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짤처럼 생긴 스타쟝을 AK-12가 정성스럽게 치료해주는 소전 2차창작 '애낌물'입니다.
6일차는 더 길었는데 구글킵 글자수제한때문에 끈ㄹ음
찍쌀까 했었ㄴ,ㄴ데 읽는 사람이 있기는 해서 더썻습니다
1, 2, 3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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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 4일차.
잠에서 깼다. 하지만 스타는 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 차라리 다시, 아니, 영원히 잠에 들고 싶었다. 몸에는 다시 수복용 가운이 입혀져 있었고, 오늘은 이불도 예쁘게 덮인 채, 정 자세로 누워 있었다. 아니, 눕혀져 있었다.
‎스타의 머리 속은 마치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기가 어제 어떤 일을 당했는지, 떠오르는 한 순간 순간마다 정말 죽고 싶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죽이고 싶은 느낌이었다. 수복실 천장이, 살짝 보이는 수복장치가, LED등이 전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지옥 대신 여기에 온 것인가, 혹시.
‎스타가 잡생각을 하는 것도 여기까지였다. 스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수복실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스타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자는 척을 했다.
"하루 스물 네시간중에... 거의 스물 두세시간을 자네."
AK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AK는 스타의 주위를 배회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하긴, 뭐. 원래 수복하는 동안에는 쭉 자고있는게 보통이니까." AK는 마치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AN-94가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지금같은 경우엔 수복기간을 최소 2주로 잡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하루에 한번은 일어나게 만들어야돼. 그래야 마인드맵이 손상되지 않거든."
"그리고 하루에 한번은 내 장난감이 되어야 하니까." 갑자기 AK가 스타의 귀에 입술을 바짝 붙여 속삭였다.
스타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흐읏,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AK는 귀엽다는 표정으로 스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역시 깨어 있었네."
스타는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증오스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늘 그렇듯, 눈을 감은 채,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AK-12..."
"벌써 잊었어? 날 부를땐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니까."
"닥쳐."
"조금만 있으면 또 야한 얼굴로 음란한 소리나 내고 있을거면서."
"...꺼져." 스타는 뺨이 벌써부터 조금씩 빨개지고 있었다.
"착한 말투 써야지." AK는 스타를 덮고 있는 이불을 옆으로 펼쳐 던졌다.
"읏..."
AK는 다시, 어제와 같이 가운을 천천히 풀었다.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시 어제처럼, 스타는 부끄러운 나체를 AK-12의 눈 앞에 드러냈다. 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피부가 새하얀 탓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스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주사를 맞으러 줄을 서있는 어린 아이처럼, 스타의 온 몸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오늘은 저항 안하네."
"..."
AK는 스타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동시에 왼손으로 스타의 배를 쓰다듬었다. 차가운 AK의 손길에 스타는 옷 안에 얼음조각이 들어간 것 마냥 화들짝 놀랐다. 스타는 AK의 손길을 피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팔과 다리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불안정하게 떨리는 호흡만 내뱉을 뿐이었다. AK는 스타의 왼팔을 들어올려 스타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스타는 혀의 감촉이 간지러워서 어깨를 움찔거렸다.
"귀여워."
"...닥쳐."
AK는 왼손을 스타의 가슴 한가운데에 갖다 대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뜨거운 체온에 차가운 AK의 손도 금방 뜨거워졌다. 콩, 콩, 콩, 콩, 뛰는 스타의 심장은 조금씩 더 빨라지는 듯 했다. AK는 스타의 손을 내려놓고 양 손으로 스타의 양쪽 옆가슴을 덮었다. 스타는 읏,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천천히, 스타의 작은 가슴을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너는 가슴으로 잘 느끼지?"
"..." 스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질문하면 너는 무조건 대답하는거야."
AK는 스타의 각각의 가슴 중간, 분홍빛 살결에 양 검지를 각각 올렸다. 그리고 빙글 돌리면서 가벼운 장난을 치듯 부드러운 자극을 주었다. 스타는 목소리가 자꾸만 새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빠르고, 연하게, 계속 신음소리를 반복했다. 어느새 스타의 살결은 빳빳히 세워져 더욱 민감해져 있었다.
"이렇게 쉽게 흥분하면서."
AK는 한 손을 스타의 허벅지로 옮겼다. —정확히 어제와 같이. AK는 다시, 촉촉하게 젖어있는 스타의 '그 곳'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겉을 몇 차례 쓰다듬고, 살짝 동그랗게 튀어나온 민감한 곳을 손끝으로 돌렸다.
"흐으읏..."
"어때, 어제처럼 해줄까?"
AK는 놀리는 듯한 말투로 스타에게 물었다. 스타는 증오 서린 표정 반, 수치스러운 표정 반으로 울먹이며 아무 대답도 안 했다. AK는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자극이 강하지는 않게, 사람이 가장 미칠 정도로, 간질이듯이 섬세하게 스타의 몸을 자극했다.
"네 몸은 원하는 것 같은데."
"닥, 하으.. 닥쳐..."
스타의 온 몸이 달아올랐다. 심장은 아까보다도 더욱 빠르게 뛰었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가슴이, 허리가, 허벅지가, 그리고 가장 부끄러운 곳이, 접촉을, 손길을 원하고 있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고, 온 몸이 떨려왔다. 강한 자극, 더 격렬한 자극을 몸이 원했다. 온 몸에 아토피가 돋아난 사람처럼 단 일초 한 순간도 이대로 있기가 힘들고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네년이, 읏, 네가 하는거, 하나도, 원하지, 않앗, 흐읏..."
스타는 정신력으로 수치를, 욕망을 견디며 최대한 AK를 거부했다. AK의 손놀림에 제대로 말하기도 힘들어 마디 마디 끊어 말하면서도, 끝까지 자기 할말은 전달했다.
"흐응... 그래? 언제까지 그러려나." 하지만 AK는 이런 스타의 인내에도 놀란 기색 없이, 마치 아주 흔한 일인 양 하던 일을 계속했다. 스타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수치의 눈물이었다.
"내 손을 이렇게 축축하게 적시면서, 원하지 않는다니."
AK는 손가락을 잠깐 멈추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엄지까지 동원해서 스타를 자극했다. 검지와 엄지로, 전혀 새로운 각도로, 새로운 방식으로. 스타는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수준의 자극이었다. 그저 주체할 수 없는 몸뚱아리만 계속해서 젖어오고, 온 몸은 땀범벅이 되고, 달달 떨리고, 뜨거워지는데, 전혀... —절대로 절정만은 맞이할 수 없는, 딱 그런 정도의 시원찮은 자극이었다.
"..." 스타는 눈을 꾹 감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눈에도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원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제대로 해줄게. 어제도 가지 못했잖아?"
"..." 스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AK는 중지 손가락을 스타의 안쪽에 집어넣었다. 스타는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비명 소리를 냈다.
"아앗! 아아... 거, 거긴..." 스타의 목소리엔 이전까지 없던 절박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걱정 마, 네가 원하지 않는 이상... 절대 보내주지 않을테니까." AK의 말투엔 독기가 있었다.
AK는 중지의 끝마디를 살짝 세우고서는 손가락을 뺐다, 다시 밀어넣었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스타의 '그 곳'이 아담한 탓에, 밀어넣기가 묘하게 불편하고 꽉 끼는 듯 느껴졌지만, 아랑곳 않고 동작을 천천히 반복했다. 스타는 AK가 손가락을 뺄 때마다, 다시 넣을 때마다, 절제되지 않은 신음 소리를 뱉었다. 아무런 자존심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그리고 음란한 신음소리였다.
스타는 마치 머리 속에 전기가 도는 듯, 아니, 온 몸에 찌릿한 전기가 도는 듯 느껴졌다. 등 뒤에 닿은 침대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온 몸중에, 저 아래만 남은듯이, AK의 손길이 있어야만 온 몸의 신경이 작동하는 것 같았다. AK가 손가락을 밀어넣어 자신의 가장 약한 곳을 자극할 때마다, 등허리가 오싹해지고,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고, 숨도 AK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리듬에 따라서만 쉬어졌다. 마치, AK가 지금 하는 것을, 온 몸이 원했던 것처럼.
"음란하긴." AK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멈췄다. —마치 어제처럼, 다시 그냥 손가락을 뺐다.
"아아... 아으..." 스타는 마치 하늘을 날다가 땅에 떨어진 사람처럼, 자기도 모르게 갈망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AK는 어제처럼 물티슈 한장을 뽑았다.
"자, 잠깐..." 스타가 다급하게 AK를 불렀다.
"왜, 원하는 거라도 있어?" AK는 능청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스타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가장 뜨거워져 있고, 가장 축축하게 젖어있고, 가장 야한 상태,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머리 속을 채운, 그런 상태였다. AK는 스타가 이제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분명, 더 원한다고, 이제 그만 자기를 가버리게 해달라고, 그런 식으로—
"...그..." 스타는 말을 망설였다. 새빨개진 얼굴, 불안정한 호흡, 울먹이는 눈빛. 절정으로 보내버리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AK는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꺼져, 꺼지라고..." 하지만 스타는 전혀 예상 밖의 말을 했다. AK는 아무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당황했다. 당장이라도 스타를 한계까지 범할 준비가 되었던 AK는... 오늘도 그냥 넘겨야만 했다. AK는 오직 '복종'을 원했으니까.
AK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수복실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고, 그대로 문 앞에 서서 화가 잔뜩 난 표정을 지었다. 주먹도 꽉 쥐고, 전혀 말도 안되는 스타의 행동에 황당함과 분노를 느꼈다. —곱게, 그냥 곱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내게 사랑받는 생활을 할 수도 있잖아? 안되겠어... 내일부터는 더 세게 나가야겠어.
한편, 문 반대쪽, 수복실 안에서, 스타는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입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려고 했지만, 스타는 온 힘으로 그것만은 막았다. 너무 무력했다. 너무 수치스러웠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여자아이처럼, 엄청 서러운듯, 그저, 계속 울었다. AK가 자신을 절정까지 보내주길 바랐던 만큼, 그만큼 스스로가 미워서, 계속 울 수밖에 없었다.
‎스타는 AK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었다. 쇄골, 손바닥, 가슴, 배, 허벅지, 그리고... 부끄러운 '그 곳'도.
수복 5일차
까딱.
‎
오늘 또, 새로 잠에서 깬 스타는 전혀 새로운 기분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드디어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원활하게는 아니었지만, 팔과 다리, 손과 발의 감각이 제대로 돌아왔다. —드디어 움직일 수 있다!
"이, 이럴 때가..."
아니었다. 스타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음을 알게 된 순간, 즉시 자신을 덮고 있던 새하얀 이불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일어났다.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섰다. 단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여길 나가야만 했다. 차라리 밖에 나가 전장을 배회하다 철혈에게 죽어버리게 되더라도... 여기에서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빠.. 빨리..." 스타는 말을 더듬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까지 그 어떤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스타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스타는 수복실 모퉁이에 있던 수복도구 카트에서 수술용 메스를 집었다. 혹여 AK가 나타난다면, 찔러버리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메스를 잡은 스타의 손은 달달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냥 겁 먹은 꼬마아이의 꼴이었다. 스타는 오른손에 메스를 쥐고 반대쪽 손으로 수복실 밖으로 나가는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탈출하는거야.
철컥.
"아, 아.. 아..."
"지금 뭘 하려는거야?"
스타가 문을 연 순간, 눈 앞에는 AK가 서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알고 있던 듯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스타는 오른팔을 뻗어 메스를 휘둘렀지만, AK는 능숙하게 스타의 손목을 잡아챈 후 팔을 꺾었다. 스타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한때는 총에 맞아도 담담하던 내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감히 도망을 치려고 해?"
"아악! 아아아!..." AK가 스타의 어깨를 누를 때마다 스타는 거의 울먹이는 듯한 비명 소리를 냈다. 이미 스타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파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너무 비참해서였다.
"거기다가 칼까지 휘둘러?"
AK는 스타의 얼굴을 잡아 수복실 침대쪽으로 집어던졌다. 침대와 옆에 있던 모니터가 같이 넘어지며 수복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스타는 바닥에 주저앉은 자세로, 흔들리는 동공으로 AK를 쳐다봤다.
"오늘은 강도 높은 교육이 필요하겠어." AK는 한 걸음씩 스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스타는 뒤로 조금씩 기어갔다. 금방 넘어진 모니터 책상에 걸렸지만.
AK는 스타의 손목을 낚아채 다시 자신의 뒤쪽으로 던졌다. 아직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오지 않는 스타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스타는 팔로 바닥을 기며 AK에게서 멀어지려고 애를 썼다. AK는 스타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수복용 가운의 목덜미 부분을 잡아 뒤로 잡아 뺐다. 스타의 몸이 크게 들렸지만, 곧 가운이 벗겨지면서 다시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스타는 또 다시 나체가 되어 웅크린 자세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미..미안... 해..."
"뭐?"
"그만.. 해줘..."
AK는 대답하지 않고 발에서 신발과 스타킹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뭐라고?"
"그만... 해줘...읏!" 스타가 말하던 도중, 갑자기 AK가 발로 스타의 뺨을 눌러 스타의 머리를 바닥에 밀착시켰다. 스타는 으읏, 소리만 낼 뿐 가만히 있었다.
"오늘 제대로 교육해줄게. 날 제대로 '주인님'이라고 부르도록 말이야." AK는 말 마디마다 발에 힘을 주어 스타의 얼굴을 꾹꾹 눌렀다.
"수복시켜준 은혜도 모르고, 팔다리 좀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탈출하려고 해?"
"..."
"넌 아무데도 못 가. 순순히 네 운명을 받아들여."
"...좆까..." 스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하게, AK에게 한 말이었다. 방금의 그 비굴한 태도는 또 금세 사라져 있었다.
"뭐?" AK는 어이가 없단 듯 말했다.
"좆까라고, 씨발."
"..." 이번에는 AK가 침묵했다. 그러자 스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네년한테 '주인님' 소리를 하는 날은 절대로 없을거다."
"감히..." AK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화난 듯이.
"네가 내 기억을 지우든 뭘 하든 전부 기억해내서, 수복이 끝나는 순간... 너부터 죽여버릴테니까... 읏!"
AK가 스타의 양 겨드랑이를 잡고 스타의 몸을 들어올렸다. 스타는 아픈 듯 팔을 버둥댔다. AK는 넘어지지 않은 다른 침대에 스타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스타의 목을 양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래, 이번에 확실하게 해줄게. 네가 어떤 입장인지."
스타는 숨을 쉴 수 없었다. AK의 손목, 손등, 팔뚝만 번갈아 만져대며 저항같지 않은 저항을 했다. 다리도 막 움직이며 허우적댔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전술 인형은 커녕, 평범한 인간 소녀의 힘도 지금 스타의 힘보다는 셀 것이다. 스타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AK는 스타의 상태를 금방 읽어 손에 힘을 살짝 풀었다. 힘들게나마 호흡은 할 수 있도록.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AK는 한 손으로만 스타의 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검지와 중지를 세워 스타의 입 안에 집어넣었다. 혀를 누르고, 이리 저리로 휘저으면서 스타를 괴롭혔다. 스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저항했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중간 중간 새어나오는 "흐읏, 으응."하는 신음 소리는 AK를 자극했다.
스타가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마침내 완전히 멈췄을 때, AK는 스타를 뒤집어 눕혔다. 스타의 오돌토돌한 척추뼈의 모양이 부드러운 살결 아래로 드러났다. AK는 왼손으로 척추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대로 엉덩이까지. 하나를 지나, 그리고 다시, 가장 은밀한 장소로.
"하읏!..."
AK는 능숙하게 중지를 찔러 넣었다. 스타의 약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전략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지금껏 오므리고 있던 약지를 곧게 뻗었다. 그리고 스타의 안에 두 손가락을 한번에 밀어넣었다.
"아! 앗, 아으아... 아파!... 읏..." 스타는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아파?"
"..." 스타는 고개를 이불 속에 처박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AK는 손가락을 천천히 앞뒤로 움직였다. 점점 빠르게. 스타의 안쪽을 점점 거세게 흥분시켰다. 스타는 이불 속에서 "아앙"거리는 신음을 파묻으며 아래에서 오는 감각에 저항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수십, 수백번을 되뇌였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AK는 동시에 손끝을 까딱이며 스타의 모든 민감한 구석을 자극했다. 스타의 안쪽, 약한 부분은 전부 괴롭혔다. 침대 시트가 젖기 시작했다. 끈적이는 액체가 범벅이 되어, AK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음탕한 마찰음이 났다. 찌걱, 찌걱, 스타는 이불 속에서 그저 쾌락에 저항하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흐읏, 흐읏, 흐읏..." 이불 속에 파묻힌 채 참을 수 없는 야한 소리를 내는 스타는 금방 한계가 되었다. 금방이라도 온 몸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스타의 아랫배에, 부끄러운 '그 곳'에 온 몸의 피가 쏠리려던 순간.
"여기까지." AK는 야속하게 또 손가락을 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게 오늘의 끝은 아니야."
AK는 또 스타의 목을 잡더니 다시 스타를 똑바로 눕혔다. 온통 땀으로 젖은 스타의 가슴과 배가 드러났다. 거기다가 잔뜩 확장된 동공을 하고 야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은 덤이었다.
"오늘은 곱게 안 넘어갈거야."
"아, 아악! 아아아!" 스타는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AK가 스타의 가슴 위, 딱딱하게 솟은 분홍색 살덩이들을 꼬집었다. 스타는 다급하게 AK의 양 손목을 잡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스타는 온 몸을 허우적대면서 또 다른 모니터를 발로 차 바닥에 떨어뜨렸다. AK는 꼬집은 손을 풀고, 스타의 머리를 받쳤다. 그리고 스타의 입에 키스를 했다.
‎
스타는 AK의 어깨에 손을 올려 밀어내려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AK는 무자비하게 혀를 집아넣었다. 스타는 지금껏 그래왔듯, 이번에도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AK가 스타의 혀를 자극할 때마다, 아째서인지 스타는 아래쪽, 은밀한 '그 곳'에서 자꾸만, '찌잉'하는듯한 낯선 감각이 나타났다. 점점, 스스로의 몸이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
AK는 잠시 입을 떼 스타가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내, 중지와 약지 두 손가락을 다시 뻗어 조금 진정되었던 스타의 '그 곳'에 비볐다. 겉에서, 튀어나온 자그만 덩어리를 굴려대며 장난을 쳤다. 스타는 새빨개진 얼굴로 신음 소리를 내며 뺨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 AK는 다시 스타에게 키스했다. 격렬하게. 스타는 손톱을 세워 AK의 어깨를 할퀼 뿐, 저항도, 발악도 할 수 없었다. AK는 두 손가락을 스타의 안으로 다시 밀어넣었다. 스타의 체액이 흘러나와 AK의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AK는 입술을 떼고 뺨을 맞대며 손가락에 집중했다.
AK는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스타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손가락 리듬에 맞춰 앙, 앙, 야한 소리를 냈다. 마치, 더 해달라고 갈구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더 격하게, 날 완전히 쾌락 속으로 빠뜨려달란 듯. AK가 손가락을 뺄 때마다 스타의 체액이 흥건하게 흘러나와 바깥으로 튀었다. 스타의 다리는 덜덜 떨리며 허공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앙, 아읏, 하으으, 하우, 으읏.."
"넌 이때가 가장 예뻐." AK가 스타의 귀에 속삭였다.
"앙, 아, 아응, 읏.." 스타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저 신음 소리만 낼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예쁘다는 말에 온 몸이 또 '찌잉'하는 느낌으로 뒤덮였다. 손가락이 두개나 들어가 아프던 것도 전부 새로운 감각에 덮여졌다. 또 다시 금방 한계가 찾아왔다.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고, 입을 다물 수도 없었다. 온 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아래에는 힘이 풀린 듯, 자신의 체액이 질질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중독될 것만 같았다. AK의 손가락이, 입술이,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가. 모든 것이 뇌를 자극하는 듯 느껴졌다.
"아, 아아.. 하으으으...." 스타가 완전히 절정으로 치닫는 야한 소리를 또 한번 냈다.
AK는, 그러자, 손가락을 또 그냥 빼버렸다. 스타는 몸을 무력하게 비틀며 자신을 절정으로.. 자신을 '가버리게' 만들어줄 자극을 찾았다. 스타가 자신의 손을 아래에 가져가려는데, AK가 스타의 양 손목을 잡아 구속했다. 스타는 또 한번 가버리지 못하고 진정될 때까지 구속당해 다리만 허우적댈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제발... 제발, 제발... AK... 제발..." 스타는 울먹이며 AK를 불렀다.
"제발 뭐? 말을 똑바로 해야지."
"으으으..." 스타는 하지만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AK는 스타의 아랫배를 다시 쓰다듬기 시작했다. 스타의 '그 곳'에서는 체액이 계속 새어나왔다. 스타는 자신의 입에서 침이 새어 나온 것을 신경쓰지 못했다. 스타의 몸은 더 원하고 있었다. AK가 자신의 '그 곳'을 더욱 격렬하게 애무해주길. 숨막하는 키스를 한번 더 해주길, 자신이 완전히 가버려서 수치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게 되더라도 상관 없었다. 지금은 AK의 손길이 필요했다. AK가 자신의 '주인님'이 되어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손... 치워..." 스타는 그걸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래. 한번 더 해줄게." AK는 싸늘한 말투로 스타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침대 시트로 스타의 머리를 처박았다. 등과 엉덩이가 훤히 드러난 스타는 다시 시트에 얼굴이 박힌 채, '에으으...' 하는 신음을 뱉었다. AK는 다시 엉덩이 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스타의 속 깊숙히 손가락을 넣었다. 이번에는 좀 더 깊숙히, 힘을 줘서. 스타가 아프든 말든.
"으아아..으...헤으..."
스타는 아랫배가 순간 짜릿했다. 이내 온몸이 전기를 맞은 듯 '찌잉' 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질질 흘러 나오는 침을 주체하지 못해 침대 시트는 위 아래로 적셔졌다. 동공은 완전히 힘이 풀어져 있었다. AK는 손가락을 빙글 돌리며 스타를 새로운 각도로 자극했다. 스타는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마치 조작된 억지 사랑을 느끼듯이, 머리와 가슴이 붕 뜬 느낌. 이내 AK는 다시 손가락을 뺐다 넣었다를 시작했다. 스타는 이젠 다물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발음도 일정하지 않은 신음 소리를 냈다. 이번에도, 절정으로 천천히 달려갔다.
"에으, 아읏!... 멈추... 멈추읏, 멈추..."
"똑바로 말해." AK는 스타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멈춰, 추, 멈추지... 마..." 스타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본능에 휩쓸려 말을 뱉었다.
"싫어."
하지만, 또, 절정의 직전에서 AK는 멈췄다.
"하으... 제발... 제발..." 스타의 '그 곳'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극을 원했다. 이성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온 몸이 괴로웠다. 온 몸이 '찌잉'거렸다. 등허리가, 머리 속이 차갑게 오싹거렸다. 스타의 등은 활처럼 휘며 땀으로 온 침대를 적셨다. 하지만 AK가 듣고싶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가버리게' 해달라. 뭐 그런 천박한 말을 듣고 싶었다. '멈추지 마'라는 말이 아닌, '더 해달라'는 그런 말. 스스로의 천박함을 받아들이는 그런 말. 자존심을 완전히 버려야만 할 수 있는 그런 말을.
"제발... 제발, 멈추지 마..." 스타는 아까처럼 두 손목이 잡힌 채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AK는 손가락을 뚱 멈춘 채 스타의 입술만 응시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왜..."
"왜." AK가 스타의 말을 끊었다.
"왜.. 멈추는거야..." 스타는 오히려 AK의 말을 또 끊고 말했다.
"날 어떻게 불러야 한다고 했을텐데." AK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스타가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할 때까지. 스타의 손목을 붙잡고 그저 기다릴 생각이었다. 벌써 세번이나 연속으로 스타를 절정 직전까지 몰았다가 멈췄다. 절대로 버틸 수 없는 괴로움일 것이었다.
"제발... 그만... 제발...."
"가버리고 싶다고, 내 노예가 되겠다고 한 마디만 해봐. 그럼 그렇게 해줄테니까."
"우으으... 으읏, 으... 제발..."
스타의 몸이 식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돼. AK는 스타의 양 손을 한 손으로 구속하고, 스타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작은 가슴이었지만, 그 위에서 손을 휘저으며 살결을 모아 움켜 쥐었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솟아나 있는 분홍빛 덩어리를 혀로 정성스레 핥기 시작했다. 스타가 계속 흥분 상태에 빠져 있도록. 스타는 온 몸이 완전히 안달이 나 있었다. AK의 구속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엄한 자기 입술만 깨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AK가 핥고 있는 왼쪽 가슴에, 마치 마약이라도 투여하는 것 같은 찌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스타의 '그 곳'도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천박하고 수치스러운 액체만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제발..."
"끝까지 날 '주인님'이라곤 못 부르겠다?"
AK 는 스타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완전히 맛이 가서 내가 손가락으로 자기 성감대를 찔러주기만을 바라고 있으면서, 달아오른 몸을 한 주제에, 왜, 아니, 어떻게 나를 이렇게 계속 거부하는거지?
"제발.... 으우..." AK가 보기에 이미 스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본능에 의해서만 뭔갈 요구하는 상태. —그럼에도 날 거부한다니.
"...젠장."
AK는 그대로 뒤돌아 수복실을 나가버렸다. 문이 세게 쾅 하고 닫혔고, 스타는 그 소리에도 몸을 움찔거렸다. 스타는 급하게 자기 손을 자신의 수치스러운 '그 곳'에 스스로 갖다 대었다. AK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세워 스스로. 계속 거부해왔던 행위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의 손놀림에, 천박한 찔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한심하게도 그것에 스스로 더욱 흥분하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지만 스타는 AK가 아니었다. 스타의 몸은 AK가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스타는 스스로를 AK가 해주는 만큼 잘 자극하지도 못했고, 자꾸만. 자꾸만 절정의 순간에 머리가 하얘지면서 온 몸에, 손가락에도 저릿거리는 감각과 함께 힘이 풀리면서 도저히 가버릴 수가 없었다. 스타는 풀린 눈으로 그렇게 몇 분을 계속 찔걱거리며 누워있었다. AK가.. 필요했다. AK가 해주길 바라며. 당장 저 문을 다시 열고 들어와 나를 만져줬으면...
스타는 머리 속이 AK로만 가득 찼을때 쯤 마침내,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등을 활처럼 휘며,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그런 짜릿한 감각이었지만. AK라면 더 잘해줬을 것을. 가버리는 그 순간에도, AK만을 생각하다가, 곧 탈진해 잠이 들었다.
수복 6일차
스타가 눈을 뜨자마자 한 일은, 자신을 덮고 있던 얇은 천 이불을 돌돌 마는 일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아니면 거하게 지각한 사람처럼, 엄청 급하게, 얇게, 밧줄처럼 이불을 돌돌 말아 길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서툰 손놀림으로 매듭을 만들기 시작했다.
‎
‎아직 새벽일 것이었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몇 시간은 빨리 깬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AK가 들어오기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빨리, 죽자. 스타는 천장에 달린 모니터의 가대에도 매듭을 지었다. 새하얀 고리가 만들어졌다. 스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고리를 붙잡고, 머리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이 고통, 수치. 모두 끝나버리기를.
"이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스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AK는 스타가 밟고 서있는 받침대를 발로 확 걷어찼다. 스타는 아직 고리에 머리를 완전히 넣기 전이었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받침대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혀 굉장히 아픈 듯,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넌 죽지도 못하는거야." AK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뭔데..." 스타는 바닥을 쳐다보면서, 이를 꽉 다문 채 말했다.
스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곧 AK가 자신을 휙 던져 바닥에 내팽개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과는 다르게, AK는 스타를 잡아 일으켰다. 제스쳐가 상당히 달라졌음을 스타는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일부러 눈치채라고 일러주듯 너무 티나게 달라졌으니까.
"이거 입어." AK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백을 내밀었다. 옷이었다. 트레이닝 핫팬츠와 티셔츠 한장, 그리고 얇은 후드티 한벌. 굉장히.. 교과서적인 조합이었다.
"뭐야?" 스타는 가만히 AK를 노려보며 말했다. —웬 옷? 뭐, 새로운 전략이라도 꾸미는건가? 채찍질 했으니 당근이라도 줘보겠다고?
"입으라고." AK는 종이백을 쥔 손을 쭉 뻗으며 스타의 가슴팍을 툭 건드렸다. 스타는 자기도 모르게 종이백을 양손으로 받았다.
"꺼져.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고." 스타는 팔을 양쪽으로 벌려 종이백을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수작이라니. 그냥 옷인데." AK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백을 주우며 말했다.
"벌써 네 신체 수복이 후반기에 접어들어서, 이제 수면 수복은 끝이야."
"..." 스타는 AK를 뚫어버릴 듯이 노려보기만 했다.
"하루의 반은 잠에서 깨어 있어야 하는데, 수복실 안에만 있게?" AK는 말을 끝마치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또 나한테 뭔 짓을 하려고." 하지만 스타는 AK에게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AK의 얼굴을 마주하는 매 순간, 수치스러운,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일분 일초, 모든 순간이 괴로웠다.
"물론, 네가 날 싫어하는건 알지만, 할건 해야지 않겠어?" AK가 스타의 팔에 손을 슬쩍 올리며 말했다.
"치워. 차라리 죽고 말지." 스타는 과장된 동작으로 AK의 팔을 홱 쳐냈다.
"흐응.. 배고프지도 않은거야? 맨날 영양 수액만 맞았잖아."
"네가 주는 밥을 먹느니 굶어 죽겠어."
둘 사이엔 언제나같은 긴장이 흘렀다. 아니, 긴장감은 오직 스타에서 AK에게로만 흘렀다.
"저기..."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며칠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
"AN-94." 스타가 AK의 뒤로 나타난 AN을 불렀다. AN은 무척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AR-15씨.. 그래도 같이 가시는게..." AN은 뭐가 그리 곤란한지 말을 망설이며 했다.
적막감이 수복실을 덮었다. 천장에 걸린, 목을 매기 위해 지은 고리, 바닥에 엎어진 받침대, 손을 떨고 있는 스타와 스타를 마주보고 서있는 AK, 그리고 그 뒤에 선 AN. AN은 무표정 속에서 복잡함을 짓고 있었다. 스타는 그 복잡함 속에서 한가지만은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AN도 이런 AK의 행동이 맘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AN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됐어." 스타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이런걸 생각해서 뭐해. AK가 이런 지랄을 해도 정황상 너무 필요한 존재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거나... 협박을 당하고 있다거나... 내가 생각해본들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됐다고?" AK가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나가." 스타는 뒤돌아서며 말했다.
"하지만..." AN이 곤란하단 말투로 말하려 했지만, 스타가 말을 끊었다.
"나가라고."
"됐어요. 나가죠, AN." AK는 AN을 툭 치며 수복실 밖으로 나갔다. 곧 문이 닫히고 스타는 수복실에 다시 혼자 남게 되었다.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아,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종이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제도, 그 전날도, 그 전날도. 나한테 그런 지랄을 해놓고서는, 얼마나 뻔뻔해야 저렇게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무슨, 옷을 가져와? 밖을 돌아다니라고? '할건 해야 한다'고?
‎다리를 묶어 깍지를 쥔 손이 살살 떨렸다. 분노, 증오, 수치심... 자괴감.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는 시선으로 애꿎은 종이백만 노려봤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 사이에서도, 어떤 정의되지 않는 책임감으로 저 안에 들은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AN-94의 표정. 그 표정이 스타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아마 AN이 스타에겐 당근이었으리라.
철컥.
"AR-15씨.." AN이 스타를 불렀다.
문 뒤에서 스타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트레이닝 핫팬츠. 얇은 티셔츠와 반투명한 얇은 후디. 속옷이 없어 맨살 위에 그대로 옷을 입은 탓에 어딘가 자꾸 불편한 듯 몸을 움찔댔다.
‎AK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그저 미소로 승화시켰다. AN은 여전히 걱정하는 듯한 표정, 스타는 온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AK나 AN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피하고 있었다. 다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 —이게 겨우 뭐라고.
"우선, 밥부터 먹을까?"
AK는 스타의 손목을 잡아 스타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스타는 밀어내려고 하다가도, 매 순간 새로운 갈등과 체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AK에게 순응했다.
‎셋은 기지를 천천히 걸어다녔다. 기지는 오직 실내에서 실내로만 이어지는 그런 시설이었다. 아마 외부로부터 숨기 위함일 것이다. 셋은 여러 시설들을 거쳤다. 무기고를 거쳐, 탄약고를 거쳐, 상황실을 거쳐, 식당으로. 식당 주변으로 오자 벌써 음식 냄새가 퍼져났다. 재료는 모를 스프의 향. 스타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지난 며칠동안 영양 수액만 팔에 꽂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그것보다 더 오랜 기간을 정신을 잃은 채 굶고 있었으리라.
"음식은 AN이 미리 준비해놨어." 식당의 문을 열면서 AK가 말했다. 문을 열자 단 한개 있는 테이블 위에 스프, 고기, 샐러드 등이 놓여 있었다.
"아, 그건!.." 갑자기 AN이 말을 하려 했지만, 툭, AK가 AN의 가슴팍을 치자 AN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스타는 이런 것들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미칠 것 같았으니까.
"오늘은 AN이 특별히 귀한 재료까지 꺼내서 만든거니까, 맛있게 먹어."
"..." 스타는 순간적으로 보았다. AK의 뒤에 선 AN이 주먹을 꽉 쥐며 자기 손바닥을 꼬집고 있는 것을. 뭔가 참는 듯이. 하지만 못본 척, 테이블 앞에 앉았다. 뭔가, AN이 아까부터 짓던 표정이, 저런 반응이, 자신에게는 좋은 징조로 느껴졌다. —AK에게 불만을 가진게 나 혼자만은 아닌 것이니까.
"잠깐." 스타가 나이프를 집으려는 순간, AK가 갑자기 스타를 멈췄다. 스타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에 설마 자기가 지금 AK를 무서워하는건가 싶은 혼란에 스타는 어색하게 나이프 손잡이 위에 손가락만 올린 채로 온 몸이 굳어져 있었다. 설마 이 상황에서 또, 무슨, '주인님' 행세를 하며 음식가지고 협박하려는 것인지. 오만 생각이 스타의 머리 속을 흩어놨다.
"머리에 묻을라." 하지만 AK가 한 행동은 그냥 스타의 머리를 어깨 뒤로 쓸어 넘겨준 것이었다.
"치, 치워." 스타는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말까지 더듬으면서. 기분도 착잡해졌다.
"후훗." AK는 귀엽다는 듯 짧게 웃기만 했다.
스타는 식사 순서고 뭐고 그냥 나이프와 포크부터 집어 고기부터 썰었다. 배가 고팠으니까. AK는 스타의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스타를 바라봤다. 연인을 보는 듯,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저 바라봤다. AN은 이 둘의 구도가 불편한 듯,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용히 식당을 나가버렸다. AK는 그러든지 말든지, 누가 뺏어먹기라도 할까 허겁지겁 먹고있는 스타만 바라봤다.
AK가 스타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스타는 손을 인식한 순간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둘은 눈을 마주보고 있었고, 스타의 동공은 떨리고 있었다.
"묻었잖아." AK는 엄지 손가락으로 스타의 입술을 부드럽게 닦아냈다. 스타는 어째선지 AK가 자신의 입술을 닦아내는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부해야 했는데, 치워냈어야 했는데.
"신경 꺼." 스타는 시선을 휙 피하며 말했다. 시선은 다시 음식으로. 괜히 나이프만 테이블 위에 툭, 던지고 스푼을 집어 스프를 조금 떠먹었다.
다시 스테이크로, 스프로, 샐러드로. AK가 냉장고에서 꺼내다 준 아이스크림까지. 이전에 그리폰 지휘실에 있던 시절에, 컨텐더나 WA2000같은 인형들이 왜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었는지 이해가 갔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음식다운 음식, 식사같은 식사였다.
"맛있었어?"
"..."
"목욕할래?"
"뭐야?" 스타가 갑자기 싸늘한 태도로 물었다.
"뭐냐니?" AK가 되물었다.
"무슨 속셈인데?"
"속셈이라니."
"갑자기 왜 잘해주는 척이야?"
"귀엽네."
"...뭐?"
"귀엽다고. 무작정 의심부터 하잖아." AK는 손을 뻗어 스타의 뺨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치워." 스타는 고개를 휙휙 저으면서 AK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AK는 집요하게 스타의 뺨에 손바닥을 붙였다. 천천히, 스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열이 느껴졌다. 스타의 뺨을 타고 올라오는, 부끄러운 듯 천천히 전해지는 미열이. AK의 찬 손바닥에 전해졌다. 열을 숨기지 못하고 빨갛게 달아오른 스타의 뺨, 서로 맞지 않는 시선.
"물 받아놓을게." AK는 살짝 웃더니 자리를 떴다. 식당에 혼자 남은 스타는 AK가 만졌던 왼쪽 뺨을 괜히 손으로 덮었다. —대체 왜, 왜 얼굴이 이렇게 뜨겁지?
—아마 너무 오랫동안 죽어있던 탓에 머리가 어떻게 됐나봐.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맛있는 것들을 먹은 탓에 판단력이 흐려졌거나. 잘 생각해.. 저 년이 지난 며칠동안 내게 한 짓거리들을. 죽기 전에는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수치를.
식당 안의 시간은 마치 정지한 듯 천천히 흘렀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 미약하게 남아있는 음식 냄새들. 아이스크림 컵에서 떨어진 물방울. 그리고 이들 사이를 오가는 스타의 시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안도감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감정. 화끈거리는 뺨과 신경쓰이는 심장박동. —겨우 하루 잠깐 조금 잘해줬다고 이렇게 누그러져?
"물 다 받았는데." 갑자기 문이 다시 열리며 AK가 들어왔다.
스타는 온 몸을 움찔했지만, 놀라지 않은 척을 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벌써 15분정도가 지나있었다.
"따라와." AK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스타는 아무 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자니까?" AK가 답답한듯 스타의 손목을 잡아 스타를 일으켜 세웠다. 스타는 아무 저항도 안하고 그대로 일어났다.
AK가 손목을 끌어 욕실로 스타를 데려갔고, 스타는 순순히 AK를 따라갔다. 뿌리칠 수 없었다. 당장 힘만 주면, 손을 확 흔들어버리면 떼어낼 수 있는 손인데, 손에 힘을 넣지 못했다. 도저히, 도저히 AK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목욕하고나면 좀 개운해질거야." 어느새 욕실 앞에 와있었다. AK는 스타의 손목을 놓았다. 스타는 반쯤 밀려, 반쯤은 스스로 욕실 안에 들어갔고, AK가 문을 닫았다.
자그만 1인용 욕조. IOP로고가 붙여져 있었다. 놀랍게도 거품기도 보였고. 스타는 손을 살짝 담가 보았다. 따뜻했다. 머리 속에서는 수만번, 수십만번, 몸을 담글지 말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뭐, 담그면 뭔 일 나고, 안 담그면 또 뭔일 나겠나.
"하아..." 스타는 한숨을 쉬며 후디의 지퍼를 내렸다. 습관적으로 예쁘게 개어 콘솔 위, 타월 옆에 올려두었다.
다음은 티셔츠, 혼자 있는 욕실인데도, 티셔츠를 올리다가 가슴이 드러날 때 괜히 주변을 둘러봤다. 이유도 없이 심장이 뛰었다. 바지춤을 잡고 내리려 할때도 괜히 또 망설였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지켜본다 한들... 더 추락할 곳도 없을텐데. 마침내 트레이닝 바지도 벗고, 속옷이 없던 탓에 다시 스타의 나체가 거울 속에 비춰졌다. 몇 초를 자기 자신과 눈을 마주친 채 서 있다가 트레이닝 바지를 개려는데 스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니야... 왜...
찰박, 찰박.
스타는 욕조에 받아진 물을 손바닥으로 조금식 떠서 몸을 적셨다. —원래는 먼저 샤워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도 그냥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피곤했으니까. 정신적으로.
몸을 담궜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마음에는 드는 온도였다. 욕조에 담긴 물이 온 몸을 포옹해주는 듯. 피폐해진 정신도 씻겨 나가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죽기 전의 일상에서도 이렇게 여유롭게 목욕을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스타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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