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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반짝 두근 백일장) 봄 후편

사약한뚝배기(125.177) 2018.04.03 23:57:01
조회 835 추천 1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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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댓링)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193347&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사약한뚝배기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오른다. 허벅다리부터 몸을 기고 올라오던 간지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 큰 간지러움이 왼쪽 가슴 부근부터 퍼지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없이 달리다가 멈춰보니 어느새 교문 앞이다.


쿵, 쿵, 쿵….


온몸에 고동이 울린다. 제가 그리도 노래를 부르던 별의 고동과는 조금 다르다. 그런데도 그 기분 좋은 고양감에 기분이 이상해진다. 기분이 좋은데, 기분이 이상해지다니. 진짜 이상하네. 뛰어서 그런 걸 거야. 기다려보지만 고동은 쉽게 멈출 생각을 않는다. 당혹스럽다. 


카스미는 손을 들어 왼쪽 가슴에 올려본다. 울림이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손을 조금씩 옮겨본다.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울림이 작아진다. 그렇지만 몸을 울리는 고동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너무 뛰었나, 머리도 어지럽다. 핑 도는 와중에도 머릿속도 울린다. 쿵, 쿵…….



“아, 기타!!!”



카스미는 놀라 외친다. 지금은 가지러 가기 이미 늦었다. 늦었다고, 카스미는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그보다도 지금 그녀가 사요를 마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애써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와서 학생회실에 가봤자 아무도 없을걸. 카스미는 자신의 묘하게 들뜬 발걸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저 다시금 집을 향해 뜀박질을 시작한다. 그녀의 뒤를 작은 흙내음과 꽃향기들이 차례로 따른다. 따뜻해진 날씨에, 길어진 해는 아직도 저 위에 있었다.


그 날 저녁 집까지 뛰어간 카스미는 뻘뻘 흘리는 땀을 식히고자 바로 욕실에 들어갔더랬다. 머리 위에 샤워기로 물을 흩뿌리며 그녀는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사요 선배랑 학생회 실에 있다가, 밖을 보고 있었는데. 사요 선배가 불러서 뒤를 보니까, 갑자기 사요 선배가,..



손가락을 하나, 둘 접으면서 중얼거리나 싶더니, 찬물로 식힌 보람도 없이 귀 끝까지 다시 새빨개진다. 조심스럽게 닿아왔던 부드러운 감촉이 생각난다. 자신도 모르게 검지로 아랫입술을 살살 매만지다가, 엄지와 함께 만지작거린다. 그러다가 손등으로 입술을 꾹 누른다. 아까 맞대었던 부드러움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런 건 보통 남녀끼리 하지 않아? 아니 그 이전에, 사귀는 사람들끼리.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잖아? TV에서는 그랬는걸. 그럼 사요선배는 나를 좋, 좋아하시는, 건가?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아니면 외국에서는 키스가 인사라던데 그런 의미일지도. 그쪽이 자연스럽지 역시.


그러다가 문득 아까의 장면이 떠올라서 결국 카스미는 으악, 하면서 얼굴을 꾹 누른다. 소녀는 이런 종류의 감정에 취약했다. 평소 그렇게 외치던 두근두근 과는 분명 다른 두근두근. 심장이 두근대는 건 똑같은데 무엇이 다른 거야. 카스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정말 모르겠다고. 어째서 두근거림과 동시에 심장이 꽉 조여 오는 건지. 


결국 머릿속 정리는 글렀다. 카스미는 거품타월로 괜히 허벅지 뒤쪽을 슬슬 닦는다. 단단하면서 부드러웠던 그 연약한 손길이 생각난다. 카스미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허벅지의 붉은 반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에도, 간지러움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까지도 카스미는 결국 학생회실에 가지 못했다. 하나둘 사라지는 붉은 흔적이 묘하게 아쉬움을 느꼈다. 아쉽다고? 카스미는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알지 못한다. 제 감정에 놀라 움츠린다.


카스미는 그런 아이였다. 고양이를 닮은 소녀는 아쉬움이 어디에서부터 피어오르는지, 그 기저가 되는 감정에 이름을 섣불리 붙이지 못한다. 직관적인 그녀는 그저 온몸으로 느낄 뿐이었다. 


괜스레 양손으로 치맛자락 뒤를 정리하면서, 허벅지 뒤까지 죽 쓸어내린다. 간지러움은 이제 느껴지지 않았다. 풀독은 이미 사라졌음에도, 사요가 남긴 독은 남아있었다. 풀보다 독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카스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제 시험이 시작될 쯤이어서 밴드 연습은 없었다. 비교적 카스미보다 성실한 포핀 파티의 멤버들이 당분간 연습은 미루자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날 카스미는 혼자 잔디 위에서 연습하고 있었다.


멤버 중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카스미는 우물쭈물하며 혼자 계속 곱씹고 있는 것이었다. 뭐지, 왜 그러셨지, 난 또 왜 이래. 


괜히 공책 구석에 초록색 펜으로 잔디를 그린다. 그 옆에 꽃도 그려보고, 차츰 그 행위에 폭 빠져든다. 빨간색 펜도 꺼내어 기타를 그리려던 때에 누군가 그녀를 부른다.



카스미 짱.

응?

밖에 선배가 불러.

어? 고마워!



카스미는 누굴까, 궁금해하며 나간다. 으음~직접 온 거면 역시 아야 선배겠다. 이번에 신곡 잘 들었다고 해야지. 아! CD 가져와서 사인 받을걸. 아야 선배, 그러면 기뻐하시니까. 카스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교실 밖으로 나간다.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자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



토야마 씨.



카스미는 귀에 꽂히는 차분한 목소리에 당황한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허나 제가 생각했던 목소리가 아니여서, 순간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사, 사요 선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그, 날 이후로…. 카스미는 의연한 척 인사하다가 아차 싶었다. 대체 '그 날'이라고 왜 말한 거야?! 애써 웃어보이던 표정이 당혹스런 얼굴로 슬슬 바뀐다. 카스미는 원래도 제 감정표현을 조절하는데 능숙지 않았다. 하, 하하…. 그저 웃는다. 


그런 카스미의 표정에 사요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는다. 카스미는 그 모습에 더 당황하여 입가가 망부석처럼 굳는다. 둘 사이에 이미 말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상한 표정이 오간다. 



…토야마 씨. 자리를 옮길까요?

넷, 콜록!, 크흠! 네, 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사요였다. 놀란 카스미가 급하게 대답하다가 사레가 들린다. 카스미는 입을 한 손으로 가리고 사요의 뒤를 쫄래쫄래 따른다. 큼, 크흠 거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사요는 괜찮냐며 뒤를 돌아봤다가 화들짝 놀라며 괜찮다 하는 카스미의 모습에, 더는 묻지 않는다. 다가가지도 않았다. 사요는 제 경솔한 행동의 결과에 속이 쓰리다. 그래서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토야마 씨. 내가 찾아온 건..”

“네, 넵.”

“알고 있겠지만…, 학생회실에 토야마 씨의 기타가 있어서. 그래서….”

“네, 네! 맞아요. 조만간 가야지~했는데. 하하. 어찌어찌 미루다가…,”



교내에서도 기타를 매고 다니는 그 ‘토야마 씨’ 가 기타를 가지러 오는 것을 어찌어찌 미룰 리가. 사요는 명백히도 자신 때문임을 안다. 알아서, 그래서 결국 먼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날, 그. 내가 했던 행동…”

“네? 아!!네 알죠, 그, 그. 네. 그거요.”

“응, 그래요. 그거….”



그 누구도 그 행위의 이름을 꺼내지 않는다. 행동, 그거. 그저 그렇게 말한다. 이미 둘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벌겋게 익어있다. 그 이상 했다간 누구 하나가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미안해요. 그냥, 그건 잊어주세요.”

“…네?”

“왜 그랬을까. 나도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정말 미안해, 이건 진짜야.”



제 마음을 견딜 수 없어 모르겠다 말한다. 창피함에도 그게 최선이었다. 사요의, 그 초원을 담은 눈이 똑바로 카스미에게 맞닿는다. 입을 맞춘 직후 자신의 눈을 피하던 사요와 겹쳐 보인다. 명백히 다른 행동인데도 그때가 스쳐 지나간다.


카스미는 당혹스러웠다. 잊어달라, 잊어달라고 말하는 사요의 말에 머리가 식는 느낌이 든다. 가슴이 쿵 내려앉아서 식은땀이 났다. 왜? 왜지? 카스미는 어어 하고 말을 끌었다. 혼란스럽다. 싫어, 싫은 느낌이야. 


자신의 감정이 정의되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카스미는 사요의 말과 제 감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결국 답을 내리진 못했다. 



“…사요 선배, 그.”

“응?”

“…어, 죄송한데. 저 그건, 그건 싫어요.”

“뭐?”



그런 아이였다. 이성보단 감성이 앞서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아이다. 직관적이다. 그녀의 감정에 누구보다 솔직하고 충실하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다. 제 몸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싫다, 잊는 건 싫다고.


사요는 카스미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보라색으로 빛나는 시선을 받아낸다. 사람이 이다지도 솔직할 수 있는 걸까. 사요는 그렇게도 감탄한다. 자신과 너무나도 다르다. 입이 말라 혀로 입술을 훑는다. 기분이 살살 올라간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근데. 그건 싫은, 기분이 들어요... 으 죄송해요 사요선배. 진짜 왜 이러지? 저 정말-”

“토야마 씨. 그 말은,”

“네?”


“좋다, 는 뜻이야?”



무엇이 좋다는 걸까. 질문을 하는 사요조차도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 짧은 입맞춤이? 아니면 그 기억이? 무엇이? 하지만 무작정 그렇게 말해버린다. 사요는 재촉하듯 한 걸음 다가간다. 그 몸짓이 성급해 보이기까지 하다. 


카스미는 꾹 입을 다문다. 곰곰이 생각한다. 제 감정에 대해, 감각에 대해, 그리고 그 기억을 반추한다.



“…그렇게 물어보시면,”

“……”

“좋은 것도…, 같고요.”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이름 붙이기를 포기한다. 사요는 참을 수 없음에 미간을 찌푸린다. 거리를 급하게 좁힌다. 이번에는 봄 탓도 못하게 생겼다. 


놀라서 성큼 뒤로 멀어지는 카스미를 따라간다. 입술을 맞춘다. 카스미는 그 뜨거움에 숨을 멈춘다. 둘은 그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한참을 붙어있다 다시 떨어진다. 둘의 숨소리가 엇박자로 겹친다. 그저 입만 붙이고 있었는데도 숨이 거칠다.


카스미의 고개가 저절로 숙어진다. 사요가 다시금 입을 맞추려 따라 고개를 숙인다. 뒷걸음질 치는 카스미의 발에 맞추어 사요의 발이 나간다. 발이 들어맞는다. 고개를 틀어 올린다.


입안으로 따듯하고 말랑한 것이 들어온다. 카스미는 다시 숨을 멈춘다. 숨이 멎는다. 생경한 감각에 그렇게 가만히 있는다. 이상한 기분에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손으로 사요의 팔뚝부근을 잡는다. 


옷자락을 꽉 쥔다. 그게 신호라도 되듯이 더 얽혀온다. 그건 너무 뜨거워서 함부로 제 혀로 손댈 수도 없었고, 물 수도 없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숨이 부친다. 카스미는 손에 힘을 더 준다. 꽉, 꽉 잡는다. 사요는 잠시 입을 뗀다. 숨 쉬어, 코로 숨 쉬세요. 그리고 다시 노크도 없이 들어온다. 다시 불이 붙는다. 목뒤로 팔을 감는다. 뜨거움을 서로에게 옮긴다. 서툰 몸짓에도 마냥 그런다. 둘은 한참을 그랬다. 













생각보다 좋아해준 갤러분들이 있어서 고마운맘에 급히 썼는데....버틸 수 있겠니..?이 사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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