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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흰 장미를 붉게 물들이는 법 - 1앱에서 작성

흔한글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21 11:05:44
조회 849 추천 15 댓글 2
														

“란란! 란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멀리서 화답하는 똑같은 목소리.

“왜에~?”
“이리 와봐! 여기 정원에 신기한 거 있어!”
“금방 갈게~”

란란은 본인 특유의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리리에게 다가갔다.
예로부터 전해져 온 괴담인 강시와 닮은 걸음걸이라 가정교육 선생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란은 항상 사이가 부를 때는 이런 걸음걸이로 다가가곤 했다.

그야 둘은 떼놓기 힘든 절친이니까.
란란과 사이는 7쌍둥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가장 친하다 말할 수 있는, 주변의 질투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가장 친한 자매임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우리 차오는 뭐가 그리 신기한 게 많길래 그런 목소리로 날 불렀을까나?”
“이거 봐봐!”

사이는 그렇게 다가온 란란에게 그들의 정원에 흔하게 피어있는 수백 개의 장미정원을 보여주며, 자신있게 외쳤다.

“얘만 색이 달라!”
“에.”

수많은 빨간 장미 속, 그 중에 홀로 흰 자태를 뽐내는 흰 장미.
하지만 사이의 기대와는 달리 란란의 반응은 그다지 신기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뭐야 란란… 별로야?”
“별로는 아닌데, 차오는 이게 신기해?”
“란란은 이 장미가 특별해 보이지 않아?”
“그냥 정원사가 하나 꽂아놓은 게 아닐까 싶은데.”

신기해 할 것이라 생각했건만.
사이는 곧장 기대에 찬 얼굴을 무너트리더니, 이내 실망했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 - 내밀었다.
그러자 란란도 사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며 삐죽 – 했다.

“흥, 따라 하지마.”
“따라 한 거 아니거든~”
“따라 했잖아!”
“아니거든~”
“에베베베베베~”
“에베베베베베~”

흥칫뿡이 서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란란 바보.”
“차오 바보.”
“차오라 부르지 말랬지!”

장난 식으로 넘어가나 – 했었는데, 란란이 선을 넘었는지 순식간에 울락 붉으락 해져버린 사이였다.
사이는 란란이 자기를 ‘차오’라고 부르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물론 란란은 사석에서 7쌍둥이 모두를 차오라고 불러오기는 했었다. 이는 란란의 고집 아닌 관념이었는데, 아버지가 그녀들을 처음으로 규정할 때, 주셨던 이름 그대로를 사용하는 란란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사이는 유독 유별나게 반응하곤 했다.
다른 7쌍둥이들은 이를 딱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사이는 어릴 적부터 아버님에게 처음으로 자신만의 이름을 달라 요청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란란, 리리와 같은 단어의 반복으로 이름을 지었을 때, 사이는 혼자 ‘사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규정해냈다.
모두가 같은 옷, 같은 머리, 같은 신발을 신을 때도, 사이는 홀로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곤 했다.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 유별나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특별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사이는 그랬다.
같다는 것에 대해서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이, 그리고 란란은 이에 대한 대처 법을 분명하게 잘 알고 있었다.

“에이… 미안해 사이야.”
“흥.”

간단하게, 사과 한번 하면서 본명으로 불러주면 끝이었다.
그러면 오늘과 같이 삐쳤다는 듯이 고개를 휙 – 돌리고, 몇 분 후면 다시 싱글벙글한 사이로 되돌아갔다.
사이는 순하디 순한 그런 아이였고, 란란은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티키타카 이후, 사이의 화가 풀릴 때까지 조용히 장미를 관람하던 중이었다.

“있지, 란란?”
“왜~?”

평소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답하는 란란.

“평소에 하는 거, 힘들지 않아?”
“뭐가?”
“교육 받는 거 있잖아, 후계자 수업.”

후계자 수업.
차오 컴퍼니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을 양성하는 수업은 이제 고작 11살짜리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꽤나 일정이 바쁘고 힘든 수업이었다.
걷는 것, 말하는 것, 심지어 웃는 법까지 지도 받으며, 거기에다가 시험까지 보고, 채점까지 한다.
물론 거기에 공부도 빼놓을 수 없었다. 경영학이란,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굉장히 힘든 과목이었다.

왜 11살짜리들이 군중심리를 알아야 하는지.

하지만 란란은 언제나 1등이었다.
교사도 놀랍다 싶을 정도로 1등, 란란의 천진난만한 성격과는 달리 란란은 언제나 1등이었다.
모든 게 만점이었고, 교육지침과 같았다. 란란은 가히 완벽하다 말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그녀들의 아버지와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란란은 항상 사이의 질문을 이렇게 두루뭉실하게 피해갈 수 있었다.

“글쎄에~”
“맨날 그렇게 두루뭉실하게 피하지 말구, 진짜 안 힘들어?”
“힘들다가도 사이 얼굴 보면 안 힘들지!”
“또 그런다? 그건 거울 보면 되잖아.”
“사이는 모르겠지만, 차오들도 다 다르게 생겼어? 사이는 그 중에서도 특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지~”

오늘도 사이에게 치근덕대는 란란.
하지만 사이는 다가오는 란란의 어깨를 붙잡고서, 단호하게 말했다.

“란란, 나 진지해. 아직 우리는 어려, 아버님께 정식으로 한번 말씀 드려봐야 하지 않을까.”

평소라면 받아주었을 끈적임이었지만, 장미를 보고서 무슨 영감이라도 받았는지 사이는 단호한 방어태세였다.
그렇다고 란란이 사이를 뚫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나도 진지한데~?”

사이의 팔을 풀어 해치며 사이에게 파고드는 란란.
평소에 말은 능글맞게 해도 란란은 항상 진지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풀밭에서 사이의 옷을 벗길 때에도.

“사이야~”
“잠… 잠깐! 란란 또 왜 그래?!”

단추가 풀림과 동시에 새빨갛게 얼굴 붉히는 사이.
란란은 그런 사이의 귓속에 속삭인다.

“귀여워.”
“란… 란란! 이거 하나도 재미없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하지마!”
“이런 사이도 정말~ 귀여워.”
“하지… 말라니까 정말?!”

사이는 란란에게 저항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소녀는 아니었다.
란란이 또래 쌍둥이들에 비해 힘이 워낙 강하기도 했고, 이렇게 나올 때는 좀 무섭기도 했고, 또 부끄러워서 손에 힘이 잘 안 들어가기도 했고… 이래 저래 곤란한 상황.

그렇지만 사이는 때때로 운이 나쁘지 않은 소녀이기도 했다.
란란이 사이의 옷고름을 풀어 해쳐버릴 때쯤이었다.

- 차오님들 ~ 식사하셔야죠 ~ -

“휴우…”
“아쉽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그리고 아쉬운 듯, 사이에게서 물러나며 입맛을 다시는 란란.
희비가 갈리는 둘이었다.
란란은 매번 사이에게 이런 장난을 칠 때마다 다른 일이 엮여버리곤 했다.
다른 자매들이 부른다거나, 휴식시간이 다 끝난다거나 등의 이유로 란란은 단 한번도 사이를 탐해본 적 없었다.
이제 고작 11살짜리가 무엇을 탐하겠냐만, 란란은 언제나 1등이니까.
조숙한 건지, 벌써부터 알건 다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야에서도 1등이었다.

그에 반해, 사이는 7명중 7등정도 되려나.
오늘도 역시 발 빠르게 도망치는 사이였다.

“지… 지금 가요!!”

사이 특유의 긴 생머리에 붙어있는 꽃잎들도 떼어내지 않은 채 후다닥 도망치는 사이였다.
저렇게 가면 분명히 또 혼날 텐데, 재빨리 따라가서 털어내 주어야 하지만, 원래라면 그랬겠지만, 오늘의 란란은 사이를 떠나 보낸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이의 머리에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던 장미 꽃잎.
빨간 장미들, 그 빨간 장미들 속 가장 돋보였던 흰 장미.
돌연변이 같은 존재라 생각했던 걸까, 그리고 란란은 그 흰 장미를 꺾어냈다.

“재미없어.”

그 다음 총총걸음으로 도망친 사이를 뒤쫓는 란란이었다.
후에 그 장미 정원은 란란에 의해 사라졌지만, 사이는 아직까지도 장미정원이 사라졌는지를 모르고 있다.

//

백갤에 올린다고 했었던 것 같았는데 깜빡...
판타지물이기는 한데... 여기서 그런 내용은 등장하지 않고 그냥 재벌 2세들의 그런 이야기?
제가 계확중인 장편 판타지 소설의 프롤로그 격인 소설이라 봐주셔도 무방할 것 같아용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현재 3화까지 나와있어요, 3화까지 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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