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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1

ㅇㅇ(222.111) 2018.12.02 18:15:44
조회 773 추천 2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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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니는 변했다. 아니 다시 옛날의 상냥한 언니로 돌아왔다고 하는 게 옳을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 위에 누워있던 히나는 언니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고는 문득 행복해져 작게 발을 굴렀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달고 살던 찌푸린 표정이 아닌, 옛날과 같이 상냥함으로 가득한 얼굴. 자신과 닮은, 그리고 누구보다 좋아하는 자신의 언니의 모습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오른 히나는 아깝게 흘러넘치기 직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로 나섰다.


문을 열자 복도에서 음악소리가 히나를 향해 쏟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언니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자 아까부터 신났던 기분이 더 좋아지는게 느껴져 히나는 방긋 웃었다.


평소처럼 진중하고 날카로운 음악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히나였지만, 지금 연주되는 음악은 락이라기보단 평소 자신이 주로 연주하는 팝 계열이었다. 무척 흥겨운, 통통 튀는 것 같은 그 리듬에서 칠석제 날 함께 축제를 돌았던 기억을 떠올린 히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언니의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 너머에선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인, 하지만 그러기에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요의 기타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자신의 언니가 연습의 방해를 제일 싫어한다는 걸 잘 아는 히나는 문 앞에 선 채 잠시 망설였지만, 연주되는 곡조가 익숙한 것이란 걸 깨닫고 문에 철썩 귀를 가져다 대었다.


이리저리 춤추는 듯 활발히 튀는 리듬들은, 분명 이전에 파스파레가 출연하는 방송에서 신나게 연주했던 곡인 世界は恋に落ちている. 언니가 자신의 밴드 음악을 연주해준다는 사실에 놀라우면서도 의문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런 사소한 의문보다 더 강하게 차오르는 기쁨에 히나는 노크와 동시에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음악의 파도 안으로 뛰어들었다.


연주에 열중한 그녀의 언니는 그런 히나를 눈치 채지 못하고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저런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의 곡을 연주해주다니…….

히나의 마음은 지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억눌렀지만, 노랫소리는 히나의 고동에 보다 빨리 방 안을 휘감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달달한 선율을 연주하던 사요는, 도중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연주를 중도에 멈추었다. 짧은 한숨과 함께 왼손으로 침대 위를 더듬거리던 사요는 그제서야 바로 옆에 서 있는 동생의 존재를 눈치 챘고, 짧게 비명을 질렀다.


“히, 히나! 언제부터 여기에?”

“20초 정도 전부터!”


이미 감동으로 가득 찬 히나는 당황하는 자신의 언니를 향해, 그래도 질문에 착실히 대답하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기저기 언니! 왜 갑자기 파스파레의 곡을 연주한거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금방이라도 얼굴이 닿을 듯 한 거리까지 다가온 히나에게서 사요가 고개를 홱 돌렸다. 꽤나 차가운 대응이었지만, 그녀의 귀가 이미 빨갛게 물들어있었기에 히나는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하며 작게 키득거릴 뿐이었다. 웃음소리를 통해 자신의 동생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걸 눈치 챈 사요는 헛기침과 함께 히나를 향해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히나, 들어올 땐 노크하라고 늘 말했잖니.”

“했는걸~.”


히나는 오른손을 들어 허공을 톡톡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배시시 웃었다.


“언니가 너무 열중해 못 들은 것 뿐 인걸~.”

“후우…….”

“아무튼 왜? 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잖니.”


부끄러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다소 강경한 말투에 방금 전까지 신나있던 히나가 살짝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좀 심했다고 생각한 사요는, 한숨을 살짝 내쉰 후 동생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던졌다.


“……. 그저 새로운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해서 쳐본 것 뿐 이야.”

“헤헤, 언니~.”

“히나, 갑자기 끌어안으면 위험하잖니.”


사요는 입으론 그렇게 말하며 히나를 슬쩍 밀어냈지만, 슬쩍 자리를 옆으로 옮기며 동생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히나는 그런 언니의 상냥한 모습에 눈을 빛내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듣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쿠션을 끌어안은 히나는 언니를 향해 싱그러운 미소를 보냈다.


“난 언니 기타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딱 언니! 라는 느낌이 들어서 말야. 그러니까……. 옆에서 연주하는 거 듣고 있어도 돼?”

“…….”


잠시 머뭇거리던 사요였지만, 잠시 후 자그마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히나……. 한 곡 만이야.”

“응!”


히나는 언니의 입에서 떨어진 허락에 무척 기뻐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쿠션을 꽉 끌어안았다. 사요도 자신을 구경하는 동생의 모습이 그다지 싫지 않은 듯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가 피크를 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 멋진 뒷모습에 다시금 두근거린 히나는 언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살짝 껴안았다.


“신청곡! 나 신청곡 넣을래!”

“넣는다니……. 정말, 이건 놀이가, 라디오가 아니니깐 말이지.”


사요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에 실린 감정은 그저 약간의 곤란함 뿐이었다. 그걸 빠르게 캐치한 히나는 언니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답변을 기다렸고, 이내 그녀의 언니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항복 선언을 했다.


“……알겠어. 뭘 듣고 싶니?”

“그럼, 그럼! Determination Symphony! 나 로젤리아 노래 중에 이게 제일 좋아!”


활기차게 말하는 그녀에게 사요는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히나도 그녀의 등에서 살짝 벗어나 얌전히 제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짧은 심호흡과 함께 평상시의 진중한 모습으로 돌아간 사요가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키보드가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연주였지만, 그래도 히나에게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천국 같은 연주였다. 열심히 손을 놀리는 언니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히나는 자신만을 위해 연주하는 음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음속에 전부 담고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 어라?”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예상과는 달리 약간 둔한 반응을 낸 동생의 모습에 사요는 곁눈질로 의아해하는 시선을 던졌지만, 히나는 다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언니의 연주는 히나가 느끼기엔 어딘가 가벼운 느낌이었다. 물론 언니의 연주라면 어떤 연주라도, 설령 우쿨렐레라도 두 손 번쩍 들고 대환영하는 히나였지만, 지금의, 어딘가 정신이 빠진 것 같은 연주에는 왠지 손이 올라가질 않았다. 뭐랄까,


그래. 룽-♪하고 끌리지가 않았다.


마치 눈앞에 앉아있는 자신이 아닌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게 바치는 것 같은…….


연주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영문 모를 불안감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 파란은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러선 금방이라도 히나의 마음을 산산조각 낼 듯 난폭한 폭풍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기에 히나는, 이 불안함을 지우고자, 연주를 끝내고 가볍게 땀을 닦아내는 사요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건냈다.


“어, 언니!”

“응? 왜 그러니, 히나.”

“저기……. 그게…….”


사요는 평상시와 달리 어딘가 이상한 동생의 모습에 덩달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언니의 눈동자에서 불안함을 감지한 히나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주제에 박수를 치며 황급히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어……. 맞다! 연습 끝나면 같이 TV보면서 이야기하지 않을래? 저번에 언니가 만들어줬던 쿠키랑 비슷한 과자 만드는 방송 조금 있다 한-.”

“미안, 히나.”


히나의 언니가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이제 곧 나가봐야만 해.”

“에엑?”


처음 듣는 언니의 주말 예정에 히나는 점잖지 못한 소리를 내뿜고 말았다. 버릇없는 소리를 내뱉은 동생에게 사요가 주의를 주려 했지만, 히나는 그보다 먼저 쿠션을 내려놓으며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모처럼 둘 다 밴드 연습 없는 날이라 함께 있을 수 있어 무척 기대했는데.”

“미리 말 하지 그랬니.”


사요가 기타를 조심스럽게 옆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밴드 연습이 없다 해도 개인 연습을 빼먹으면 안 돼.”

“물론 잘 알지마안…….”


자신의 냉정한 말투에 시무룩해진 히나를 발견한 사요는 동생을 달래고자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히나는 그 따스한 손길에 행복해졌지만, 언니의 손길은 평소완 달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감을 녹여주진 못했다.


그러기에 히나는, 용무를 마치고 자신에게서 떨어지려는 언니의 손을 자기도 모르게 붙잡고 말았다.


아까부터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모습의 히나에게 언니가 의아해하는 시선을 던졌지만, 히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니, 내놓을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도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히나가 망설이는 사이 길고 딱딱한 손이 히나의 손에서 빠져나가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히나는 혼자 남겨진 사이 고민해보려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계속 파도에 흔들리는 돛단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울렁일 뿐이었다.


아까부터 제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고 속으로 불평하면서, 히나는 한숨과 함께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 그런데 어디에 가는거야?”

“조금 물건 좀 사려고.”

“물건? 악기샵에라도 가려는 거야?”


악기샵이라는 단어에 생각이 닿자, 지금까지 느낀 것들이 언니의 악기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가슴 속에 날뛰는 불안감은 아까 언니의 연주를 들은 후부터 생긴 것이었으니까.


그러기에 히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렇다면 같이 가자~.”

“…….”“언니?”


거기까지 물었을 때 사요가 돌연 고개를 홱 돌렸다. 그 이상한 모습에 히나는 좀 더 캐물으려 했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히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면 큰일이 날 것 같이 느껴지는 이걸 뭐라고 정의해야하나 살짝 고민했다. 예감? 직감?


하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히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으음……. 누구랑 가는 거야?”

“……. 하자와씨와 함께 나가기로 했어.”

“또~오?”


작게 중얼거린 언니의 말에 히나는 볼을 살짝 부풀리며 과장되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요새 늘 츠구쨩이랑만 노네. 너무 츠구쨩이랑만 가깝게 지내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겠네.”

“어, 언니?”


언니의 생전 처음 보는 표정에 놀란 히나를 내버려둔 채, 사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드와 앰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처음 보는 언니의 얼굴에 히나가 벙 쪄 있는 동안 척척 정리를 끝마친 사요가 조용히 축객령을 내렸다.


“미안, 히나. 이제 슬슬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어. 아까 말했던 TV, 녹화해줄래? 내일 밴드연습이 끝나고 볼테니깐.”

“아, 응.”

“그리고 토요일이라고 너무 늘어져있지 말고. 할 게 없다면 방에서 연습이라도 하고 있으렴.”


문을 닫고 나가기 전 틈새로 보인 사요의 얼굴은 들떠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밝은 표정이었다. 머리를 흔들어 점차 마음속을 잠식하는 불안감을 대강 털어낸 히나는 문에 등을 기댄 채 멍하니 복도를 올려다보았다.


“재미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니의 방문에 귀를 대어 본 히나였지만, 이내 한숨과 동시에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놀렸다.





부끄럽지만, 리메이크입니다. 마음먹은대로 쓰여지지않아 손을 놓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누가 이걸 읽을만한 창작SS라고 갤에 추천을 해 놓으셨더라구요 ㅠㅠ


주말 내내 전체적인 줄거리 수정을 거치는 한 편 내용을 가다듬었습니다. 예전에 대강 썼을 땐 한글 문서 4장이었지만, 지금은 6장이 조금 안되네요.

아무튼 이번엔 마음 굳게 먹고 완결까지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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