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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백합커플 임신 에피를 하나메르로 보고 싶다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23 11:21:01
조회 3142 추천 3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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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7주에 먹고 싶은 음식 생겨서 밤에 번쩍 눈을 뜬 메르시와 곤히 자다가 음식 심부름 하러 메카 타고 날아다니는 하나 ㅇㅇ
메르시가 골반이 더 넓어서 애 낳기 편한 신체니까 메르시 임신으로.









“하나, 자요?”

꿈결에 들리는 목소리에 하나는 비몽사몽 눈을 떴다. 오후 근접전 훈련이 너무 고된 나머지 기절하듯 잠에 든 와중에도 박사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제 자신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주보고 누워있던 박사가 상반신만 살짝 일으킨 채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나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을 몇차례 깜박이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신 거 있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럼 뭐 드시고 싶은 거예요? 뭐 사올까요?”

아직 납작한 박사의 배를 살살 매만지며 하나가 물었다. 박사는 미안한 듯한 표정로 망설이다 재촉하듯 볼에 뽀뽀하는 하나에 못이겨 입을 열었다.

“…파인애플 파이가 먹고 싶어요.”
“알았어요, 얼른 사올게요. 누워 있어요.”

하나는 박사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주고 깡총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하긴 했지만 박사가 먹고 싶다는데 잠이 대수랴. 잠옷 위로 카디건만 걸치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 메카에 올라탔다.

머릿속에 집 근처 24시간 음식점 위치를 넣어두었기에 가게를 찾는 것은 빨랐다. 밤이라 손님이 몇 없어 금방 파이를 살 수 있었다. 한 개로도 충분하겠지만 혹시 몰라 두 개를 샀다. 계산을 마치고 다시 메카에 올라타는데,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박사에게서 콜이 들어왔다. 하나는 서둘러 콜을 받았다.

“네, 박사님.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 아뇨……. 저기, 하나. 저 사과 셔벗도 먹고 싶어요.
“네, 근처니까 바로 사갈게요.”
- 미안해요, 하나.
“아니에요, 별 말씀을요. 얼른 사가지고 갈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셔벗 전문점은 메카를 타고 5분은 걸리는 곳에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손님이 한 명도 없어 곧바로 포장을 하고 나올 수 있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메카 조종간을 잡는데, 다시 콜이 들어왔다. 박사였다.

“네, 박사님.”
- 하나, 혹시 근처에 타르트 타탕 파는 곳 있어요? 그리고 감자 그라탕도 먹고 싶어요.
“타르트 타탕… 찾아보면 있을 것 같아요.”
- 혹시 없으면 어떻게 하죠?
“아니에요, 꼭 사가지고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약간 과장해서, 서두르지 않으면 5분 주기로 바뀌는 박사의 식욕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디저트 가게를 세 군데를 들르고 나서야 타르트 타탕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막 메카에 탑승하자마자 또 콜이 울렸다.

“박사님, 저예요.”
- 하나, 아까 말한 거 다 필요 없고 레몬 파에야가 먹고 싶어졌어요.
“……말씀하셨던 거 안 드시고 싶으세요?”
- 네, 필요 없어요.
“…알겠어요, 레몬 파에야 사갈게요.”
- 미안해요, 하나.
“아니에요, 드시고 싶으시면 드셔야죠. 곧 갈게요.”

통신을 끊고 나서 사 놓은 음식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혹시 모르니 집에 다 가져가기로 했다. 집에 가는 동안에 박사의 입맛이 또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행히 타르트 타탕을 산 디제트 가게 근처에서 레몬 파에야를 팔고 있었다. 포장을 마치고 나서자 또다시 콜이 울리는 걸 보고, 하나는 그냥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몇 번의 가게를 더 돌고 나서야, 이번에야말로 하나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

박사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하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손 가득 종이봉투를 든 채로 집 안에 들어서자 박사가 엹게 웃으며 하나를 반겼다.

“말한 것들 다 사온 거예요?”
“네, 혹시 몰라서요. 아, 드시고 싶지 않으면 안 드셔도 돼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니까요.”
“아니에요, 하나가 사왔는데 먹어봐야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이 반짝이는 게, 직접 보니 입맛이 당기는 것 같았다. 하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소파 앞 테이블에 포장해온 음식들을 늘어놓았다.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고선 박사가 포크를 들고 기쁜 듯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박사가 하도 맛있게 오물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니 하나도 약간 배가 고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토르비욘에게서 임산부가 같이 먹자고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음식에 손을 대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으므로, 하나는 그저 말없이 박사의 식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가 지켜보는 사이, 박사는 감자 그라탕을 1/3쯤 비우고 이번엔 파에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물론 사오라고 한 음식들은 다 한번씩 맛을 본 후의 일이었다. 요새 소화기능이 약해져서 자주 체하는 박사를 알고 있는지라, 하나는 걱정이 되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박사님, 조금만 적게 드시는 게 어떨까요? 제 생각엔 밤인데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라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나는 입을 다물어야했다. 박사가 싸늘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제가 살쪘다는 건가요?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전에 밤에 드시다가 체하셨…….”
“듣기 싫네요, 하나. 결혼 전엔 입에 뭐 넣기만 해도 좋아서 어쩔줄 모르면서 키스를 퍼부어대더니 이젠 다 잡은 물고기라 이거죠?”
“아니에요, 박사님!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저는 걱정이 돼…….”
“살찔까봐 걱정돼요? 걱정 말아요, 제 몸관리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 그래요, 됐어요. 이거 치워요.”

박사가 포크를 툭 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나는 박사가 빨리 움직이다가 어지럼증이라도 느낄까 얼른 따라 일어서서 옆에 가 섰다.

“다 드신 거예요? 뭐 더 드시고 싶은 건 없으시고요?”
“있다고 해도 누구 무서워서 무슨 말이라도 하겠나요. 됐어요.”
“박사님, 죄송해요. 저는 그냥, 또 체하시면…….”
“듣고 싶지 않네요. 정리하고 작은 방 가서 자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에 하나의 두 눈이 커졌다.

“네? 지금 저 혼자 가서 자라는 말씀이세요?”
“그럼 그 좁은 침대에서 둘이 자겠어요? 전 임신한 후로 살쪄서 침실 침대도 좁게 느껴지니까 잔말 말고 가서 자요.”
“아, 박사님. 전 정말 그런 의도로 말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화 푸세요, 네?”

하나의 애원에도 박사는 대답하지 않고 찬바람을 쌩하니 날리며 침실로 들어가버렸다.

하나는 울상을 지은 채 쾅 닫히는 침실 문을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박사가 한입씩 먹다가 남긴 사과 셔벗, 파인애플 파이, 감자 그라탕, 레몬 파에야, 타르트 타탕 등이 남겨져 있었다. 하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뒷정리를 시작했다.

*

작은 방에서 처량하게 혼자 잠든 날 이후, 하나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박사를 대하기 시작했다. 박사가 무슨 말을 하든 긍정적인 반응을 돌려주기 위해 애를 쓰고, 박사가 무슨 부탁을 하든 두말 않고 들어주었다.

그러나 박사는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인지 가끔씩 짧은 시간 동안 기분이 오락가락하곤 했다. 최대한 섬세하게 박사를 살폈지만, 그래도 그 태도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 때가 많았다. 지금도 그랬다.

하나는 전전긍긍하며 체중계 위에 올라가 있는 박사를 살폈다. 박사의 눈동자가 어쩐지 냉한 것 같았다. 어젯밤에 하프 갤런 사이즈의 아이스크림통을 혼자서 절반 이상 비우고 잤으니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체중계 위에서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않았다.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박사님. 병원에서 임신 중 체중 변화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말라고…….”
“하나.”
“네, 말씀하세요.”
“왜 어제 저를 말리지 않았죠?”
“……네?”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 큰 아이스크림을 혼자 먹는 저를 왜 그냥 내버려뒀냔 말이에요. 제가 이대로 뒤룩뒤룩 살이 찌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아, 그게…….”

억지스러운 투정에 하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진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버리면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것은 알고 있는 바였기에, 서둘러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박사님. 오히려 박사님은 살이 좀 찌셔야 해요. 너무 마르셨는걸요.”
“몸무게가 밤새 700g이나 늘었는데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와요? 당장 얼굴 부은 것 좀 보라고요. 이런 식이면 뚱뚱해지는 건 시간 문제란 말이에요!”
“박사님은 살이 찌셔도 여전히 예쁠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적어도 같이 먹어주기라도 하면서 그런 말을 했어야죠!”

먹어도 된다고 말도 안 했으면서.
하나는 속으로 중얼대며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

사실 작년 추석에 인터넷 올렸던 거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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