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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룽백일장 헌정 엽편] 피아니시모

노답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21 01:00:03
조회 1714 추천 66 댓글 13
														


 박수를 치지 않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인 것 같았다.

 오늘의 연주는 쇼팽의 폴로네이즈 7번. 연주가 끝났음에도, 객석은 순간 고요로 뒤덮인다. 그러다 이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소리가 물가의 파문이라도 된 것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크지 않은 홀을 박수소리가 가득 채운다. 어차피 중학생 대상 콩쿨. 객석을 채운 사람들 중에서 심사위원인 교수나 선생을 빼고는 그렇게 피아노 연주에 조예가 깊지 않다. 하지만, 이 연주는 음악적 지식이나 그런 것 따위를 떠나 모두에게 황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수갈채 속, 심드렁한 표정으로 일어선 너는 바쁜 눈으로 누군가를 찾았다. 갑자기 얼굴을 펴고 손을 흔들기 시작한다. 기쁜 얼굴로 양팔을 크게 흔들어대는 모습이, 아까 그런 환상적 연주를 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네가 나를 보고 있었다. 

 너는 무언가 크게 말하는 사람처럼, 입모양을 또박또박 한다.


 언니, 하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박수소리가 너무 컸기에.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제법 되기에. 말이라는 건, 들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럼 못들은 거잖아. 내가 히나야, 하고 불러도 못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객석과 단상 위. 그것이 너와 나의 차이다. 


 「중학생 피아노 콩쿠르. 대상 발표하겠습니다. 대상은, OO중학교. 히카와…….」


 너는 알까?


 「히나.」


 너와 같은 성을 가진 자매란 이유로, 수상 발표 때마다 ‘이번만큼은’하며 기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허나 이것이 저주처럼 나를 계속 옭아매고 있음을.

 자리에서 일어나, 지겹다는 표정으로 단상에 향하는 네 뒷모습을 어떤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불빛이 향하는 곳은 단상 위다. 이곳은 낮고, 저곳은 높다. 오히려 2, 3위를 차지한 학생들의 표정이 굳었다. 실력 차이를 뼈저리게 체감한 것 같았다. 네가 트로피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돌덩이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너도 손가락에서 피가 나지만 않았어도, 저기에 서있었을 텐데.”


 아버지가 말했다. 


 “뭐든지 적당히 할 줄 알아야한단다. 과유불급, 노력도 좋지만 즐길 줄 알아야해.”


 예선을 뚫기 위해, 나는 온종일 피아노만 쳤다. 언제, 어디서도 그 생각뿐이었다. 페달을 밟고, 건반을 쳤다. 노력만이 살길이었고, 노력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 옆에선 심심하면, 천상의 음악을 연주해내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예선에서 피아노를 치던 도중, 갑자기 손가락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 연습한 탓에, 손가락 살갗이 찢긴 탓이었다. 건반마다 핏물이 묻어났다. 아팠다. 손가락보다도, 다 끝났다는 걸 알아버린 마음이.

 그렇다면, 아버지. 저는 어떻게 해아하나요. 노력해도 닿을 수 없다면, 전 뭘 더 해야할까요.


 “가자, 사요.”


 아버지가 나를 재촉했다. 이미 수상자들의 가족이 모두 단상 위로 향한 뒤였다. 


 “저는…….”

 “언니!”


 단상 끝에 선 네가, 나를 향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트로피는 언제 내려놓은 것인지, 네 근처에서 멋대로 뒹굴고 있었다. 


 “……네. 가요.”


 너는, 나를 들러리로 만드는 데에 익숙했다.


 “이리와, 언니!”


 단상에 다다르자, 말릴 새도 없이 너는 나를 끌고 중앙으로 나왔다. 무대 위에서는 객석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을 내리쬐는 조명이 조금 따갑게 느껴졌다. 이것이 너의 풍경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는 이렇게 모든 객석을 바라볼 수 있는데,

 객석에서는 너 하나 밖에 볼 수 없다니. 그 모든 시선을 독점할 수 있다니.


 "에이, 히카와 히나 양. 트로피 정도는 들고 찍으셔야죠. 아무리 기뻐도 그렇지."


 사진기사 아저씨가 장난스레 말한다. 그러자 하하, 하고 장내에 웃음이 퍼졌다. 그러나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꼭 그래야 해요?”


 그러나 너는,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사진기사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사진기사가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미리 주워놓았던 트로피를 너에게 억지로 쥐어주었다. 


 “그래야 네가 대상인걸 알잖아, 히나.”

 “그런 거야? 고마워, 언니!”


 날 보며, 네가 해맑게 웃는다. 내 손 안을 떠나는 트로피의 감촉이, 갑자기 텅 비어버린 손이 쓸쓸했다. 


 “쌍둥인가 봐? 두 사람이 꼭 닮았네.”


 사진기사가 허허 웃었다. 네가 헤헤,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그렇죠? 언니 잘 나오게 해주세요! 아, 그리고 아저씨!”


 네가 갑자기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곧장 사진기사에게 달려가 그것을 쥐어주었다.


 “이걸로, 저랑 언니만 따로 찍어주세요! 기념으로!”

 “히나.”


 내가 네 이름을 불렀지만, 닿지 않았다. 사진기사 아저씨는 당황한 듯 너와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래요. 대상 탔으니, 이쯤 들어줘야지.”

 “고마워요, 아저씨!”

 "자, 셋 하면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짧게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최선을 다해 웃어보였다. 단상 위에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다는 듯 웃으니까.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든, 가족의 행복이든. 그게 당연한 거니까.


 “자, 한 번 더.”


 사진기사 아저씨가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바꿔들었다. 너는 날 끌고 사람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옆으로 향했다, 그리곤 내게 팔짱을 껴왔다. 조금 아플 정도로 단단히.


 “히나.”


 나는 너와,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 날 들러리로 만들 셈이야?

 그렇게 말하려 했는데.


 “응? 왜, 언니?”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지루한 표정은 어디가고 시종일관 웃음뿐인 너.

 히나, 내 하나뿐인 쌍둥이 여동생아. 네가 내게 뺏어간 것은 재능뿐이 아니야. 웃음까지 같이 가져가버렸어. 나는 이제, 웃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아무것도 아니야.”


 네 덕분에.


 “자, 찍습니다. 쌍둥이들. 하나, 둘, 셋!”


 사진은 곧장 나왔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선명해졌다. 그럴수록 드러나는 것은 꽃처럼 활짝 핀 네 얼굴과, 시들어버린 내 얼굴이다.


 “와, 언니 얼굴 좀 봐. 이상하게 나왔어.”


 네가 재밌다는 듯 키득댄다.


 “상도 많이 타면서, 이럴 때마다 사진이야?”

 "이럴 때 아니면, 언니랑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없잖아."


 도무지, 웃을 수 없었다. 차라리 저게 가면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다면 저 가면을 벗겨내면 그만일 텐데, 너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인간이었다. 저것이 진심이다. 너에게 가식은 없다. 그것이, 너무도 화가 났다.


 "히나."

 "응?"

 "수상, 축하해."

 "고마워. 다 언니 덕분이야. 언니가 피아노 치는 거 보고 따라했을 뿐인걸."


 핏물이 흘렀던 손가락이 욱신거렸다.

 히카와 히나. 나의 여동생.

 우리는 언제까지, 사이좋은 자매를 연기할 수 있을까?










 룽백일장의 흥행을 기원하며 짧은 엽편을 써보았습니다

 두 사람 다 기타 치니까 중딩 때 뭐든 음악 한 번 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피아노를 써보았어용

 헌정 엽편이라 날려써서 저는 심사에서 빼주시기 바랍니당


 모두 히나사요 민트자매 파주세요 킹갓엠페러 자매근친레즈 최고

 룽백일장 흥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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