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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카스아리 백일장] 토야마 카스미는 죽었습니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39.7) 2018.03.29 07:31:01
조회 1245 추천 31 댓글 9




그냥 새드물 쓰고 싶어서~ 이거 담편 있을꺼임 아마도..?







토야마 카스미는 죽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눈가가 거뭇했다. 잠을 삼일 동안 자지 못 한 채 그저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잠을 자지 못 했을 것이다. 입안이 까칠했다. 전등의 불빛조차 눈을 찌르는 기분이 들었다. 거실로 나오니 찬 기운이 몸을 덮쳤다. 제일 먼저 할머니의 사진이 나를 맞이했다. 사진 속의 할머니의 시선은 여전히 따스해서 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 이제 카스미가 오지 않아. 아마 평생 못 올지도 몰라.


하고 싶은 말은 속에 담은 채 나는 아침인사를 건네고 욕실로 들어왔다. 또다시 거울이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맹한 표정의 자신은 조금 싫었다. 요즘은 이런 표정만 짓는 것 같다. 피부도 많이 상한 것 같아서 최대한 깨끗이 세면하고 화장을 했다. 어떻게든 힘을 내서 단장하고 깔끔한 옷을 챙겨 입었다. 아침에 본 얼굴보다는 훨씬 나았다. 적어도 생기는 있으니까. 괜히 입을 연다. 들을 사람도 없는 이 곳에서 소리를 내는 것도 사치인 것만 같았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아무리 다짐해도 우울이 몸에 새겨진다. 아침부터 우울하기 싫었다. 가자마자 울지도 모르는데 사아야의 앞에서 울기 싫었다. 사아야가 어제 당번이었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다. 도대체 얼마나 차례가 돌아올지 상상할 수도 없다. 더 이상 같이 끌어안고 울고 괜히 기대하기 싫었다. 하지만 웃을수도 없어서 괴롭다. 언제부터 웃지않게 된 것일까. 할머니의 죽음이 아침마다 다가왔을 때부터일지도 모르겠다. 카스미가 쓰러진 그 때부터 나와 아침을 맞이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억지로 힘을 내서 집밖을 나섰다. 이제 겨울이라서 찬바람이 세차게 분다. 차에 올라타 병원으로 향했다. 출근하는 차량과 각자의 생활을 지내는 사람들이 제 각기의 목적지로 간다. 나는 요즘 매일 병원에 가거나 병원 근처에서 서성인다. 항상,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이 왔다. 오타에였다. 힘 내. 나는 간신히 기타를 떠올렸다. 카스미의 기타. 원래 오타에가 관리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걸 내가 억지를 부렸다. 카스미의 물건이 오롯이 우리의 공간에 있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도 냈었다. 그 아이의 물건은 내꺼라고. 지금은 후회가 된다. 매일 새 것처럼 관리하고 있었는데 카스미에 대한 걱정으로 뒤로 밀었다. 사실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 기타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안정된 미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줄 알았다.


사실 카스미와 연인이 된다는 것은 내 인생의 선택지에는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을 밴드와 수험으로 보낼 줄은 몰랐다. 성인이 되고 나서 회사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줄 알았다. 노래로 살고 노래로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듯이 살았으면, 카스미는 어디에선가 제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차라리 그랬으면.


병원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어느센가 손이 떨리고 있었다. 키보드를 쳐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요즘은 노래도 듣지도 않는다. 박스에 들어가 있는 음악CD가 어색해보였다. 이제 다음 앨범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머리가 아파왔다. 보컬이 없는데 어떻게 해. 리미의 약해진 목소리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잔뜩 울음을 참는 모습이었다. 그 때의 우리들은 어땠지. 포피파는 이제 끝난 것인가, 하는 기사에 온갖 연락들이 왔었다. 며칠 전에 사람들의 걱정에 화가 났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카스미에 대한 그들의 감정에 허덕이는 자신이 꼴갑을 떠는 것 같아서 싫었다.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화내고 싶었어. 카스미 난 그랬어. 다시 일어날 건데 괜한 걱정이라고 화내고 싶었어. 그런데 그게 세달이 되고 일년이 넘으면 이 분노가 스스로에게 가는 것 같아서, 정말 힘들어.


나는 카스미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누워있는 나의 연인에게, 사실 제일 힘든 건 나의 연인이었을텐데. 일어나기를 희망하는 것은  나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술 당시에도 집도의가 죽을 사람을 살려내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죽어가는 육체에 산소호흡기를 다는 것이 내 욕심이었을까. 하지만 카스미가 죽는 게 무서웠다. 이 세상에 카스미가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카스미의 꿈이,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나의 연인이 짧은 생을 살아가고 죽었다는 게 끔찍했다. 나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인의 살아있는 육체라도 사로잡고 싶어서 카스미의 부모님께 빌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이제 곧 서른이었다.


병실에 도착하자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사아야가 카스미의 손을 닦고 있었다.


"왔어? 너무 빨리 오는 거 아니니? 요즘 잠은 자?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아서 걱정이야. 아침은 먹고 다니니?"

나는 고개를 대충 흔들었다. 사아야의 손에 들린 수건을 뺏고 나는 다정함을 포장한 축객령을 뱉어냈다.


"많이 잤어. 사아야, 피곤할 테니까 어서 자러가. 이제부터 내가 볼께."


문득 사아야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뼈의 굴곡이 훤히 드러난 앙상하기 그지없는 손목. 사아야도 드럼을 치지 않은지 꽤 됬을 것 같았다. 사아야도 숨을 쉰다. 간신히. 병실에 있을 때는 다 죽은 것 같다. 숨만 쉬고 있는 카스미랑 동화라고 되는 것일까. 사이야는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병실에는 침묵이 지배한 곳인지도 모른다. 침묵이 편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몰라서 소중한 사람들과 많이 싸웠다. 서로 힘들고 아파서 서로에게 상처를 줬다. 어쩌면 카스미가 들을지 모르는 이 곳에서.


"저녁에 부모님이 오신대."


사아야가 다시 한 번 숨을 내쉬고 뱉는다.


"아리사, 아리사한테 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야. 아리사가 힘들어도 꼭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니까."


또 다시.


"나도, 오타에도, 리미도 올꺼야. 아리사는 여기 있을꺼니까. 점심에 다시 연락할께. 알겠지?"


카스미,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리사. 저녁에 다시 올께."  


사아야가 샌드위치를 앞에 놓고 간다. 내 어깨를 꽉 끌어안고 사아야는 나갔다. 역시 살이 많이 빠졌나보다. 나는 가는 사아야를 배웅하지 않았다. 나는 멈춘 손을 움직여 카스미의 손목을 닦고 팔도 닦고, 다리도 닦았다. 카스미도 많이 말랐다. 그 누구보다 많이 살도 빠지고 근육도 빠지고. 카스미의 손에 볼을 대었다. 미지근했다. 카스미의 손은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기타때문에 굳어저린 살 언저리조차 닿는 느낌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사라져서 서글펐다. 동시에 지금의 카스미조차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애틋해서, 너무 아까워서.


믿을 수가 없다. 카스미의 등을 닦는다. 날개뼈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우리 같이 타투할까. 날개뼈에 같이 해보고 싶어.


싫었다. 문신 새기는 것이 싫어서 싫다고 말해버렸다. 그때 카스미가 많이 나한테 투정을 부렸다. 마치 아이처럼 굴었다. 그래서 약속했다. 삼십이 된 기념으로 하자고. 카스미는 환하게 웃으면서 좋다고 했다. 꼭 하자고, 나에게 몇 번씩이나 다짐하게 만들었다. 나는 카스미에게 왜 타투를 새기고 싶냐고 물었다.


너의 존재를 내 몸에 새기고 싶어. 잊어버리고 싶지도 않고 잃어버리기도 싫으니까, 그니까! 하자!  


새길 것 그랬다. 온 몸에 새겨버릴 것 그랬다. 어차피 너는, 토야마 카스미는 내 온갖 것에 스며들어버렸는데. 그깟 타투쯤이야 하고 해버릴 걸. 내가 잘못한 것들을 곱씹으면서 나는 울었다. 너의 말을 한 마디도 흘러 듣지 말 걸. 너가 좋아하는 것을 다 하고, 나의 자존심과 이기심을 좀 더 절제했었을텐데. 너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어린애같은 목표라고 괜히 너에게 화내지 말 걸 그랬다. 노래말고 다른 것도 있지 않을까, 방황하던 시절을 항상 웃으면서, 기다려줬던 너를 더 울지 않게 할 걸 그랬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를 지켜주는 너를 더 안아줄 걸 그랬다.





다시 읽으니까 되게 평범한 이야기넹

드디어 썼다 카스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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