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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전에 왔던 문예부 백합파는 사람입니다만앱에서 작성

글쟁이(61.98) 2018.01.23 01:09:08
조회 1900 추천 3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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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리나츠 쓸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서 올리봅니다. 이름묘사는 안나와도 이미지를 그렇게 상상하고 써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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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세상이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누군가를 찾아 부르짖기를 수십번, 아니. 이제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그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거고, 누가 내게 이런짓을 하는거지? 의문점이 끊이질 않는데다가 밀려오는 불안감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머리카락이라도 마구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지만, 공교롭게도 내 두 손은 지금 자유를 잃었다. 차가운 쇠가 서로 맞부딪치면서 찰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희미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삐걱이는 의자에 강제로 앉혀져있는 나, 그리고 손과 발이 차가운 사슬같은것에 단단히 결박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흡사 영화에 나오는 인질같은 모습이 그려졌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나를 가둔 사람은 내가 세상을 보는 것 조차도 아니꼬운 모양인지 유일한 희망인 시야마저 천쪼가리 하나에 가려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상황확인을 위해선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라도 추측해야만 했다. 그리고 여차저차 모은 정보를 토대로 머리를 굴려본 결과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분명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 상황도 상황 나름이겠지만 지금의 내게 있어서는 갈증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

목이 마르다.

수분이 절실하게 필요한 목의 안쪽은 건조한 땅 처럼 쩍쩍 갈라졌다. 아까 전부터 몇번이고 침을 삼켜보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입술까지 바짝 말라가는 것을 느끼자 나는 서둘러 혀로 입술을 축였다.

뭐든 좋으니 마시고 싶다.

목이 잔뜩 갈라졌기 때문에 소리를 내기 힘들 정도지만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마시고... 싶다.'



마시고 싶다...

마시고 싶다고?

단어를 천천히 나열하던 뇌가 전기가 들어온마냥 찌릿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곧장 입술과 혀에 명령을 내린다.


'나는 녹차가 마시고 싶어.' 라고.


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확실하다. 퍼즐처럼 작은 일부분일 뿐이지만, 기억이 남아 있어...!

그렇다면 이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걸 기반으로 어떻게든 조각을 맞춰야만 한다. 우선 나는 누군가에게 녹차가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내게 차를 우려줄 만큼 가까운 사람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은 누가 있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른 퍼즐조각을 되찾았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집!

그래, 나는 초대받은 거다. 할 얘기가 있다면서 나를 초대한 사람. 차를 내오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뭘 마시고 싶냐며 물었었다. 그리고 나는 녹차가 마시고 싶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듣고 상냥하게 미소짓던 얼굴이 천천히 떠오른다. 짙은 보랏빛이 담긴 긴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아아, 이 사람은 분명....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이렇게까지 소름끼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 몇번에 온 몸의 신경이 예민해졌다. 이윽고 그 사람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달았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뱀처럼 은밀하게 내 귀를 파고들었다.


'이제 일어났어요?'


여자의 목소리.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녀'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 누구야...'

'으음... 사흘이나 자다가 일어났으니까 이제는 제 목소리도 잊어버리신 건가요?'

'섭섭하네요'라고 그녀는 실망스럽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나는 뺨에 차가운 것이 닿는 걸 느꼈다. 싸늘한 온기를 가진 손, 그것이 느릿하게 뺨을 어루만지다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더니 내 뒤통수에 머물렀다. 잠시후 스르륵 풀려 내려오는 천이 무릎위로 떨어졌고 내 눈은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나는 눈앞에 서있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유리.'

'안녕, 잘 잤어요? 아마 푹 잤을거에요. 생각과는 달리 녹차에 수면제를 너무 많이 넣어버렸는데 정말로 사흘이나 걸려서 깨어날 줄은 몰랐네요.'

내게 인사를 건네는 유리의 미소는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겉보기에는 순수한 미소녀의 웃음이지만 지금 상황에 어울릴만한 것은 아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확인해봤더니 역시 이곳은 지하실이었다. 오직 하나의 전구만이 빛을 비춰주는 적적한 공간. 내가 앉아있는 오른편에는 갖가지의 의미모를 '도구'들이 차례차례 나열되어있었다. 모양들이 하나같이 날이 서있거나 뒤틀려있어서 어디에 쓰는건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작은 주사기도 몇대 보인다. 그러다가 내 눈에 어떤것이 포착되자 나는 절로 침을 삼켰다.

'목, 마르죠?'

유리는 내가 그토록 원하는 것을 집어들었다. 투명한 유리컵, 그 안에 담겨있는 맑은 액체. 목 안쪽이 따가워졌다. 어서 저것을 목구멍으로 쏟아넣어달라고 몸이 외치고 있다.

'마시고 싶죠?'

도발적인 그녀의 말에 어째서인지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내 손발은 묶인 상태지만 자존심이라는 존재는 아직까지 살아있었으니까. 그러나 본능은 '싫다'고 말하는걸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그녀에게 개처럼 순종해서라도 체내에 수분을 보급해야만한다고, 그렇게 결론 짓는다. 결국 나는 비굴해지면서도 나 자신에게 유리해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시게 해줘.'

'응, 솔직해서 귀엽네요.'

기쁘게 웃던 유리는 내 입술 앞에 유리컵을 들이댄다. 그리고 나는 마시지 못했다. 오히려 다행이다. 내가 마시려고 고개를 앞으로 내민 순간에 유리가 손을 뒤로 빼버리는 치사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나는 정말로 개처럼 흐르는 물을 혀로 받아 마셨을 것이다.

'뭐하는 거야... 유리.'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졌지만 아직 몸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은 채다. 나는 그 불만을 잔뜩 담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후훗, 하고 즐겁다는 듯 나를 보며 웃는 유리. 그녀는 곧 유리컵을 입에 대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유리컵의 물을 천천히 비워간다. 그리고 거의 한 두 모금 정도 분량의 물을 남겨 놓고선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마시게 해줄게요.'

유리컵의 물이 전부 비워졌다. 그리고 내 턱을 붙들고 얼굴을 가까이하던 유리는,

'...으, 읍...?!'

그대로 입술을 찍어 누르듯 포갰다. 당황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살짝 벌리게 되자, 유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집고 열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내 입안으로 쏟아져내려오는 액체. 수분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목은 쾌재를 불렀다. 비록 숨은 막혀도 물 한모금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

잠시 후, 결국 내가 참지 못하고 얼굴을 뒤로 빼고 숨을 몰아쉬었다. 미처 다 넘어가지 못한 물이 입가로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유리는 내 얼굴을 부드럽게 잡고 혀를 내어 입가부터 턱 밑까지 살살 핥고는 눈웃음을 짓는다. 나를 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넘치고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입맛을 다시는 맹수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물 하나 때문에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진실을 알아야 될 차례다.

'너...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

'이런 짓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나를 묶어서 이곳에 가둬놓은거 말이야.'

아아, 하고 그제야 알아챘다는 듯 유리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린다.

'음... 이유를 물으신다면, 별 다른 이유는 없어요.'

'뭐?' 나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당신에게 해를 가할 일은 없다는 소리에요. 물론 크게 저항하지 않는 선에서는 말이죠. 그러니까 저는 그저...'

그저...

유리가 내게 얼굴을 다시 가까이 들이밀며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그저 살짝 부딪치기만 하는 가벼운 접촉. 유리는 이어서 말했다.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저의 방식이 남들과는 조금 다를 뿐이니까요.'

나는 그녀의 고백에 잠시동안 사고를 정지했다. 사실만 따지면 나도 유리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건... 이건 아니다. 역시 이런건 잘못됐어. 나는 마구 도리질 쳤다.

그러나 마음이 따르는 곳은 그녀를 밀어내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 내 입은 그저 그 마음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진심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유리는 대답 대신 깊게, 깊게 입술을 맞물려왔다.

'약속할게요.'

내 뺨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말했다. 한 손에는 초커와 비슷해보이는 목줄이 들려있었다.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만을 보고, 당신만을 원할테니까.'

당장이라도 채울것처럼 애타는 눈빛으로 내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당신도 약속해주세요. 앞으로 저만을 사랑하겠다고.'

유리가 감미롭게 속삭였다.




아아, 역시 이상하다.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표하는 유리는 미쳤지만,

이런 방식도 사랑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나도... 어지간히 미쳐있는게 아닐까.

'약속할게.'

내 마음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제 내가 없이는 살 수 없고,

나도 이제 그녀 없이 살 수 없다.



내 목에, 목줄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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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문예부 백합 유리나츠 많이 파주세요!
그럼 백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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