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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2

ㅇㅇ(222.111) 2018.12.04 17:58:29
조회 605 추천 21 댓글 5
														

(전편 링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1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18353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e86fa11d0283191de25edc716dfae8790c63e5c6fdc46610487a29e2e8c57a83a6973a20fd74fab89bf9338f01b11668240ea85ea832c553735b4


“그런다고 내가 정말로 얌전히 집안에만 있을 리가 없잖아~.”


카페 2층의 으슥한 자리에서 딸기 프라푸치노를 홀짝이며 히나가 중얼거렸다.

30분 전, 그녀의 언니가 나가기만을 자신의 방에서 몰래 기다린 히나는 사요가 나간 후 곧바로 그녀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연예인으로서 정체를 숨길 수 있는 제대로 된 복장을 구비해놓으라고 잔소리했던 치사토에게 감사하며, 히나는 선글라스를 잠깐 내리고 다시 한 번 광장을 내다보았다.


금요일에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난 뒤여서일까? 선글라스 틈새로 보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광장은 온통 사람들로 가득했다.


번거로운 마스크나 보라색 니트 모자만 아니었다면, 아니 적어도 언니만 옆에 있어준다면 이 분위기를 즐겁게 만끽할 수 있을 텐데!

히나는 그렇게 속으로 작게 투덜거리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내일 언니 밴드 연습만 없었어도 같이 산책나가자고 하는 건데. 아쉽네…….”


그 언니는 지금, 역 앞 광장의 벤치 앞에 선 채 오늘의 동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한 검은 원버튼 코트와 카키색 니트, 그리고 짙은 색의 청바지 차림을 한 사요는, 자그마한 손목시계를 연신 바라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아름다운 히나의 자랑스러운 언니는 자연스레 주변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사요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약간 떨어진 위치에 서로 쑥덕대던 사람들 중 몇몇이 쭈뼛대며 사요에게 다가왔고, 사요는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곤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짧게 이야기하던 그들은 이윽고 환하게 웃으며 사요에게 손을 흔들며 물러갔고, 사요는 멀어지는 그들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그들은 ‘혹시 파스파레 히나쨩의 쌍둥이 언니분이신가요? 저흰 히나쨩의 팬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하고 말을 걸었으리라. 그리고 사요는 그들을 향해 ‘언제나 우리 히나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 바랍니다.’ 라고 말하며 허리를 숙였겠지.


‘우리 히나.’라니!

히나는 상상한 것만으로도 입가가 씨익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히나 자신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악수회 때 찾아와주는 팬들에게 듣기론 자신과 착각해서 언니에게 말을 걸었을 때 이런 식으로 정중히 당부와 인사를 건냈다고 했다. 요새 다시 친절해진 언니였지만, 그래도 가끔은 동생에게 직접 말로 사랑을 전해주면 좋겠다고 히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동생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 하지만 자랑스러운 언니는 몰려왔던 팬들이 오기 전과 같이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광장 쪽을 슬며시 둘러보는 중이었다.


다시 한 번 시계를 내려다본 그녀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핸드폰을 거울삼아 자신의 옷차림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약간 굽어진 옷깃을 바르게 편 사요는 손에 쥔 핸드폰을 집어넣다 말고 갑자기 히나 쪽을 향해 몸을 빙글 돌렸다.


“이크.”

히나는 혹여 사요의 시야에 들어올까 황급히 몸을 숙였지만, 사요는 앞머리를 정돈할 뿐이었다.


“…… 그러고 보니 언니, 요새 꾸미고 다니기 시작했네. 예전엔 좀 더 쿨했다고 해야 하나, 풍기를 지키기 바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쓰고 다니진 않았었는데.”


그때도 멋있긴 했지만, 이라고 덧붙이며 히나는 빨대를 쪽 빨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언니의 변화가 자신 덕분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언니와 자주 주말을 함께 보내는 여자아이를 떠올리곤 볼을 부풀렸다.


“언니도 참, 츠구쨩이랑 만날 때마다 나에게 숨기려고 한 단 말이지. 기껏 같이 노는거면 나도 껴줘도 되잖아.”


히나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자기가 말하고도 너무 말이 안 되는 소리란 걸 잘 알기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니, 역시 같이 노는 건 좀 아니지~. 응, 그래.”


히나가 생각하는 츠구미는 항상 뒤편에서 모든 일에 열심이고 그 결과 친구들과 원만히 지내는 아이였다. 엄청 재밌게 지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후배.


그래, 어느 정도는 말이다.


“약간 편한 후배정도로는 좋지만……, 역시 언니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네.”


히나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빨대를 빨았지만, 어느새 프라프치노는 거의 다 녹아 설탕물이 되어있었다.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고개를 든 히나의 눈에 저 멀리서 밤색 머리카락의 수수한 여자아이가 황급히 달려오는게 보였다. 광장의 인파를 가로질러온 그 여자아이는 사요의 앞까지 헐레벌떡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짙은 밤색 가디건 아래에 청록색 니트와 셔츠, 그리고 연노란색의 치마라는 다소 수수한 차림. 멋지고 쿨한 사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패션이었다.


“이제 슬슬 내려가 볼까…….”


마스크를 다시 올려 쓴 히나는 밍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트레이를 들고 정리하기 전 뒤돌아본 하늘은 저 멀리서 회색빛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가게를 나온 히나는 평범한 사람 같은 태도로 광장을 향해 걸어가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몸을 슥 숨겼다.


히나가 내려오는 동안 숨을 돌렸는지 츠구미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작게 재잘거리고 있었고, 사요는 변함없이 멋진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약속상대의 숨이 가라앉은 것을 확인한 사요가 가방에서 페트병을 꺼내 건내주었고, 츠구미는 놀란 눈으로, 그리고 약간 볼을 물들이며 물병을 받아 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내쉬는 츠구미의 얼굴에 길고 단단한 손이 다가왔다. 갑작스런 그 행동에 놀란 츠구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머리를 정돈하기 시작한 손길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귀 옆의 잔 머리카락까지 정리를 마치고 떨어지던 손가락이 살짝 귀를 살짝 스쳤고, 동시에 두 사람은 모두 숨을 삼켰다.


광장 한구석에서 멍하니 서 있는 둘의 옆을 몇 사람이 지나갔을까? 물병을 쥔 채 가만히 바닥을 바라보던 츠구미가 참았던 숨을 내쉬며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그, 다시 한 번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칠칠치 못한 것도…….”

“아, 아뇨.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정말 죄송해요. 오늘 입고 올 옷을 고르다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후훗.”


당황해 손발을 허우적대는 츠구미의 모습에 평정을 되찾은 사요가 손으로 입을 가리켜 웃었다.


“오늘 옷차림도 상당히 어울리시네요. 그럼 이제 가 볼까요?”

“네, 네!”


웃는 얼굴로 걸어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뒤를 히나가 따라붙었다. 내심 예전처럼, 로젤리아의 라이브에 변장을 하고 갔었을 때처럼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랬던 히나였지만, 그녀의 언니는 오직 옆에서 걸어가는 여자만을 바라 볼 뿐이었다.


벌레 씹은 표정으로 미행하던 히나는, 작은 길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따라가며 주변의 풍경을 슬쩍 둘러보았다.


“이 방향은…… 상점가 쪽?”


시끌벅적한 광장에 비해 다소 조용하고, 군데군데 깨진 보도블럭이 방치되어있는 이 거리는 확실히 상점가로 향하는 길이었다. 물론 히나도 밴드 멤버나 친구들과 자주 방문하던 곳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었다.


데이트로 가는 곳이 겨우 상점가라니!

속으로 투덜거린 히나는 이내 당황해하며 살짝 삐뚤어진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아니 저런 애랑 언니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 인정해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아무튼!


“나라면 더 근사한 곳으로 안내했을 텐데…….”


선글라스 안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좋게 봐도 ‘들뜬 어린애와 함께 산책을 나온 언니.’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언니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늘 히나를 바라보며 웃어주던 미소와도 약간 다른, 아까 방에서 본 처음 보던 표정.


눈앞의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던 언니가 아닌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히나의 귀에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간단한 쿠키는 어느 정도 손에 익은 것 같으니 좀 더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과자를 만들어 볼 까 해서요.”

“으음. 그렇다면…….”


턱에 손을 얹고 골똘히 생각하던 츠구미가 살짝 박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아! 호두 파이는 어때요? 시간은 쿠키를 구울 때보단 더 걸리긴 하지만, 순서대로 만들면 처음 만드는 사람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좋은 의견이네요, 감사합니다, 하자와씨.”

“아뇨, 감사받을 것까지는.”

“그럼 오늘도 평소대로 지도,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사요가 걸음을 멈추더니 동행인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란 츠구미는 어찌할 바를 몰라 손을 휘저으며 황급히 말을 던졌다.


“아뇨, 아뇨, 지도라뇨! 제가 가르쳐준다 해도, 그다지 보잘 것 없으니깐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셔도…….”

“하자와씨. 저번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너무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뇨, 하지만…….”


약간 움츠려든 츠구미의 작은 손을 사요의 큰 손이 꼭 붙잡았다.


“하자와씨, 하자와씨는 좀 더 자신을 가지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하자와씨는 하자와씨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이 잔뜩 있으니까요.”

“사요씨…….”

“물론, 아직도 저 나름대로의 음악을 찾지 못한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우습긴 합니다만.”


사요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부드러운 미소에 당황을 가라앉힌 츠구미도 따라 웃음을 지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피차일반이네요.”

“그렇네요.”


키득거리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마치 불에 덴 것처럼 팟! 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고개를 슬쩍 돌리며 시선을 교차했고, 발갛게 물들은 두 사람은 눈동자를 아련히 물들이며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한 발자국 정도 남았을 무렵 차도에서 갑자기 들려온 경적음에 놀란 두 사람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한 번 살짝 떨어졌다.

그리고 힐끔힐끔 서로를 바라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이라도 손가락을 뻗는다면 금방이라도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고, 몇 걸음 안 가 손가락이 마주 닿은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금 키득거렸다.


“뭐야, 저거…….”


히나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어째서?”


멍하니 제자리에 멈춘 히나에게서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져가는 두 사람은, 잔잔한 미소와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슬쩍 손을 잡았다.


순간 히나의 머릿속에 과거에 봤었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관객들이 파스파레의 자신에게 보내는 표정.

드라마 촬영 중 맞은편에서 대사를 치던 배우가 자신에게 보내던 표정.

그리고 치사토쨩이 가끔 핸드폰을 바라보며 짓던 표정…….

그 사람들을, 그 얼굴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린 히나가 중얼거렸다.


“…… 어째서?”


히나의 눈앞에서 점점 두 사람이 멀어져간다. 그리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넣으려고 하니 무척 힘드네요; 원래는 어제 올리려고 했지만 좀 늦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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