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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라사기 치사토는 해파리의 꿈을 꾼다

ㅇㅇ(222.111) 2018.12.06 20:03:54
조회 1513 추천 3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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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파피코 23화 관련? 망상




“하아아, 오늘도 힘들었네. 정말 소속사에선 날 너무 굴린단 말이지.”

“응! 후후,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치사토쨩!”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스케쥴에 좀 더 여유를……. 어라?”


늦은 저녁, 저녁도 거를 정도로 바쁜 일정을 막 마친 난 아직도 따끈따끈한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털면서 작게 불평했다. 파스파레 전원이 아닌 오랜만에 혼자서 맡게 된 지방 로케. 그러기에 다른 멤버들이 있을 땐 하지 못하는 불만을 내뱉은 것이었지만…….


내 혼잣말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목소리로.

놀라 돌아보자 하늘색 머리와 보라색 눈을 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소녀가 침대 위에 앉아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카논?!”


그래, 카논, 마츠바라 카논. 하나사키가와 여자고등학교 2학년 A반의, 중학교 때부터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소중한 친구, 아니 친구 이상의 존재가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투명한 해파리처럼 하늘거리는 하얀 시스루 잠옷을 입은 그녀는, 마찬가지로 해파리 무늬가 그려진 쿠션을 끌어안은 채 맑은 보라색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치사토쨩? 왜 그래?”


평소처럼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린 카논이었지만, 쿠션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나체는, 아니 잠옷은 흉악할 따름이었다. 


카논은 잘 때 저런 대담한 파자마를 입고 자는구나…… 아니, 이게 아니지!

나는 적나라하게 비치는 하얀 속옷과 살결에서 시선을 살짝 돌리며 질문을 던졌다.


“……카논?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응? 그야 같은 숙소에 배정받았잖아.”

“아니 내말은…….”


돌아오는 너무나 평온한 대답에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말을 골랐다.


“여기 파스파레 소속사에서 잡아준 호텔이지?”

“응.”

“그리고 난 파스파레 소속 아이돌이니 여길 쓰는거고.”

“응, 그렇지.”


질문에 잘 대답하던 카논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치사토쨩, 괜찮아? 좀 피곤해보이는데…….”

“아니!!”

“꺄, 꺄악……. 깜짝 놀랬어.”

“아, 카논! 미안해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움츠려든 카논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난 필사적으로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는커녕 머리만 아파질 뿐이었다.


지금 카논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파스파레의 멤버라고 생각하는 상태였다. 아니, 소속사에서 잡아준 숙소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소속사에서도 카논을 파스파레의 멤버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마 이상한 건 나 자신이겠지. 카논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깐.


찜찜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난 카논 옆에 살짝 걸터앉았다. 지방의 2류 호텔 답지않게 무척 푹신한 침대가 내 체중을 부드럽게 떠받들어주었다. 


“응, 그렇네. 좀 피곤한걸지도 모르겠어.”

“그래? 냉장고에 피로회복제 들어있던데, 가져다줄게! 여기 누워서 쉬고 있어.”


난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카논의 어깨를 잡으며 만류했다. 

……살랑이는 잠옷은 무척 부드러웠다.


“아냐, 잠깐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 같아. 그런데 지금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런데,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물론이지! 치사토쨩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 뭐든지 할게.”


두 손을 꼭 그러모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카논. 난 출렁거리는 가슴에서 눈을 돌리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일단 카논, 파스파레엔 언제, 또 어떻게 들어오게 된 거였더라?”

“음…… 확실히 데뷔 1주일 전이었지? 그때 드럼을 팔려고 악기점에 가다 스카우트 당했었어. 물론 처음엔 거절했지만 스카우트 했던 사람이 치사토쨩이랑 같은 밴드를 꾸리게 된다고 말해서, 치사토쨩이랑 함께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승낙했었어.”


마야쨩 대신에 파스파레에 들어오게 된 걸려나? 그러고 보니 카논이 하로하피에 들어가게 된 것도 드럼을 팔기 위해 가다 붙잡혀서 그런 거라 그랬었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카논은 무척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후 치사토쨩에게서 여러 충고를 들었었고 그 말대로 힘든 일도 많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무척 즐거워! 아, 그래도 무인도에 로케를 갔을 땐 처음엔 좀 무서웠어.”

“……다른 멤버들과의 사이는 어때?”


말이 입 밖을 벗어나자마자 난 바로 추가조건을 달았다.


“아, 한 명씩 차례대로 이야기해주겠어?”

“응 알았어! 음……. ”


카논은 아까부터 이어지는 질문에 당황해하거나 이상해하게 생각하지않고, 내 눈을 바라보며 성실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야쨩은 패스트푸드점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할때도 생각했지만, 남들 앞에서 웃는 얼굴로 이끌어주는 노력가야. 다소 엇나갈 때도 많지만, 그래도 리더는 역시 리더구나 하고 생각해.”

“응.”

“히나쨩은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우리 파스파레의 에너지, 라는 느낌일까?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척척 파악하는 게 정말 대단해! 따라가는게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즐거워!”

“그럼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아, 이브쨩이 싫다거나 해서 맨 뒤로 미룬 건 아니야! 어쩌다보니…….”


멤버는 그대로 다섯 명이구나.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당황해 손을 이리저리 휘젓는 카논을 달랬다.


“응, 카논. 카논이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란 건 잘 알고 있으니까.”

“에헤헤. 고마워 치사토쨩.”


두 손을 꼭 잡고 볼을 살짝 붉게 물들인 카논이 배시시 웃었다.


“이브쨩은 정말 솔직하고 착한 아이야. 힘든 일이어도 항상 웃으며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절로 힘이 나. 알게 모르게 파스파레를 지탱해주는 아이라고 생각해.”

“…… 카논. 혹시 마야쨩, 야마토 마야, 라고 하는 사람 알아?”

“응! 당연히 알고 있어. 하로하피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똑똑하고 남을 잘 배려해주는 친구야. 저번 합동 공연 이후 걸즈밴드 드러머끼리 자주 모임을 갖다보니 친해지게 됐는데-.”


거기까지 말한 카논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혹시 치사토쨩도 마야쨩이랑 친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확인 차 물어 본거야.”

“응. 더 궁금한 거 있어 치사토쨩?”

“음 글쎄.”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추가로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원래 나 혼자 오는 일정 아니었던가?”

“응? 소속사에서 예능 방송에 나갈 땐 우리 둘이 페어로 나오는게 더 그림이 된다? 고 하면서 저번 달부터 방침을 수정했잖아.”

“그랬던가?”

“……치사토쨩, 정말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카논이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피크를 잡고 연주하는 나와는 달리 드럼을 쳐서 그런걸까? 카논의 손은 길쭉하고 심지가 느껴졌고, 그러기에 지금의 나에겐 무척 든든하게 느껴졌다. 나보다 약간 차가운 그 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싸안자 카논이 작게 숨을 멈추었다. 


“카논 고마워. 덕분에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심-.”

“치사토쨩…….”

“카논? 엣?”


갑자기 시야가 하늘색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각. 


키스?


카논을 밀어내려 했지만, 어느새 내 손엔 카논의 손가락이 얽혀 있었다.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사이 입 안으로 따뜻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들어왔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했다. 내 몸은 폭신한 침대에 잠기며 뒤로 넘어갔고, 카논은 아름다운 보라색 눈동자를 빛내며 내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카, 카논?! 어째서 다가오는거야?”


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카논의 잠옷이 내 얼굴 옆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내 몸 위로 카논이 달라붙었다. 홍차처럼 향긋하면서도 케이크처럼 달달한 향기의 카논은, 귀엽게 웃으며 내 목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야…… 치사토쨩이 날 유혹하니까.”

“유, 유혹이라니 카ㄴ-.”


말을 내뱉으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카논이 한발 더 빨랐다. 참새처럼 가볍게 키스하는 것과 동시에 내 목을 끌어안은 그녀는 눈동자를 촉촉하게 물들이며 점차 내게 가까워졌다. 


놀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방금 전의 입맞춤과는 달리, 이번에는 키스를 하면 할수록 내 입 안을 카논의 향이 가득 채워지는게 느껴졌다. 키스를 할 땐 눈을 감는게 에티켓이라는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카논의 향내가 더 짙게 느껴졌고, 난 마음 편히 그녀에게 내 몸을 맡겼다. 


짧지만 길었던 키스를 마치고 카논이 내게 떨어지자 문득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사토쨩 오늘따라 한층 더 귀엽네. 히나쨩 말대로 내가 먼저 공격? 해서 그런건가?”


히나 얘는 카논한테 뭘 가르쳐주는 거야!


“나한테 처음 키스했을 때, 치사토쨩이 나한테 무척 귀엽다고 했던 이유,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아.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카, 카논 거긴…….”


내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카논이 능숙한 솜씨로 브래지어 후크를 벗겨냈다. 카논이 내 옷 안에서 브래지어를 빼낸 후 제정신이 돌아온 난 몸을 일으키며 저항하려 했지만, 그런 나를 막듯이 다시 키스가 이어졌다. 좁은 방 안을 추잡한 소리가 매운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카논이 단 숨결을 내 뺨에 내쉬며 촉촉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사토쨩이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나 깨달았어. 나도 항상 치사토쨩만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고 말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카논은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는 내 눈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번 달에 치사토쨩이랑 하나가 됐을 때 무척 기뻤어. 일 할 때든 오프 때든 항상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는 치사토쨩이지만, 내 앞에서만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모두 보여준다는 게 잘 느껴졌어. 그래서 더욱 좋아졌어.”


카논의 손이 팬티 안으로 들어와 뜨거운 부분을 어루만졌다. 자신이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마치 전기가 뛰는 듯 한 충격에 허리가 움찔 뛰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카논의 어깨를 붙잡아 간신히 버텨내는 내 귀로 카논이 조용히 속닥였다. 


“사랑해 치사토쨩. 그러니, 오늘도 하나가 되자?”

“읏-. 하앗…….”


나도 처음 듣는 소리가 내 입에서 뛰어나왔다. 어느새 내 옷을 반쯤 벗겨낸 카논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작게 키득거렸고, 내 귀를 가볍게 깨물었다.


“카논, 좀 더 상냥하게…….”

“응. 알고 있어 치사토쨩. 평소처럼 할게?”


그렇게 말하며 내 위에 올라탄 카논은 자신의 속옷을 벗었다. 침대로 프릴이 달린 하얀 속옷이 하나, 둘 떨어졌고, 태어났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논이 내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쳤다. 그리고 다시 뒤로 넘어진 난-.




“안 돼……!”


갑작스러운 해방감과 함께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건 익숙한 내 방 천장. 이불을 들어 내 몸 상태를 확인해본 난 이윽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카논 미안해……. 그리고 마야쨩도 정말 미안해.”


머리 한 구석에서 ‘욕구불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난 베개를 벽에 집어던졌다.





더 이어질수도, 아닐수도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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