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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미래에서 딸이 찾아왔다(1일차)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0.90) 2018.09.10 00:47:57
조회 1650 추천 41 댓글 10
														

※붙여적을까 분할할까 고민하다가 분량이 너무 계륵이라 1일치로 몰아서 올립니다....혹시 1편을 보신분들은 검색으로 (2)를 치신뒤 거기서부터 보시면 되요...

어제, 코코로와 말다툼을 했다.
정말로 별 일도 아닌데다가 카논씨의 중재로 싸움은 금방 중단된데다가, 자신과 코코로가 서로 사과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다툰건 다툰건지라 연습실로 가는 내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
무슨 얼굴로 코코로를 보냐, 왼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분명 자신의 잘못임이 틀림없을텐데 코코로가 먼저 사과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갑작스럽게 확 피어올랐다.
거기다가-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들어서 흠칫 쳐다봤다. 언제와? 문자 바깥에서도 냉랭함에 썡쌩느껴질정도로 세글자만 날려서 보냈다. 이거 분명히 화 안풀렸네, 미사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 연습은 쉴까, 그 생각도 했지만...

"으..."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쥐어뜯다가 결국 이도저도 못한 채 근처 공원에 걸터앉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걸로 고민한다는게 우스웠다. 지금이라도 스튜디오로 달려가서 문을 열고, 코코로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만이였으니까. 물론 코코로가 그 사과를 받아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더 문자를 보았다. 사귀기 시작한 뒤로, 아니, 밴드 시작한 이래로 코코로가 이렇게 냉랭한 문자를 보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그녀가 얼마나 화났는지 보여주는 증거겠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쳐다보자,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셸?"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미사키가 고개를 돌려서 등 뒤를 보자 금발 머리카락의 자그만한 소녀가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코코로와 똑닮은 소녀네, 코코로가 열살정도떄 저런 모습이였으려나...미사키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이 아이, 날 미셸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아마 저번에 자선공연갔을 때 있던 아이중 한 명이겠지? 미사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가에 한 껏 미소를 띄고 소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네~미셸이랍니다~"

"그 말투는 15년 전에도 똑같았구나."

쿡쿡거리면서 답변한 소녀의 말에 내 몸이 굳는게 느껴졌다. 내 표정에서 뭔갈 읽었는지 소녀가 치마자랏을 잡더니 날 향해 우아하게 인사했다.

"처음뵙겠습니다. 미셸 = 오쿠사와 미사키, 맞죠?"

"응...어라, 내 이름도 알고있어?"

"네."

당황하는 날 보며 소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큰 소리로 선언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15년뒤의 미래에서 온 당신의 딸이니까요."

*

오쿠사와 미사키는 당황했다. 이 소녀는 지금 뭐라는거야? 딸?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소녀가 어디선가 회중시계를 꺼내들더니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그보다 엄마, 슬슬 연습시간인데 안가도 괜찮아?"

"어, 응...오늘은 쉬려고. 그보다 누가 네 엄마니..."

소녀의 말에 순식간에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현실로 돌아왔다. 미사키는 그녀의 옆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코코로, 그렇다. 지금 눈 앞의 소녀가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 날 소녀가 잠시 바라보더니 자그만한 손을 뻗어 소매를 잡아당겼다.

"엄마, 연습에 가야해. 안가면 큰 일이 벌어진다고."

"큰 일? 큰 일은 지금 벌어졌어. 코코로를 화나게 했다는게 얼마나 큰 일인데."

"그러니까, 그거떄문이라도 연습에 당장 가야 해. 안가면 엄마가 죽는다고."

죽어? 소리를 듣고 잠시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이내 웃음으로 흘러넘겼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력 좋네.

"내 말 안믿는거지?"

"응."

소녀의 말을 한 마디로 잘라끊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연습시간까지는 이제 20분 남짓, 전력으로 뛰어가면 대충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아직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 말을 안믿어준다는것에 소녀가 열받은걸까, 내 주변을 방방뛰어다니며 손을 마구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워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가 열받은 듯 볼을 부풀렸다.

"자꾸 그러면 이대로 밴드 멤버들한테 코코로엄마와 사귀고 있다는걸 말할거야?"

순간.
정말로 일순간 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소녀가 어떻게 내가 코코로와 사귄다는걸? 아직 밴드 멤버들한테는 비밀로 한 사실이였다. 가족한테도, 심지어 코코로한테도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소녀가?

"아-엄마! 슬슬 시간이야! 빨리 안움직이면 진짜로 위험하다고! 하다못해 이 공원에서라도 나가줘!"

소녀가 양 손에 힘을 주고 내 등을 밀어냈다. 일단은 나가서 얘기하자, 소녀에게 말하며 내가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 입구까지 가는 도중에도 소녀는 뭐가 그렇게 신경쓰이는지 계속해서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이내 바깥으로 나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 그럼 대답해줘. 도대체 어떻게-"

내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등 뒤에서 쾅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해서 뒤를 쳐다보았다. 졸음운전인듯 커다란 트럭이 방금 전 까지 우리가 앉아있던 장소를 그대로 짓밟고 지나가더니, 그대로 나무에 부딪혀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당황하며 소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들어올렸다.

"이걸로 믿을 수 있겠어?"

믿고 자시고.
미사키는 저도모르게 침을 삼켰다. 15년 전, 미래에서 과거로 왔다는 소녀의 주장이 맞다면 이 소녀는 방금 자신의 목숨을 구한게 된다.
물론 그 주장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방금 일어날 사고를 예측하고 자신을 위험에서 구하지 않았는가.

"묻고싶은건 많겠지만 일단 연습에 가자, 엄마! 자세한건 모두 모였을때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아!"

"...아, 응. 그래."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사키는 발걸음을 옮겼다.

*

연습실 앞에서 휴대폰을 손에 쥔채 초조하게 앞 뒤로 왔다갔다 거렸다.
기세에 떠밀려서 오긴 했지만 코코로를 볼 낮짝이 안됬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사과해야하나, 어쩌지, 어쩌지-
그런 날 보더니 소녀가 피식 웃더니, 양 손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야, 잠깐-!"

말리는것도 이미 늦었다.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나, 문을 활짝 연 소녀 너머로 코코로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멤버들은 아직인걸까.
늦었네-말을 하며 코코로가 고개를 들더니 날 보자마자 환하게 미소짓다가 어제의 일이 떠올랐는지 순식간에 냉랭해져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늦었네?"

마치 유키나씨같아-그렇게 말하면 분명 혼내겠지. 대신 다른 말을 꺼내들었다.

"사고에 휘말려서."

"사고?"

말 한마디에 방금 전 냉랭한 태도는 어디로 가고 코코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몸은 괜찮은거야? 다치지는 않았?
여러가지 안부를 묻는 코코로의 모습을 보니 이곳에 오기 전 내가 고민했던게 바보같았다. 눈을 감고 한번 진정한 뒤에 코코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것보다 미안 코코로, 어제는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

"...아냐! 내가 심했어! 무엇보다도 미사키의 웃는 얼굴을 못보니까 나도 슬퍼졌는걸!"

아하하,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연습하자는 코코로의 말에 금방 갈아입고 온다며 밖을 나가려고 하자 소녀가 양 손을 흔들었다.

"잠시만, 왜 날 무시하는거야 엄마?"

그리고 그 한마디에-
방금 전 풀렸던 코코로의 태도가 순식간에 다시 냉랭해졌다.

"-엄마?"

"아니, 저, 그러니까 코코로씨. 이건 그런게 아니라요...친척 아인데...저기..."

어째서 자신이 필사적으로 변명하고있는걸까. 울고싶은 심정이였지만 일단은 이 상황을 넘겼어야 했다. 코코로의 눈에서 빛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디의 어떤 년이야? 내 미사키한테 손댄건?"

"오해야, 코코로. 오해...저기, 너도 한마디 해주지 않겠니?"

옆의 소녀를 보며 옆구리를 쿡쿡찌르자 소녀가 환하게 미소짔더니 코코로에게 그대로 달라붙었다.

"와! 15년전의 엄마도 독점욕 심한건 똑같네!"

"엄마?"

"15년전?"

나와 코코로가 동시에 의문을 표하면서 당황했다. 엄마는 나라고 하지 않았었어? 15년전이라니 무슨 뜻이야? 같은, 서로 다른 이유로 혼란스러워했지만.
혼란스러워하는 우리 사이로 소녀가 우아하게 고개를 꾸벅였다. 이어서 주머니에서 펜던트를 꺼내들어 그것을 열더니 우리에게 건내주었다.
그것을 받아서 코코로와 동시에 들여다보자 안쪽에는 사진이 놓여져있었다. 갈색머리의 소녀와 금발머리의 소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로 웃고있는-

"잠시만, 이거 나랑 미사키잖아!"

코코로와 활짝 웃으며 눈을 번쩍였다. 나 역시 조금 당황했지만 속으로는 내심 기뻣다. 그렇지만 한 가지, 왜 이런 사진을?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소녀가 답변했다.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내 성은 츠루마키. 15년 뒤의 미래에서 엄마를, 오쿠사와 미사키를 구하기 위해 왔습니다!"

"츠루마키? 잠시만, 그 소리는-"

"네에!"

당황해 하는 우리 둘의 등 너머로 문이 열리더니, 나머지 멤버 세 사람이 들어왔다. 잠시만, 지금은 안되는데...!
세 사람이 인사도 채 꺼내기 전에 소녀는 활기차게 웃으며 양 팔을 활짝 벌리더니.

"츠루마키 코코로 엄마와 오쿠사와 미사키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에요!

폭탄을 터트렸다.


(2)


카오루씨와 하구미가 있으면 얘기가 복잡해질 것 같다며 아이가 억지로 두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자 연습실 안에는 나와 코코로, 아이와 카논씨 네 사람만이 남게됬다.
그리고 네 사람 가운대에서, 그 어떤말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죄라도 지은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살며시 들어올리자 화가 많이난듯한 표정의 카논씨가 시야에 들어왔다. 옆에는 코코로가 사람속도 모른채 아이...아니, 이렇게 부르기 좀 그렇지만 딸을 품에 꼭 껴앉은 채 뺨을 비비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렇게 보니까 진짜 닮았네. 코코로가 두 사람인 것 같아...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휘저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하는게 중요했다.
변명을 하기위해 미사키가 입을 열려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딸이 그 앞을 치고나왔다.

"미츠바라씨죠? 엄마...코코로 엄마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그 한마디가 뭔가 스위치를 누른 것 같았다. 방금 전 까지 조용히 있던 카논씨가 입을 열었다.

"미사키쨩, 도대체 이 아이는 누구야?"

입은 웃고있었지만 눈은 완전히 죽어있는 눈이었다.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침을 삼키며 말을 고르고 있자 코코로의 품에 앉겨있던 딸이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러면 다들 모였으니까 이제 얘기할께요. 마츠바라씨, 코코로엄마, 미사키엄마. 아까도 말했지만 전 15년 후의 미래에서 미사키 엄마가 죽는걸 막기 위해서 왔어요."

"죽어? 미사키짱이?"

나와 코코로는 이미 한번 들은 이야기라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카논씨는 아까 제대로 듣지 못한듯 했다. 처음 듣는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앞으로 3일간 엄마는 수많은 죽음의 위험을 겪게되요. 당장 오늘만해도 제가 오지 않았더라면 세번정도 죽었을걸요?"

그 말에 아까 공원에서 굉음을 내며 자신이 앉은 자리를 덮친 트럭을 떠올렸다. 저도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는것이 느껴졌다.
카논씨는 아직 믿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딸이 이해한다는 듯 아까 우리에게 내밀었던 팬던트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그녀가 팬던트를 열어보더니 그 안에 든걸 믿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체념한듯 한숨을 내쉬며 그걸 다시 돌려주었다.

"그렇지만 그 일이 전부 끝나면 3일 후...이 사진에 찍힌대로 두 사람은 약혼식을 치루고, 빠른 시일내로 결혼하게 되요."

"우리가 결혼한대, 미사키!"

코코로가 손뼉을 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조금씩 새어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지만 카논씨 앞이었기에 최대한 자제하며 헛기침을 한 번했다.
반면 그 말을 들은 카논씨는 더이상 표정관리가 안되는 듯 완전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쨰서 저렇게 슬퍼하는걸까, 생각하고있자 절망에 가득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미래는 못바꾸는거야?"

"이미 제가 태어나서 과거로 온 이상 확정된 미래에요.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바꾸지 못할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가 내게 달라붙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어째서-품 안에서 흐느껴 우는 카논씨를 보면서 당항했다. 코코로 역시 적잖게 당황한듯 평소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째서 코코로야? 품 안에서 카논씨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고 자리를 박차고 문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오루씨와 하구미가 당황해하며 그 뒤를 쫒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한발짝 늦게 상황을 파악한 나와 코코로가 뒤따라갈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딸이 크게 손뼉을 쳤다.

"얘기 안끝났어요, 두 분 다 자리에 앉아주시지 않겠어요?"

그러더니 나와 코코로가 뭔갈 얘기하기도 전에 문쪽으로 가더니 그대로 쾅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못나가게 하겠다는 듯 그 앞에 주저앉았다. 할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자 코코로가 나를 보고 말했다.

"미사키, 카논이 왜 나간건지 알고있어?"

"아니...나도 잘 몰라. 왜 울었는지도 모르겠어."

우리 둘이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더니 명백하게 당황한 표정이었으니까 원인은 그게 아닐까 싶었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하고있자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여전히 둔하네, 그러니까 15년 뒤에도 엄마한테 잡혀사는거야."

순식간에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온 딸이 다시 코코로의 품에 앉겼다. 순식간에 코코로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져 무심결에 코코로 옆에 바짝 붙어앉았다.

"잘들어 엄마. 마츠바라씨는 자신을 바꿔준 사람이라면서 미사키 엄마를 좋아했어. 그렇지만 성격이 굉장히 소극적이여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가 며칠 전에 겨우 고백하기로 마음먹어.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연습이 끝난 직후 마츠바라씨가 엄마한테 고백을 해. 그렇지만 엄마는 이미 코코로엄마와 사귀고 있는 상태, 거기다가 그걸 모두에게 숨기고 있어서 당황하게 되고, 결국 그 사실을 솔직히 마츠바라씨한테 고백해."

그제서야 카논씨의 반응이 이해가 됬다. 동시에 마지막으로 흐느끼면서 외친 말의 의미 역시.
어째서 카논씨가 아니라 코코로를 고른거야-그런 의미인건가.

"그런데 그걸 알고있다면 어째서 카논이 듣는 앞에서 그 말을 한거야? 카논, 굉장히 슬퍼보이는 얼굴이었어!"

코코로가 딸을 내려다보며 말 한 것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걸 굳이 카논씨 앞에서 할 이유가 있던걸까?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그럴싸한 발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러니까 카논씨가 내 입으로 코코로와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듣고 포기하는 것 보다, 미래에 확정된 일이라고 너에게 들어서 날 포기하는편이 더 상처가 적을거라고 생각했던거야?"

순진하게 대답한 나에게, 그녀는 피비린내나는 답변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응, 그런것도 있고...미사키 엄마가 직접 말한 미래에서는 마츠바라씨가 엄마를 죽여."

그 말에 나와 코코로는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 카논씨가? 그 순박하고 착한 카논씨가 살인을?
좀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는 내 말에 그녀가 종이를 펼쳐들고 거기에 적힌것을 읽기 시작했다.

"세간에서 말하는 얀데레, 그런거였던 모양이야. 미사키 엄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마츠바라씨가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를 찌르고 영원히 함께야 그렇게 웃으며..."

나와 코코로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서로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 탁 소리가 나게 종이를 덮으며 품에 넣은 소녀가 밝게 웃으며 양 손을 펼쳤다.

"뭐 그래! 그래서 그냥 바로 앞에서 얘기한거야. 엄마가 말한 이유도 있고, 결과적으로 엄마와 코코로 엄마가 사귄다는 말은 안했으니까 상처는 더 적게 받아서 살인까지는 안가게 된다고 하거든...응, 그보다 엄마, 슬슬 장소를 옮기자. 스튜디오도 이제 위험해."

시계를 꺼내서 들여다본 소녀가 코코로의 품에서 빠져나와 일어서자 나와 코코로도 무심결에 따라 일어났다.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무심결에 물은 내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두 사람이 같이 미사키 엄마네로 가면 오늘은 넘길 수 있을거야. 코코로 엄마네는 안돼. 어제 엄마가 무심결에 할아버지한테 소리친거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미사키 엄마를 찾고있을걸?"

딸을 품에 껴앉아주며 방글방글 웃던 코코로의 표정이 굳는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 있나? 물어보고싶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떄가 아닌 것 같았다. 품에서 딸이 재촉하는 소리를 뒤로한 채 스튜디오를 그대로 빠져나왔다.

*

집으로 가는 도중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딸의 말에 셋이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적당히 먹을것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잠시 기다리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코코로가 고기를 잘게 썰어서 딸의 앞에 놓아주는 사이에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뭔가 싶어서 열어보니 카논씨였다.
무슨 일이지 싶어서 문자를 확인하자 미사키는 온 몸의 피가 싸늘하게 역류하는 느낌이였다. 방금 전 까지 자신이 있던 스튜디오가 순식간에 화재에 휩쌓였다는 속보와 함께, 괜찮냐는 카논씨의 문자가 같이 달려있었다.
설마 싶었다. 아까 딸이 위험하다면서 나가자고 한 이유를 알았다.
당황해서 정면을 쳐다보자 고기를 자그만한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딸이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엄마, 왜?"

"아냐, 아무것도."

고개를 저으며 스푼을 들어올렸다. 세 사람 다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다가 문득 생각난 듯 코코로가 입을 열었다.

"맞아!"

"뭐가?"

"미래에서 온거라면 다른 멤버들은 미래에 어떻게 됬는지, 정말로 궁금해지지 않아?"

지금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갑작스럽게 궁금해졌다. 특히 카오루씨는 미래에 뭘 하고있을지 정말로 궁금했다.
어떻게 돼? 코코로가 채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가 자그만한 입을 우물거려서 입에 담긴 고기를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유감스럽게도 말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과거에서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금기거든."

"어라? 그런데 미사키가 죽는건 막았잖아."

"그건 조금 경우가 달라. 조금 복잡한 얘긴데..."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그녀가 그냥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기로 마음먹은 듯 품에서 아까 봤던 종이를 꺼내들었다.

"예를들어서 이거, 이건 미사키 엄마가 과거의 미사키 엄마한테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를 적어놓은 종이야. 난 이걸보고 과거를 바꾸고있어. 그렇지만 이게 금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야. 이건 이미 확정된 미래거든."

"...무슨소리야?"

"그러니까 그런거야, 내가 이미 태어났고, 과거까지 온 시점에서 미사키 엄마는 죽지 않는게 확정이 났어. 오히려 죽으면 안된다는거야. 그래서 나도 죽지 않게 엄마를 도울 수 있는거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라. 내가 뭔갈 잘못 건드리면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그래서 발설하는것도 금지고, 손대는것도 금지야. 나 역시 이 종이에 쓰여진대로만 손대고 있는거고."

그래서 마츠바라씨때도 커버할 수 있는 선에서 말해준거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고기를 하나 더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렇게 말하는게 온 몸으로 보였기에 나와 코코로는 말하는것을 그만두고 밥을 계속 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충 다 먹어갈때즘 코코로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딸은 냅킨을 꺼내서 입을 슥슥 닦았다.
아무래도 그렇게 급한 전하는 아니였던듯 코코로가 금방 자리로 되돌아왔다. 무슨 전화냐고 물어보자 이대로 바로 집에갈 수는 없으니 사용인들에게 필요한걸 가져다달라고했다고 대답했다.
이제 갈까, 코코로의 말에 셋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가는길에는 딱히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종이와 시계를 몇 번 들여다본 딸이 오늘은 더이상 별 일 없을테니까 푹 쉬어도 된다는 말에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침대에 몸을 던질 수 있었다.

"미사키! 물받아놨어!"

이미 집에 몇 번 와서 익숙한 듯 코코로가 욕실에 물을 받은 뒤 내게 알려주었다. 알겠어, 손을 들어서 적당히 대답한 뒤 배게에 머리를 파묻은채로 옆을 흘낏 쳐다보았다.
제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인가 잠든 딸이 옆에서 자그만한 숨을 색색 내쉬고 있었다.
진짜로 코코로와 똑같이 생겼네, 근데 눈은 나와 똑같아. 그런 생각을 하며 뺨을 만지자 예상외로 보드라운 감촉이 손 끝에 느껴졌다.

"귀여워라..."

쿡 웃으며 팔을 뻗어서 그녀를 껴앉아주자 내 품 안으로 더 파고드는걸 느낄 수 있었다. 품 안에서 엄마, 하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미사키는 저도 모르게 피로가 몰려오는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오늘 정말 고된 하루였다. 트럭에 치일뻔하고, 카논씨한테 원망받고, 방금 전 까지 있던 스튜디오가 불타고...
자신은 오늘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 처한걸까.
그리고 그걸 이 아이가 몇 번이나 구해준걸까.
아마도 내일 모레까지는 안심하고 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코코로와 결혼해서 이런 귀여운 딸을 가진다는걸까? 여자끼리 아이를 가진다는건 생각도 못해봤지만 코코로니까, 거기에 츠루마키가니까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삼아 말한 미셸랜드가 하루만에 건설되기도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자신과 코코로의 사랑의 증거가 지금 자신의 품 안에 있지 않은가.
저도모르게 미사키가 미소를 짓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지금은 조금 쉬어야할 것 같았다.

"30분만..."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미사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미사키! 목욕준비 끝났어!"

밝게 웃으며 코코로가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멈췄다.
침대 위에서 미사키가 딸을 껴앉은 채, 그대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하긴, 오늘 많이 피곤했겠지. 코코로가 미사키 옆으로 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란히 자고있는 두 사람은 정말로 쏙 빼닮아있었다. 미사키는 몇 번이고 코코로와 똑닮았다는 표현을 했지만, 머리카락을 제외한 이목구비나, 눈동자는 미사키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이 아이가 나랑 미사키의 사랑의 증표인거네!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어졌다.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 코코로가 미사키의 반대편에 누워 딸과 미사키를 동시에 껴앉았다.

"우후후, 잘자. 미사키."

그렇게 말하더니 코코로가 반대편에서 자고있는 미사키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잘자 미사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실한 만족감을 느끼며, 코코로 역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아까도 올렸지만 재미가 반감된것같네요...박수칠때 떠날껄 싶기도한데 요즘 통 소재도 없고 완결내고 싶기도 해서...

※2일차는 대충 기틀은 잡았지만 어떤식으로 풀지는 써봐야 될 것같아서...아마 이번주내로는 올라오지않을까 싶습니다. 정 재미없다 싶으면 중간에 한번올려보고 반응보고 터트릴려고요...

※카논이 왜 얀데레냐...는 사실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떠올라서...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고싶어요...

※카오루랑 하구미 분량이 실환가 싶겠지만 저게 전부입니다. 다케릭등장시키는거에 약해서...저 셋만 출연시키는데도 코코로 분량봐요. 엉엉. 이게 다 미숙한 작가탓입니다.
사실 카오루 말투 쓰기힘들어서 그ㄹ...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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