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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메르시 시점으로 글 쓰려니까 너무 오글거린당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22 19:12:27
조회 1457 추천 33 댓글 14
														

잔잔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앙겔라는 열린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솔바람에 실린 꽃향기를 맡았다. 아무리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서글픈 향기가 가슴을 찌르르하게 울려왔다.

오늘따라 더 그리워지는 얼굴을 마음속으로 되새기자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적막한 병실에 홀로 있는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손가락으로 오른손 손목에 채워진 점자 시계를 더듬어보니 정오가 다 되었다. 곧 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자마자 예민해진 귀에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쪽 다리를 살짝 끄는 듯한 약간의 엇나간 박자. 간병인이었다.

“또 창문을 열어두고 계시네요.”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앙겔라는 살며시 미소했다. 감기에 걸렸다가 나은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도 간병인은 그녀가 또다시 앓을까봐 걱정을 하곤 했다. 질책 섞인 어조에, 아닌 듯 스며있는 염려와 배려는 언제나 앙겔라를 기분좋게 만들었다.

“잠깐 열어둔 거였어요. 조금 답답해서요.”
“공기 청정기 향이 마음에 안 드세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창가에 놓인 꽃 향기가 맡고 싶었거든요.”
“네에…….”

간병인이 침대 근처로 다가와 침대 사이드 테이블을 설치하고서 그 위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익숙한 솜씨로 치즈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와 빵, 베이컨으로 이뤄진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간병인은 앙겔라가 밤새 읽다가 내려놓은 책들을 정리하고, 오전 중에 타이핑 해놓은 논문의 철자 검사를 했다.

식사를 끝낼 무렵에 간병인이 따뜻한 차를 내어왔다.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수입해 온 꽃차는 특유의 씁쓸하면서도 그윽한 맛이 있었다. 차에서 나는 향이 평소보다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앙겔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차를 두 잔 타신 거예요?”
“네.”
“저번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맛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혼자 마시는 건 쓸쓸하다면서요.”
“굳이 저 때문에 안 좋아하는 차를 즐길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앙겔라는 기분이 좋았다. 무심한 척, 퉁명스러운 척 하면서도 행동 이모저모에 깔린 다정한 태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나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며 소개한 간병인은 처음엔 몹시도 앙겔라에게 서먹하게 굴었기 때문에 내심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간병인의 그런 면이 오히려 기껍기까지 했다.

이전의 간병인은 앙겔라가 입은 부상을 몹시도 안타까워하며 최대한 그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앙겔라는 그런 태도가 너무 과하다고 느껴졌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받아들이기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천재 의학박사가 두 눈이 멀어 기약없는 요양을 하게 되었으니 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복잡하고 속상한 것은 다름아닌 앙겔라 자신이었다. 앙겔라는 저를 동정하는 사람보다는 보다 덤덤하게 대해줄 사람을 원했고, 그리하여 아나가 데려온 사람이 지금의 간병인이었다.

천천히 차를 마시는데 다시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꽃향기가 퍼졌다. 앙겔라는 찻잔을 내려놓고 후각에 집중했다. 은은한 향은 맡으면 맡을 수록 가슴 속에 수많은 상념을 불러 일으켰다. 한동안 그렇게 있자, 간병인이 말을 걸어왔다.

“꽃이 좋으신 거면 다른 꽃을 가져와볼까요? 매일 저 꽃 향만 맡는 것도 질리실 텐데.”
“아니요, 괜찮아요. 다른 꽃은 필요 없어요. 의미 있는 꽃은 저 아네모네뿐이거든요.”
“…저 화분이 특별한가 보네요.”
“특별하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거든요.”

앙겔라의 말에 간병인이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아네모네가… 그다지 좋은 의미는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앙겔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다지 좋은 의미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슬픈 의미를 갖고 있는 아네모네의 꽃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향을 맡을 때마다 가슴에 아릿한 통증을 느끼게 하는 꽃이건만, 앙겔라는 도저히 아네모네가 담긴 작은 화분을 멀리할 수 없었다.

“다 제 잘못인 걸 어쩌겠어요. 그래도 선물은 선물이니까요.”
“사연 있는 꽃인가보네요.”

앙겔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 꿈에서 본 아이의 서글픈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아 가슴이 내내 술렁였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으나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석달 간 알아온, 입이 무거운 이 간병인에게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앙겔라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요. 그래도 들을 생각이 있나요?”
“…네, 해주신다면.”

앙겔라는 침대 헤드에 천천히 몸을 기대고, 기억을 더듬다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제게는 연인이 있었어요. 착하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죠.

아이와 만난 것은 2년 전의 일이었어요. 당시 갓 성인이 된 아이는 한국이라는 동북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발생한 옴닉 사태를 진압한 메카 조종사였죠. 어린 나이에 군대 입대해서 수 년 동안 활약한 바 있는 베테랑 요원이었어요. 오버워치는 아이의 공을 높이 사 스카웃 제의를 했고, 아이는 받아들였죠. 그렇게 오버워치에 오게 됐어요.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어요. 겨우 십 대 후반의 여자아이를 전장으로 끌어들인 오버워치의 판단에 반감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사자가 동의한 일을 제가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 대신 아이를 잘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관계를 먼저 시작했던 걸 수도 있겠네요.

아이를 처음 마주한 건, 아이가 오버워치에 온 지 1주일이 되던 날이었어요. 대인 훈련을 하다 다리를 겹질려서 레나 양의 부축을 받아 의무실에 왔던 게 생생하네요. 자료상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여린 모습에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더 친절하게 굴었던 것 같아요. 진료를 하고 간단한 처치를 끝내자 아이는 두 볼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이고선 치료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서랍에 넣어두었던 포도당 캔디를 꺼내 쥐어주었죠.

그 날 이후로 아이는 의무실에 자주 들르기 시작했어요. 달리 마음 붙일 곳이 없어서 그러는 거겠거니 하며 일하는 틈틈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죠. 사실, 의무실에 상주하며 다친 사람들만 상대하다가 건강하고 밝은 아이와 대화하는 게 제게는 꽤 즐거운 일이었어요. 아이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그날 있던 일들을 곧잘 이야기했고,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아이를 보곤 했죠.

유난히 제게 잘 웃어주고 친절하게 대하는 아이를 보면서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진척이 잘 되지 않아 심적으로 고생하고 있었거든요. 제 일만으로도 힘이 부쳐서 아이의 그런 모습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어느 날은 직접 만든 초콜릿을 가져와서 제게 내밀더군요. 그 날이 발렌타인 데이였는데, 전 그것도 모르고 그저 고맙다고 받아들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아이는 그 날부터 제게 조금씩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제 일상에 발을 들여놓았고, 의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죠. 그러던 어느날, 마주 앉아서 디저트를 곁들인 커피를 마시는데 아이가 그러더군요. 저를 좋아한다고요.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서 정말 놀랐어요. 같은 성별은 그렇다 쳐도, 아이는 저와 나이차가 꽤 났거든요. 저보다 무려 열여덟 살이나 어렸으니까요.

당연히 거절했어요. 아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아이가 저를 생각하는 마음처럼 좋아한 건 아니었거든요. 아이는 말갛게 웃고는 알았다며 돌아갔죠. 괜찮은 척 했지만 상처받은 건지 떨리는 눈동자를 차마 숨길 수 없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 서먹해지겠구나 싶어서 섭섭하게 생각했는데, 이튿날 또 밝게 웃으며 의무실로 찾아오더라고요.

그리고 매일매일 제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더군요.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고백이 그렇게 1년 동안 이어졌어요. 그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가 매일 같이 꽃다운 진심을 작은 선물과 함께 전하는데… 싫지가 않더라고요. 아니, 실은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양심으로 인해 속이 불편한 와중에도 꽤 기뻤어요. 그렇게 순수한 호의를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으니까요. 결국 아이의 햇살 같은 따스함에 젖어든 건 저였고, 많은 고민 끝에 쉽지만은 않은 결정을 내렸죠. 아이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예요.







전에 쓴 하나메르 똥차(...) 메르시 썰 있잖아.

그거 대강 스토리가 잡혔는데 썰로 쓰면 금방이거든?

근데 썰은 너무 임펙트가 없어서 허무할 것 같아서 메르시 시점으로 써보려는데...

너무 오글거리네 ㅠㅠ 어쩌지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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