. 지금은 경과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긴장으로 굳어졌던 회장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회장은 앙겔라를 돌아보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앙겔라는 주치의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만 대답했다.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커서 회장의 인사가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문득 앙겔라는 김교수에 관한 일을 떠올렸다. 아이가 발작을 일으킨 이 와중에 진짜 주치의는 한국에 없었다. 회장도 아는 바일까? 앙겔라는 이 건에 대해 언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장님, 김 교수님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 교수? 김 교수는 지금 미국에 가 있을 텐데…… 무슨 일이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회장의 반응에 당황한 것은 앙겔라였다. 주치의가 병원에 없다는데도 이런 태연한 반응이라니. 앙겔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 교수님과 하나 양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연락이 되질 않더군요. 혹시 아시는 바 있으십니까?”
“…….”
회장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이 많은 눈길로 앙겔라를 보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게도 보였다. 그러나 한참 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던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입을 열었다.
“김 교수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일주일 후에 귀국하기로 되어 있으니 할 말이 있거든 그때 하면 될 것 같소.”
“그 사이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런 안이한 말씀을 하시죠? 하나 양의 심장이 요 며칠 새에 특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김 교수님이 자리를 비운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네요.”
“……그 일도 그때 물어보면 될 것 같소.”
앙겔라는 회장의 태도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 아이를 아끼는 것은 맞는데 숨기는 것이 있어 보였다. 그 점에 대해 언급하려는데, 중년 남자가 회장에게 빠르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만히 두지를 않는군. 선생, 그럼 우리 하나 좀 잘 챙겨주시오. 급한 일이 있어 지금 가봐야겠소.”
그 말을 끝으로 회장은 빠른 걸음으로 수술실 앞을 떠났다. 앙겔라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아이의 상태가 진정되었다고는 해도 얼굴도 보지 않고 떠나다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아낀다는 말은 부풀려진 소문이 분명했다. 핏줄이 생사를 오고갔는데 일 문제로 자리를 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앙겔라는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이 가슴 끝자락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라도 아이의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책임감에 손을 꾹 그러쥐었다.
*
그 뒤로 며칠 동안 앙겔라는 바쁜 시간을 쪼개 흉부외과를 들락날락거리며 아이의 진료기록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제가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선천적 심장질환으로 어릴 적 세번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그 후로는 잘 지내다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5개월 전 병원에 입원. 심장기능이 많이 저하되었고 더 이상의 수술로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되어 장기이식 신청중인 상태.
몇 번을 훑어보아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보이는 것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김교수가 없으니 더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주치의인데도 정작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깊은 무력감과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결국 소득 없이 흉부외과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 대한 일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이 제대로 오지 않은 바람에, 이름 아침에 출근한 앙겔라는 곧바로 VIP 병실로 향했다.
앙겔라가 처음으로 아이의 발작을 목격한 이후, 아이는 앙겔라 앞에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앙겔라에게 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 아이의 분위기도 미묘하게 변했다. 그 전에는 가끔씩 우울한 기색이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초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앙겔라는 그 변화를 눈치채고 나서 소름이 돋았다. 오랜 의사 생활을 하며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던 사람들을 여럿 보아왔다. 그들 대부분이 모두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여, 매일 아침 아이가 무사한지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습관이 생겼다.
2202호 병실 앞에 도착한 앙겔라는 아이가 자고 있을 것 같아 노크를 하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는 이미 깨어있는 상태였다. 한쪽 팔에는 링거를 주렁주렁 매단 채, 침대 쿠션에 반쯤 기대에 앉아서 거울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앙겔라는 의아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웃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거울을 보며 몇 번이고 입꼬리를 고쳐 올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아이가 곧잘 짓는 방패와도 같은 웃음이 작은 얼굴에 자리했다. 그리고선 피로를 느낀 건지 지친 숨을 길게 내쉬며 거울을 내려놓았다. 오래도록 그렇게 연습하고 있었는지, 뻐근한 고개를 돌리다 앙겔라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 박사님.”
당황한 듯 아이의 눈이 잘게 떨렸다. 앙겔라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침대 옆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평소 같으면 자연스레 오른손을 뻗어 앙겔라의 왼손을 잡았을 아이였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당황을 채 숨기지 못하고 앙겔라를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결국 아이의 손을 잡은 건 앙겔라였다.
“…컨디션은 좀 어때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며 앙겔라가 물었다. 멈칫하던 아이가 아까까지 지으려 노력하던 미소를 입가에 걸고 대답했다.
“몸에 힘이 좀 없는 것 빼곤 괜찮은 것 같아요. …박사님은 좀 피곤해보이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무슨 일은 하나 양에게 있었죠.”
“발작 이후로는 별 일 없었어요. 그런데 박사님, 잠 설치신 거예요? 많이 피곤해 보여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고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아이의 얼굴은 혈색이 조금 안 좋은 것만 빼면 평소와 같았다. 앙겔라는 지금까지 줄곧 아이가 저를 생각해서 얼굴 표정에 신경을 써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슴 속에서 여러 의문이 휘몰아쳤다. 앙겔라는 며칠동안 내내 온갖 감정에 시달린 후였다. 아이와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앙겔라는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하나 양. 제게 할 말 없어요?”
“……무슨 할 말이요?”
“그냥, 뭐든지요.”
“……피곤해보이는 박사님도 되게 예뻐요.”
아이가 그렇게 얼버무렸다. 앙겔라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캐묻고 싶었지만 답을 해줄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아이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하나 양.”
“네?”
“저는… 하나 양이 제게 숨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요. 전 하나 양에게 주치의로서 묻고 있는 거예요. 정말 저한테 할 말 없어요?”
아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기다렸으나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결국 앙겔라는 이번에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실망이 마음에 번지려는 찰나에 아이가 말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다 말씀드릴게요.”
간절한 듯 말하는 아이에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앙겔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런 앙겔라를 보는 아이의 눈이 서글펐다.
*
이튿날은 당직을 서는 날이었다.
저녁 늦게 수술을 끝내고 나니 시간이 좀 비어 있어서, 앙겔라는 오랜만에 기도실에 들르기로 했다.
병원 로비를 걷고 있자 제 눈동자 색과 똑 닮은 갈색 카디건을 입은 아이가 매점을 다녀오는지 음료수 병을 한 손에 들고 한들한들 걸어오다 앙겔라를 발견해 한걸음에 다가왔다.
“박사님! 수술 잘 끝냈어요?”
“네, 무사히 잘 끝냈어요. 어려운 수술이었는데 결과가 좋은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디 가세요? 제 병실은 반대쪽인데.”
놀자고 웃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앙겔라가 말했다.
“기도실에 갈 거예요.”
“무슨 기도실이요?”
“병원 지하에 조그맣게 기도실이 있어요. 저는 가끔 가서 기도하곤 해요.”
“아, 그래서 가끔 과장실에 안 계셨구나. 회진 시간도 아닌데 자리에 없으실 때가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앙겔라에 대한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자못 기쁘다는 듯 웃었다. 앙겔라는 마주 웃어주고 발걸음을 지하로 향했다. 아이도 호기심이 일었는지 뒤따라왔다.
지하 기도실에는 마침 아무도 없었다. 원래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적이 드문 것도 아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기도실 맨 앞 의자에 앉아 앙겔라는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환자들, 앞으로 잡혀 있는 수술 일정, 그리고 제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에 대한 기도를 끝냈을 때는 십여분이 지나 있었다. 눈을 뜨자 아이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박사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아이가 기도실이란 것을 의식해서 그런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앙겔라는 말해보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성당 기도실인 거죠? 성당에서 고해성사 같은 거 하잖아요. 여기서도 해요?”
“원한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죠.”
앙겔라는 꼭 신부님에게만 고해성사를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진실된 마음이라면 어디서 하든 상관없다는 주의였다. 그렇게 말하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전 그럼 박사님한테 고해성사 할래요.”
웃는 얼굴로 하는 말이었지만 아이의 어투에선 장난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간절한 느낌마저 주었다. 앙겔라는 어떤 예감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순간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음 순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이가 앙겔라 앞에 경건한 자세로 바닥에 무릎을 꿇어 앉더니, 앙겔라의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두 손을 모았다. 고해성사라기보다는 마치 앙겔라에게 기원을 올리는 듯한 태도였다. 부담스러웠으나 아이의 진지한 태도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앙겔라는 그저 아이를 바라만 보았다.
아이가 앙겔라를 보더니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물었다.
“박사님, 고해성사 처음에 어떻게 해요? 저 이런 거 처음이거든요.”
“신부님이 사죄경을 읊어주는데… 전 신부가 아니니 그냥 편하게 말하세요.”
그 말에 아이가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먼저… 박사님한테 군것질 안 한다고 했는데 하루에 한 봉지씩 몰래 도리토스 먹었던 것을 고백합니다.”
진지하지 않은 말로 시작된 고해성사에, 잔뜩 긴장했던 것이 무색해서 앙겔라는 실소를 흘렸다. 병실에 들어갈 때 가끔씩 과자 냄새가 난다 했는데, 아이는 여전히 과자를 손에서 못 놓는 모양이었다.
“다음으로…….”
“안 먹는다고는 안 해요?”
“어, 안 먹는다고까지 해야해요?”
“고해성사니까 뭘 잘못했는지 알아내고, 알아낸 것을 뉘우치고,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야죠.”
“어… 그럼 도리토스 앞으로 못 먹는 거예요? 아, 그럼 방금 건 없던 걸로 할래요.”
“첫번째 고해성사부터 없던 걸로 할 거란 말이죠?”
앙겔라의 말에 아이가 고민하더니 다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앞으로는 일주일에 세 번만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매일 먹는 것보다는 낫네요.”
앙겔라의 한숨섞인 말에 아이가 설핏 웃음을 짓고 다시 입을 열었다.
“또, 박사님이 빨리 퇴근하는 날에는 병원 밖으로 나가서 떡볶이나 김밥을 사먹은 것을 고백합니다.”
“저 없을 때 그랬단 말이에요? 먹으라는 환자식은 안 먹고…….”
“아, 환자식 정말 맛 없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 식단이 맛이 없을 수가 있어요? 특별히 신경써서 나오는 식단으로 아는데…….”
“병원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얼마나 맛 없는 일인데요. 밖에 나가면 떡볶이도 먹으면서 오뎅 국물도 먹을 수 있고 가끔은 라면도 먹을 수 있고…….”
“지금 그게 의사 앞에서 할 말이에요?”
앙겔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아이가 겸연쩍은 미소를 짓더니 얼른 말했다.
“앞으로는 주에 3회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퇴근을 빨리 하는 날이 얼마나 된다고 주에 3회예요. 주 1회로 줄이도록 하세요.”
“아… 너무하시네. 그럼 주말 빼고 주 1회요.”
“주말 포함으로 하죠.”
“치… 그럼 주말 포함 2회요.”
여기에서 더 줄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앙겔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빙긋 웃었다.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만 나가서 사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또 있어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그래요… 이참에 다 말해봐요.”
말이 고해성사지 그냥 수다나 다름없었다. 이미 그렇게 흘러가버린 분위기였으므로 앙겔라는 마음 편하게 듣기로 했다. 아이는 계속 말했다. 주로 앙겔라가 평소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지 말라는 일들을 어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앙겔라는 처음에 긴장했던 것이 우습기도 하고 아이의 종알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간간이 대꾸해주며 고해성사(?)를 들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아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할아버지와 말다툼한 것을 고백합니다.”
며칠 전에 있던 일을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다. 앙겔라가 물었다.
“왜 말다툼을 한 거예요?”
“할아버지가 소원이 있는데 저는 그 소원이랑 정반대되는 소원이 있어서요.”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아주 낮은 확률의 도박에 배팅하기를 원하시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 싸웠어요. 도박은 하지 않는 주의거든요.”
“주식은 하는데 도박은 안 하는 거예요?”
“주식은 치밀한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거죠. 도박은 말 그대로 도박이잖아요. 뭘 믿고 내 인생을 걸겠어요?”
“인생이 달린 문제였던 거네요.”
“…비슷해요. 아무튼 다음에는 할아버지와 말다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요. 가족이랑은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죠.”
아이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앙겔라를 한동안 눈에 담듯이 바라보더니 다시 눈을 감고 말했다.
“그리고 매일 박사님 나이 가지고 놀렸던 것을 고백합니다. 사실 박사님 20대 후반처럼 보여요. 그런데 나이 이야기 할 때마다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앙겔라는 어이없어하며 되물었다.
“귀엽다고요? 하나 양, 저 이제 서른 일곱살이에요. 귀여울 나이는 한참 지났는걸요.”
“아니에요. 박사님은 언제나 귀엽고 예쁘고 멋있어요. 정말이에요.”
아이가 세상의 진리를 말하는 듯한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박사님이 예뻐서 좋았어요. 수술하고 나왔을 때는 마취 때문에 잘못 본 줄 알았거든요. 병원에 천사가 웬 말이에요. 그런데 이튿날 박사님이 회진하러 병실 문을 열고 딱 들어서는데, 진짜 천사가 있는 거예요. 첫눈에 반했어요.”
앙겔라는 할 말이 없어 그저 웃었다. 아이는 그런 앙겔라를 눈으로 더듬듯이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랬는데, 매일 이야기 나눠보니까 목소리도 엄청 나긋나긋한 게 대화 할 때마다 기분이 되게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목소리 들으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그랬어요.”
“그랬던 거예요?”
“네. 솔직히 귀찮아할 줄 알았는데, 그런 내색도 전혀 없고 사람이 너무 다정하고 따뜻한 거예요. 병원은 마냥 답답하고 재미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박사님이 있으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박사님이 점점 더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제가 더 고맙죠. 처음에는 외모, 그리고는 목소리, 다음에는 성격……. 그랬는데 언젠가부터는 그냥 박사님 자체로 좋더라고요. 그때서야 장난 아니고 진심으로 박사님이 좋아지게 된 걸 알았는데… 솔직히 힘들겠다 싶었죠. 한참 연하에, 여자에……. 박사님 눈에 제가 어떻게 보이겠어요. 그냥 10대 철부지로 보였겠죠.”
알고는 있었구나, 싶어 앙겔라는 미소했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다. 저를 볼 때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가 작은 강아지마냥 귀여웠었다. 그랬던 것이 감정의 무게가 점점 더해지며 이제는 절대 가볍지 않은 존재가 되었고, 앙겔라는 아직도 그 감정에 이름 붙이기를 주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관심받고 싶었어요. 제가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박사님이 곤란해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인생은 한 번 뿐이잖아요. 안 되더라도 해보고 싶었어요. 우물쭈물거리다가 놓치고 나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려서부터 세 번의 심장 수술을 겪은 아이에게 있어 인생의 무게는 남달랐을 것이었다. 마냥 철없이 들이대던 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생각을 듣자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앙겔라는 계속되는 아이의 고백에 점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이의 갈구와도 같은 사랑이 와 닿는 것 같았다. 아이는 말 없는 앙겔라를 보고 입가를 끌어올리더니 장난기를 담아 말했다.
“앞으로는 나이 가지고 놀리는 일을 절반 정도로 줄여볼게요.”
“…안 하는 건 아니고요?”
“그럴 수는 없죠. 박사님 발끈할 때 얼마나 귀엽다고요.”
귀여운 건 저면서 누구더러 귀엽다고 하는 건지, 앙겔라는 피식 웃어버렸다. 가벼운 장난 같은 말로 시작된 고해성사가 고백으로 끝이 나자 기분이 묘했다.
기도실 벽시계를 보니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이제 슬슬 가자고 말하려는데, 어느새 눈을 감은 아이의 두 손은 아직도 앙겔라의 무릎 위에서 단단히 맞잡아진 채였다. 아마도 더 말할 것이 남은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나. 별로 심각하지 않은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이의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앙겔라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무거운 한숨을 훅 내쉬고 다시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백할 게 있어요.”
아이의 목소리에 많은 망설임이 묻어나왔다.
앙겔라는 직감적으로 이 마지막 말이 여태껏 아이가 진심으로 꺼내고 싶어했던 말임을 알아차렸다.
아이는 마치 목에 커다란 가시가 걸린 것마냥 힘들어하며 입을 달싹였다. 처연히 내려감은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앙겔라는 그저 기다렸다. 기다려야했다. 그러나 아이의 입은 도통 열리지 않았다.
조용한 기도실에는 아이가 잘게 내뱉는 호흡소리만 들렸다.
앙겔라는 아이가 부디 힘을 내길 바라며 무릎 위에 올려진 맞잡은 아이의 두 손을 양손으로 따뜻하게 감쌌다. 아이가 움찔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아이는 깊게 호흡했다. 긴 호흡이 한 번 내뱉어질 때마다 앙겔라는 점점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를 느꼈다.
한 숨, 한 숨에 수 많은 고뇌 같은 것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가슴이 불안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앙겔라의 눈에 아이의 얼굴 위로 죄책감이 내려앉는 것이 선연히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의 입이 떨어졌다.
“……저 심장이식 수술 불가 판정 받았어요. 그 동안 속여서 죄송해요, 박사님.”
아이의 말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귓가에 천장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앙겔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끝.
좀 더 다듬어서 오고 싶었는데 어제 부담스럽고도 감사한 일을 겪는 바람에 부랴부랴...
5편은 진짜 늦어짐 ㅠㅠ
written_by_bl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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