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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절애 2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08 19:46:49
조회 1676 추천 4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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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몹시도 심란해졌다.
이제 겨우 열아홉. 갓 성인이 된 아이가 품고 있는 사랑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그 어린 나이에 아이의 마음에 깃들어 장장 12년 동안이나 크기를 키워 온 첫사랑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는 이유가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점 때문에, 앙겔라에게는 아이의 사랑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다가왔다. 상대는 전혀 알지 못하는, 그토록 대가 없는 사랑이라니.

개인적인 이야기라 생각해서 잊어버리려고 노력했지만, 아이의 사랑 이야기는 며칠 간 앙겔라의 머릿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이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자꾸만 아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기에, 결국 앙겔라는 아이의 사랑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제 몸을 깎아가며 하는 애달픈 사랑이 너무나도 마음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와주려고 해도, 상대를 알지 못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좋아할 만 한 사람을 떠올리려 해도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앙겔라는 의무실 책상 앞에 앉아 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이가 레나와 함께 종종 윈스턴의 연구실에 놀러간다는 사실을 떠올렸으나 윈스턴이 지구에 온 것은 몇 년 되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종이 달랐다. 그 다음으로 생각난 것이 라인하르트였는데, 그는 12년 전에도 지금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다. 7살 꼬꼬마가 반하기에 라인하르트는 너무 나이가 많았다.

대체 누구일까.
앙겔라는 이튿날부터 아이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레나의 말마따나 기지에 온 이후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 덕인지, 아이를 병문안 온 사람들은 꽤 많았다. 아이는 앙겔라 앞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는 친화력으로 그들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도 혼자 남게 되면 병문안 선물로 들어온 과일이나 케이크를 입에 문 채로 게임기를 붙들고 열심히 씨름을 하곤 했다. 그 모습만 보면 도무지 가슴 절절한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앙겔라의 관찰은 여러 날에 걸쳐 이루어졌다. 회진을 돌며 틈틈이 병문안 온 사람들을 살폈고, 아이가 재활 운동 삼아 산책을 나갈 때에 마주치는 사람들도 눈여겨보았다. 아이는 자신을 향한 앙겔라의 시선이 의아한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 위에 알쏭달쏭한 물음표를 달고서 커다란 눈동자를 깜박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는 눈을 마주치며 환한 미소를 보내왔다.

그렇게 아이가 퇴원하기까지의 십여일 동안 면밀히 관찰을 한 앙겔라는 일차적인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아이는 누구와도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개중에서도 특히 생기 있어 보일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레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장난기 많은 레나가 찾아와서 재활훈련을 핑계 삼아 놀자고 할 때면 아이도 신이 나서 따라나서곤 했다.

아무래도 레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동성애에 편견이 있는 편은 아니었기에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앙겔라가 생각하기에 레나는 눈치가 좀 없어서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지 않으면 마냥 놀이친구로만 아이와 지낼 것만 같았다.
앙겔라는 의무실에 정기검사를 하러 들른 레나에게 아이와 잘 지내는 것 같다며, 혹시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는지를 슬쩍 물어보았다. 레나는 별 생각 하지 않고 태연스레 대답했다.

“당연히 기지에 와서 처음 만났죠. 박사님도 그렇잖아요?”
“아, 그렇죠. 그냥, 너무 편하게 잘 지내기에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음, 혹시 어릴 적에 만났거나 그랬을 수도 있잖아요?”
“에이, 전 영국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열여섯 넘어서는 다른 나라에도 가봤지만, 그 전에 다른 나라에 본 적은 없어요.”
“그렇군요.”

12년 전 미국에서 만났다고 했으니 아니다. 레나가 아니면 대체 누구일까?
앙겔라는 퇴원 후에도 꼬박꼬박 의무실에 찾아오는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평소에는 투명한 것처럼 속내를 비추는 데에 비해 짝사랑에 대해서는 조금도 읽어낼 수 없으니 아이가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그런 앙겔라의 시선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박사님?”
“…아뇨. 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는지 궁금해서요.”
“박사님이 잘 고쳐주셔서 아주 멀쩡해요.”

아이가 방긋 웃으며 그리 말했다. 보면 볼수록 잘 웃는 아이었다. 저만 보면 웃는 아이의 이런 태도를 보면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불퉁하게 굴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앙겔라는 잔잔한 미소를 아이에게 돌려주었다.


깊은 밤에 이르러, 홀로 남은 앙겔라는 연구실 한켠에 있는 간이침대에 몸을 눕혔다. 아무래도 아이가 작정하고 제 마음을 숨겨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절절히 사랑하는데 티가 나지 않을 리가 있나. 아무리 감정을 잘 숨긴다고 해도 아직 애였다. 저 나이 때 애들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의 그림자만 보아도 웃음이 새어나올 때가 아니던가.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직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설마.”

입에서 절로 그런 말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머릿속에는 눈만 마주치면 제게 웃어보이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제게 향해지던 아이의 빤한 시선이 생각났다. 반짝이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던 아이. 그 다음에는 불퉁스럽게 말을 쏘아붙이던 아이. 신체검사 때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묻기에 없다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자신을 따르기 시작하던 아이. 그리고 의무실 구석에 자리 잡고 조용히 게임을 하다, 종종 눈이 마주칠 때면 환히 웃어주던 아이.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앙겔라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포털 사이트에 아이의 이름을 쳤다. 아이의 화려한 경력과 함께 신상정보가 주르륵 떴다. 제가 찾는 정보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아이의 이름 옆에 12년 전 년도를 입력하고 검색하자, 이번에는 곧바로 아이가 겪었던 비행기 사고에 대한 정리 글이 첫 페이지에 떴다.

12년 전, LA, 비행기 사고.
앙겔라의 머릿속에 그 때의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막 오버워치에서 의무관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던 해의 일이라, 비교적 기억이 생생했다. 이륙하려던 비행기에 테러를 감행했던 옴닉에 의해 비행기가 추락했고, 당시 뉴욕에 머물러 있던 앙겔라는 곧바로 LA로 향했다. 그리고 옴닉을 소탕하던 와중에 비행기 잔해 속에서 떨고 있던 작은 아이를 발견했었다.

한 번 떠올리기 시작하자 기억 속의 커다란 갈색 눈이 인상적이었던 어린 아이와 현재 오버워치에서 활동하는 아이의 모습이 완벽하게 겹쳐졌다. 앙겔라는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쩐지 머리가 아찔아찔한 느낌이었다.

아이의 첫사랑이 저였다니. 그 숨 막히도록 애달팠던 고백의 대상이 자신이었다니. 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앙겔라는 누군가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이곳은 어제 웃던 사람이 오늘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전장이었다. 그런 곳에서 10여년을 보내다보니, 앙겔라 역시 다른 이들처럼 점차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아이는 너무 어려 보였고, 보살핌이 필요해보였다. 그래서 약간의 관심을 주기 시작했었는데, 아이는 어느새 앙겔라에게 성큼 다가서 있었다.

어떻게 할까, 앙겔라는 고민했다.
이대로 모르는 척을 할까? 아이의 절절한 사랑을 알고서도? 그러기에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애달픈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받아주기엔, 나이 차이도 너무 나는데다가 앙겔라는 아이를 좋은 친구 이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연민으로 사랑을 받아준다니,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앙겔라 자신이 아이를 아끼는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 사람을 돌봐주어야 하는 어른의 입장에서였다. 아이는 제 또래에 맞는 사람을 만나 예쁘게 사랑해야 했다.

거절을 해야겠다,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앙겔라는 애초에 아이가 고백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가만히 있는 아이에게 다짜고짜 저를 좋아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의무실에 실려 온 날, 아이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지금은 이대로도 상관없다고 했었다.

기계신체 세미나 등을 핑계로 한동안 피해볼까 생각했다가, 앙겔라는 곧 고개를 저었다. 홀로 12년간 사랑을 키워 온 아이에게 몇 주, 몇 달 얼굴을 안 보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았다. 아이가 간직해 온 기나긴 짝사랑은 놓아둔다고 쉽게 접힐 만 한 것도 아닌 듯 했다.

한참을 궁리한 끝에 나온 결론은 아이를 단념시키자는 것이었다.
받아줄 수도 없고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저 미련한 짝사랑을 놓아둘 수 없으니 제 스스로 마음을 접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 같았다. 무슨 방법을 써야 할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 후 후, 앙겔라는 고전적이지만 제가 누군가와 사귀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단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아이가 오버워치에 온 것도 첫사랑인 앙겔라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첫사랑이 깨어졌을 때, 아이가 오버워치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아이가 그 어린 나이에 제 몸 망가지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전장을 누비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터였다.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아이의 가망 없는 첫사랑도 끝을 내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전장에서 내보내기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일이지 않나.

앙겔라의 머릿속에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이 떠오르자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애써 외면하며 눈을 감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장자로서 어린 아이를 돌보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걱정의 발로였다. 그러했다. 그래야만 했다.

*

“…연인 행세 말씀이십니까?”

파리하는 난처한 듯 미간을 모았다.
기지 내에 있는 선술집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도중에, 앙겔라가 혼자 술을 마시며 연신 한숨을 내쉬는 것을 발견해 말을 걸었다. 그랬더니 앙겔라가 애인 행세를 해달라며 다짜고짜 파리하를 붙잡은 참이었다.

“저는 여자입니다만…….”
“알아요, 파리하.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오히려 여자면 더 좋죠.”

앙겔라가 반쯤 꼬인 혀로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술이 넘치려고 했기에 파리하는 잔을 조심스레 잡아 테이블 위로 내렸다.

“연상미를 내세우자고요! 새파란 애한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요, 그렇게 해요, 파리하.”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연인 행세 해준다면 알려줄게요.”

그 전에는 절대 안 된다며 술잔과 함께 앙겔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파리하가 미간을 모은 채로 그런 앙겔라를 바라보았다. 오버워치에서 오랫동안 의무장교로 일해 온 앙겔라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을 부탁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연인 행세라. 누군가 거절하기 힘든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받은 걸까. 비교적 정확하게 상황을 짚은 파리하는 제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내는 앙겔라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앙겔라는 내내 가슴을 짓누르던 고민을 덜었다는 듯이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파리하는 원치 않은 상황에 발을 들이민 스스로에게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꼭 그래야 하는 겁니까? 박사님도 하나 양을 꽤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앙겔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이곳은 어제 웃던 사람이 오늘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전장이었다. 그런 곳에서 10여년을 보내다보니, 앙겔라 역시 다른 이들처럼 점차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아이는 너무 어려 보였고, 보살핌이 필요해보였다. 그래서 약간의 관심을 주기 시작했었는데, 아이는 어느새 앙겔라에게 성큼 다가서 있었다.

“그러면 차라리 거절하는 건 어떻습니까.”

앙겔라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거절한다 해서 아이가 제 마음을 접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홀로 품어왔던 마음이다. 그 불길이 한순간에 잦아들 거란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는 제 마음을 고백하면서 답을 하지 말아 달라 부탁하기까지 했다. 즉, 그 마음을 계속해서 안고 있을 터란 이야기였다.

아이의 마음은 참으로 절절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받아주기엔, 나이 차이도 너무 나는데다가 앙겔라는 아이를 좋은 친구 이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연민으로 사랑을 받아준다니,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앙겔라 자신이 아이를 아끼는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 사람을 돌봐주어야 하는 어른의 입장에서였다. 아이는 제 또래에 맞는 사람을 만나 예쁘게 사랑해야 했다.

“길게 보면 하나 양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도와줘요, 파리하.”
“글쎄요, 솔직히 저는 회의적입니다만…….”
“차라리 잘 된 일이잖아요. 하나 양의 가망 없는 첫사랑도 끝을 내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전장에서 내보낼 수 있기까지 할 테니까.”

머릿속에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이 떠오르자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앙겔라는 애써 외면하며 눈을 감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장자로서 어린 아이를 돌보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걱정의 발로였다. 그러했다. 그래야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전은 실패였다.

앙겔라와 파리하가 거짓으로 사귀기 시작한 지 3일. 그 동안 아이는 온갖 실수를 연발했다.
오버워치에 온 후 처음으로 단체 훈련에서 낙제점을 맞아 추가 훈련을 받아야 했고, 레나와 모의전투를 하는 도중에는 넋을 놓고 그냥 서있기만 하는 바람에 발목이 골절되어버렸다. 의무실까지 따라온 레나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아이는 괜찮다고 영혼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지팡이로 상처를 고친 후, 넘어지며 쓸려 피가 난 무릎을 드러내고서 상처를 치료받을 때조차도 아이는 앙겔라와 시선을 마주치는 일 없이 멍하니 아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는 앙겔라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었다. 이대로 전투라도 나가면 틀림없이 사고가 나리라. 그 점이 걱정되면서도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얼마 전에 거점을 확보했기에 최전선을 밀고 나가야 할 일이 없다는 것만이 다행인 일이었다. 그러나 얼마 있으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앙겔라와는 달리, 아이의 추가훈련을 지도하는 파리하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하나 양은 현재 훈련에 전혀 집중을 못하고 있습니다. 추가 훈련의 의미가 없는 상태입니다. 거기에 저를 볼 때마다 할 말 많은 표정으로 울먹거리는데, 솔직히 말해서 양심이 너무 아픕니다.”
“…조금만 더 참아요. 마음정리 중인가보죠.”
“글쎄요. 제 의견으로는 하루 이틀로 정리될 것 같지가 않아 보이던데요.”
“며칠만 더 지켜봐요.”

파리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앙겔라가 생각하는 최선의 결과는, 아이가 앙겔라에게 마음을 접고 제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간 이야기를 나눠본 바, 아이는 조국인 한국의 육군에 조금의 애정도 갖고 있지 않았다. 군인을 그만두면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고, 아니면 프로게이머로 복귀할 수도 있으리라. 어느 쪽이든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일 터였다.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사흘 째 되는 날 새벽, 새로 확보한 G4 거점에 옴닉의 기습이 있었다. 긴급 호출에 출동 가능한 모든 요원이 달려 나갔다. 의무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앙겔라는 그 사실을 뒤늦게 접하고 서둘러 아이의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비어있었다. 앙겔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작전 회의실로 달려갔다. 잭과 아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앙겔라 때문에 잠시 말이 끊겼다.

“잭, 하나 양은요? 하나 양은 어떻게 됐죠?”
“무슨 소리야? 디바가 왜?”
“하나 양이 숙소에 없어요! 설마 출전시킨 건 아니겠죠?”
“디바는 중요 전력이야. 이럴 때 내보내지 않을 수 없잖아.”
“최근 훈련 결과가 엉망이었잖아요! 싸울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라고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살펴봤다, 앙겔라. 긴급 호출을 받고 달려온 상태는 아주 멀쩡하던데. 내가 보기엔 충분히 정신 차린 상태였어.”

아나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말로 앙겔라의 가슴 가득 차오른 불안이 가실 리가 없었다. 결국 앙겔라는 오랜만에 발키리 슈트로 갈아입은 채 정신없이 전장을 향해 달려갔다.

***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하나는 미친 듯이 융합포를 갈겼다. 옴닉들을 밀어버리고 매트릭스를 펼치자 라인하르트가 나서며 전선을 밀었다. 돌격부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짤막하게 알려왔다. 하나는 묵묵히 그 목소리를 들으며 포탄을 저격했다. 이렇게라도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요 며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정신이 들고 보니 옴닉이 새벽을 틈타 기습해왔고, 요충지를 선점해 지키고 있는 전선을 보호하기 위해 메카에 탑승했다. 그때부터 의식이 또렷해졌다.
어찌됐든 여기에서 옴닉들을 몰아내야만 박사님이 안전해진다. 여기에서 밀리면 그만큼 박사님이 위험해진다. 하나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옴닉은 지난 전투를 겪으며 점점 하나의 패턴을 읽고 있었다. 하나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었다. 프로게이머로 활약하던 당시에도 하나는 딱히 고정된 패턴이 없기로 유명했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때그때마다 다른 패턴으로 적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옴닉은 하나의 그런 생각까지도 읽는 듯,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술을 달리해가며 포탄을 쏟아 부었다.
쏟아지는 포탄이 점점 늘어나자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메카에 누적된 데미지가 일정치를 초과하자, 하나는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고 자폭 시퀀스를 발동시키겠다고 네트워크에 대고 외쳤다.

부스터를 켠 메카가 옴닉들에게로 돌진하는 사이, 뒤로 튕기듯 빠져나온 하나는 바닥에 납작하게 몸을 엎드렸다. 하나, 둘, 셋, 쾅!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 사방 데로 날렸다. 하나는 재빨리 폐건물 사이로 몸을 숨기고 메카를 호출했다. 보통 메카가 도착하기까지 10분, 버티기만 하면 된다. 멀리에서 옴닉들이 대열을 정리하는 것이 보였다.

하나는 곧 상황이 묘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대로라면 자폭 공격 직후에 다른 돌격부대원들의 엄호가 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주위가 조용했다. 헤드폰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려하지만, 방해 전파 때문인지 치직거리는 잡음만 들릴 뿐이었다. 곧 상황을 알아차린 작전본부에서 지원을 보내 주리라 믿지만, 당장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초조하게 주위를 살피는데 멀리서 하얀 점이 보였다. 전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색이었다. 가슴이 술렁이는 감각을 느끼면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하나의 눈에 곧이어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박사였다. 하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가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고 곧바로 웅크려 앉았다. 직후, 하나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총탄이 쏟아졌다. 하나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을 노리는 저격옴닉이 있는 모양이었다.

메카에 탔을 때는 세상 두려운 것이 없었는데, 맨 몸으로 적진 한복판에서 저격까지 당하고 있으니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런 제 자신의 안위보다도, 후방에만 있어야 할 박사가 최전선에 모습을 드러낸 점이 더 신경 쓰였다. 마음 같아서는 대체 왜 이렇게 위험한 곳까지 왔냐고 박사를 붙잡고 화라도 내고 싶은데 통신 네트워크가 고장 났으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제발 더 이상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1초가 1시간처럼 흐르는 시간을 버티고 있는 와중에, 박사와 눈이 마주쳤다. 박사의 두 눈이 커졌다.

하나는 다급히 손을 교차해서 X자를 만들어보였다. 다행히도 박사는 다른 요원의 제지에 의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안도의 숨을 돌리려는 찰나, 하나의 눈에 붉은 옴닉이 박사가 있는 쪽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 자폭 옴닉이었다. 그 순간, 하나는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맹렬하게 뛰쳐나갔다. 등 뒤로 땅이 울리며 박히는 총탄이 느껴졌으나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박사님, 엎드려요!”

돌격부대 소속의 요원이 자폭 옴닉을 향해 저격하는 것과 동시에, 하나는 박사를 덮치다시피 하고 바닥을 굴렀다. 온 몸을 뒤흔드는 충격에 하나의 의식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

앙겔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지척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바람에, 뇌진탕을 일으킨 앙겔라는 오후가 되어서야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무거운 분위기를 두르고 있는 파리하의 얼굴이었다.

“파리하……?”
“아, 박사님. 눈을 뜨셨군요. 다행입니다.”
“무슨… 어떻게 된 거죠?”

파리하의 눈이 허공을 맴돌았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앙겔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핑 돌았다. 파리하가 말렸지만 고개를 저으며 파리하의 손길을 밀어냈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끊긴 기억 사이로 아이가 다급하게 제게 달려오던 것이 생각났다.

“하나 양은 어디 있죠? 무사한가요?”
“…….”
“파리하, 대답해줘요. 하나 양은 괜찮은 거예요?”

대답 대신 안쓰러운 눈길이 돌아왔다. 앙겔라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하의 성격 상, 괜찮다면 괜찮았다고 곧바로 대답해주었을 터였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앙겔라의 어깨를 누르며 파리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현재 하나 양은 회복캡슐에 들어가 있습니다. 일단 진정하세요.”
“회복캡슐이라뇨? 그런 건 중상자나 들어가는 곳이잖아요. 설마 하나 양이 많이 다쳤나요? 아니, 아니에요.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

완강한 태도로 몸을 일으키자 이번에는 파리하도 막지 않았다. 앙겔라는 제 팔에 연결된 링거를 떼어내고 서둘러 회복실로 걸음을 향했다. 회복실에 들어서자 은색 캡슐이 여러 대가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앙겔라는 문 바로 옆에 있는 캡슐 속에서 아이의 얼굴을 발견했다. 저를 보고 인사를 하는 의무병에게 다가가 앙겔라가 물었다.

“하나 양… 디바의 상태를 알고 싶은데요.”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입니다. 캡슐에 들어간 지는 6시간쯤 되었고, 자정 즈음이면 캡슐에서 나와도 될 것 같더군요.”

의무병의 말에 앙겔라의 얼굴이 굳었다. 카두세우스의 지팡이만큼은 아니더라도, 회복캡슐은 신체 치유력을 높여주어 빠른 회복을 도와주는 장치였다. 어지간해서는 여섯 시간 안쪽으로 치료가 끝이 났다. 그런데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니. 앙겔라의 표정을 살핀 의무병이 설명을 돕기 위해 말을 이었다.

“오른팔이 어깨 아래로 신경줄을 포함한 신체가 폭발에 날아가 버린 상태로 이송되어 왔습니다. 쇼크로 인한 심정지가 왔으나 CPR로 소생시켰고…….”

이어지는 의무병의 목소리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캡슐에 다가갔다. 반투명한 캡슐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에서, 아이의 오른 어깨 밑이 휑했다.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눈을 꾹 감았다.
현기증이 몰려들었다.

*

“죽지 않은 게 어디예요.”

아이가 여상한 태도로 그리 말하며 씩 웃었다. 아이의 고백을 거절한 이후 처음으로 보는 미소였다.

“원래 군인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언제 어디서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직업인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 박사님.”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여린 어깨 아래 환자복이 휑했다. 앙겔라는 눈이 시려워서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디 아프신 거예요? 안색이 안 좋아요.”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건지…….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아이가 왼손으로 앙겔라의 팔을 어색하게 다독였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박사님.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했을 거예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나 양. 정말 미안해요.”
“괜찮다니깐요. 어차피 곧 기계의수 달 건데요, 뭐. 안 그래도 요새 손목이 아파서 고생하던 차였어요. 박사님 말대로 게임을 너무 많이 했었나봐요.”

이런 상황에서까지 저를 위로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앙겔라는 울 수도 없어 그저 고개를 떨군 채로 입술을 사려 물었다. 아이의 무거운 애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서워 한걸음 물러난 비겁한 행동이 가져온 결과에 온 몸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이는 그런 앙겔라를 전과는 다르게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제 거짓말로 인해 벌어진 그 한 걸음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거리감에 머리가 아찔아찔했다.
뒤늦은 후회가 까마득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아이의 사랑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절애였다.





끝.




절애(끊을 절絕, 사랑 애愛)인지 절애(지극한 절切, 사랑 애愛)인지는 해석하는 사람 마음.
사실 끝에 이걸로 끝낼 생각 아니었는데 너무 해피한 것도 맘에 안 들어서…….

갤이 너무 죽어있길래 그냥 올림.
하나메르에 빠졌을 7월 말에 쓰다가 여태 묵혀뒀던 거라서 뭔가 이상할 거야ㅠㅠ
이제 비축분이라곤 오메가버스와 네임버스밖에 없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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