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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 짧은 글 보고가라

ㅇㅇ(59.7) 2017.08.30 23:45:09
조회 1320 추천 26 댓글 4
														

으음.


아직 잠이 덜 깬 앙겔라의 첫 마디였다. 4:30. 오랜만의 휴일인지라 알람시계도 맞추지 않고 잠들었건만, 여전히 이른 시각을 띄우고 있는 시계를 본 앙겔라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대로 다시 잠들까, 조금 더 쉬고 싶어. 무심코 옆자리로 손을 뻗은 앙겔라는 크고 폭신한 베개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 그 냄새를 깊이 들이쉬었다. 향긋한 라임향 샴푸 냄새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함께 뒤섞인 연인의 체취에 절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앙겔라는 하나의 베개를 조금 더 끌어안고 있기로 했다.


달그락, 부엌에서 식기들이 부딪는 소리가 들리자 앙겔라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베개를 끌어안고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어젖힌 앙겔라는 스토브 앞에서 실룩거리는 엉덩이를 마주하고 약간 부은 눈을 더욱 가늘게 그리며 바보처럼 헤실 웃고 말았다.


좋은 아침, 하나.

푹 잤어요? 잠꾸러기!


잠꾸러기라니, 앙겔라가 자신에게 성큼 다가온 하나의 부드러운 품에 폭 안기며 바라본 창 너머로 산등성이에 걸친 오렌지빛 태양이 여기저기 금빛 화살을 뿜어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휴일은 휴일이구나. 약간은 허탈한 기분과 함께 노을져가는 태양을 바라보다 어느 순간 올려다본 하나의 눈동자는 놀라울 만큼 맑은 갈색 빛을 띄고 있었다. 어느 샌가 앙겔라보다 키가 커진 하나는 앙겔라를 힘있게 안은 채로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깥 풍경이 예쁜데, 나만 보지 말고 바깥도 같이 봐요.

제 눈엔 박사님이 제일 예쁜걸요. 잘 잤어요.


이마에 한 번, 입술에 한 번 와 닿는 가벼운 키스와 함께 다가온 늦은 아침인사에 앙겔라는 다시 한 번 바보같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 베개는 치우고.


식탁에 앉아 베개를 껴안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앙겔라에게서 베개를 빼앗은 하나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접시를 내려놓았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내리 잔 탓에 배가 무척 고팠던 앙겔라는 늦은 점심일까 이른 저녁일까를 고민할 새도 없이 포크를 집어들었다. 맛있어.


맛있어라, 장은 언제 봐 왔어요?

박사님 주무실 때. 아직 거울 안 보셨구나.


하나가 내민 손거울 속에서 뺨에 옅은 분홍색 입술 자국을 붙인 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자신을 본 앙겔라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눈썹을 약간 찡그린 채 짓궂은 웃음을 마주짓는 하나를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피어오른 알싸한 행복감이 코 끝을 고소하게 간지르는 것만 같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사람과 사랑하게 되어 정말 행복해.


아잇, 간지러워요.

죄송해요, 그래도 눈 앞에 계속 아른거리기에 그만.

자꾸 그러면 파자마로 갈아입을 거에요.


앙겔라의 엄포를 들은 하나는 뜨끔한 표정을 지으며 얇은 허리께를 만지작대던 손을 거둬들였다. 일어난 이후로 쭉 네글리제를 입고 있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나 싶더라니, 이럴 땐 아직 어린아이 같다니까. 하나가 어깨에 둘러 준 담요를 추스른 앙겔라는 하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머그를 홀짝였다. 달콤쌉싸름한 캐러멜 맛이 입 안에 부드럽게 퍼지며 절로 미소를 띄워올렸다.


크림 묻었어요. 키득거리며 앙겔라의 윗입술을 훔쳐낸 엄지손가락을 가볍게 핥은 하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금 영화 화면을 향해 눈을 돌렸다. 나른한 졸음이 몰려와 눈꺼풀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커피도 마셨는데 왜 이리 졸리지, 조금 더 하나랑 있고 싶은데, 조금만 더……. 눈을 힘겹게 깜빡이며 제 얼굴을 열심히 눈에 담는 앙겔라의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뜻한 손이 어깨를 두르는 것을 느낀 앙겔라는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서늘한 겨울 아침 공기가 앙겔라의 코를 간질였다. 이불을 두른 채 부엌으로 나온 앙겔라는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밤사이 쌓인 눈밭 가운데 마당에서 현관까지 이어진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하게 입고 갔을까 몰라.


캡슐을 넣어주세요. 무심코 누른 커피 머신이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전자음을 내었다. 하나의 것, 앙겔라의 것. 두 작은 나무 상자 앞을 왔다갔다하며 잠시 망설이나 싶던 앙겔라의 손가락이 아메리카노 캡슐을 집어들자, 분홍 토끼가 그려진 나무 상자 안에 남겨진 나머지 캡슐들이 달그락거렸다.


앗, 써.


저도 모르게 혼잣소리를 내뱉은 앙겔라가 키득거렸다. 하나가 아침에 급하게 나가며 마신 듯 보이는 머그잔에 다시금 채워 넣은 커피를 바라보던 앙겔라는 잔에 찍힌 립스틱 자국에 몰래 입술을 맞추어 보았다.


박사님은 항상 달콤한 것만 드시네요.

쓴 게 싫어서요.


가끔은 작은 변덕도 괜찮겠죠. 씁쓸한 김이 피어오르는 머그잔을 들고 어린 연인을 기다리는 이의 겨울날 흰 아침이 천천히 찰랑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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