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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나이 차 (3-2)

ㅇㅇ(1.250) 2018.04.04 00:23:18
조회 1302 추천 26 댓글 6
														

 

기억은 거의 모든 것이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심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하나는 제가 아직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혼자서 기지를 소개하는 식으로 같이 걸어 나갔지만, 사실 닿을 것이 무서워 같이 있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더 이상한 것은, 그 무서움과 부담만큼이나-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돌아오는 감각에 자신이 14살의 몸에 갇힌 37살이라는 상황은 차마 내지르지 못한 비명을 만들었다. 차라리 어제처럼 4살의 몸으로 있었으면 하다못해 하나와 마음껏 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서도 하나에게 어떻게 그리 잘 붙어있었던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아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사실 이미 알고 있는걸.

  

분명 이 시기의 자신은 고아원에 있었다-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것은 저 하나만이 아니었고, 그랬기 때문에 고아원에서의 사람들, 또래의 아이들은 상냥한 성격이 아니었다. 육체적인 학대를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일관적인 무시와 제 노력에 대한 비웃음은 힘들었다.

  

겁이 많아 신체 접촉을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이제는 없는 가족에 대한 미련이 섞여 안기는 걸 좋아하는 괴상한 성격이라고 하면 누가 이해할까. 저 자신도 스스로가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러면서 어떻게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건지 몰라...”

  

“응? 네?”

  

“아, 아니에요. 하나... 언... 니.”

  

언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눈이 반짝이는 하나는, 남들의 눈엔 굉장히 위험한 동물쯤으로 보였으리라. 본능에 충실해지는, 아, 뭐 그런 거 있잖는가. 하지만 불행히도 앙겔라의 눈에는 37살의 시각인지 14살의 시각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처리되어 매우 귀엽게 보였다.

  

“박사님. 그냥 하나라고만 부르셔도 되요.”

  

“그래도...”

  

“언니까지 붙이면 저 이상한 취향 생길 거 같으니까.”

  

앙겔라는 눈을 깜박였다.

  

“그럼... 하나.”

  

“네, 박사님.”

  

“...이제 그냥 방으로 돌아가요. 구내식당에서 밥도 먹고...”

  

“아, 그러고 보니 배고프시겠구나. 그 생각을 못했네요. 그럼 그쪽으로 가요!”

  

이번에는 손을 잡고 가자고 할까. 하루 종일 비어있는 두 손에 미안해진 앙겔라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는 것은 여전히 입에 무언가가 달린 듯 불가능했다. 결국 이번에도 거리를 둔 채로 앙겔라는 하나의 뒤를 따랐다. 하루 종일 기지 내를 떨어져서 다닌 것 말고는 한 것도 없건만, 저녁노을 풍경은 얄밉게도 빠르게 찾아왔다.

  

------------------------------

  

귓가에 선명히 박힐 만큼 선명한 소리에 무릎에 힘이 풀렸다.

  

“박사님!”

  

“아...”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넌 지금 신체 나이가 14살인 거지, 정말로 14살인 게 아니야.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암만 14살이라고 해도, 훈련장 총 소리에 놀랄 나이가 아니라고...

  

“괜찮으세요? 많이 놀라신 거죠? 죄송해요. 훈련장만 더 보고 가려고 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아서...”

  

체구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하나는 저를 번쩍 들어올렸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접촉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도 이명이 울리는 귀 때문인지 혼란스러웠다. 계속 사과하는 하나에게 괜찮다고, 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머리가 멍했다.

  

“눈 감고, 눈 감고 계세요. 저희 방까지 금방 뛰어갈 거니까!”

  

이번엔 그 말을 들었다. 정말, 정말 무서운 속도로 뛰는 하나는 자신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게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엔 움츠러들지 않았다. 설마 이것도 꿈인가? 하루 종일 꿈 같긴 했는데. 아닌가. 아니야. 자신을 안고 있는 하나는 분명히 만질 수 있었다. 사람을 들고 뛰려니 힘이 부쳤는지 빠르게 뛰는 심박수가 닿은 피부를 통해 들려올 정도였다.

  

“하나-...”

  

“우와! 도착했다.”

  

벌써? 놀라서 돌아본 그곳엔 정확히 하나와 저가 같이 쓰는 방문이 있었다. 무서워하는 것의 순위가 한 칸씩 내려왔다. 새롭게 일 위를 차지한 송하나 양의 달리기 실력... 이게 아니라.

  

“하나, 미안해요...”

  

“응? 뭐가요?”

  

“그냥, 다...”

  

“사과하지 마세요. 박사님. 오늘 하루 종일 제가 너무 시끄러워서, 솔직히 죄송했다고요? 훈련장에 아무 생각 없이 데려간 것도 저였는걸요.”

  

“그게 아니라-”

  

“쉿. 이제 그냥 쉬기에요! 어차피 해는 이미 졌고, 저녁도 먹었겠다. 기억도 완전히 돌아오신... 건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 내내 피곤하셨잖아요. 잔뜩 긴장하신 채로 하루를 다 보내셨으니.

  

...내내 자신이 한 말이 있긴 했던가. 제대로 한 게 있긴 한가. 기억을 찾는다는 핑계로 하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이 그대로 머리에 지나가 얼굴이 붉어졌다. 신체 접촉이 무섭든 아니든 대화는 할 수 있지 않았나. 그것마저도 어물쩡 어물쩡 넘어간 지난 시간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아직도 잡지 않았던 손을, 대체 뭐라고 해야 한단 말야. 혹시 하나가 속상했다면, 아니 속상했을 건 이미 확실한데-

  

“또 무슨 이상한 생각하시는 거죠! 박사님은 너무 걱정이 많으셔서 탈이에요. 그냥 편하게 계셔도 된다니까요! 사고친 건 전데 하루 종일 눈치 보는 게 박사님이면 안 된다고요오-.”

  

“아니 그냥, 그냥...”

  

“그냥?”

  

기울어진 고개가 그 와중에 귀여워 보이는 게 문제였다. 나 지금 확실히 14살인 거 맞지? 아닌가? 37살의 마인드면 이런 생각하는 게 맞나? 영재란 소리는 숱하게 들었지만 별 생각이 다 나는 와중에 정리된 말이 나올 리 없었다. 결국 앙겔라가 꺼낸 말이라곤 이거 하나였다.

  

“같이, 같이 자는...”

  

“아, 오늘은 좀 그러시겠다. 그럼 떨어져서 잘까요?”

  

이미 그렇게 예상한 걸까.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하나에게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다는 듯 건네는 옷-레나가 그 사이 산 모양이었다-을 얌전히 받아들인 앙겔라는 자신의 손을 문득 내려다보았다. 작았다. 새삼 원래의 몸과의 차이를 느끼자 하나가 이런 저를 배려하기 위해 그러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 나 정말 뭐라고 말해야 돼... 미안해 죽겠어. 하나, 나 어떡해야 해요.

  

장본인을 옆에 두고 속으로만 묻는 꼴이 더 우스워진 거 같아 앙겔라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해선 아무 것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괴감을 뒤로 하고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

  

결국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말을 붙이지 못했다. 같이 자자고, 그 말 한마디를 하는 게 그렇게나 힘겨울 줄이야.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그 소리에 떨어진 침대에서 일어난 하나를 보며 앙겔라는 혀를 깨물었다. 결과적으론 그냥 혀만 아팠다.

  

“왜 그러세요. 박사님.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하신 거 같아.”

  

움찔.

  

“아, 말을 잘못 했다... 그러니까, 긴장하셨던 거 말하는 거에요. 혹시 저랑 같이 있는 거, 부담되셨다 던지, 그런 거.”

  

...원래 이렇게 눈치가 빨랐나? 아니, 그보다 나 그렇게 티를 낸...

  

대체 뭐라고 사과를 해야 하는 거야. 난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변명이 통하나? 연인 사이에 그런 말을 주고받는 사람이 어디 있는데. 뭐하자는 거야, 앙겔라 치글러. 어떻게 된 게 하나같이 엉망진창인-

  

어느새 하나가 자신의 침대 옆에 걸터앉아 있었다.

  

“...윈스턴 아저씨가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 시기의 박사님은 가장 예민하시고, 힘드셨을 거라고. 어쩌면 오버워치가 처음 몰락했던 그 때보다도.”

  

“......”

  

“박사님, 괜찮아요. 그런 걸로 저에게 상처를 입히셨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오히려 박사님의 새로운 면을 본 거 같아서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즐거웠는데. 내일도 다른 박사님을 만날 수 있어서 사고친 게 처음으로 뿌듯했다고요.”

  

“...그건 뿌듯해하면 안 돼요...”

  

“히힛. 그래도 너무 즐거웠던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이 상황에 책임감 안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박사님의 현재 몸에, 아무 이상 없이 적응하는 것만 생각하셨으면 해요. 그러실 거죠?

  

말문이 막힌 게 익숙해질 지경이라, 이번엔 어둠에서 보일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한 듯 하나가 제 손가락을 살짝 쓸곤 일어섰다. 예상하지 못한 감촉에 눈을 마주쳤지만 하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잘 자라는 말도 못했더라고요. 저. 그래서 이번엔 말하고 자려고.”

  

잘 자요. ...박사님.

   

잠깐 동안의 묘한 침묵이 조용한 공간을 감쌌다. 그러니까... 편안한 침묵. 따뜻한 온기 속에서, 앙겔라는 하나 쪽으로 돌아누웠다. 닿아있지 않다는 게 이렇게 원망스러울 줄이야. 내일은 기필코 옆에 딱 붙어서 자겠노라 맹세하면서, 아쉬운 사과와 약속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어려진 박사님으로 귀여운 것만 쓰고 싶었는데, 예전에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전쟁 고아로서의 메르시를 넣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어쩐지 내용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그냥 돌을 던져 주시옵소서 왜냐면 편집하다가 중간 글이 삭제되서 멘붕한 채로 끼적끼적 적은 거라서 할 말이 업써... 사실 가장 좋은 건 이 망글을 보지 않는 거지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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