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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절애 1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08 19:42:38
조회 1764 추천 45 댓글 7
														

부대 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얼마 전 있었던 옴닉의 폭탄테러로 인해 한 돌격부대가 전멸했기 때문이었다. 그 직후 이어지는 소규모 전투에서 번번이 고전을 하는 바람에 전선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분주히 뛰어다니는 의무병 사이로 계속해서 부상병들이 옮겨지고 있었다.
앙겔라는 땀에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대충 훔치고는 달려오는 의무관을 바라보았다.

“의무관님, 항생제가 다 떨어졌습니다. 후방 지원이 끊겨서 더 이상 약품을 구하기가 어렵 답니다.”

앙겔라는 깊은 한숨을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이침대는 물론이고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에도 부상병들이 빼곡히 누워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 전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보급품이 떨어졌을 정도라면 기지가 밀리는 것도 한순간이리라. 그녀는 의무병에게 자리를 부탁하고 작전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은 입구에서부터 침중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서는 앙겔라를 보고 부사령관인 잭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후방 지원이 끊긴 지 사흘, 슬슬 앙겔라가 나타나리라 생각하고 있던 참인 것 같았다. 그런 잭을 보는 앙겔라의 표정도 가라앉았다.

“잭, 상황이 심각한가보죠?”

앙겔라의 말에 잭이 푹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좋다고는 볼 수 없지. 라인하르트가 지휘하는 돌격부대가 C2 지점에서 힘쓰고 있지만 다른 전선에서는 밀리고 있는 형국이야. 중간에 탈론의 공격을 받은 탓에 보급물자도 3일 전에 끊겨버린 상태고. 다음 거점을 선점해야 흐름이 바뀔 텐데, 많이 어렵게 됐어.”
“그러면 철수하는 건가요? 약품도 다 떨어졌고, 부상병들의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요. 바로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기다려 봐. 반나절만 더 버티다가 안 되겠으면 철수해야지. 하지만 그 전에 본부에서 보낸 지원 병력이 도착할 것 같거든.”
“3일 전에도 지원 병력을 요청하지 않았던가요?”
“방해 전파 때문에 본부와 연락이 안 닿아. 아무래도 습격을 받은 모양인데…….”

잭은 말끝을 흐리며 초조하게 회의실을 서성였다. 홀로그램 지도 위에 어지러이 반짝이는 푸른 점들이 아군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었다. 옴닉을 나타내는 붉은 점들이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잭은 인 이어를 통해 전장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것 같았다. 짧게 짧게 응답을 하며 지도를 보는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쯤은 도착해야 하는데, 또 문제가 생긴 건가?”
“아나는 뭐라고 하던가요?”

앙겔라의 질문에 잭이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군복을 입은 요원이 급하게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부사령관님, 지원부대가 도착했습니다!”
“왜 이리 늦었다고 하나?”
“선발 지원부대가 탈론의 기습을 당해, 후발 부대를 꾸리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 발령받은 코드네임 디바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디바? 전장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앙겔라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잭이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그램 다이얼을 조작해 통신 채널을 바꿨다.

“여기는 작전본부, 여기는 작전본부. 코드네임 디바 응답하라. …인사는 나중에 하지. 즉시 전장으로 투입 바란다. 지도를 보내 줄 테니 C3 지역으로 이동하게. 돌격조 네트워크에 접속시키겠네. 이상.”

빠른 어조로 명령을 내리자마자 창 아래쪽에서 위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이 아래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앙겔라가 별 생각 없이 창가로 다가가려는데, 잭이 그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치글러, 의료물품도 도착했다고 하는군. 확인해보는 게 어떻겠나?”
“…알겠어요.”

의무관인 앙겔라에게 있어 당연한 일을 굳이 입 밖으로 내다니. 안 그래도 곧 가 볼 생각이었기에 타이밍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잭의 말이 옳았기 때문에 앙겔라는 서둘러 회의실을 나섰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저 멀리,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분홍빛 기체가 점처럼 작아지는 것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

앙겔라는 피곤에 절어 한숨을 내쉬었다.
보급물자가 도착하고 나서 반나절, 그 사이에 부상병들이 실려 오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더니, 밤이 되자 완전히 잦아들었다. 마지막 환자를 카두세우스의 지팡이로 치료한 후, 앙겔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얀 가운이 온통 피로 물들어 얼룩덜룩했다. 의무병이 건네주는 새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의무실로 향하기로 했다. 오늘 들어온 긴급 의료키트를 정리해야할 것 같았다.

응급실을 나서서 기지를 가로질러 의무실로 향하는 도중, 앙겔라는 부대 내 분위기가 낮과는 퍽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귀를 기울이니 전선을 밀어내고 거점을 선점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간간이 자폭이라는 단어가 들리기는 했지만, 옴닉에 의한 폭탄테러와는 뉘앙스가 사뭇 달랐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들으면 될 것 같아 걸음을 서두르는데, 전방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치글러 박사님!”

작은 컨테이너박스 위에 앉아 있던 레나가 팔을 번쩍 들어 올려 앙겔라를 알은체 했다. 곧 그녀를 알아본 요원들이 길을 내어주는 바람에, 앙겔라는 엉거주춤 레나 쪽으로 다가갔다. 둥그렇게 모여 선 사람들 사이에서 아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조용히. 이미 알고 있겠지만, 오늘 오버워치에 새로 온 요원을 소개하도록 하지. 자, 인사하게, 디바.”

디바라. 낮에 들었던 코드네임이었다. 앙겔라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새로운 요원이 왔다는 것은, 기존 요원 중에 결원이 생겼다는 말과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사자의 눈을 감겨주며 기도를 올렸던 앙겔라의 마음이 울적하게 가라앉았다. 그런 앙겔라의 귓가에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육군기동기갑부대 소속 대위, 송하나입니다. 코드네임은 D.VA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앞에 있던 사람을 헤치고 나가자, 앙겔라의 눈에 열 예닐곱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가 들어왔다. 탐스러운 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싱그럽게 웃고 있는 소녀는,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는 동양인이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너무 어려 보였다. 앙겔라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소년병……?”

아나가 용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앙겔라. 송하나 요원은 올해로 만 19세야. 최연소 요원이기는 하지만 오늘 있던 거점 확보 작전에서 큰 공을 세운 실력자니, 엄연한 성인이라 할 수 있지.”

저 얼굴로 성인이라고? 앙겔라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보았다. 생긋, 저를 보고 웃는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앙겔라는 자신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송하나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을 보며 앙겔라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

“이건 말도 안 돼요! 이제 갓 성인이 된 애를 최전선에 배치하다뇨?”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앙겔라의 항의에 잭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는 속지 않았다. 낮에 기계음을 듣고 밖을 살펴보려 했던 앙겔라를 막았던 것이 잭이었다. 그는 진작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나가 입을 열었다.

“디바는 성인으로서 주체적인 판단 하에 오버워치로 오는 데에 동의했어.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않겠니.”
“아나, 당신마저…….”
“디바는 전장에 투입한 즉시 제 몫을 다 했네. 실제로 그녀의 자폭 공격을 기점으로 승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지.”

아나의 말을 잭이 받았다.

“게다가 디바 요원은 19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베테랑 메카 조종사네. 그녀의 조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인재야. 그런 디바를 전선에 투입시킨 본부의 판단은 옳았지. 그 증거로 오늘 거점을 확보하지 않았나.”
“하지만 잭, 그녀는 너무 어려요.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네요. 본부에 항의서를 올리…….”
“어리지 않아요.”

앙겔라의 말을 끊고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회의실 입구에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아이가 보였다. 아이의 두 눈이 고집스럽게 앙겔라를 향했다.

“전쟁에 나이가 중요하던가요? 나이, 성별, 인종,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거잖아요. 중요한 건 실력이죠. 저는 오늘 충분히 제 실력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그리고 저는 4년차 메카 조종사예요. 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들이 모욕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하세요?”

기분이 상한 것인지 아이의 눈매가 매서웠다. 그러나 앙겔라에게는 그 모습마저 아직 10대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어린 것을 지적당해 발끈하는 모습이 아이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앙겔라, 네가 아무리 항의한다고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그냥 받아들여.”

나직한 아나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머리는 아나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았다. 제3자인 앙겔라가 뭐라고 한들, 발령 받은 새 요원-심지어 첫 전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벌인-의 거취가 바뀔 일은 없을 터였다. 결국 앙겔라는 갓 성인이 된 아이가 오버워치에서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했다.

아이는 여전히 도전적인 눈으로 앙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새로운 인물과의 마찰을 바라지 않았던 앙겔라는 의례적인 미소를 띠운 채 아이의 앞에 가 섰다. 저보다 10cm는 작아 보이는 아이의 키는 아이를 더욱 어려 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아이가, 총탄이 빗발치는 최전선에 서다니……. 마음이 불편했으나 애써 떨쳐버리려 노력하며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요,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난 앙겔라 치글러라고 해요. 이곳의 의무관을 맡고 있죠.”

아이는 내며진 앙겔라의 손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앙겔라가 무안함을 느낄 때 즈음 손을 내밀어 꼭 맞잡아왔다.

“……송하나입니다.”

아이가 힘을 주어 악수를 했다. 기분이 상해서 세게 잡는 건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손을 잡는다는 행위 자체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의 커다란 갈색 눈동자가 앙겔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앙겔라는 동시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보는 상대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앙겔라에게 왠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아이가 손을 놓자 그런 느낌은 금세 사라져버렸다.

“자, 이로서 여기 사람들과는 다 인사를 나눈 셈이군. 어서들 가서 쉬게. 밤이 늦었어.”

둘의 악수를 지켜보고 있던 잭이 타이밍 좋게 나서서 상황을 마무리했다. 상황을 모면하려는 잭의 속셈이 뻔히 보여서, 앙겔라는 한숨을 삼켰다.

“……일단 오버워치에 왔으니 신체검사부터 하죠.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정오까지 의무실로 와주세요.”

고개를 까닥인 후 회의실을 나섰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이의 빤한 시선을 떨치려, 앙겔라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

이튿날, 아이는 오후가 다 되도록 의무실에 오지 않았다.
부상병들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 후 시계를 확인한 앙겔라는 미약하게 인상을 썼다. 앙겔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숙소로 향했다 어쩌면 아이가 PTSD로 인해 방에 처박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숙소 입구에 써진 명패를 확인하니 아이의 방은 3층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며 앙겔라는 어젯밤에 보았던 아이의 빤한 시선을 떠올렸다. 꿰뚫는 듯한 시선이었다. 대체 왜 저를 그렇게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무관인 앙겔라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딱히 그런 시선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의 색다른 태도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아이의 방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귀를 기울여보니 게임 소리 같았다. 똑똑똑, 손등 뼈로 문을 노크했지만 요란한 소리는 멎지 않았다. 앙겔라는 조금 더 힘을 주어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다.

“하나 양, 있나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문을 두드리려는데, 벌컥 문이 열리며 아이의 얼굴이 불쑥 방문 밖으로 튀어나왔다. 동시에 잡음과도 같은 게임 배경음이 앙겔라의 귓가에 울렸다. 저도 모르게 귀를 막자 아이가 손바닥을 쳐서 소리를 멎게 했다. 그리고는 반항적인 눈빛을 숨기지 않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너무 큰 소음은 청력에 좋지 않아요, 하나 양. 소리를 줄이고 게임하도록 해요.”
“……그 말씀 하시러 오신 거예요?”
“아니요. 오늘 정오까지 신체검사 하러 오라고 했었는데, 왜 오지 않은 건가요?”
“간다고 한 적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얼굴이 어딘지 부루퉁해보였다. 어린애 취급 말라면서 이런 태도라니, 정말 어리긴 어리구나.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에 배인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오버워치 소속 요원들은 모두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맡게 되어 있어요.”
“그런 건 오기 직전에 받았는데요.”
“어제 전투에서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려는 거예요.”
“…안 다쳤어요.”
“거짓말.”

앙겔라는 손을 뻗어 아이의 왼 팔뚝을 잡았다. 아윽, 하고 아이가 움찔하며 신음을 흘렸다. 어제, 문가에 기대고 선 아이의 팔짱을 낀 태도가 어딘지 어색해서 신경이 쓰이던 차였다. 저도 모르게 아프다는 티를 낸 아이가 귓불을 붉게 물들이고선 앙겔라의 손을 쳐냈다.

“별 거 아니에요. 이런 건 혼자서도 치료할 수 있어요.”
“의무관이 있는데 그럴 수는 없죠. 따라와요.”

단호한 앙겔라의 말에 아이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어깨를 늘어뜨리고서는 방을 나섰다. 앙증맞은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그러고 보니 어제 입었던 전투복에도 토끼가 그려져 있었다-하얀 후드 티에 청바지를 입은 아이는 정말 전투요원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려 보였다.

본래라면 학교를 다니고 있을 나이에 전장을 전전해야하다니. 앙겔라는 아이를 이끌고 의무실로 향하며 요즘 들어 느끼곤 하는 오버워치에 대한 회의감을 곱씹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싸우기로 마음먹고 전장에 발을 들였는데, 실상은 그 다음 세대를 전장에 끌어들이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았다. 하아, 하고 절로 한숨이 새어나오는데 뒤따라오던 아이가 툭 내뱉었다.

“앞으로는 제대로 의무실에 갈 테니까 그렇게 한숨 쉬지 마세요.”

아무래도 앙겔라의 한숨이 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 때문은 아니어서 부정하려다 말았다. 어쨌든 아이가 순순히 말을 듣겠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아이는 불퉁한 태도와는 다르게 성실히 검사를 받았다. 건강상태는 양호했고, 왼팔은 총탄이 스친 정도의 부상이라 처치도 간단했다. 남은 것은 아이의 정신 상태였다. 소년병으로서 가지고 있을 PTSD에 대해 간단히 파악하기 위해 앙겔라는 말을 걸었다.

“어제 잠은 잘 잤나요?”
“…안 잤는데요.”
“잠자리가 낯설던가요?”
“아뇨.”
“그럼 왜 잠을 못 잔 거예요?”
“못 잔 게 아니라 안 잔 건데요. 게임 하느라고요.”
“게임? 그럼 밤을 샜다는 건가요?”
“네.”

앙겔라는 숙소로 오기 직전에 훑어보았던 아이의 이력을 떠올렸다.
12세에 프로게이머로 데뷔, 이후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세계 챔피언 자리를 석권. 15세에 대한민국 육군 기동 기갑부대에 입대. 이후 뛰어난 메카 조종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 끝에 대위로 진급. 그리고 성인이 되자마자 오버워치로 전직.
전투가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게임이라니. PTSD는 차치하더라도 건강을 해치는 요인임은 확실했다.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피로는 어떻게 푸려고 그래요?”
“검사 끝나면 가서 낮잠 잘 생각이었어요.”
“밤에는 안 자고요?”
“낮에 자면 괜찮아요. 밤에는 배틀 떠야 하고.”
“배틀…? 게임 말하는 거죠?”
“당연하죠.”

앙겔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또 그 빤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는 중이었다. 다소 부담스럽기 까지 한 눈빛이었다. 동그란 갈색 눈동자를 마주하며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녀는 일단 타이르기로 했다.

“잠은 밤에 자야 피로가 풀리는 거예요. 오늘부터는 낮잠은 자지 말고 잠에 자도록 하세요.”

다정한 그 말에 아이는 꿍얼거리며 잠이 어쩌고 배틀이 어쩌고 말했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크게 돌리며 의무실 내부를 살펴보았다. 앙겔라는 그런 아이의 표정이 아까보다 가벼워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의무실 구경을 마친 아이가 앙겔라를 또다시 뚫어질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의무관님.”
“박사라고 불러요.”
“그럼 박사님.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이건 또 뜬금없는 질문이네. 어린애라 그런지 대화에 맥락이 없었다. 앙겔라는 이건 실례되는 질문이라고 지적하려다가, 아이의 첫 질문이라는 생각에 그냥 대답해주기로 했다.

“없어요.”
“진짜로요?”
“진짜로요.”
“의외네요, 있는 줄 알았는데. …박사님 예쁘잖아요.”

예쁘잖아요-하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얘 진짜 애구나. 앙겔라는 그 꾸밈없는 말에 문득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띠었다.

“고마워요. 하나 양도 예뻐요.”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아이의 눈썹이 꿈틀댔다. 잠시 후,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실은 박사님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안 오려고 했어요.”
“의무실에요? 아니, 그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를 보자마자 인상 쓰셨잖아요. 어리다고 무시하고.”
“그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서… 그리고 무시한 적 없어요. 난 그저, 하나 양처럼 어린 사람이 전장에 나서야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거예요.”
“그럼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당연하죠. 하나 양을 왜 싫어하겠어요?”

그 말에 아이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아까까지 두르고 있던 반항적인 분위기는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제게는 없는 파릇파릇한 모습에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아이는 그것을 보더니 안 그래도 붉게 물든 귀를 더욱 빨갛게 물들이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치료,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다치지 말고, 항상 주의하세요.”

아이는 꾸벅, 동양식으로 인사하고는 의무실을 나섰다. 앙겔라는 아이의 꾸밈없는 행동이나 감정표현을 보고 PTSD의 징후가 덜 발견된다고 생각하며 진료차트를 써내려갔다.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불가능한 소원을 빌며 앙겔라는 지친 눈가를 문질렀다.

***

아이는 신체검사 날 이후, 종종 의무실에 들렀다.
딱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앙겔라가 바쁠 때는 비어있는 의무실 침대 위에서 게임을 했고, 그러다가 앙겔라가 한가할 때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왔다. 식사 메뉴부터 시작해서 취미 생활에 이르기까지 아이가 하는 대화의 폭은 생각보다 넓었다.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고 했더니, 아이는 거의 한 세기 전에나 유행했고 지금은 소수의 수집가들 사이에서나 수요가 있는 LP음반을 구해다가 앙겔라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기 시작했다. 의무실 곳곳에 아이가 가져다 놓은 아기자기한 다육이들이나 푹신한 쿠션 같은 것들은 앙겔라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초반에는 아이가 의무실에만 있으려고 하기에 오버워치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러는 줄 알고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아이와 나이가 가장 가까워서 자주 어울려 놀곤 하는 레나의 이야기를 듣는 한, 아이는 특유의 밝고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기지에 잘 녹아들고 있었다. 앙겔라는 그저 아이가 기지에 와서 가장 먼저 친해진-비록 처음엔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저와 놀고 싶어 하는구나, 그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인지, 아이는 오랜 기간 오버워치에서 근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만 익숙했던 앙겔라를 챙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영양소 풍부한 식단을 챙기라며 잔소리 하지만 본인은 너무 바쁜 나머지 비타민제를 달고 사는 앙겔라에게 제철 과일을 가져다 나르거나, 아이의 나라에서 공수한 한약-앙겔라는 유사의학이라 생각해서 몹시 미심쩍은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지만-을 먹이거나 하는 등의 제 나름대로의 친절을 보이기 시작하니 앙겔라도 점차 아이를 최연소 요원 그 이상으로 대하게 되었다. 자연히 같이 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이는 오버워치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주로 후방에만 있는 앙겔라는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없었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라인하르트와 조를 이뤄 거점을 확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아이의 활약으로 기지 주변의 거점이 보다 쉽게 확보되자 사령부는 그런 아이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만큼 더 많은 전투에 불려갔고, 그에 따라 아이의 부상은 점점 많아졌다.

단단한 메카에 탑승하고 있는 터라 큰 부상을 입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피딱지를 달고서 순한 얼굴로 제게 웃어 보이며 활약상에 대해 늘어놓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앙겔라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이의 얼굴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앙겔라는 전직 프로게이머였던 아이가 전쟁을 게임처럼 여겨서 그러는 것인지 걱정이 될 때가 잦았다. 그러나 라인하르트와 이야기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전장에서는 또 성실하게 임한다는 라인하르트의 말에 앙겔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아이가 오버워치에 온 후 육개월이 지나던 어느 날이었다.
기지 주위의 네 번째 거점을 확보한 날, 그간 자잘한 부상을 입는 것에 그쳤던 아이는 드디어 들것에 실려 의무실에 들어섰다.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아이는 갈비뼈 세 대가 부러지고 허벅지에 총탄을 맞은 상태였다.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아이의 부상 정도가 심각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앙겔라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재빨리 상처를 치료했다. 부러진 갈비뼈는 카두세우스의 지팡이로 빠르게 붙였으나 허벅지의 총상은 감염여부를 살피고 두고 봐야 할 것 같았다. 처치를 하는 사이 뒤따라 들어온 레나가 걱정스레 아이를 살폈다.

“꼬맹이는 괜찮아요, 치글러 박사님?”
“의식이 없어서 장담하긴 어렵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건가요?”
“아, 그게…….”

레나의 설명을 듣고 앙겔라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아이는 이번 임무에서 라인하르트의 엄호를 받으며 적진 한 가운데로 돌격한 후, 자폭 시퀀스라 불리는 공격을 감행하여 옴닉 진영에 큰 데미지를 입힐 예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라인하르트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지는 바람에 제때 엄호를 받을 수 없었고, 새로운 메카가 올 때까지 맨몸으로 버텨야 하는 아이는 서둘러 건물 그늘에 몸을 숨겼으나 폭발의 여파로 인해 벽돌이 무너져 내려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특기라 불리는 자폭 공격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듣는 앙겔라는 속으로 한탄을 내뱉었다. 왜 메카에 탑승했는데도 매번 상처를 입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꼬맹이가 활약해 준 덕에 당분간 거점은 안전할 것 같긴 한데, 얜 너무 무모하게 싸우는 것 같아요. 다치는 데에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고. 라인하르트 아저씨가 저번엔 전쟁이 게임이냐면서 호통까지 쳤다니까요.”
“…게임.”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또 모를 일이죠. 전장에서 최선을 다해야하는 건 맞지만, 대체 왜 이렇게 필사적인지 모르겠어요.”

레나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아이를 보았다. 앙겔라는 손을 들어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하지만, 프로게이머로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재였다. 전장이 아닌 곳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예쁜 아이가, 대체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오버워치에 오게 된 걸까.
다음에 잠에서 깨면 그걸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앙겔라는 의무실 침대에 커튼을 쳤다.

*

아이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그날 밤의 일이었다. 의무실 옆에 딸린 연구실에서 논문을 읽던 앙겔라는 가느다란 신음소리에 의무실 침대로 향했다. 아이가 희미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동공을 체크하고 입을 벌려 상태를 확인한 후, 거즈에 물을 적셔 입에 물려주자 한참 뒤에 아이가 입을 열 기력을 되찾았다.

“어떻게 됐어요? 작전이요.”
“거점 확보라면 계획대로 성공했어요. …하나 양 덕분에요.”

아이는 눈에 띠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 한잔 만요, 잠시 만요. 아이에게 따뜻한 물을 주자 허겁지겁 물을 마신다. 갈증보다 중요한 것이 거점 확인이었던 것일까. 앞길이 창창한 아이가 전쟁에 너무 몰입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앙겔라는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아 아이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하나 양은, 왜 오버워치에 왔어요?”
“…궁금하세요?”
“그럼요. 하나 양이 원하면 얼마든지 안락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잖아요.”
“그러는 박사님도 마찬가지잖아요. 도시에서 의사선생님 해도 될 텐데.”
“…전 옴닉 사태의 생존자예요. 오버워치에 의해 구해졌죠.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오버워치에 온 이유예요.”

앙겔라의 말을 들은 아이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앙겔라의 이야기는 오버워치 내에서 꽤 알려진 것이었다. 19세의 나이에 의대를 졸업한 천재가 오버워치에 몸을 담게 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 했고, 앙겔라 자신이 숨길 이유도 없어서 말한 탓이 컸다.

그러나 그것도 옛 일. 전쟁을 오래 겪은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앙겔라 역시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아가며 점점 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은 이상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을 터였다. 아이는 대체 어디에서 앙겔라의 이야기를 들은 걸까.

“…저도 옴닉에 의해 부모님을 잃었어요. 오버워치에 의해 구조되었고요. 하지만 그래서 오버워치에 온 건 아니에요.”

아이의 말이 앙겔라의 생각을 흩어냈다. 의외의 공통점에 그녀는 마음이 애잔해졌다. 하필 닮아도 이런 점을 닮을 줄이야. 앙겔라는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럼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만나러 온 거예요.”

너무나도 소녀 적인 이유였다.
전투 외에는 게임밖에 모르는 마냥 밝은 애인 줄 알았더니 이런 면도 있을 줄이야. 빙긋 웃으려던 앙겔라는 곧바로 이어지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오버워치 내의 평균 연령은 적지 않았다. 아이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레나가 26세로 가장 나이가 어렸다. 남자들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30대 이상으로,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나이차가 너무 났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앙겔라는 무난한 말을 입에 담았다.

“많이 좋아하나봐요.”
“…첫사랑이에요. 7살 때부터 좋아했어요.”

어쩜, 하고 앙겔라는 탄식했다. 안 그래도 어려보이는 아이가 꼬꼬마 시절부터 간직해 온 사랑이라니. 7살 때부터라면 무려 12년 동안이나 계속 좋아했다는 거다. 제 나이의 반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지해 온 마음을 생각하니 궁금함에 절로 입이 열렸다.

“어디에서 처음 만난 거예요?”
“미국… LA이요.”
“그 사람도 알아요? 하나 양이 자기 좋아하는 거.”

아이는 잠시 말이 없다가 몰라요, 못 알아보던데요 하고 대답했다.
하긴 12년이나 흘렀으면 그럴 만도 했다. 애달픈 순애보구나 싶어 앙겔라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겼다. 말이라도 해보지 그랬냐고 하려다가, 혹시나 상대가 유부남이면 어쩌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지난 반 년 동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며 느낀 것은, 마냥 어린애 같은 겉모습 안에 아이가 생각보다 착실하고 성실한 성정을 감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아이가 분별력 없는 사랑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눈을 감았다가 느리게 뜨며 앙겔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백이라도 해보지 그래요. 이렇게 애태우지 말고.”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받아줄 것 같지도 않고.”
“아직이란 건, 가능성이 있긴 하단 뜻이에요?”

아이는 졸음에 겨운지 가물가물한 눈으로 앙겔라를 보았다. 그 빤한 시선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앙겔라가 아이의 시선을 마주했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이의 시선이 점점 몽롱해져갔다.

그만 자요. 가슴께를 부드럽게 도닥이자 아이의 눈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그리고 고요한 밤중의 적막을 뚫고 작디작은 목소리가 앙겔라의 귓가에 꽂혀 들어왔다.

“상관없는 것 같아요… 내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그 사람이 안전해지니까… 지금은 그걸로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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