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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집 5-3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28 22:31:52
조회 1554 추천 41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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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메르하나 - 집 5-3 : https://m.dcinside.com/view.php?id=lilyfever&no=190396







박사가 술을 마셔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직후, 벤츠를 타고 박사를 바래다준 남자에게도 이렇게 접촉했을지도 모른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둥둥 떠올랐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벤츠남에 대한 분노와 부러움, 시기 등의 감정이 하나의 가슴을 마구 휘저었다.

하나는 헝클어진 마음을 다스리며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었다. 잠이 든 건지 미동도 없는 박사에게 오만가지 감정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가운데, 이 자세가 박사에게 불편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정쩡하게 허공을 맴돌던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박사의 어깨를 잡아 천천히 제게서 박사를 떼어냈다. 박사는 선선히 밀려났다. 그리고 하나는 흠칫 몸을 굳혔다. 잠이 든 줄 알았던 박사가 고요한 눈으로 하나를 보고 있었다.

“자… 잠이 안 오세요?”

얼결에 나온 소리는 제가 생각해도 한심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하나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미등만 켜진 어둑한 침실 안, 얼굴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박사를 마주 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한 압박감을 수반했다. 무슨 말이라도 내어놓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궁금해요?”

박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되물어왔다. 그 말이 하나의 귀에는 지금 이 순간에 그런 무의미한 것이 궁금하냐는 소리로 들렸다. 평소의 박사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묘한 뉘앙스였다.

“아뇨…….”

저도 모르게 그렇게 대꾸한 하나는 입안이 바짝 말라오는 것을 느끼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박사는 그런 하나를 깜박이지도 않고 눈에 담고 있었다. 짙푸른 심해와 같은 눈동자에 오롯이 들어찬 제 얼굴을 보고 있자 자꾸만 마른 침이 넘어갔다. 하나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질문을 생각하려 애를 썼다.

한순간 하나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것은 벤츠남에 대한 것이었다. 박사의 차는 어디에 두고 벤츠남의 차를 타고 다니는지, 매일 저녁 늦은 것은 벤츠남과 시간을 보내서인지, 이대로 벤츠남과 사귈 마음이 있는 건지. 만약 박사가 저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했고 벤츠남과 사귀기로 했다면……. 거기까지 생각한 하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그러자 절로 입이 열렸다.

“저 언제까지 박사님 옆에 있을 수 있어요?”

박사의 눈동자에 의문의 빛이 어렸다. 말을 내어놓은 하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렇게 다짜고짜 물을 생각은 없었는데……. 하나는 혹시라도 박사가 부담스럽다 생각할까 두려워 천천히 말을 고르며 덧대었다.

“제가 예전에 저를 내보낼 일 있으면 미리 말씀 주시라고 했던 거, 기억하세요?”

박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하나가 말을 이었다.

“혹시 그때랑 지금이랑 상황이 바뀐 거면… 부담 없이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사는 하나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듯 말이 없었다. 하나는 제 입으로 그런 소릴 해놓고서 박사가 제 말을 부정해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깨닫고는 혐오감을 느꼈다. 오후에 읽었던 수필에서 그랬다. 진실로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야 한다고. 박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저보다는 벤츠남이 박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텐데, 그걸 알면서도 박사가 저를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스스로가 미우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가 서글펐다.

침묵이 이어졌다. 하나는 이렇다 할 말이 없는 박사에 초조함을 느끼고는 입안 여린 살을 질겅질겅 씹었다. 제 말에 답이 없는 것이 꼭, 박사가 벤츠남을 선택한 것에 대한 반증처럼 느껴졌다. 제게 미안해서 차마 말을 못 하는 걸까.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수능이고, 수능 끝나고부터는 자율 등교니까 아르바이트라 구해서 고시원이라도 들어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수능 끝나면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여차하면 청소년 쉼터라도 입소하면 될 것 같아요. 알아보니까 한 달 정도는 웬만하면 받아들여 준다고 하고, 그러니까…….”

거기까지 말한 하나는 말을 그러니까, 하고 자꾸만 말을 먹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하나의 목소리는 어느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언젠가 박사의 곁을 떠나야 할 생각을 하니 절로 코가 시큰해지며 눈이 부옇게 번지기 시작했다. 울면 안 되는데… 박사님이 부담스러워하실 텐데. 그런 생각에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고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박사님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언제까지인가요?”

하나는 눈을 깜박이며 의연한 체하려 했으나 볼에 와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저도 모르게 눈꼬리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사가 엄지손가락으로 다정하게 하나의 눈 밑을 닦았다. 그 손길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지만 다행히도 더 이상 눈물을 흘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대는데 하나의 볼을 매만지던 박사의 손끝이 천천히 하나의 입술을 더듬었다.

따뜻한 손가락이 하나의 입술 윤곽을 천천히 따라 그렸다. 살살 입술을 매만지는 감촉에 하나는 조금 전까지 입술을 깨물던 일도 잊었고, 제 가슴을 가득 메우던 서러운 감정도 잊었다. 입술 살결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매만지는 촉감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박사의 두 눈은 하나의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고, 하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가락을 꼼지락댔다. 한참을 그렇게 어루만지던 박사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쁜 입으로 왜 그런 소릴 해요.”
“…….”
“속상한 소리 계속할 거예요?”
“하지만 박사님은…….”

웅얼거리며 말을 잇던 하나는 문득 박사의 눈에 비친 제 얼굴이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 직후, 말랑한 감촉이 하나의 입술에 전해졌다. 부드러운 온기가 하나의 입술을 살짝 머금다가 떨어져 나갔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이해하지 못한 하나가 어리둥절해 하는데, 박사가 속삭이듯 말했다.

“다른 말 해봐요.”
“…네? 어떤…….”
“예쁜 말.”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더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하나는 맞닿은 입술에서 두근거리는 맥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아, 하고 내뱉은 미약한 감탄사를 박사가 부드럽게 삼켰다.




*



으아 글 너무 안 써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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