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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나이 차를 줄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ㅇㅇ(1.250) 2018.03.31 23:24:18
조회 2171 추천 48 댓글 9
														


"...신이시여,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하나는 레나의 손에 얌전히 붙들려 제 눈을 초롱초롱한 청안으로 마주보고 있는 박사님을... 정확히는, 매우매우매우 작아진 박사님을 내려다보았다. 고작해봐야 네 다섯 살처럼 보이는 박사님에 레나는 그 날 처음으로 입을 다문 상태였다. 자신의 손 안에 있는 작고 어린 생명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녀 자신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음, 일단. 박사님. 저희 누군지, 기억 하시...?"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 고개가 너무나 귀여워 속으로 터져나오려는 심장을 간신히 다독인 하나는 머리를 정리했다. 이 일을 누구한테 물어보지? 시간 가속기로 생긴 문제니까 레나 언니가 전문일텐데. 근데 장본인이 저렇게 얼어있으면 아무리 나라도 물어보는데 죄책감이 생긴다고?! 아니면 윈스턴? 출장 간 걸로 아는데? 아나 사령관님? 박사님 자라게 한답시고 강화제 쏘실 수도 있어. 절대 안 돼. 파리하 언니? ...그 사람은 내가 질투나서 안 돼. 아멜리 언니? 안 쏘면 다행이지! 솔져 아저씨? 자리야 언...


하나는 생각하길 그만뒀다.


-------------------------------------


의외로 위도우 메이커, 그러니까 아멜리가 상황의 적합자였다. 시간가속기로 그 블루베리 같던 피부를 되살리고, 오버워치로 돌아온 그녀는 하나의 생각보단 얌전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말을 걸었다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나 이런 상황으로 마주치고 싶은 사람도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몇 번이나 덕분에 머리통이 날아갈 뻔했는지, 항의도 했었지만 박사님이 간신히 간신히 뜯어말린 덕에 투덜거리면서도 동료로 인식은 해놓은 사람. 윈스턴이 새로 발명한 시간 가속기 앞에서 멘탈이 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의 박사님만 망연히 쳐다보고 있던 레나와 저를 발견한 것도 그녀였다.


"어른이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거엔 이유가 있단다. 아가."


"누구더러 아가라는 거야. 박사님 내놔요."


그러나 박사님은 아멜리가 건넨 막대사탕을 굉장히 흥미롭게 받아들였고, 계속 꼼지락대는 것도 멈춘 상태였다. 내가 안았을 땐 계속 빠져나오려고 하셨으면서. 속으로 부루퉁해진 하나를 본 아멜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안고 있었으니 당연히 애 입장에선 싫다고 하는 거지. 아기를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는 거야?"


...그 정도로 이상하게 잡고 있었나. 나.


"됐어요. 그나저나 누구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 왜 사람들도 없는 휴게실로..."


"몰라서 묻니. 아나에게 물어봐야지. 우리의 사랑하는 의무관이 이런 몸상태면 기관 전체에 마비가 올 텐데 사령관이 상황을 모르면 쓰나."


"...박사님에게 강화제 주사를 쏘면-"


"커봐야 다섯 살도 안 되보이는 애한테 총을 쏘겠어?"


그것도... 그렇네. 그러나 어찌 되었건 박사님을, '앙겔라'를 남의 손에 맡기기 싫었던 하나는 재빠르게 아멜리의 손에서 박사님을 빼냈다. 똘망똘망한 푸른 눈이 잠시 혼란으로 가득 차있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냥 나한테 맡겨. 너 얼굴 지금 정말 위험하거든? 여러 의미로."


"내가 뭘 어쨌다고요. 아까부터 시비야."


"그대로 뒀다간 지엄하신 미성년자 보호법에 걸릴 거 같아서."


---------------------------------------------


"그러니까... 우리 앙겔라가 이렇게 변해버렸단 말이지?"


한참 동안이나 껄껄 거리며 웃던 아나가 마침내 내뱉은 말은 그것이었다. 약 1분간의 멈추지 않던 웃음을 인내심을 담아 버틴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혼났다면 마음이 그나마 좀 편해졌을 텐데 이렇게 아무 해프닝도 없었던 것처럼 호탕하게 웃는 사령관님을 보는 것은 하나에게 역효과를 일으켰다. 아무나 나 좀 혼내줄래요? 잘못했다면 잘못했다고 말 좀 해주라고요오!


"이야... 어려졌다길래 그래도 한 10년 20년 젊어진 걸 예상했더니 왠 아기를 데려왔어. 새로운 몸에 들어간 기분이 어때, 치글러?"


박사님은 그 말에 대답하듯 행복한 표정으로 아나의 소총을 잡아당겼... 잠깐.


"박사님! 그거 위험해요! 스토오옵!"


박사님이 상대를 못 맞췄다는 소식에 자신이 이렇게 기뻐할 일은 이게 마지막이 되리라. 아기 앙겔라, 아기 치글러. 통칭이야 어쨌든 방 안의 유일한 아기에게 자비를 받은 하나는 바로 옆에 꽂힌 강화제-장전되어 있던 것이 분명한-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그저 웃고 있었다. 아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데 그렇게만 웃고 계시면-


"윈스턴에게 연락은 해보마. 어차피 요즘은 일도 없고, 탈론 놈들도 움직임이 적어지고 있으니 우리 아기 의무관에게 하루 정도 휴식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대신 하나 네가 책임자로 있어야 한다."


네?


항의를 하기도 전, 아나의 방문이 닫혔다. 박사님을 품 안에 안은 자신은 아멜리의 손에 붙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


글은 처음 써보네... ㅠ 그런데 하나메르 입덕하고 나서 이런 내용인 글은 못 본 거 같아서 한 번 써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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