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서울로 상경해서 학원 사무보조 알바를 시작한 알바생쟝은 뉴욕 출신이라는 학원에 유일한 원어민 교사쟝을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하는고야
평생 티비에서만 봐오던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눈앞에서 보니 신기한것도 잇지만 그걸 떠나서도 교사쟝은 객관적으로 조따 이뻣고 알바생쟝은 얼빠엿으니까

처음에 인사하면서 악수를 하는 도중에 알바생쟝은 교사쟝 얼굴에서 눈을 못 뗀 채로 "억수로 이쁘네..." 라고 중얼거리지만 교사쟝은 웃으면서 pardon? pardon? 하고 잇엇겟지

아무튼 나름 인상깊엇던 첫만남 이후로 같은데서 일하니까 오며가며 마주치게 되는데
같이 좀 지내보니까 교사쟝 이게 얼굴만이 아니라 성격도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잘 맞고 마음에 드는거라

영어공부는 평생을 교과서로만 해왓으니 말하는건 학생들만도 못한데도 대화할때면 한 번도 답답해하는 기색 없이 눈 찐득하게 맞춘채로 고개 끄덕끄덕 해가면서 기다리는거 하며
짐 나르고 잇으면 그 우월한 기럭지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거의 뺏다시피 가져가서 도와주는거 하며
바쁜 시간대에도 오다가다 눈 마주치면 꼭 짓는 그 눈매가 아래로 사르르 접히는 눈웃음 하며
서울은 처음이라 걱정햇엇는데 본인 수업 다 끝나고도 꼭 알바생쟝 퇴근시간까지 기다렷다가 같이 나가면서 맛집도 데려가주고 지하철 노선도 알려주는거 하며

둘이 점점 시간을 많이 보내다보니 알바생쟝 영어도 많이 늘어서 대화도 수월해지고 그렇게 늘어난 영어로 대화하다보면 교사쟝이 또 더 좋아지고
어느새 둘은 세상 친한 사이가 됏지만 이미 알바생쟝 안에서는 우정이 아닌 사랑이 싹터버린거지

그래서 좋아하는걸 들키지는 않으면서 그 마음이 속으로 곯지 않도록 나름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고안해냇는데
유행하는 인삿말이랍시고 사투리로 좋아해, 사랑해부터 온갖 남사스러운 말들을 가르쳐준고야
만날때마다 언니야 사랑한데이~ 하고 헤어질때마다 내꿈꾸레이 한 다음 혼자 만족하면서 집에 가는거지
처음에는 자기 감정을 얘기하는거만으로도 속이 후련했었는데 나중에는 교사쟝도 혀꼬인 발음으로 따라하기 시작하니까 알바생쟝은 그 고백 아닌 고백들을 들을때마다 올라가는 입꼬리와의 사투를 반복하겠지
그러다가 학원에서도 교사쟝이 좋아한데이~ 하는 바람에 욕처럼 들릴 수 있다는 둥 핑계를 대가며 우리 둘이 잇을때만 쓰는 말이라고 설명하는 사소한 해프닝도 한 번쯤 겪고

그렇게 조따 짱 친한 친구 사이로 시간이 흐르던 중에
수업에서 학생들한테 나눠줘야하는 프린트물이 인쇄 오류가 나서 급하게 재인쇄햇지만 시간이 모잘라서 선생님들한테 일일이 전달하는 대신 사무실에 쌓아놓고 그 위에 벽에다가 공지를 적어두기로 햇는데 알바생쟝이 실수로 공지에 한국어만 적어버린거야
알바생쟝이 그걸 깨달은건 교사쟝 수업이 여러 시프트 지난 뒤라서 황급히 교사쟝을 찾아갓는데
이게 웬일이야 교사쟝이 멀쩡히 수정된 프린트물로 수업을 하고 잇는거

수업중이니까 일단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한 번 생긴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고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여태껏 보지 못햇던 의아한 점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겠지
교사쟝이 알바생쟝에게 알려준 이후 둘이 자주 찾아가는 맛집은 일흔이 넘는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데 알바생쟝이 없엇을때는 주문을 어떻게 햇냐던가
자신은 못 보고 지나칠뻔햇던 행사 포스터를 알아보고 가자고 했던 일이라던가
지하철 안내방송을 들을때 영어로 방송이 나오기 전에 반응하는 점이라던가

그리고 며칠 후에 학원 건물 계단 뒷편에서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서 알바생쟝이 살금살금 다가가봣더니 교사쟝이 자신보다도 더 정확한 표준어 발음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거야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에 뒷일은 생각도 안하고 튀어나갓데 교사쟝은 여유롭게 통화까지 마치고 알바생쟝을 마주해

초등학생때부터 은평구 신사동에 살앗으며 심지어 대학교에서 국문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햇다는 얘기를 듣고 사기꾼이라며 화를 내는 알바생쟝이엇지만
한국에 잇는건 어머니 뿐이고 한국에 온 후에도 1년에도 4, 5개월은 뉴욕에 잇는 아버지 댁에서 지내며 영어만 할 줄 아는걸로 보이는 편이 오히려 "원어민 교사"라는 이미지에 도움이 됐기에 별다른 언급을 안했을뿐 자신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고 한 적이 없으니 결국 거짓말은 하지 않앗다고 조목조목 설명하는 교사쟝의 모습에 알바생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지

그렇게 일단락 되는가 싶엇으나 알바생쟝이 얼굴을 붉히면서 그럼 처음 만낫을때 되물엇던거나 당장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도 귀에 대고 사랑한데이로 인사한건 뭐냐고 따지니까 교사쟝은 잠시 말 대신에 흡사 강아지를 보는 눈빛으로 알바생쟝을 내려다보다가
첫만남때는 왠 쬐끄만게 눈을 땡글땡글 뜨고 입을 헤ㅡ 벌린채 잇다가 갑자기 예쁘다는 얘기를 하니 기분좋고 귀여워서 다시 듣고 싶어서 그랬고, 까지 말하더니 알바생쟝 머리를 품 안으로 당겨다가 또 오늘 아침처럼 귓가에 숨결이 느껴질만큼 입술을 밀착시키고는,

"그 동안 좋아한다고 했던건 한 번도 인사였던 적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