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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나이 차 (3-1)

ㅇㅇ(1.250) 2018.04.04 00:19:01
조회 1368 추천 23 댓글 10
														

 

이전 편에서 이어지긴 하지만, 아마 분위기가 달라질 것... 으로 추정됩니다? 대충 개요를 짜니까 이런 글이 나왔어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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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폭발 소리가 온천지를 울렸다. 온갖 소리가 다가올 때마다 앙겔라는 움츠러들었다. 부모님의 소매 자락을 잡은 손은 점점 떨려왔고-아니, 정확히는 부모님이었던 누군가를 잡고 있는 셈이었다. 이틀 내내 폭파된 집의 벽에 다리가 깔린 채로, 싸늘해진 주검에 안겨 있는 것은 영화에서 죽어가던 사람들을 보는 것보다도 훨씬 무서운 일이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현실이었다. 닿아있는 차가운 몸도 꿈이 아니었다.

  

‘저곳에서 생체 에너지가-’

  

‘...생명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차라리 귀가 없었으면 좋겠어. 환청인지, 정말로 들리는 말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엄마, 아빠... 언제 일어나요? 이거 다 꿈이죠? 빙빙 도는 머리는 시야마저도 가리며 어둡게 만들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 지르는 고함-여기 어린 아이가 있어! 먼저 꺼내야-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아주 가까이서 그녀를 붙잡는 누군가가 느껴졌지만-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앙겔라는 푹,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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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박사님.”

  

“......”

  

“박사님, 괜찮으세요? 땀이...”

  

시야가 아직도 흐릿했다. 낯설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빙빙 도는 세상에 입은 열리지도 않았다.

  

“일어나셔서 한 번만 더 씻으셔야 겠네요. 가운도 나름 큰 거 입혔었는데 그게 다 젖었어. 으아...”

  

가운?

  

“씻고 나서 바로 윈스턴에게 가보는 게 좋겠어요. 박사님. 오늘 새벽에 일찍 도착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누구.”

  

“네?”

  

“누구야.”

  

침묵.

  

“...음, 박사님. 혼란스러우실 건 알지만 그렇게 경계 안 하셔도 되는데.”

  

“너, 너 뭐... 왜 날 박사님이라고 불러?”

  

“윈스턴 아저씨 나한테 사기 쳤나봐. 신체 나이에 맞춰서 기억하신다더니 전혀 기억 못 하시는데?”

  

윈스턴.

  

윈스... 턴. 윈스턴?

  

앙겔라는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눈앞에 있는 것이라도 똑바로 보고 싶었다. 세상이 도는 것은 둘째 치고 머리가 너무 아팠다. 가볍고도 예쁜, 듣기만 해도 좋은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것이었지만 누구인지는 짐작이 가질 않았다. 누구. 누구였...

  

“아, 신체 나이이신 건 맞는 거 같아요. 박사님 나한테 반말 쓰시는 거 처음 봐. 나름 좋긴 한데...”

  

반말은 또 뭔데. 아니 그보다 자신의 입에서 자연스레 나간 이 낯선 언어는 대체...

  

“그 와중에 한국어는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니면 12살의 박사님은 이미 세계의 모든 언어를 뇌에 프로그래밍 하셨다던가!”

  

뭐...

  

“...이건 좀 아닌 거 같아. 죄송해요.”

  

12살. 내가 12살이었던가? 그런데 왜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지? 분명히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을 챙기고 있어야 하는-

  

“혼란스러우시죠? 사실 저도 그래요. 그러니까 정말, 정말 제 말 한 번만 들어주세요. 박사님. 음... 옷부터 갈아입고 윈스턴 아저씨 보러 가요.”

  

-------------------------------------

  

“현재 신체는 아까 말씀드렸다 시피 14살 정도 되시고... 몸 상태는 다행히도 정상이세요. 혈압 수치도 그 외의 검사 결과도.”

  

“그럼 지금 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건...”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신체에 적응하려다보니 생긴 문제 같네요. 천천히 전부 기억하실 테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디바 양.”

  

그 말대로였다. 적어도 주변에 있는 것들이 서서히 익숙해져갔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눈에 익을 뿐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제 여자 친구라고 소개한 예쁜, 여자 아... 이가 아니라 언니-앙겔라는 어떤 나이에 기준을 두고 불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는 더더욱 적응이 안 됐다. 심장이 더러 쿵쾅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하나. 하나. 그게 이름이었다. 혀끝에서 나오는 울림이 좋은 이름.

  

“뭐 어쩔 수 없지! 오늘도 꼭 붙어 다니기에요? 어제처럼-”

  

움찔.

  

아, 닿으려는 손길에 황급히 물러난 저를 보며 놀란 표정을 한 하나-언니, 앙겔라는 속으로 덧붙였다-는, 급히 손을 물렸다. 그걸 보면서 죄책감을 느낀 앙겔라는 당황해서 뭐라도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인을 배반한 입은 쉽사리 떼어지지 않았다. 더듬거리면서라도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딱히 변명이 없었다.

  

왜? 꿈 때문에, 고작 이곳에선 30년이 지난 과거 때문에 닿는 게 싫다고 하면 그게 변명이 되겠어? 더군다나 37살의 나는, 나는... 스킨십을... 좋아했었... 나?

  

머릿속에 짧게 스치는 일련의 기억 속엔 눈앞의 하나와 붙어있는 자신이 보였다. 그 말인즉슨 하나는 닿길 싫어하는 저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저에게 다가오려고 할 때마다 그 싸늘했던 품이 생각났다. 그 기억이 소름이 돋을 만큼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어... 음...”

 

“흠, 이제 와서 낯가리기에요? 좋아! 천천히 친해지면 되지. 대신 내 눈밖에 나가면 안 돼요?”

  

알겠죠? 얼굴이 붉어질 만큼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앙겔라는 고개를 떨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귀 끝이 화닥거리며 존재감을 내뽐는 것이, 누군가가 보면 딱 놀리기 좋다고 말했으리라. 앙겔라는 두 손으로 귀를 감쌌다.

  

-------------------------------------

  

느리게 느리게 걸어 다니며 본 오버워치의 본부는 거대했다. 어려진 몸이어서 그런지 돌아오는 37살의 기억에 비하면 걸음이 좁아 너무 느긋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걸었지만. 하나가 건넨 도리토스 봉지는 뜯지도 않은 채 앙겔라는 주변을 바쁘게 돌아보았다. 뭐라도 더 보면 기억이 더 많이 나지 않을까. 특히...

  

“박사님. 저런 곳도 기억나세요? 윈스턴 말로는 주변을 보여주는 게 안정적인 기억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는데...”

 

혼자서 재잘 거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싶었다. 제대로 말한 것이라곤 고작 해봐야 네... 라며 말을 끈 대답들뿐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물론 흥미로웠고, 재미있었지만 아무것도 잡지 않은 자유로운 한쪽 손을 움직여 마주 닿기엔 겁이 났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나이가 점점 드는 식이라니, 내가 작동시켰지만 대단한 거 같아요. 오늘은 14살... 이랬으니까 내일은 이십 대의 어딘가. 정도 려나요.”

  

앙겔라가 무슨 생각을 하건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하나는 계속 말했다. 미안해진 앙겔라는 눈이라도 마주쳐보려 노력했지만 장렬한 실패를 기록했을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흐음, 어제 네 살 때도 지금만큼 귀여우셨는데. 잘 붙어있으셨고.”

  

“네... 살.”

  

“네. 메이 언니의 총을 반쯤 파괴시켜놓으셔서 곤란했죠...”

  

킥킥 웃으며 짓궂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했다. 어딘가 또 진한 그리움인지, 향수병인지 모를 감정이 마음 께에 넘어와 너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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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나누면 되나...? 도저히 수정이 안 됨 이걸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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